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9/1)는 말 그대로 스포츠 데이(Sports Day) 였습니다.
앞서 여자배구 대표팀의 동메달 소식과 여자농구 코리아팀의 값진 은메달 경기도 리뷰했지만, 아직 가장 큰 두 경기가 남아있었습니다. 진짜 메인이벤트죠.
먼저 어젯밤 11시까지 연장 혈전이 벌어졌던, 대한민국 전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남자축구 결승전! 대한민국 대 일본의 한판승부입니다.
축구경기 흐름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우선 경기 초반에는 우리 대한민국팀의 날카로운 공격력이 돋보였습니다. 시작부터 상대 골문으로 쇄도해 들어가며 맞은 찬스! 황의조 선수 발끝에 살짝 못미쳤고, 이후로도 숱한 찬스가 있었지만 쉽게 열리지 않은 일본 골문입니다.
반대로 후반전엔 일본 선수들의 움직임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선수들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더뎌진 반면, 일본 선수들은 경기 끝까지도 스피드가 살아있었습니다.'이대로 연장전에 넘어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고, 실제로 경기는 0대0! 전/후반 90분 경기를 모두 마치고 연장전입니다.
연장 전반 4분에 터진 이승우 선수의 골은표현 그대로 '천금의 것'이었습니다. 상대 일본 골문 앞에서 손흥민 선수가 한 번 접은 볼을 빼앗아(?) 그대로 슛팅! 온 국민의 막혔던 가슴을 뻥~ 뚫어준 대포알 한 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터진 황희찬 선수의 추가골!(연장 전반 10분)은 호날두 선수(Cristiano Ronaldo, 포르투갈)의 전매특허와 같은 러닝점프 헤딩슛을 보는 듯 했습니다. 상대 수비수보다 상반신만큼 더 뛰어올라서는 침착하게 헤딩! 공은 반대편 골 포스트쪽으로 정확하게 갖다박혔습니다.
연장 후반, 일본의 코너킥 상황에서 어수선한 중에 1골 잃긴 했지만 경기는 그대로 종료. 2대1 승리로 대한민국의 금메달입니다.
전체적인 느낌만 생각나는대로 몇 자 적겠습니다.
일단 그동안 우리 축구 국가대표팀을 봤을 때 문제점은 '박지성이나 기성용 같은 스타플레이어 한두 명에 너무 의존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은 달랐습니다. 에이스 손흥민 선수말고도 이에 발맞춰줄 수 있는 선수들... 황의조, 황희찬, 이승우 같은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승이 가능했습니다. 아무리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한 선수가 있다고 해도, 그 선수에 맞춰 보조해 줄 동료들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죠. 이번 팀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손흥민 선수는 욕심을 버리고, 전방에서 공격을 풀어나감과 동시에 수비까지 적극적으로 뛰어주는 모습이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이승우 선수(1998년생, 이탈리아 헬라스 베로나 FC)는 확실히 천재 맞네요. 저희 부모님께서는 계속 이승우 선수의 피지컬(173cm)을 아쉬워하셨는데, 우리는 메시 선수(Lionel Messi, 170cm)의 좋은 선례를 알고 있잖아요? 멋진 골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대회 득점왕(9골)을 차지한 황의조 선수의 골 냄새를 맡는 감각, 상대의 오프사이드 트릭을 무너뜨리고, 돌아가고 쇄도해 뛰어들어가는 움직임들...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본인 이름을 충분히 각인시켰고, 그리고 황희찬 선수는 차두리 선배와 같이 '너무 투박한' 그리고 어찌보면 '단순무식한' 스타일이 부정적으로 비칠 때도 있었지만, 우리팀엔 또 이런 유형도 필요하니까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꼭 한 번 언급하고 넘어가고 싶었던 이름. 우리 대한민국팀의 왼쪽 수비를 책임지며
예선 첫 번째 경기부터 결승전까지. 18일동안 7경기를 풀타임 가까이 출전한 김진야(1998년생, 인천 소속).
우리 국내축구(K리그)는 잘 안보다 보니까, 조현우 선수(대구FC소속, 골키퍼)도 이번 월드컵 때야 이름을
알게 되었는데, 김진야라는 선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그런 대회였습니다. 정말 잘 뛰더군요.
177cm, 68kg의 언뜻 왜소해 보이는 체구로 682분동안 쉬지 않고 뛰었습니다. 그리고 왼쪽풀백 자리가 원래
본인 주 포지션도 아니었다는군요. 대단합니다.
그리고 김문환, 이진현, 황인범, 황현수, 김민재, 장윤호, 송범근... 우리 선수들 모두 자랑스럽습니다.
사진 왼쪽부터 조현우, 손흥민, 황의조 선수.
사실 우리 국민들이 특히 이번 경기에 주목하게 된 이유가, 바로 손흥민 선수를 포함해 우리 선수들 병역혜택 여부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저도 EPL(영국 프리미어리그) 을 즐겨 시청하는 입장에서 손흥민 선수의 병역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거든요. 선수 본인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문제였죠.
결과는 해피엔딩이었습니다. 손흥민을 포함해 이번 대표팀 선수단 20명 전원이 혜택을 받게 되었다네요.
수준 높은 선수들의 경기하는 모습을 '2년이란 공백 없이' 볼 수 있게 된 입장에서, 팬으로서 기분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추가로 손흥민 선수는 이번에 소속팀과 재계약하면 연봉의 일부분이라도 사회 환원 해야하는 것 아닌가 싶네요.ㅎㅎㅎ 어쨌든 모두 모두 축하합니다.
■ 반대로 우리 야구대표팀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까지 응원 받지 못했던 대표팀이 있었을까'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어제 오후 6시, 대한민국 대 일본의 야구 결승전이 인도네시아 GBK경기장에서 펼쳐졌습니다.
저도 이번 아시안게임 단 1경기도 안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일하는 시간대랑 경기시각이 안맞은 부분도 있었고, 또 대회 이전부터 붉어진 병역을 둘러싼 대표선수 선발 잡음 등이 기분을 상하게 하기도 했었습니다.
경기는 3대0으로 끝이났네요. 예선 첫 경기에서 대만에 불의의 패배를 당했던 양현종 선수가 이번에는 자존심을 지켰고(6이닝 1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 박병호 선수의 쐐기포가 승부를 매듭지었네요. 대회 3연패입니다.
운명의 한일전에서 승리하고 금메달을 따낸 야구대표팀 선수들. 축하합니다.
이번 우승으로 야구에서는 총 9명의 선수가 병역을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 투수 함덕주, 박치국(두산), 최충연(삼성), 최원태(넥센), 그리고 야수 김하성, 이정후 (넥센), 오지환(LG), 박민우(NC), 박해민(삼성)
솔직히 저도 응원하는 삼성라이온즈 선수가 둘이나 있긴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네요. 이번 아시안게임을 두고 끝까지 병역을 미뤘던 일부 선수들의 꼼수 아닌 꼼수가 다른 많은 국민들에게 얼마나 밑보였을까요? 그리고 '최고의 팀'을 만들기 위해 최고의 선수들을 뽑아야 했음에도 '병역'이슈를 앞세워 새치기를 한 몇몇 선수들, 그로 인한 잡음들까지...
또 다른 나라들은 모두들 아마추어 선수들이 참여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리그 중단에 기를 쓰고 프로선수들이 참여했으니.. 처음부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이래저래 만감이 교차합니다. 나아가 앞서 쓴 바와 같이 축구와 야구에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 스포츠 팬들의 관점이 과연 옳은 것인가 고민되가도 하고요.
최정, 차우찬, 박건우, 정찬헌 대신 황재균, 이정후, 최원태, 장필준이 대체 출전
차라리 우리나라도 다음 대회부터는 대학 유망주 출신(아마추어)들로 팀을 꾸리든지, 아니면 아예 프로 1~3년차 정도의 선수들로만 팀을 꾸리도록 기준을 정하든지... 기존에 있는 제도를 활용한 것이긴 한데 계속 뭔가 걸리는... 다음부터는 확실한 기준이 필요해 보입니다. + 이정후 선수는 진짜 인정! 박해민 & 최충연 & 장필준 잘하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