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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클럽회원 일본 다이센산 정상에서 우의다져
이 재 익(석사 75회)
신길역 11시 동해항을 향해 출발
오늘따라 유난히 하늘이 더욱 높고 푸르다. 1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행정대학원 총동창회산악회(YM클럽)의 매년 있는 해외산행 출정식이 있는 날이다. 2010년 10월16일부터 10월19일까지 3박4일간의 일정으로 33명의 YM클럽 회원들이 일본 다이센산(1,709m)을 향해 설레는 가슴을 부여잡고 숨 가쁘게 움직인다.
오전 11시에 영등포 신길역 앞에서 아내와 함께 관광버스에 몸을 실었다. 강원도 동해항 국제여객터미날에서 일본 사카이미나토항 쿠루즈여행선을 타기 위해 출발하는 것이다.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에서 요기를 하기 위해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차내에서 여행중 당부사항과 등정을 격려하기 위해 준비한 기념타올과 김밥, 떡 등을 배부하고 오후 4시쯤 일행은 강원도 동해항 국제여객터미널 앞에 도착하였다. 곧 33명에 대한 출국 수속을 마치고 4시40분경 ‘DBS 쿠루즈훼리호’에 승선하였다. 이 배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항을 출발하여 우리나라 동해항을 거쳐 일본 사카이미나토항까지 왕복 운행하는 전장 140m, 480명 정원, 13,000톤급 대형 쿠루즈선이다. 선내 시설로는 객실을 비롯하여 레스토랑, 나이트클럽, Bar, 노래방, 사우나, 면세점, PC방, 편의점 등을 두루 갖춘 2009년6월29일 취항한 최현대식 승선이다. 객실은 다다미룸과 일반룸이 있는데 우리의 객실은 앞이 트인 전망 좋은 2301호와 2303호실인데 다다미방의 단체실을 배정 받아 이곳에 여장을 풀었다. 한 5분쯤 지났을까. 뱃고동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뚜우~ 뚜우~’ 출항이다. 태평양을 향해 출발!
쿠르즈호에서 생긴 일
오후 6시부터 선내식으로 저녁 만찬이 시작되었다. 창밖은 차츰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더니 금새 보름달이 선을 보인다. 뷔페에서 색다른 음식과 한데 어우러진 보드카의 한잔 술에 분위기까지 듬뿍 담아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10월의 물오른 보름달이 차츰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시작했다. 만찬이 끝나고 자연스레 우리는 객실로 모였다. 오랜만이거나 처음 만나는 대원도 있어 상견례가 필요할 것 같다. 동그랗게 큰 원을 그려 다소곳이 앉았다. 류단석(석사60기) 회장의 가벼운 인사말을 시작으로 건배제의가 이어졌다. “우리 YM클럽 회원은 연세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으로 매사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며, 이번 산행이 회원간 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 모든 것을 위하연~ 위하세. 위하세. 위-하-세!” 한 명씩 돌아가며 자기소개와 덕담한마디씩을 나누노라니 벌써 밤 10시나 되어간다. 각자 자유 휴식을 취하거나 눈을 붙이며 쉬도록 제안했다. 어느 새 난 3층 갑판에 올라가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여러 개의 오징어배가 눈에 들어왔다. 이재철(76회)과 우리 부부, 이기정(58회) 국중호(57회), 이춘발(73회), 홍영욱(75회) 대원 등 삼삼오오 둘러앉아 돌아가며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꽃잎은 하염없이~’ 등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우린 힘찬 파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모았다. 특히, 구수한 바리톤 음성의 신관섭(78기) 대원의 ‘명태’ 가곡은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자정이 지난 시각에서야 우린 잠을 청했다.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분주하다. 날씨가 흐린 듯싶더니 이내 안개가 걷히지 않았다. 아쉬웠다. 회항길을 기대해야겠다. 이른 아침의 통유리 사우나탕이 인상적이었다. 가볍게 샤워를 하고 통나무 히노키탕에 반신욕으로 담그고 선창 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신선이 따로 없더이다. 아침 7시부터 선내식으로 뷔페식당에서 가볍게 조찬을 마치고 이내 상큼한 바다 내음과 시원한 파도소리를 듣자니 어느 덧 우리 배는 일본 ‘사카이미나토항’에 도착하였다. 9시부터 하선이 시작되었는데 못내 아쉬워 대원들은 갑판에 모여 미나토항 건너편 평온하고 잔잔한 전원주택을 배경으로 찰칵찰칵!
다이센산 미센정상을 정복하라!
10시부터 입국수속을 마치자 현지 전속버스(도토리200, 2000)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1시간 정도 달렸을까? 해발 1,709m 다이센산의 790m지점인 나츠야마 등산로 입구에 집결하였다. 등산코스는 오합목(1,245m)에서 1차 휴식을 취한 후 육합목 피난소에서 도시락으로 식사를 한 다음 팔합목을 거쳐 ‘미센정상’(1,709m)에 오르기로 했다. 하산은 ‘교자타니와카레’, ‘모토타니고아’를 거쳐 ‘오가미야마 신사’에서 대원들과 잠시 쉬었다가 ‘다이센지’로 모여 등산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약 5시간 정도로 예상한다.
아뿔싸! 이게 웬일인가? 등산이 시작되자 처음부터 줄곧 나무계단이다. 거기다가 시종 정상까지 계단인데 매 칸마다 20~30㎝정도의 높이라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산행시에는 양쪽 스틱이 필수도구임을 새삼 실감했다. 또한 일기가 고르지 않아 우비와 따뜻한 내피도 챙겨야 한다. 약 3시경에 일행 중 선두그룹이 미센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 다다르자 다이센주목이 군락을 형성하여 우릴 반겨 주었다. 지상 1m정도의 다이센주목은 주목의 변종으로 도호쿠지방에서 주고쿠지방에 걸쳐 일본해(니혼카이)측의 산지에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표고 약 1,600m이상 지역의 완만한 경사면에 일본 최대의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대열후미가 도착할 때까지 삼삼오오 저마다 기념촬영을 했다, 필자는 정상제례 준비를, 어떤 이는 일본 땅에 왔으니 우리 영역표시를 해야 한다며 잠시 몸을 피한다. 한바탕 웃었다. 정상에 도착한 지 약 20여분쯤 지났을까? 금방까지 청명했던 날씨인데 갑자기 안개가 자욱하게 몰려오더니 금방 추워졌다. 5m 시계분간이 어려울 정도이다. 그런데, ‘홍영욱’(75회) 총무가 보이질 않는다. 알고 보니 상해에서 온 ‘박보라’(일명 ‘상하이 박’)대원이 중간에 뒤처지니까 함께하기 위해 늦은 것이다. 선두에서는 힘들어 하산하였나 보다 생각했었다. 더 이상 기
다릴 수가 없었다. 우선 먼저 온 대원들은 전체 기념촬영을 하였다.
우리는 일기를 감안하여 부근의 대피소로 장소를 옮겼다. 한 대원이 준비한 정상주 1잔씩을 나눠 따르고, ‘류단석’ 회장의 건배사가 이어진다. 배낭을 챙기고 막 출발하려는데 저만치 홍 대원의 모습이 보였다. 전 대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와 환호로 맞이하였다. 결과적으로 33명의 대원이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정상을 정복하게 되었다. 곧, 등반대장의 외침이 있다. “일기가 불손하여 서둘러 배낭을 챙기시고 5분 후에 하산을 시작합니다~!” 모두들 판초우의를 둘러쓰고 인원과 장비를 점검한 다음 3시30분경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가기가 쉽지 않다. 안전사고를 대비하여 선두에는 이우경(60회) 고문이, 중간에는 전호준(60회)이, 후미는 유해진(70회), 신관섭(76회)이 일행을 챙겨가며 체계있게 하산을 진행하였다. 힘들때면 연세 구호를 외치며 모두가 하나가 되었다. 계단이 미끄럽기 때문에 긴장을 풀지 않은 채 조심스레 내려갔다. 하산 도중 800여m 정도에 너도밤나무숲이 군락을 형성하고 있었다. 비교적 안정된 자연의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무척 많았다. 일행 5명이 양팔을 벌려 둘레를 안았는데도 잡히지 않을 정도의 식수들이 많았다. 자연과 환경보호 필요성의 생생한 현장이었다. 오후 5시반경 다이센 ‘오가미야마신사’에 도착했다. 모두들 등반대장의 구호에 맞춰 오리걸음과 체조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데 그 동작이 ㅋㅋ
큐카무라 하우젠 고원의 밤
6시인데도 금방 땅거미가 밀려왔다. 약 50분쯤 달렸을까. 우리 일행이 묵을 호텔인 ‘큐카무라 하우젠 고원’에 도착했다. 온천으로는 일본에서 괜찮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다다미룸과 일반룸을 갖춘 객실 60실에 210명을 수용할 수 있고, 온천사우나, 스키장, 탁구장, 오락, 가라오케, 레스토랑, 토산품점 등 비교적 괜찮은 호텔이다. 2인1실을 기준으로 여장을 풀고나니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저녁식사는 ‘뷔페식 큐카무라’로 풍부한 자연에 둘러싸인 큐카무라만의 30여종의 향토요리를 맛보았다. 우리 입맛에 잘 맞는 유기농 식품들이 주류이다. 시원한 500cc 생맥주를 곁들여 하루 산행의 피로를 한방에 녹여 버렸다. 식후의 온천사우나와 노천탕욕으로 몸을 지그시 담그자 세상에 이렇게 편한 데가 있을까... 인익수(57회), 이기정(58회)고문이 보자는 전갈이 왔다. 그의 객실로 모이란다. 할 얘기가 있다나. 이렇게 큐카무라의 밤은 깊어갔다.
상큼하고 조용한 큐카무라의 이른 아침. 제각기 삼삼오오 호텔 주변에 있는 목장을 둘러보며 산보를 즐긴다. 조식은 아침 7시15분부터 호텔 뷔페식이다. 룸메이트와 정겹게 담소를 나누며 즐거워한다. 오전 9시 호텔에서 나왔다. 오늘 하루는 관광코스이다. ‘백영호’ 가이드는 버스 안에서의 일정 안내를 위한 시선집중을 위해 입담이 시작된다. 그는 이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며 수년간 지낸 관광 전문가란다. 일본의 3대 좋은 꿈을 소개한다. 첫째는 ‘후지산’(히치후지), 둘째, 야채인 ‘가지’란다. 남자의 상징이라나. 셋째, 독수리 꿈이란다. 이 세가지 꿈을 꾸면 대부분 복권을 산답니다. 또한, 졸지 말라며 음담도 서슴없이 늘어놓는다.
플라워파크 하나카이로에서 그대는 백합
약 30분쯤 달렸다. 길가의 주택들은 대부분 깨끗하고,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있어 이곳 ‘돗토리현’의 주민정서를 엿볼 수 있었다. 조용한 시골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어느 덧, 일본 최대의 플라워 파크인 ‘하나카이’에 도착했다. 저만치 ‘후지산’이 또렷이 보인다. 일본 최대의 대단위 꽃밭을 일구어 관광벨트화 하였다. 생전 처음보는 수백여 종의 꽃을 바라보는 이들의 표정은 평화스럽기만 하다. 총면적 50섹타로 일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원내는 곳곳에서 아름다운 풍경과 만날 수 있는 꽃의 공원. 계절마다 자연의 숨결속에 아름다운 꽃들이 많았는데, 그 중 메인 플라워는 ‘백합’이다. 일년내내 100품종 이상의 백합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5월 중순에서 8월 상순까지는 10만 그루의 백합이 일제히 꽃을 피운다고 한다. 그 아름다움이 가히 짐작이 가지 않은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식탐을 위한 장소로 이동하였다.
우리는 과자의 성 ‘壽城’에 도착했다. 20여 종의 희귀한 과자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었고 모두 시식할 수 있었다. 또한, 10여 종류의 짠지 등 이색음식들도 함께 맛볼 수 있었다. 일행은 ‘유메미나토타워’ 앞에서 현지식으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가이드가 특별히 제공한 보드카의 뒷끝도 인상적이었다. 식사 후 휴식시간을 이용하여 주변을 둘러보던 중 전망대 옆 제방에서 낚시를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구경하다가 주인의 양해를 구하고 저마다 체험을 하는데 의외로 잘 잡혀 이곳저곳에서 즐거운 비명이다. 특히, 김인순(70회), 조영자(73회) 대원들이 그렇다. 곧 이어 43m ‘유메미나토타워’ 전망대에 올랐다. 우리의 남산타워 보다는 좀 미흡했다.
사카이미나토의 전설적인 요괴의 거리 ‘미즈키시계루로드’도 백미다. 이곳은 애니메이션작가의 거리로 만화의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동상이 전시된 거리이다. 저마다 이곳을 방문한 이들은 동상 앞에서 사진촬영과 곳곳에서 일본 학생들의 방문 확인도장을 찍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필자는 동료대원들과 함께 종류별로 시식용 세 가지의 현지식 라면과 생맥주를 곁들여 분위기에 동참했다. 4시30분경 가까운 면세점을 방문하였다가 출국장소인 ‘사카이미나토항’으로 향했다. 승선수속을 마치고 6시경 승선을 시작하였고, 선내 뷔폐식 만찬으로 이어졌다.
야! 참으로 장관이로고
우리 대원을 실은 쿠르즈호는 7시경 뚜우~ 기적소리와 함께 ‘동해항’을 향해 출발하였다. 출항을 하자 필자와 몇몇의 동료대원은 3층에서 떠나는 석양의 사카이미나토의 모습을 가슴에 담았다. 마침 옆에 선장실인가 보다. 선장으로 보이는 이가 필자에게 인사하며 오라고 손짓한다. 선장실을 구경하기는 난생 처음이로세. 한국인인 친절한 ‘정명화’선장님은 벽에 걸려있는 본인의 정장도 입어보고 포즈도 취해보라고 한다. 큰 영광이었다. 8시경 2301호실에서 대원 전원은 함께 모였다. 해단식 겸 못다한 회원간 친목도모의 자리이다. 해단식이라는 미명아래. 이 자리에서 인익수, 이기정 대원은 함께한 전 대원에게 등산용 스텐나침판 물컵을 선물로 증정하였다. 저마다 헤어지기가 아쉬운 모양이다. 9시경 전 대원은 나이트클럽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금 전에 만났던 선장이 막간을 이용해 섹스폰 연주로 특별 출연한다고 한다. 우린 전부터 아는 사이인 양 금새 무대에서 노래와 연주를 함께했다. 주점에는 러시아인, 일본인, 한국인 등 다양한 여러 민족들이 함께 했다. 후회 없는 산행 뒷풀이었다. 오늘따라 달빛은 유난히 청명했다. 내일의 일출은 멋질 것 같아 가슴 설렌다.
일출을 보기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들 분주하게 움직였다. 6시30분경 동쪽에서 떠오르는 웅비한 일출은 맑은 날씨도 한 몫 했지만 예전에 보지 못한 그야말로 탄식이 절로 나왔다. 모두들 우뢰와 같은 함성과 함께 저만치 빠알간 용광로에서 치솟아 오르는 태양이야말로 참으로 장관이로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일제히 자기 소망을 비는 듯 조용히 눈을 감고 속삭인다. 나는 마치 독도를 지키는 파수꾼이라도 되는 양 동쪽을 바라보며 “네이놈 들! 여기가 어디라고 우리 땅을 함부로 넘나 보는고~” 7시경에 조찬을 마치고 각자 배낭들을 챙겼다. 3박4일의 숨 가뿐 여정에도 대원들은 전혀 피곤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오전 9시경 하선에 입국수속을 마친 대원들은 다시 서울행 전세버스에 올라탔다.
이번 여행에 함께하지 못한 동료회원들에게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힘들었던 고비를 동료애로서 함께 극복하며 만족해 했고, 그런 가운데에 회원간 더욱 친숙해지고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함께 할 때마다 사학의 명문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소중한 인연 덕분에 남달리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소천」의 “장엄한 삶”에서 ‘사람이 살면서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언제나 더 할 수 없는 편안함을 주는 사람, 생각만 해도 즐겁고 기쁘기만 한 사람, 무슨 말을 하여도 조목조목 따스하기만 한 사람, 그 너그러움이 산을 안고 강을 안을 더 없이 넓은 사람’이라 했습니다. 저는 주변에 어떤 사람으로 비춰질까? 자문하며 반성도 해 봅니다. 우리는 산을 사랑하는 연세인들이니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