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각] 남아공 폭동과 약탈, 더반 LG전자 공장 전소
최정동 입력 2021. 07. 13. 10:19 수정 2021. 07. 13. 11:48
주마 전 대통령 구금 항의 시위로 촉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의 구금에 항의하는 시위와 함께 촉발된 대규모 폭동과 약탈이 발생해 군대가 긴급 배치됐다. 주마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부패혐의 조사를 위한 사법위원회에 출석하라는 헌법재판소의 명령을 거부하다 구금됐다. 이 사태로 항구도시 더반의 LG전자 공장이 불에 타는 등 우리 기업도 큰 피해를 봤다.
1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한 쇼핑센터 외곽에 바리케이드가 불타는 가운데 일부 시민이 물건을 약탈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의 구금으로 발생한 소요가 격렬해지는 가운데 6명이 사망하고 2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시위는 나흘 전부터 주마 전 대통령의 고향인 콰줄루나탈주를 중심으로 벌어지다가 지난 주말 경제 중심도시 요하네스버그로 확산했다. 이 와중에 사망자도 6명 발생했다. 남아공 군은 이날 "소요를 진압하기 위해 병력을 배치하는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앞서 이들 지역에서 상점 수십 곳이 폭도들에게 털린 가운데 콰줄루나탈주의 주도인 피터마리츠버그에선 한 대형 쇼핑몰의 지붕이 큰 화염에 휩싸이고, 요하네스버그에서도 대형마트가 약탈당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동과 약탈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동남부 항구도시 더반에 있는 LG전자 공장이 불에 타는 등 우리 기업도 큰 피해를 봤다. 12일 군중에 의해 불타고 약탈당하는 더반 LG전자 공장. 연합뉴스
더반 산업단지의 LG 공장은 이날 새벽 무장 폭도들이 습격해 전자제품을 약탈한 데 이어 오후에는 공장에 방화까지 일어나 전소했다. LG 관계자는 "대사관에 사건 발생을 알리고 현지 정부, 경찰, 소방 당국까지 연락해 경력 투입과 함께 진화를 요청했지만, 시위대가 현장에 있는 관계로 소방대 투입이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다만 인적 피해는 없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12일 군중에 의해 불타고 약탈당하는 더반 LG전자 공장. 연합뉴스
주남아공 박철주 대사는 "현지 당국과 협업하고 있다"면서 "이동을 자제하고 가급적 영업을 중단해달라"고 당부했다.
남아공 더반의 폭도들이 12일 쇼핑센터를 약탈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경찰이 12일 약탈자들을 진압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요하네스버그 시위대는 버스와 철도 서비스도 중단시키고 도심에 바리케이드를 쳐서 통근자 수만 명의 발이 묶였다. 마트 등의 약탈은 남서부 휴양도시 케이프타운까지 번진 가운데 소요 지역을 중심으로 은행, 상점 등 다수의 사업장이 영업을 중단했다.
요하네스버그 경찰이 12일 쇼핑센터 약탈자들을 체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요하네스버그와 콰줄루나탈에서는 수십 대의 차가 폭동 와중에 불탔다. 경찰은 지금까지 폭동, 방화, 약탈에 참가한 219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11일 대국민 담화에서 델타 변이에 따른 코로나 19 제3차 확산에 따라 제4단계 봉쇄령을 2주간 추가 연장하면서 폭력 시위자를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더반의 약탈자들이 12일 스프링필드 파크 몰에서 경찰을 피해 도망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동쪽 캐틀홍의 레츠소호 쇼핑센터가 12일 약탈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요하네스버그 남동쪽 보스루스의 골드 스팟 쇼핑센터가 약탈당한 모습. AFP=연합뉴스
식료품과 잡화를 머리에 인 여성이 12일 보스루스의 약탈당한 KFC 가게를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폭동 사태는 코로나로 인한 봉쇄령 장기화에 따른 주민 생활고의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남아공의 실업률은 32.6%에 달한다.
12일 보스루스의 쇼핑센터를 약탈하던 남성들이 경찰에 체포돼 땅바닥에 엎드려 있다. AFP=연합뉴스
최정동 기자 choi.jeongd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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