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유지 비결로 ‘밥’을 꼽는 어른들이 많다. 제때 밥을 챙겨 먹기만 해도 따로 보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는 아주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이야기다. 맞벌이 부부가 크게 늘어 ‘밥 짓는 일’이 어렵고 귀찮아지기는 했지만 날이 갈수록 똑똑해지는 전기밥솥 하나만 있으면 만사 ‘OK’이다.
요즘 나오는 전기밥솥은 그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용량대도 작게는 6인용에서부터 크게는 40인용에 이르며, 가격대도 6만원부터 40만원을 넘는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전기밥솥은 초기에는 단순히 밥만 할 수 있었다. 이후 보온만 되는 전기보온밥통이 나와 전기밥솥에서 지은 밥을 전기보온밥통에 옮겨 따뜻하게 유지하는 형태가 됐다. 그러다 전기밥솥과 전기보온밥통을 혼합한 전기보온밥솥이 등장했고 지난 90년대 초부터는 전기밥솥과 압력밥솥의 장점을 결합한 전기압렵밥솥이 탄생했다.
또 최근에는 취사 정도를 색깔이나 음성으로 알려주는 전기밥솥은 물론 저녁에 지어놓은 밥을 아침에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해주는 등 먹는 시간까지도 챙겨주는 밥솥이 나왔을 정도로 더욱 편리해지고 있다.
더구나 요즘에는 전기밥솥 업체들이 밥솥까지도 집안 인테리어와 어울리도록 고려한 디자인을 채택하는 배려도 아끼지 않고 있는 데다 밥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는 다기능 요리기기로 변해가고 있다.
국내 밥솥시장에는 쿠쿠홈시스·웅진코웨이 등 전문업체군과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 그리고 조지루시를 중심으로 한 외국기업들이 다양한 제품군을 내놓고 치여한 판매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전기밥솥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쿠쿠홈시스는 전기보온밥솥, 전기압력밥솥, IH압력밥솥 등 다양한 종류의 전기밥솥 200여종을 판매하고 있다. 전기보온밥솥의 경우 3인분을 지을 수 있는 소용량 제품은 6만∼7만원대이며 10∼17인분은 8만∼10만원대, 17인분 이상의 대용량 제품은 10만원 이상이다. 전기압력밥솥은 6인분 제품이 26만∼28만원대이며 10인분 제품은 30만∼40만원대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주력제품은 최근 출시한 쿠쿠 IH전기압력밥솥 ‘CRP-HB1010FY’. 내솥 바닥과 뚜껑을 올록볼록하게 딤플처리해 쌀에 열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밥이 빠른 시간 안에 골고루 익게 함으로써 밥맛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컬러 LCD창이 있고 8중 안전장치와 음성안내 기능도 갖추고 있다. 요리기능도 다양해 삼계탕과 갈비찜 및 숭늉과 누룽지도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차별화된 기능과 디자인의 10인용 ‘도날드형’ 압력밥솥 2종을 주력모델로 출시했다. 이들 제품은 ‘3단 디지털 압력조절’ 기능으로 밥맛까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압력을 강압력·약압력·일반밥맛 등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또 ‘생생보온’ 기능으로 8시간 저온보온한 후 일반온도로 돌아와 밥이 말라붙거나 변색되는 현상을 최소화했다. 가격은 19만원대.
삼성전자의 또다른 주력제품인 6인용 압력밥솥 ‘SJ-A160W’는 올록볼록 엠보싱 뚜껑과 저온보온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 가격은 14만8000원대.
LG전자도 18만원대의 10인용 IH압력밥솥 ‘P-M112V’ ‘P-M112R’ 등 2종을 내놨다. 이 제품은 밥솥 밑부분만 가열하는 열전도 방식의 일반 열판압력밥솥과는 달리 전자유도가열(IH) 방식으로 입체적으로 가열해 솥 전체를 통째로 가열함으로써 밥맛과 보온성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2단 자동압력센서를 채용해 쫀득쫀득하고 찰진 밥맛을 내주는 ‘압력취사’ 기능과 윤기있고 고슬고슬한 일반 밥맛을 내는 ‘일반취사’ 기능이 있다. 특히 가마솥과 같은 무쇠재질의 스테인리스 5중 내솥을 통해 강한 화력으로 밥알 속까지 찰지게 익혀준다.
최근 웅진코웨이가 인수한 두원테크는 12만원대의 10인용 전기압력밥솥이 주력제품. ‘마마’ 브랜드의 명성에 걸맞게 70여가지의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다. 이밖에 부방테크론과 대웅전기 등도 11만원에서 13만원대의 다양한 전기밥솥을 판매하고 있다. ◆밥맛의 비밀
LG전자 창원공장의 뒤뜰 한켠에는 커다란 가마솥이 하나 걸려있다. 그냥 폼으로 걸어놓은 것이 아니라 가마솥에서 지은 밥이 맛있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한 실험도구다.
가마솥의 모양에 따라 불을 지폈을 때 가마솥 내부에서의 열기 순환경로와 내부 곳곳의 온도변화 등이 모두 관찰 대상이다.
LG전자는 수년전부터 이 곳에서 엄청나게 많은 양을 밥을 지어보는 과정을 반복해가며 가마솥에서 지은 것과 같은 밥맛을 재현한 IH압력밥솥을 개발했다. IH압력밥솥의 가격이 비싼 이유도 이같은 실험과 연구를 통해 밥맛을 높였다는 데 있다.
그러나 ‘밥맛은 솥으로만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이 당시 ‘밥짓는 사나이’로 불리던 IH압렵밥솥 연구원의 결론이었다. 밥맛은 밥솥의 형태와 가열온도 등 외부적인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쌀’의 상태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사실 똑같아 보이는 쌀도 그 종류와 상태가 천차만별이다. 이를테면 백미와 현미가 다르고 바로 수확한 햅쌀과 수확한 지 1년이 지난 쌀은 달라도 한참 다르다.
그가 말한 ‘밥맛’을 내는 또다른 요소는 바로 이같이 천차만별로 다른 쌀의 수분 상태다. 오래된 쌀일수록 수분 함유량이 적기 때문에 똑같은 양을 물을 넣었을 때에도 밥이 질거나 될 수 있다.
결국 그도 이처럼 각기 다른 상태인 쌀로 같은 밥맛을 내기 위해 오래된 쌀은 물에 불려 밥을 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요즘 들어 아주 우수하고 편리한 성능의 전기밥솥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모두가 ‘밥맛’과 부가기능으로 승부하는 제품들이다. 하지만 전기밥솥으로 더욱 좋은 밥맛을 내기 위해서는 무조건 밥솥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밥짓는 사나이’처럼 쌀을 고르고 쌀의 수분상태를 관찰하는 자그마한 정성도 필요하다. ◆구매포인트
전기밥솥은 종류가 다양하고 가격 차이도 심한 데다 제조사마다 특화된 기능이 있어 구매시 제품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뭐니뭐니 해도 밥맛. 그러나 아쉽게도 이는 제조사마다 밥을 짓는 최적의 온도와 상태 등에 대한 노하우를 공개하지 않는 데다 밥맛을 좌우하는 요소가 너무 많아 쉽게 알아볼 수 없다. 따라서 주변에서 먼저 사용해본 이들의 조언을 듣는 방법밖에 없다.
구매에 앞서 밥솥의 주용도와 식구수에 맞는 용량을 먼저 확인하고 이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기본이다. 밥솥의 종류에는 전기보온밥솥과 전기압력밥솥이 있다. 전기압력밥솥의 경우는 보온밥솥에 비해 밥을 빨리 찰지게 지을 수 있어 빠른 취사를 원하면 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한번 해둔 밥을 조금 오래 두고 먹어야 하는 경우에는 보온력이 좋은 전기보온밥솥 가운데 골라야 한다.
싱글족이라면 3∼6인분의 소형 밥솥을 사야하겠지만 대가족일 경우에는 10인분 이상의 대형 밥솥이 필요하다. 전기보온밥솥의 경우 40인분까지 지을 수 있는 초대용량 제품도 나와있으므로 가족수와 밥짓는 횟수 등을 고려해 적당한 용량대를 선택하면 된다.
또 최근 출시되는 전기밥솥은 단순히 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찜과 케이크, 피자, 숭늉, 누룽지, 죽 등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는 종합 요리기구로서의 기능도 갖추고 있으므로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를 한번 생각해보고 구매에 나서는 지혜도 필요하다.
밥만할 것이라면 단순한 기능의 제품을 고르는 것이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손님접대가 많아 다양한 요리를 해야 할 경우에는 기능이 많은 제품을 고르는 것이 무난하다.
다음으로 고장이 났을 때 신속하게 AS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도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간단하게 AS센터 위치와 품질보증기간 정도만 확인해도 좋을 것이다. 일반적인 품질 보증기간은 1년이다.
제품의 안전성도 꼭 따져봐야 한다. 특히 전기압력밥솥은 고온·고압으로 밥을 짓기 때문에 안전장치가 제대로 갖춰졌는지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