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23일) 오후에 있었던 여자프로배구, 1위팀 도로공사와 2위팀 현대건설의 경기를 되돌아 보겠습니다.
저는 4세트 초,중반만 제외하고 생중계를 라이브로 시청했는데요. 박진감 넘쳤던 경기 내용처럼 할 말이 많네요.ㅎㅎ
우선 양팀의 스타팅 라인업부터 소개합니다.
주전 7명이 확실한 양팀인만큼, 보시는대로 나올 선수들이 다 나왔습니다. 무릎부상 소식이 있었던 황민경 선수까지도요.
■ 1세트, 현대건설 황연주와 도로공사 이바나의 서브득점 배틀로 불붙은 경기는 도로공사의 출발이 좋았습니다.
도로공사를 따라잡아야했던 현대건설의 조급함은 오히려 온몸을 경직하게 하는 듯 했고, 잔실수가 이어졌습니다. 반대로 안그래도 노련한 선수들이 즐비한 도로공사팀은 오히려 단단하게 잘버텼고, 초반 앞서나가며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1세트 중반, 도로공사의 비디오판독 실패 후 황연주의 블로킹, 이다영 선수의 서브득점이 이어지며 현대건설이 역전에 성공했습니다(17대16). 여기에 노장 김세영 선수의 속공(이다영 세터의 아주 낮았던 토스를 침착하게 마무리)과 블로킹 성공까지... 점수는 20대18에서 그대로 25대21까지 이어지며 1세트를 가져가는 현대건설이었습니다.
2세트는 확실히 도로공사가 정신을 차렸습니다. 세트 초반 문정원 선수의 완벽하고 시원한 공격 두방에 서브득점까지 성공되며 8대4로 앞서나가는 도로공사였습니다. 반면 현대건설은 외국인선수 엘리자베스가 공격에서 연속 범실하며 결국 교체아웃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In 고유민 선수).
2세트 후반부에는 문정원 선수에게서 바통을 넘겨받은 이바나 선수의 강력한 서브, 파워 넘치는 공격이 계속되며 25대15. 큰 점수차로 도로공사가 이기며 세트 균형을 맞췄습니다.
3세트는 양팀 센터 자원들의 중앙공격 배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도로공사에서 배유나 선수가 전매특허인 이동공격을 깨끗하게 성공시키면, 현대쪽에서도 양효진-김세영 선수가 중앙 속공으로 그대로 맞받아쳤습니다.
두 팀의 공방전이 계속되는 중에 도로공사에서는 이바나 선수의 강력한 서브가 연이어 현대건설의 후방을 흔들었습니다. 서브득점에 서브득점과도 같은 포인트들이 계속되며 점수차는 순식간에 16대11. 결국 3세트를 챙긴 도로공사는 기세를 이어 4세트까지 따내며 1위 자리를 완벽히 다지는 승점 3점을 챙겨가게 되었습니다.
■ 일단 승리팀 도로공사 이야기부터 하면, 이바나 선수의 공격 컨디션이 완벽했고(30득점, 공격성공률 42%), 서브는 가히 죽여주는 수준이었습니다(서브에이스 6개). 여기에 문정원 선수의 공격 컨디션도 훌륭했습니다(5득점, 서브에이스 2개).
단, 임명옥 리베로에 비해 문 선수의 리시브가 오늘은 조금 부정확해보이긴 했는데(리시브 24개, 정확도 50%), 그래서 1세트 초,중반에는 도로공사 특유의 (안정된 리시브를 바탕으로 한) 화려하고 다양한 패턴의 중앙 공격들이 보일 수 없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1세트를 접전 끝에 현대건설에 내주면서 잠깐 '현대가 이길 수 있겠구나' 생각도 했었는데, 역시 도로공사는 강팀이었습니다. 2세트 부터는 더더욱 본인들 모습 그대로 플레이를 이어가며 승리를 챙겨갔습니다.
임명옥-문정원 선수의 안정된 리시브에 이효희 세터의 '공격수를 골고루 활용하는 기복 없는' 토스워크, 배유나 선수의 빠른 이동속공(15득점), 여기에 박정아 선수의 분전(15득점, 공격성공률 28.57%)까지... 결국 오늘 경기 맞상대팀 현대건설과의 승점차를 7점차까지 벌리며 1위 자리를 완벽하게 다지는 도로공사! 8연승을 축하합니다.
반면 현대건설은 힘겨운 공방끝에 중요했던 1세트를 얻고도 계속된 악재로 씁쓸한 결말을 맞게 되었습니다.
우선 2세트부터 무언가 삐걱거렸던 엘리자베스 선수가 코트를 비우는 시간이 길었고, 결국 오늘 경기 13득점에 그친 점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경기 해설진은 "이다영 세터와의 호흡에 문제가 있어보인다(특히 후위공격 시)"는 의견이었는데, 확실히 어떤 부상문제는 아닌 것 같았고 카메라에 비친 엘리자베스 표정이 좋진 못했습니다.
결국 이도희 감독은 엘리자베스를 코트 밖으로 불러낸 채 고유민-한유미 선수의 플레이타임을 많이 가져갔는데, 두 선수는 아무리 활약해줘도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도로공사에서는 이바나 30득점에 박정아-배유나 선수가 각각 15점씩 더해준데 비해, 현대건설에서는 양효진 선수의 분전(26득점)에도 절대 이길 수 없는 승부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엘리자베스가 공격에서 평소와 같은 활약만 해줬더라면(한20~25득점?) 오늘 승리는 현대건설의 것이 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3세트 중반에 터진 또 다른 악재. 황민경 선수가 이바나 선수의 서브를 받다가 한유미 선수와의 충돌로 교체 아웃된 것이죠. 중계 때 다시보기로는 무릎과 발목쪽이 조금 삐끗한 듯 했는데 그대로 코트를 떠나 돌아오진 못했습니다. 부상이 어느 정도인진 지켜봐야겠지만, 직전 경기 때에도 같은 부위로 부상 및 휴식을 이유로 강제 결장했던 터라 걱정이 많이 됩니다. 모쪼록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랍니다.
■ 지난 인삼공사와의 경기 리뷰 때 썼는지 잘 모르겠는데, 확실히 이다영 선수와 양효진 선수의 호흡은 훌륭해 보였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중요할 때마다 이다영 세터는 양효진 선수를 찾았고, 양효진 선수의 중앙 속공은 상대방 코트의 빈곳을 콕콕 찌르며 확률 높았습니다. 이다영 선수 스스로도 중요할 때마다 박정아 선수를 블로킹 잡아내며 승부를 꾸역꾸역 이끌어 갔는데, 결국 결과는 좋지 못했네요. 오늘 경기도 풀타임에 힘이 많이 빠졌을 겁니다.
그리고 계속 지적하는 겁니다. 현대건설 레프트 고유민-한유미 선수는 오늘 경기는 분전해줬지만 일단 공격력이 많이 아쉽고, 한유미 선수는 수비도 안됩니다. 그렇다고 신인 이영주 선수(원래 포지션 리베로, 161cm)가 큰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분명 또 다른 레프트 자원을 찾아나서야 하는 현대건설입니다. 백업진의 육성이 시급해 보입니다.
반대로 현대건설과 도로공사 두 팀의 전력을 비교했을 때 확실한 차이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 도로공사엔 확실한 국내공격수 자원인 박정아 선수가 있다는 것이라고 제가 이야기 했었는데요. 오늘 박정아 선수 표정이 많이 어둡더군요. 경기 내내 범실이 이어져서였는지 작전타임 때 감독님께도 이야기 많이 듣는 모습이었고, 경기 중에는 임명옥 선수가 많이 다독여 주시더군요. 힘내세요, 박 선수. 지금까지 열심히 잘해오고 있습니다. 다음 경기도 잘 부탁하고요. 양팀 선수들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올시즌 기본적으로 참 잘해주고 있는 도로공사 문정원 선수. 다음에 김천 가면 그녀이 번호로 유니폼 마킹해야겠다.
박정아 선수는 공격 성공 후에도 사진과 같은 표정이라 팬으로서 보기에 안타까웠다. 힘을 내요, 박정아선수!
현대건설 양효진 선수는 진짜 사기캐릭터! 큰 키에서 내뿜는 시원시원한 공격이 오늘도 멋졌습니다.
오늘 경기도 최선을 다해 뛰어준 이다영, 엘리자베스 선수. 다음 경기(27일 다시 도로공사전)는 좋은 소식 있길 바래요.
p.s. 대다수의 현대건설 팬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선수 본인에게도 참 미안하지만) 한유미 선수는 안됩니다.
저는 이번 오프시즌 유독 많았던 FA 이적과 보상선수의 이동, 트레이드 속에 한유미 선수를 현대건설이 끝까지 지킨 이유가 의아했습니다. 은퇴가 다가온(1982년생) 선수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끝까지 지켜준다는... 뭐 그렇게 훈훈하게 이해했었는데, 이 선수가 팀의 핵심 교체멤버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그래도 고유민 선수는 아직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수비 시 몸이라도 던져가면서 뭐라도 해보려고 하는 게 보이는데, 한유미 선수는 더 이상 발전하고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연차는 아니잖아요?
차라리 올해 신인(전체 1라운드 3순위) 김주향 선수(센터) 포지션 변경을 시험해보든지, 로스터상에 있는 박경현 레프트(97년생)를 키워보든지 빨리 무슨 수를 내야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어차피 올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은 무난해 보이니까, 올시즌부터 세대교체를 천천히 준비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차라리 염혜선 선수의 FA 이적으로 보상선수를 받아올 때 IBK 변지수나 채선아, 아니면 김유리 선수 받아온대로 흥국과 다시 바꿔서 신연경이나 이한비 선수라도 받아오시지... 다 지나간 의미 없는 이야기입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