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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사물을 보는 눈이 남보다 확실히 뛰어나, 포 다리를 유심히 살피다니, 자네를 105 주특기로 바꾼 것은 대대에 행정병으로 쓰기 위해서다. 박격포에 대한 교육을 안 받았는데도 포진지를 한 번보고 취약점을 파악해 내다니, 눈썰미가 너무 좋다, 음어조립 해독은 걱정할 필요가 없고, 포 지원요청과 화기 배치에 관해서는 잘 배웠나? 이번에 OP에서 어떤 상황이 떨어질지 몰라. 기간 사병이 대대장 역할이나 작전관 역할을 할 수도 있으니, 모든 면에서 준비를 철저히 해두도록 해. 이번 ATT는 실제 전쟁 상황에 대처하는 대대의 전투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라 장교들의 자질을 판단한다고 한다, 장교와 하사관들의 진급심사에 직접적인 영향력이 있다는 점이야.” “소총 중대 사병들은 잘하고 있어 걱정이 없는데, 선임 하사들과 소대장들이 문제다. 소대장은 간부 후보생 출신들이 많아서, 이론은 모르나 전투훈련에 대한 경험적인 공부가 부족하고, 선임 하사관도 이 시기에 갓 진급한 사람이 많다.” “지적하신 것은 바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더 보완하고 더 가르쳐야지요. 정보관 나와 교육예정을 잡아보지.” 정길이 자기가 본래 소속 되어있는 12 중대의 2 소대를 찾았다. 보급 병에게 부탁해 대영의 발에 맞는 군화를 준비했기에 주려고 온 것이다. 가까운 동기라고는 대영이 뿐이라 정길이 많은 신경을 써준다. 가끔 대대로 불러들여, 대장 당번 정 병장에게 부탁해서 얻어 온 고기도 열심히 거두어 먹인다. “대영아, 오랜만이다. 상병 진급 했네? 축하한다. 내가 신경 써서 자주 찾아와야 하는 데, 미안하다. 요즘 대대 ATT 때문에 정신이 없다. 12 중대장님도 요즘 대대에 와서 사시더라. 대대장과 같이 행동을 하셔야 하니까, 대대장 유고시에는, 중화기 중대장이 그 분 역할을 해야 되니, 정신없으실 거야. 대대장님과 작전관, 12중대장이 육사 선 후배 관계라 호흡은 잘 맞을 거다. 자! 너 10문 5라고 했지? 보급 병에게 부탁했던 군화 가져왔다, 신어봐. 볼이 맞고 약간 넉넉해야 하니까, 작으면 바꾸어다 줄게. 어때? 잘 맞아? 그래 그럼 됐고.”“고맙다, 정길아 동기는 몇 명되는데, 같은 내무반 출신들이 아니라 서먹해. 그래도 너와 성진이가 전화해주는 것이 내게 큰 힘이 돼. 점호시간이라도 너나 성진이가 전화하면 바로 바꿔 주더라니까, 응? 예를 들면 그렇다는 거지, 실제 점호시간에는 안 되지. 하하하 그런데 군화 내 것은 줘야 하는 거지? 하하하 군대는 숫자를 중요시 하니까, 자! 여기, 이게 10문 5라는데, 내 발과 영 안 맞아. 거기다 짝짝이라 발이 아파. 아직 졸병이라 다른 애들 것 하고 바꾸지 못하고 있었는데 고맙다. 하하하하 너하고 있으면 내가 힘이 난다, 쟤들이 병장에게 말 놓고 하니까 이상한 가보다.”“자, PX나 가자. 배고프지? 실컷 먹여 줄게, 염려 말고 먹어라. 집에 가서 용돈을 두둑하게 타 왔다. 성진이가 말은 자세히 안 해도 끝 발 있는 집 아들인가 봐, 연대 행정반이면, 더구나 인사과 근무라면, 일반가정의 자식이 그렇게 될 일이냐? 나야, 엉겁결에 장인에게 바둑을 배웠지만, 적성에 맞은 덕에 열심히 배웠고 실력이 예상외로 빨리 늘은 덕분으로 바둑실력이 상위권에서 인정받을만큼 좋아졌다. 그러다 너도 알다시피 후반기 교육 받을 때 하사관들과의 싸움에서 훈련소 교육주임의 눈에 들어서 그 분의 소개로 지금의 대장님을 만나게 되었고, 그 때에 대장님과 두세판 바둑을 내가 이기게 되었고, 그 때 인연이 맺어진거지, 바둑 잘 두는 덕을 보게 된 거다.”“대대장님이 사람보시는 눈이 좋으신 거다. 너 때문에 대대장님 근무 평가도 높게올라가시는 거잖아? 너 교육계 일 잘한다고 우리 중대장님이 아까워하더라. 우리중대 교육계가 낙하산이야. 서무계가 교육예정표를 짜서 대대에 올려 보내는 걸. 대대장이 불시에 어디 전출 가더라도 너는 우리중대 서무계로 이미 찍혀 있다. 나는 L M G 하고 잘 맞아, 이래도 내가 특등사수야. 아직 직책은 부사수지만, 사격에서는 12중대에서 내가 세 번째 안에는 든다. 이번 중대 ATT에서는 등수 안에는 못 들었어도 다음에는 자신 있어. 대대 ATT에서 다시 한번기회가 온다면 휴가증 딸 수 있을 거 같은데, 휴가? 3월에나 가능하다고 하더라. 내 위에도 안간 고 참이 꽤 있다. 너는 그동안 벌써 두 번이나 갔다 온 거지? 야! 너 진짜 부럽다.” “이 병장 어서와. 대장 사모님이 너하고 둘이서만 먹으라고 돼지 갈비찜 만들어서 주셨다. 식었지만 맛이 좋더라. 하하하하 내가 두 개를 먼저 먹어 봤다. 맛없게 하셨으면 내가 다시 손보려 했는데 맛있게 잘 하셨어. 추석 선물이래, 소주 한 잔 줄까? 싫어? 넌 바둑 빼고는 무슨 재미로 사냐? 술 담배를 안 하니, 야! 그 돈 모아서, 그 돈으로 빌딩 살 것 같으냐? 내가 알아 봤더니, 빌딩 주인치고 술 담배 안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더라 하하하하.”“정 병장님이야 아직 총각이니 그러시지 장가 가 보십시오. 마누라 등쌀에 안 끊고는 못 견딥니다. 하하하 사실은 담배는 냄새가 싫어서 생각이 없고, 술은 가끔 하는 데요. 군대 와서는 아직 한 번도 마신 적이 없어서인지, 생각이 별로 없어서 아예 안 마신다고 했지요.”“그나저나 야! 이병장 내가 불편해서 도저히 안 되겠다. 우리 이 시간 부로 말 까자. 나이도 동갑이고 뱃장도 잘 맞는데, 이제는 계급도 같고, 너 에게 존대 말 들으니까, 영 기분이 별로다. 이 병장 고 참 명령이니까 무조건 지금부터 말 놓기를 실시한다. 실시! 따라서 복창 한다 실시!”“실시! 정 병장 고마워, 나도 처음 볼 때부터 친구로 생각 했었다. 그러니까 휴가 때 교육관이나, 12 중대장이나, 본부 중대장, 또 내 동기들 것은 안 챙겨도 정 병장 것은 챙긴 거야. 우리 아주 일생동안을 지금부터 친구하기로 하자. 죽을 때까지 말이다.어때? 그래? 좋아 하하하하.” “그런 의미가 있는 술이니 한잔 하자. 나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시간 있을 때 우리 가족 족보부터 시작 할 거다. 오늘은 우리 탁 튼 기념으로 찐하게 한잔 하는 거다, 자식 트자고 안했으면 큰 일 저지를 놈 이었네. 하하하하 기분 최고다. 일생의 친구를 얻었으니 오늘이 진짜 내 생일이다.” 대장과 바둑을 두던 정길이 문득 그의 얼굴을 보니, 얼굴색이나 표정, 또 눈도 그렇고, 영락없는 환자의 모습이다. 가끔 트림을 하면서도 배를 문지르는 것이, 위장이 퍽이나 안 좋은 게 확실하다. 정길이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위장병으로 심하게 고생하다 나은 적이 있는 것을 생각했다. 병원에 가도 잠시 괜찮았다고 재발하고는 해서 그 때에 어머니가 이웃에게 물어 처방을 듣고 만들어 준 약으로 고쳤던 기억이 났다. “대장님 속이 안 좋으세요? 얼굴색도 안 좋으신데요. 무엇을 드셨는데 그러시지요?”“본래 속이 냉해서 조심하는 편인데, 요즘 대대 ATT 로 인해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더 그런가 보네. 속이 거북해서 안 되겠는 걸. 오늘은 그만하세나. 속이 너무 거북해 왜? 내게 무슨 할 말이 있는가?”“대장님, 혹시 육모 초에 대해서 들어 보셨습니까? 익모초라고도 하는 데요.”“아니 전혀. 그런데 그것은 왜? 그것이 무슨 약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안 사람이 한 약도, 양약도 구해다 주었는데 별 차도가 없다. 요즘은 따뜻한 생강차를 많이 마시라고해서 마시고 있는데 별로 효과가 없어서 큰일이다. ATT 시간은 닥아 오고, 좀 덜하기라도 해야 할 터인데. 지금 같다면 영 자신이 없네.”“대장님, 제가 내일 나가서 약재를 구해 오겠습니다. 제가 연천 지리를 잘 모르니 정 병장과 함께 다녀오겠습니다. 업무출장 증을 부탁드립니다. 대장님 증세를 보면 위장이 약간 냉하시고 신경성이신 거 같은 데요. 예전에 저희 아버지가 그런 적이 있으셨는데 이걸 한, 세 번 잡수시고 나으신 적이 있습니다. 촌에 가면 얻을 수 있는 약재이니 돈은 필요 없습니다. 다녀오게 해 주십시오. 틀림없이 그 병은 나으실 수 있습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잘 될 겁니다.”정성일과 함께 약을 핑계로 외출증을 끊어 연천시내로 나왔다. 약재는 농사짓는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구할 수 있기에 먼저 농촌의 농가 주변을 찾았다. 흔한 풀이다. “9월이니 아직 있을 거야. 없으면 한약방에 가서 구하면 되지. 아니 시내가 아니야, 이 사람아! 이런 농촌으로 와야 구 할 수 있는 거야. 저기 있다. 시들기는 했어도 모양을 봐서 저것이 분명해. 저기 모여서 일하고 있는 동네 분들에게 물어보면 알겠지. 가서 알아보자.” 대부분 퇴비를 모아 놓은 곳이나, 화장실 주변에 많이 자생한다고 들은 기억을 되살려 살펴보니, 과연 시들기는 했어도 육모 초라고 부르는 약초가 거름더미 옆 근처에 많이 보인다. 확실해야 하기에 일단 사람들에게 물어 보기로 했다. 농촌 사람들은 육모 초를 귀하게 보지 않는다더니, 그 약효를 그들은 잘 모르는 모양이다. “아저씨 육모 초를 구하려는데, 저기, 저것이 맞습니까? 예? 예 감사합니다. 이리와 같이 뽑자. 여기 있는 이거, 아니 그거 말고, 이쪽에 잔뜩 있는 것, 시들었으니 살살 달래가면서 뿌리까지 뽑아서 이 자루에 담아. 촌이라서 구하기가 쉽네. 본래 이 풀이 변소나 거름더미 옆에서 많이 자라나거든 왜? 더러워서 아니야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거 너무 좋은 약재야. 하하하하 그렇다고 너무 많을 필요는 없다 그만하면 됐어.”“이 병장 그런데 나는 왜 데리고 나왔냐? 혼자 나와도 될 걸. 이제 돌아가자고? 헤헤헤 이거 아무리 그래도 그냥 가지니 너무 한걸.”“야, 놀다가려고 같이 나오자 한 거다. 친구 된 기념으로 내가 한 턱 쓰려고, 자! 뭐 먹고 싶은 거 말해라. 내가 그 배에 차고 넘치게 들어갈 만큼 사줄 테니까. 평소에 어디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으면 말해봐라 그리로 가자고.” “허어? 그렇게 이 형을 생각했다? 가만, 그러면 방석집에 한 번 가자.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아직 한 번도 경험이 없었거든. 어때? 자금은 충분하냐? 왜 떨떠름한 얼굴을 해? 싫어? 그럼 관둬. 먹는 거야 부대 내에서도 잘 먹는데, 특별히 먹고 싶은 게 있을 리 없지. 에이! 그냥 가자.”“하필이면 방석집이냐? 내가 거기 갔다가 임질 걸려서 죽다 살아나서 그래. 그럼 걔들하고 그거는 하지 말고, 놀다만 오는 거다? 그러면 가고, 괜히 너 임질 걸려서 끙끙거리는 거 보기 싫거든. 그래도 좋다면 해도 돼. 단 나는 안할 거다. 나까지 하라고는 하지 마라. 하하하하”“좋아, 그러면 한잔하면서 노래하고 놀다오자. 내가 만약에 생각이 나서 그러면 한 대 후려갈겨서라도 그냥 데리고 나와라. 나도 성병은 생각만 해도 더러워서 질색이다. 놀기만 하자고. 자! 가자 후 하하하하.”
정길이 성일에게 부탁해 같이 장교식당으로 갔다. 아무래도 당번병 끝 발이 더 좋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들을 구하기 쉽고, 또 대장님의 약을 만들려고 한다니까, 취사반 선임하사가 쫓아 나와서 원하는 것을 직접 챙겨서 가져다준다. 그는 정길이와 평소부터 친해지려는 속셈도 있었다. 싸움도 잘 하고, 대장님이 특별하게 여기는 사람이기도 하고, 또 벌써 결혼해서 아기까지 있으며, 부인이 절대 미인이라는 것이다.잘 사귀어 두면 무언가 떡 고물이라도 얻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대상이었다. “장교식당이라 마침 절구가 있네요. 사기그릇도 있습니까? 예, 감사합니다. 정 병장 너도 배워두면 나중에 써먹을 수 있을 거다. 자! 이제 이렇게 씻어서, 물이 마른 것을 뿌리째 넣고 절구에 빻는 거다. 아니 아주 부서져서 가루가 되도록, 여름철이면 조금만 해도 물이 많이 나오는데, 시들어서 일부러 물에 약간 축여서 빻는 거다. 자아, 물이 질척거리지? 이제 이 광목에다 담아서 이렇게 양 쪽으로 나무막대기를 비틀어서 짜면 이런 물이 나오는 거야. 이걸 한밤을 재워서 이른 새벽에 흔들어서 마시면 돼. 말 못할 정도로 쓴데, 입으로 넘어만 가면 절대로 넘어 오지 않는다. 신기하지? 맛 좀 볼래? 어때 굉장히 쓰지? 본래 좋은 약은 쓴 법이야. 나도 보기만 했지 해보는 건 처음이다. 대장님이 아프시다니 한번 해보는 거지.” ‘효과가 있을 거야, 아버지가 낳으시는 것을 내가 보았으니, 낳으셔야 대대도 사는 거다. 장교들도 하사관들도 대장님이 건재해야 따라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테니, 이 약이 막중한 사명이 있는 거지, 그 때 엄살 심하신 아버지가 그걸 잡숫고 낫는 걸 틀림없이 보았다, 그 때 내 눈에 확실하게 각인이 됐었어,’ “대장님, 이걸 숙소 앞 난간 위에 올려놓겠습니다. 약지로 저어서 한 번에 숨 쉬지 마시고 드세요. 굉장히 씁니다. 사탕을 하나 준비하셨다 드시면 좀 나으실 겁니다. 일단 목으로 넘기시고 나면, 토하셔도 안 넘어오니 걱정 하지 마시고, 잠시 참으시면 얼마 후에 속이 따뜻해지는 느낌과 배가 고파지실 겁니다. 안 아프실 적에 잡수시던 대로 잡수시면 됩니다. 내일부터 삼일을 잡수시고 차도가 있으시면, 그 후 세 번 더 잡수시면 완치 되실 겁니다.” 본래 여자들이 속이 냉할 때 먹는 것이 육모 초인데, 남자들에게도 통하는지 삼일이 지나자 대대장의 얼굴색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소화가 잘 돼 식사를 잘하니 당연하다. 대장의 부인이 정길을 불러 화색을 띠며 너무 고마워한다. 부인이 못 고친 것을 정길이 고쳐주었다. 조금 신경을 쓰기만하면 속이 안 좋아 고생하곤 하던, 거의 고질병이었던 것을 고쳐주었기에. 고맙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남편이 사람을 제대로 볼 줄 알아서 자신들에게 꼭 필요한 보물 같은 사람을 얻은 것이다. “이 병장, 너무 고마워요. 정말 걱정이 많았었는데, 그 약 만드는 법 나에게 자세히 가르쳐 줄래요? 우리 아버님도 위장병으로 고생하고 계시는데 고쳐드려야 하겠네요. 어서 이리 들어오세요. 호호호 내가 너무 서두르지요?” “여름철에 많이 구하셔서 말려 쓰셔도 좋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속이 찬분들에게는 보약이나 다름없습니다. 한약방에 가시면 환으로 만들어 파는 것이 있는데, 그거 보다는 직접 해서 드시는 것이 약효가 더 좋습니다. 대장님이 나으셔서 다행입니다. 큰소리 쳐 놓고, 안 나으시면 어쩌나 하고 마음을 많이 졸였었습니다. 하하하하 차 잘 마셨습니다. 사모님 감사합니다.” 대대장이 완쾌하고, 힘이 나는지 열심히 뛴 덕에 대대 ATT 가 성공적으로 매듭을 지었다. 대대의 모든 간부들이 자축하러 모인 자리에서 대대장은 좌우를 둘러보고기분 좋은 목소리로 총평을 이야기 한다. “대대 ATT 결과가 지금도착했다. 염려한 것같이 우리 대대가 총 점에서는 약간 뒤졌지만, 특출하게 뛰어난 게 없는 경쟁 대대보다, 81MM 포 사격, LMG 4 사격에서 우세, 음어 부문에서는 1등이고 모의 실전전투 부문에서 우세가 단연 돋보여 공동 1위로 우리 대대가 올랐다. 이번 ATT에 공여가 큰 장교와 사병들은 휴가 상 신과 표창이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수고들이 많았다. 부상하거나 도중에 병들어 고생한 장병들도 위로해주고, 표창을 받을 만한 사람은 빼놓지 말고 대대본부에 상신하기 바란다. 이상. 이 정길 병장은 내 방으로 와주기 바란다.” ‘기분이 좋으신 모습이야. 대장님 왜 부르시는데요? 자! 잘못한 거 생각이 안 나는데 웬일이시지? OP에서 예기치 않은 실수 한 거 때문인가? 그 일 말고는 실수 한 것이 없는데, 별안간 엄숙한 모습으로 변해서 부르시니 떨리네.’ “이 병장 OP에서 약간의 실수를 했지만 이번 ATT 최고 공로는 이 병장이 세웠다. 음어, 81mm 포 사격, 무엇보다도 내 병을 고쳐주어서, 기간 내내 힘을 잃지 않았고, 모든 것에 자신감을 가져서 이겨 냈다. 병을 고쳐주었는데도 고맙다는 말도 못했네. 고마워, 내가 자네에게 큰 신세를 지는군.”“대장님, 그런데 표창 상 신을 이 병장도 해야 되는 겁니까? 말아야 합니까? 군대가 상벌이 뚜렷해야 하는데, OP에서 사단 포 지원사격 요청에 실수를 한 것은 벌을 받아 마땅하고, 81MM사격과 음어부문, 요도해석, 화집 점, 탄막지점 해석부문에서는 타 대대 장교들보다 더 나았고 어떡할까요? 하하하하 긴장하기는~ 이 병장 놀리는 재미가 있네. 이 병장 잘 했다. 우리 대대의 자랑이고 보배야. 다 잘하면 우리 장교들이 필요 없지 우리는 어디에 서라고, 헌데 걱정이다? 또 휴가를 가면 집에서 싫어하지 않을까? 응? 그래도 보내주면 간다고? 하하하하 그럼 보내 주어야 하겠군.” “예! 감사합니다. 교육관님 꼭 휴가를 가려는 것은 요즘 저희 회사가 큰 공사를 계속 따 내는 덕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는 모양입니다. 그게 저~ 제가 가야 해결될 것도 있고 해서 보내주시면 가려고 하는 겁니다. 휴가 다녀와서 더 열심히 근무하겠습니다. 대장님, 교육관님 고맙고 죄송합니다.”“하하하 자네에게 그런 말을 듣는 다는 건 대장님과 나의 홍복일세. 염려 말고 다녀오게. 더구나 회사의 일 때문이라는데, 자네 사업이 잘 되는 것이 곧 이 나라를 살찌우는 게 아닌가?” ‘휴가를 또 간다고 전화했더니, 숙이의 놀라는 척하는 것이 반갑지 않은 내색이야. 이번에 집에 가면 식구들이 못 믿어서 모두 부대로 사실을 확인하러 온다고 하지 않을까? 하하하하 이번에는 흥자 누나에게 가지 말고, 처가에 열흘, 현장에 일주일, 숙이 곁에 일주일 그래야겠어.’ “어머니, 저 왔습니다. 왜요? 어이없다는 그 표정은 도로 가라고 하시는 거 같은데? 그냥 뒤돌아 갈까요? 정옥이는 그 표정이 지겹다는 거 같고? 에이! 그럼 확 그냥 가버려! 말아. 자기! 숙이야 엄마하고, 정옥이가 숙이 서방 들어오지 말고 가란다. 나 그냥 부대로 돌아갈까?”“오빠? 말이 안 나와요. 대체 오빠네 부대는 장병들 휴가 보내는 일만 하는 부대야? 대장님이 훌륭하셔서 그럴 리는 없고, 오빠가 그렇다고 사기를 친 것도 절대 아닐 거고, 말을 해봐요? 어디 이번에는 무슨 이유로 또 휴가를 올수 있었던 건지? 또 포상휴가요? 무슨?”“들어오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쫓아내려고만 하네. 내가 다시는 휴가를 오나 봐라. 이번 대대ATT 라는 시험에 공이 지대하여 포상금까지 받고, 열렬한 환송을 받으며 금의환향한 병장 이정길, 가족의 굉장치도 않은 냉대 속에 견디지 못하여, 귀대 하려고 신고합니다, 멸공, 잘들 있어요. 그만 가겠습니다. 다시 안 올게요. 이제 제대 때나 오지요.” “선지야 아빠가 가신단다. 아빠, 빠이빠이 해야지? 호호호 어서 와요. 진짜 삐친 거 같잖아, 아니 예요? 선지야 아빠 좀 위로 해줘라. 너무 반가워서 농담했어요. 그리고 당신은 아주 군대에서 직업을 찾아야 하는 건데 그랬나봐. 펄펄 날고 있네요. 정말 너무 넘치게 인정을 받고 있잖아? 맞잖아요?”“회사에 출근 한다더니, 퇴근해서 집에 있을 리는 없고, 아직 출근 안한 거야?”“아버님이 연말에나 바쁘니, 11월 중순 부터나 나오라고 하셨어요. 참 아버지가 양화점에 기계를 들여놓고, 본사와 우리 회사에 납품할 작업화를 만들기 시작했대요. 어제 저에게 전화가 왔었어요. 오빠하고 통화가 되면 알려달라고 했어요. 고마워요, 자기~ 아버지가 너무 좋아하셔요.”“어머니, 내일 처갓집에 갔다가 열흘 후에 올게요. 구두 납품한다는데 가서 일을 거들다가 천천히 오지요. 집에 힘든 일 있으면, 일병 형을 정옥이 보고 부르라고 하시고요. 하하하하 사위를 이럴 때 부려먹어야 하는 겁니다.”“그래라, 일이 많을 때 거들어 드리면 도움이 많이 되시겠지. 힘써서 도와 드리고, 숙이는 푹 쉬다가오너라. 선지 여기 두고 가려면 두고 가고, 이제는 나하고 있어도, 밤에 엄마 찾지 않아서 괜찮으니 두고 가서 편히 쉬다가 오렴. 아버지도 선지 보는 재미에 집에 자주 들어오시는데, 어미가 나에게 우유 타는 것하고, 이유식 먹이는 것만 가르쳐주고 갔다 와라.”“아유 엄마! 그래도 선지 놔두고 가면 온 종일 애한테 매달려 계셔야 해요. 엄마 병나셔서 안 돼요. 지금도 방안을 온통 어질러서 치우느라고 힘들었어요. 잠시만 눈을 돌려도 어느 사이에 기어가는지, 또 뭐든지 관심이 많아서 자기의 키가 닿는 것은 다 끌어 내려서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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