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桑田碧海).’ 기후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한반도 농작물의 재배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과거 교과서에서 배웠던 ▲경북 사과 ▲제주 한라봉 ▲금산 인삼 등의 주산지는 이제 옛말이 됐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배 적지의 북상으로 사과는 영월, 한라봉은 나주, 인삼은 강원으로 주산지가 바뀌고 있다. 심지어 경남 하동과 전남 보성의 특산물인 녹차도 국내 재배 한계선인 강원 고성까지 올라갔다. 기온 상승에 따른 농작물 재배 적지의 변화는 농업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돌발 병해충 등 여러가지의 위험요소도 공존하고 있어 지역 특성에 맞는 품종 육성은 물론 재배법을 개발하는 등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농정 변화가 시급하다.
대부분 농작물의 북진 현상이 뚜렷하다. 온대과일인 사과의 주산지 지각변동이 제일 크다. 사과는 아열대기후화에 따라 1990년 4만8,266㏊였던 재배면적이 지난해 3만㏊로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경북능금’의 명성을 떨쳤던 경북 영천의 사과 재배지는 지난 1990년 3,183㏊였지만 지난해 796㏊까지 크게 줄었다. 이런 가운데 주산지는 영주·봉화 등 경북 북부와 충북 충주·제천을 타고 강원 영월·평창·양구 등까지 재배 한계선이 올라갔다. 1990년 10㏊에 불과했던 영월은 지난해 72㏊까지 크게 늘었고, 평창·양구에서도 각각 11.5㏊·40여㏊가 재배중이다. 영월군 주천면의 원영채씨(56)는 “영월지역은 기후온난화로 사과 재배 적지로 변해가면서 재배 농가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엔 해발 650m의 고원지대인 태백에서도 사과 재배가 성공했다.
냉해에 약한 복숭아 주산지 역시 경북에서 충북·강원 등지로 올라가는 추세다. 1990년 1,440㏊이던 경북 청도는 지난해 1,017㏊로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충북 음성은 318㏊에서 706㏊로, 강원 춘천은 40여㏊에서 240여㏊로 크게 늘었다.
포도 주산지도 경북에서 강원으로 이동중이다. 경북 김천의 경우 1990년 1,657㏊에서 2008년 2,200여㏊로 늘었고, 1997년 20여㏊에 불과하던 강원 영월 역시 지난해 96㏊로 3배 이상 늘었다.
그동안 제주도에서만 재배되던 한라봉은 전남 고흥, 경남 거제 등 해안가를 거쳐 전남·경남까지 올라왔다. 전남의 경우 1998년까지만 해도 불모지나 다름없었지만 2008년에는 45㏊까지 늘었고, 경남 거제에서도 10㏊가량 재배중이다.
배도 한계선이 경기 남양주까지였으나 부적격지이던 연천에서 ‘연천병배(병에 배를 담아 키운 것)’라는 특산품을 키워냈다. ‘녹차=전남 보성, 경남 하동’이란 말도 무색해졌다. 과거 남해안 인근 지역이 주산지였으나 이제는 강원 고성에서도 10㏊가량의 녹차 밭이 생겼다.
단감은 주산지인 경남 김해(1,365㏊)·창원(2,164㏊)을 넘어 경북 경주(269㏊)까지 재배 한계선을 넓혔다. 경북 영주(463㏊)와 충남 금산(1,044㏊) 등이 주산지인 인삼도 홍천(646㏊)·횡성(230㏊) 등 강원도 내 주력작물로 자리 잡고 있다.
내한성이 약해 주로 남부지방에 재배되던 쌀보리는 경기·충남지역 서쪽과 호남·경북을 잇는 V자형 한계선을 보이며 충북·강원도까지 확대됐다. 감자 이모작이 강원지역으로까지 북상해 가을감자의 재배면적은 전국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전남과 전북의 가을감자 재배면적은 1990년 중반부터 역전돼 2006년 기준 전북 재배면적이 852㏊로 전남의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열대과일도 ‘신토불이(身土不二)’ 과일이 되고 있다. 아보카도·패션푸르트·망고 등은 제주에서, 구아바와 블루베리는 경기 남양주·안산·평택 등과 강원 철원·화천 등지에서도 각각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기획취재팀=김태억·강영식·임현우 기자
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댓글
검색 옵션 선택상자
댓글내용선택됨
옵션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