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녹십자 합작…10월 허가 신청
‘세계 최초’ 단백질 재조합 탄저 백신
비축형 백신 “보건 안보 위한 20년 노력”
탄저균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데일리안
지난 7월 전 국민을 떨게 했던 신원 미상의 ‘노란 봉투’. 미확인 우편물에 대한 공포는 과거 2001년 미국에서 벌어졌던 ‘탄저균 테러 소포 사건’으로부터 비롯됐다. 당시 사건으로 미국 상원의원 및 언론 관계자들이 5명 사망하고 17명이 감염된 사건이 발생했다. 탄저균에 의해 발병하는 탄저병은 1급 감염병이다. 조기 치료에 실패할 경우 치명률은 97%까지 올라가는 치명적인 감염병으로 앞선 사례와 같이 생물테러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 국가적 대비가 필요하다. 이에 우리나라는 20년 전 탄저병을 1급 감염병으로 지정함과 동시에 탄저 백신 개발에 나섰고 곧 결실을 맺는다. 3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질병관리청과 GC녹십자는 공동 개발한 탄저 백신 ‘GC1109’ 임상 3상을 끝내고 오는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해당 백신은 재조합 단백질 형태로 개발됐으며 만약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세계 최초’의 단백질 재조합 형태 탄저 백신이 된다. 탄저 백신은 임상의 위험성과 균주 관리의 까다로움으로 인해 백신 개발국이 미국, 영국 두 곳에 불과했다. 이번 개발에 성공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탄저 백신을 개발한 국가가 된다.
우리나라가 탄저 백신을 개발하기 까지는 꼬박 20년이 걸렸다. 2000년 탄저균을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고 2002년부터 GC녹십자와 함께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사업을 진행했다. 임상 2상 역시 6년 이상 소요됐다. 질병관리청에서 탄저 백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김소현 고위험병원체분석과 보건연구사는 “실질적인 개발 시작은 1997년 균주를 확보한 시점부터니까 거의 30년 가까이 걸린 셈”이라며 “탄저균은 고위험균이고 치명률이 높기 때문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임상 3상은 ‘애니멀룰’ 이른바 ‘동물실험갈음규정’을 적용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지정한 규정으로 감염병이 공중보건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는 상황이 오면 동물시험 결과로도 인체 투약을 허용할 수 있다. 김소현 연구사는 “탄저 백신은 상용화 직후 투약을 하는 백신이라기보다는 생물 테러 등 보건 안보를 위해 비축해 놓는 백신이기 때문에 애니멀룰을 적용해 임상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소현 연구사는 “국제 정세가 다변화되면서 생물테러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탄저를 비롯한 고위험 감염병에 대한 백신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번 탄저 백신 개발의 경우 GC녹십자와 같은 기업이 수익 창출 목적보다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국가의 위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정부와 협력한 아주 좋은 협업 사례”라고 강조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GC녹십자는 창립 이래 백신, 혈액제제 등 필수의약품 국산화에 앞장서오고 있다”며 “탄저와 같은 기초 백신의 국산화는 보건 안보 증진 측면에서 의미가 크므로 앞으로도 기초 백신의 안정적인 국내 공급에 기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