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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비너스 신전 -미인에 관한 담론들-
김원숙 (문학박사, 미학전공)
고대 아테네인들은 미적 이념과 윤리적 이념의 결합체로서의 인격인 선미인(善美人, καλοκάϒαθος, Kalokagathos)을 진정한 이상적 미인으로 여겼다. 서구문화에서 하나의 이미지로서의 미의 전형은 비너스(Venus)였다. 오늘날까지도 미인의 상징적 표현으로 사랑과 미의 여신인 비너스가 흔히 사용되고 있다. 비너스, 삼미신(The Three Graces), 그리고 파리스의 심판(The Judgment of Paris)은 위대한 화가들의 단골소재가 되어왔다. (그림 1) Sandro Botticelli <The Birth of Venus 1486> 캔버스 위에 템페라 172.5 ×278.5cm. 피렌체 우피치미술관 소장 비너스의 탄생신화는 다음과 같다. 자식에 의해 무참히 잘려진 천궁신 우라노스의 거대한 남근이 파도에 둥둥 떠다니면서 많은 정액을 흘리고 다녔고, 그것이 거품(그리스어로는 아프로)과 어울려 세상에 더없이 아름다운 여자아기가 태어났다. 이 여자 아기는 조가비 배를 타고 떠도는 동안에 수줍은 처녀로 성장하였으며 마침내 키프로스 섬에 도착하였다. 이리하여 미와 사랑의 여신 비너스(아프로디테)가 탄생했다. 르네상스기 화가 보티첼리는 이 그림에서 화면 왼쪽에는 서풍의 신 제프로스와 그의 연인이 비너스를 해안으로 인도하고, 오른쪽에는 비너스에게 계절의 여신 호라이가 겉옷을 바치고 있는 구도를 보여준다.
동양에서도 고래로 시문학에서 미인을 찬미하여 노래하였다. 중국의 4대 미녀를 이르는 말로 침어(沈魚, 물고기가 물에 비친 서시의 아름다움에 취해 헤엄치는 것을 잊어버렸다는데서 생긴 말. 서시는 춘추전국시대 말기의 월나라의 여인), 낙안(落雁,한나라의 미인 왕소군을 이르는 말로 기러기가 거문고를 연주하는 왕소군의 아름다움에 빠져 날개 움직이는 것조차 잊고 땅으로 떨어졌다는 이야기에서 생긴 말), 폐월(閉月, 삼국시대 초선을 가리키는 말로, 밤하늘의 달조차 부끄러워 구름으로 얼굴을 가렸다는 미모를 이름), 수화(羞化, 그 유명한 당대의 미녀, 양귀비를 일컫는 말로써 꽃도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는 이야기인데 양귀비가 화원에서 우울함을 달래고자 함수화를 건드렸는데 그 꽃이 바로 잎을 말아 올렸단다)라는 문학적 표현이 있다. 또한 여성의 미모를 감상의 대상으로 하는 회화를 미인화라고 부르면서 회화예술의 한 분야로 삼는 것은 한국, 중국, 일본과 같은 동아시아 문화의 특색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전반적인 역사를 돌이켜보면, 요즘 대중매체의 꽃미남이라는 코드가 있긴 하지만, ‘미인’이라면 대개가 ‘아름다운 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미인은 그저 아름다운 용모의 여성에 대한 지시 너머의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는 문화적 지표이다. “내면과 나는 아름답고 외면과 너는 추하다. 귀는 아름답고 천은 추하다. 상은 아름답고 하는 추하다. 유복은 아름답고 빈곤은 추하다. 성은 아름답고 속은 추하다. 선은 아름답고 악은 추하다.”라는 미의 관념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적으로 미인이라는 가치판단의 메타포는 인류문화의 보편현상이다.
미인의 기준은 용모의 아름다움 이외의 다른 요소에도 좌우된다. 인간에 대한 미추판단에는 순전한 미학적 판단 이외에 문화 간의 권력관계에 관한 헤게모니의 영향이 강하게 내재되어 있다.
오늘날 서구적 특성을 지닌 미인들이 선호되는 현상은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이와 같은 미인의 판단에 따른 미의식은 동양과 서양, 선진국과 후진국이라는 이데올로기와 대응된다. 근대 이후로 서양의 미인상이 전 세계에 압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인터넷과 위성방송과 같은 대중매체의 발달과 더불어 전 세계에 흘러넘치는 소비문화는 비서구세계의 가치관과 심미관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의 어느 시기보다 오늘날의 미의 기준의 획일화, 표준화로 나타나고 있다.
(그림 2) Peter Paul Rubens <The Judgment of Paris 1639>
17세기의 화가 루벤스가 그린 여러 버전의 <파리스의 심판> 중 하나이다. 이 그림에는 ‘가장 아름다운 자가 나를 소유하라’라고 쓰인 사과를 든 헤르메스가 보이고 파리스가 이 사과를 헤라, 비너스, 아테나 여신 가운데 과연 누구에게 줄까 고민하고 있다. 결국 사과는 에로스와 함께 붉은 망토를 매혹적으로 늘어뜨리고 가운데 서 있는 비너스의 차지가 되고, 파리스는 이 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헬레네를 얻게 되지만 트로이 전쟁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
근대 이래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미인의 기준은 얼굴의 비례와 조화 이상으로 서구식 체형의 긴 다리와 풍만한 가슴, 탐스런 둔부를 강조하는 체형이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1960년대 성해방의 물결을 따라 성적 매력은 미인에게 빠뜨릴 수 없는 요소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외형적 미의 관점에서 고려되는 대상은 이른바 양가집의 정숙한 부인이나 처녀들이 아니라 대체로 남성들과의 접촉이 비교적 자유로웠던 창기, 기생 등의 유녀들이었으나 요즘에는 미녀하면 흔히 여배우를 연상하게 된다.
현대의 미인은 생산되고 소비된다. 날마다 그리고 매순간,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들기 전까지 길거리에서, 각종 잡지와 간판, TV 광고나 드라마 화면, 영화 스크린 위에서, 우리들은 무심하고 차가운 시선의 미인을 만난다. 광고 속의 미인은 제각기 나름대로의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지극히 몰개성적이며 표준적인 하나의 이미지다. 미인은 산업사회의 전략 상품으로 간주될 수 있다. 오늘날 미인이라는 상품의 생산과 유통은 산업의 전 부분에 걸친 경제활동과 긴밀하게 연계되어있다. 미인은 자본주의 사회의 꽃이라 불리는 바로 그 광고의 꽃이다. 말하자면 꽃 중의 꽃인 셈이다. 미인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가장 핵심적인 코드 중의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현대 미인의 초상을 묘사하기란 몹시 어려운 일이다. 도대체 미인이란 무엇인가? 미인에 관한 보편적 기준은 존재하는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의 미인의 조건은 무엇일까? 과연 미녀와 추녀의 객관적 판단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가?
미인의 기준은 인종, 문화, 사회, 시대 그리고 개인이 기호에 따라 상이하다. 그리고 현대인의 미인관에는 철학, 미학, 역사학, 심리학, 인류학, 사회학 그리고 문학이나 미술과 같은 예술분야를 비롯해 엄청나게 다양한 분야에 걸친 수많은 담론들이 존재한다.
서양의 경우, ‘미인=아름다운 인간’에 대한 담론은 미의 역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서양에서 인체의 비례관계를 계량화함으로써 조화로운 미를 설명하려는 움직임은 기원 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서양 고전미학이론에서 일명 ‘대이론(The Great theory)’으로 불리는 객관적 미론은 대상이 미의 속성을 담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고대 그리스부터 근대 18세기까지 이어져온 이 이론은 거의 2000여 년간 서양미학사의 큰 줄기를 형성해 왔다.
(그림 3) Sanzio Raffaello <The Three Graces 1504-1505> 목판 유채 17 x 17cm. 샹티이 콩데 미술관 소장.
삼미신으로 일컬어지는 카리테스는 제우스의 딸들이며 '미', '우아', '은혜'가 의인화된 여신들이다. 대부분의 전통은 로마의 시인 헤시오도스가 분류한 삼분법에 따라 아글라이아(광휘), 에우프로쉬네(환희), 탈리아(축제)라 불리는 세 명의 여신으로 분류한 것에 따른다. 한편 호메로스는 이들 중 막내를 파시테이아(미덕)라 명명하였다. 여러 화가들이 반복하여 그려졌던 이 도상이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라파엘로에 이르러 각각 정숙·청순·사랑을 상징하고 있는 세 여인으로 각기 손에 사과를 들고 있다.
객관적 미론이 지속되는 동안 여러 사상가들과 예술가들은 미인의 객관적 수치를 제시하고자 노력해 왔다. 이들은 미인의 조건을 조화, 균형, 비례, 광휘 등의 속성으로 설명한다. 카논(canon)으로 명명되는 비트루비우스, 레오나르도 다빈치, 알브레히트 뒤러 등이 이상적 인체비례를 객관적 수치로 구현하고자 한 시도는 객관적 미론을 형성한다.
또한 동양에는 단순호치(丹脣皓齒), 명모호치(明眸皓齒), 설부화용(雪膚花容), 옥모선자(玉貌仙姿), 화용월태(花容月態), 섬섬옥수(纖纖玉手), 유미봉요(柳尾蜂腰)에서 유래된 미녀의 조건으로 삼백(三白;살결·이·손이 희어야 하고), 삼흑(三黑;눈동자와 눈썹과 머리는 검어야 하며), 삼홍(三紅;입술과 손톱·볼은 붉고), 삼장(三長;키와 머리와 손가락은 길어야 하며), 삼광(三廣;가슴과 이마와 미간은 넓어야 하며), 삼협(三狹;입·허리·발꿈치는 좁아야 하며), 삼비(三肥;팔과 허벅지와 젖가슴은 통통해야 하고), 삼세(三細;손가락과 머리카락·입술은 가늘어야 하며), 삼소(三小;머리와 코와 턱은 작아야 한다)가 있는데, 이 역시도 객관적 미론의 입장에서 파악될 수 있다.
그런데 과학적 측정과 분석 모두 아직까지 미모를 설명해 낼 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들은 여전히 미의 객관적 수치에 미련을 가지고 있다. 그러고 보면 오늘날의 여러 미인선발대회는 상당히 고전적인 미의 관념에 근거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근대 생리학의 발달로 인해 미인에 관한 형태심리학적 담론이 있다. 찰스 다윈이 “인간의 마음 속에는 인체의 아름다움에 대한 모종의 보편적 표준이 분명 내재한다”고 주장하였다. 최근 미인은 평균적인 얼굴이라는 사실이 컴퓨터 기술을 사용한 조사에서 밝혀졌다. 그러나 이것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일찍이 ‘아름다움은 평균값’이라고 한 설명에서 더 나아간 바가 없다. 인간의 미추판단은 선천적인 생리적 이유에 근거하기도 하고, 사회활동 속에서 후천적으로 학습과정을 거친 습득의 산물이기도 하다.
18세기에 접어들면서 근대미학의 성립과 더불어 주관적 미론의 주장이 대두되기에 이른다. 미인의 판단이 인간성과 사회성에 좌우된다. 근대 미학의 차원에서 미인에 관한 담론은 이제 인식하는 주체에 그 무게가 실리게 된다. 말하자면 아름답게 바라보는 시각, 지각(perception)으로 인해 비로소 미인이 완성된다는 주장이다. 미인에 대한 판단기준은 외형적인 미, 즉 비례, 균형, 조화와 같은 형상에서 벗어나 심리적 거리 혹은 대상과 인식주체와의 관계에 의해 형성된다. 미인이란 전체적인 하나의 이미지다. 이미지인 이상 이것은 ‘관계의 문제=관계성’을 띤다. 미녀, 추녀라고 하는 판단은 두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비로소 성립가능하다.
미모는 연애감정과 깊이 연관된 판단이다. 따라서 아름답게 보이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미모인가 아닌가하는 문제와 반드시 대등한 관계가 아니다. 바로 마음이 움직이느냐 움직이지 않느냐가 미인에 대한 평가기준으로 성립한다. 어떤 문화에서건 아름다움에 대한 판단은 자의적이며 당사자들 이외에는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경우가 있다. 미모에 대한 판단이 심리적 요소에 좌우된다. 이렇게 볼 때, 미녀가 실재한다기보다는 개개인의 상상의 세계, 꿈의 세계 속에서만 존재한다.
(그림 4) <Venus of Willendorf> 기원전 25000-20000년, 빈, 자연사 박물관 소장.
지금의 오스트리아 지역에서 출토된 구석기 시대의 유물로 겨우 10.3cm 높이의 작은 크기다. 출토지역의 이름을 붙여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라 불리는 이 상은 인류최초의 것으로 다산풍요의 상징으로 제작되었으며 당시의 미인상을 짐작케 해 준다. 얼굴에 대한 세부묘사는 생략되어 있으며 오직 풍만한 유방과 둔부에 대한 강조가 있을 뿐이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라 불리는 구석기 시대의 인물상은 현대 미인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우리들에게 종종 ‘아름답다’라는 말은 한 대상을 미적으로 바라보기에 매력적이라는 사실뿐만 아니라 그것이 그 이상의 어떤 목적을 위해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재 우리사회의 미인 코드는 그저 젊음이 아니라 아이처럼 어려보이는 얼굴, 어쩐지 고급스러워 뵈는 이미지, 그리고 단지 슬림하기 보다는 탄력 있는 바디라인과 치명적인 섹시함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S라인 열풍으로 대변되는 섹시라는 매력은 기본적인 인간의 성적 욕망을 반영한다. 성적 욕망은 결코 소유할 수 없는 것이기에 보다 깊은 갈망을 전제한다. 최근 개봉된 김기덕 감독의 영화 <시간>에서 시간의 부식에 대항하기 위해 여주인공이 행한 얼굴성형수술은 자기 존재와 자기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의 장치로 사용된다.
오늘날에는, 아주 특별한 경우와 비용문제를 제외한다면, 누구라나 미인이 될 수 있다. 우리들은 이제 자본과 기술이 미인을 만드는 소위 ‘미모의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성형술의 발달로 인해 동시대의 미의 사제들은 어떠한 추녀라도 평균 미인으로 창조해 낸다. 몇몇(어쩌면 대다수의) 연예인들과 주위 사람들 혹은 매스컴의 한 프로그램인 <신데렐라프로젝트>에서 그야말로 우리들은 그러한 극적 변화를 어렵지 않게 목격한다. 현대인들은 성형외과로 달려가 흰 가운을 걸친 미의 사제들에게 기원을 한다. 현대의 비너스의 신전에서 사람들은 젊은 날의 미모를 꿈꾸며 지난 세월을 흔적을 지우려 하기도 하고 어느 여배우의 코와 눈과 입술과 얼굴형을 그리고 S자의 바디라인을 마치 자판기에서 밀크커피 버튼을 선택하듯 주문한다.
오늘날 미인은 하나의 이미지로 존재한다. 이 이미지는 인간의 욕구와 욕망과 관련된 환영이다. 20세기 미술사가인 클라이브 벨(Clive Bell)은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말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훌륭한 시대에 살고 있다. 보통 남자의 경우에 있어서 ‘아름답다’라는 말은 대체로 ‘탐난다(desirable)’는 말과 동의어이다. 즉 이 단어는 필연적으로 결코 어떠한 미적 반응도 함축하지 않는다.” 여기서 ‘훌륭한 시대’라는 벨의 표현이 무엇을 의미할까 잠시 생각해 보게 되긴 하지만, 어찌되었건 이제 미인은 더 이상 고전적 개념의 미의 차원에 머물러 있지 않다. 그러나 미인은 앞으로도 영원히 남성의 입장에서는 못내 탐내마지 않는 욕망의 대상이며, 여성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이상임엔 틀림없다.
(그림 5) 잡지 <VANITY FAIR>의 2006년 헐리우드 특별호의 표지사진.
<배너티 페어>의 표지사진으로 현재 헐리우드에서 가장 촉망받는 젊은 여배우인 스칼렛 요한슨과 키라 나이틀리(20)가 전신누드로 촬영해 화제가 되었다. 엎드려 누워 우아한 포즈를 취한 스칼렛 요한슨은 둔부를 드러내고 키라 나이틀리는 다리를 뻗고 앉은 자세로 벗은 상반신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 구찌의 디자이너 톰 포드는 여배우들과는 대조적인 정장차림으로 표지를 장식했다. 당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19세기 인상주의 화가 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부드럽고 우아한 색조의 누드는 부쉐나 프라고나르의 로코코풍 회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 표지사진은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너무 야하지 않게 그리고 매우 세련된 시선으로 교묘히 포장해서 보여주고 있다.
미인상은 시대, 문화, 민족에 따라 상이하게 변해왔다.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 미인에 대한 기준과 조건은 끊임없이 변화해 나갈 것이지만, 인류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미인에 관한 담론들은 지속될 것이다. 이 담론 속에서 하나의 이미지로서만 존재 가능한 미인은, 쟈끄 데리다식으로 말하자면, 무수한 씨니피앙(記標) 사이를 전전할 것이고 그 씨니피에(記意)는 영구히 차연될 것이다. 담론 속에 등장하는 미인의 이미지는 현실세계 속에서 실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의 관념 속에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이상으로만 그 존재의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기에 미인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한층 더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만약 파리스라면 어떤 판결을 내릴까? 정의, 권력, 지혜보다도 미의 손을 들어준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의 파리스의 심판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듯하다. 여전히 ‘미’라는 욕망의 사과는 오롯이 비너스 여신의 몫이다. 정신성이 결여된 경박한 루키즘(lookism)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내부에 그러한 욕망이 현존하는 한 적어도 성형수술은 현대인의 상처받은 영혼의 구원의 사닥다리가 되며 시간과 마음을 붙잡는 묘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의 비너스의 신전에서 구현되는 미인은 섹시하고 유쾌하며 그지없이 사랑스럽게 그 아름다움의 광휘를 유감없이 발산하고 있다.
(그림 6) Michelangelo da Caravaggio <Narcissus> 로마국립고대미술관 소장.
어느 날 사냥에 지쳐 목이 말라 숲 속의 샘을 찾은 나르키소스가 몸을 굽혀 물을 마시려다가 물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손을 내민다. 그러나 물에 손이 닿으면 일렁이며 흩어져 버리고마는 잡히지 않는 황홀한 물그림자에 안타까워하고 괴로워하던 나르키소스는 그 자리를 뜨지 못하고 그 곳에서 결국 죽고 만다.
현대인들은 나르키소스처럼 도저히 잡히지 않는 또다른 자신의 아름다운 물그림자를 찾아 헤매고 있는지도 모른다. (*)
첫댓글 요즘 지난 일기를 쓰시는 분들이 많으데 보살님은 아직 앞만 보고 가십니다....그런면에선 보살님은 아직 순수하십니다^^** 감사합니다. 아미타불_()_
昭壁 부처님... 이제 봄이 되려 합니다. 잘 지내고 계시지요?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
미재님의 강의 재미있어요^^...감사합니다.나무아미타불_()_
수형부처님의 맑은 향기가 늘 그립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
이렇게 높은 수준으로 격상시켜주신 미재님,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_()_ (참, 사진 하나 빠졌어요. 미재부처님 사진^^)
보원부처님...^^~ 새 봄에 더 많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나무아미타불 _()_ 이 곳의 봄꽃사진도 담아 올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