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 런웨이》
제55회 ― 첫 여름 합숙
1979년 7월.
공모전이 끝난 뒤.
김태석 교수는 학생들을 모두 실습실로 불렀다.
"이번 방학."
"3일 동안 합숙한다."
순간 실습실이 술렁였다.
"합숙이요?"
도윤이 먼저 손을 들었다.
"교수님."
"휴가 아닙니까?"
김태석 교수가 안경 너머로 바라봤다.
"휴가 맞다."
도윤의 얼굴이 밝아졌다.
"대신."
"하루 열여섯 시간 작업."
도윤의 얼굴이 다시 굳었다.
"..."
"...그건 노동 아닙니까?"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합숙 장소는 학교 연수원.
산속에 있는 오래된 목조 건물이었다.
강인.
도윤.
준혁.
은별.
재민.
수진.
다정.
그리고 다른 학생들까지.
짐을 들고 하나둘 도착했다.
다정은 주위를 둘러보며 감탄했다.
"우와!"
"공기 좋다!"
도윤도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이런 데서 작업하면."
"영감이 막 떠오르겠는데?"
강인이 짧게 말했다.
"배고프겠다."
학생들이 또 웃었다.
오전부터 작업이 시작됐다.
재봉틀 소리.
가위 소리.
다리미에서 피어오르는 김.
모두가 자신의 작품에 몰두했다.
준혁은 패턴을 수정하고,
은별은 색 조합을 고민했다.
수진은 누구보다 꼼꼼하게 치수를 계산했고,
다정은 실을 찾다가 벌써 세 번째 바늘을 떨어뜨렸다.
"앗!"
도윤이 웃으며 말했다.
"다정아."
"너는 바늘이랑 숨바꼭질하냐?"
다정은 머쓱하게 웃었다.
"오늘만 다섯 번째예요."
밤이 되었다.
학생들은 컵라면을 먹으며 잠시 쉬고 있었다.
재민이 창밖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선배."
"여기 귀신 나온대요."
다정의 젓가락이 멈췄다.
"진짜?"
도윤이 씩 웃었다.
"그런 거 없다."
그 순간.
창문 밖으로 하얀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다정이 비명을 질렀다.
"꺄악!"
도윤도 깜짝 놀라 컵라면을 떨어뜨렸다.
"어?"
"뭐야!"
재민도 의자를 뒤로 밀쳤다.
은별은 강인의 뒤로 숨었다.
실습실은 순식간에 난리가 났다.
도윤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강인아."
"같이 나가자."
강인은 담담하게 일어섰다.
"응."
준혁도 손전등을 들었다.
셋은 천천히 건물 밖으로 나갔다.
산속은 조용했다.
매미 소리만 들렸다.
그때.
"휘이익—"
흰 천이 또 한 번 흔들렸다.
도윤은 강인의 팔을 붙잡았다.
"봤지?"
"봤지?"
강인은 말없이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흰 그림자를 붙잡았다.
"..."
"..."
잠시 후.
강인이 들고 온 것은—
빨랫줄에 널어 둔 하얀 침대 시트였다.
산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정적.
은별이 먼저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
재민도 웃음을 터뜨렸다.
다정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도윤만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
"귀신도 빨래는 하는 줄 알았지."
강인이 한마디 했다.
"귀신보다."
"도윤이 더 무서웠어."
학생들은 배를 잡고 웃었다.
그때.
건물 뒤편에서 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야옹."
이번에는 모두 얼어붙었다.
도윤이 속삭였다.
"이번엔..."
"진짜다."
강인이 손전등을 비추자,
커다란 고양이 한 마리가 느긋하게 하품을 하고 있었다.
다정이 웃으며 말했다.
"귀신이 아니라."
"고양이였네요."
도윤이 고개를 숙였다.
"..."
"오늘은."
"체면 다 구겼다."
다음 날 아침.
학생들은 연수원 앞마당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김태석 교수가 학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제."
"귀신 본 사람?"
도윤이 슬며시 손을 들었다.
학생들이 다시 웃기 시작했다.
김태석 교수도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박도윤."
"합숙의 추억은."
"평생 갈 거다."
도윤이 씩 웃었다.
"교수님."
"귀신은 없었지만."
"좋은 친구들은 있었습니다."
김태석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맞다."
합숙 마지막 날.
학생들은 밤늦도록 함께 작업을 마무리했다.
강인은 준혁의 패턴을 봐주고,
준혁은 은별의 재단을 도와주고,
수진은 다정의 치수를 다시 계산해 주었다.
도윤은 컵라면을 끓이며 말했다.
"야."
"이렇게 밤새는 것도."
"나중엔 추억이겠지?"
강인이 미소를 지었다.
"벌써 추억이다."
창밖에서는 반딧불이가 조용히 날고 있었다.
여름밤의 웃음소리와 재봉틀 소리가
산속 연수원에 오래도록 울려 퍼졌다.
학생들은 모두 알았다.
함께 흘린 땀과 웃음은
평생 잊지 못할 청춘의 한 페이지가 될 것이라는 것을.
― 제55회 끝 ―
다음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