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고전인 흥부전을 탈춤으로 각색한 작품. 원전의 줄거리를 심하게 왜곡하지 않고 생략과 상징으로 보는 이의 상상력을 유발시키려고 한다. 특히 음악적 요소가 강한 판소리 흥부가를 탈춤을 표현하여 탈과 춤이라는 조형성과 연행성의 조화를 꾀한 작품' (전국민족극한마당 리플렛)
사실 마당극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도 초보 수준이지만, 탈춤은 나에게 더욱 문외한의 분야이다. 학교 다닐 때, 국어교과서에 실린 봉산탈춤 내용을 접해보고, 대학문예패의 공연을 통해서만 접해보았을 뿐이다.
그래서 '저 놀부 두 손에 떡들고'라는 작품은 실제 행동과 대사를 통해서 전달되는 데에만 마당극의 관점을 둔 나의 입장에서는 좀 재미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고 했던가. 여하튼 배경지식이나 탈춤에 대한 이해가 없는 터라 느끼는 것이 별로 없었다고 해야 솔직한 표현이겠다.
리플렛의 기록에서도 그랬듯이 이 공연은 원전의 줄거리는 별로 왜곡시키지는 않았으나, 도입부분을 길게 가져가고 결말을 빠르게 진행시키는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도입부분에서는 흥부가 놀부네 집에서 쫓겨나기 전의 이야기들, 흥부 아이들 소개하는 부분들, 흥부와 흥부아내가 잠자리하는 이야기들은 춤으로서 일일이 표현했고, 제비가 날아들어 다리를 고쳐주고 흥부는 복을 받고 놀부는 벌을 받고 다시 흥부와 놀부가 화해하는 장면까지는 속전속결로 몰고 갔다.
춤에 대해서는 워낙에 아는 것이 없는터라 더 이상 얘기를 하지 못하겠고(더군다나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인 경우는 전국에서 내노라하는 사람들이 각지에서 모여 만든 거라 배우 개개인의 춤 솜씨에 대해서는 거론할 여지가 없다고 본다) 구성에 대해서만 잠시 언급하고 물러나겠다.
리플렛을 받아보고 나서 나는 좀 긴장했다. 왠지 '생략'이라는 단어와 '상징'이라는 단어를 보면 심히 그렇게 된다. 혹시 의도하는 바를 내가 다 파악하지 못할까봐서 겁이 나는게 사실이다. 그래도 '흥부전' 자체가 워낙 보편적으로 알려진 이야기다보니 극의 이해에 대해서 별로 오해를 할 부분은 없었다고 본다.
단지 내가 갖는 의문은 무엇이었냐면, '생략'과 '상징'의 기준이 어떤 것이었냐 하는 것이다.
만약에 내가 작가였으면 박 타는 장면에서 놀부가 벌을 받고 형제가 화해하는 장면에 더욱 강조를 하고 다른 부분들은 설렁설렁 넘겼을 것 같다. 그래서 도입부분이 길어지자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사실 이 공연이 우리가 접해보던 마당극에 비해서 호흡을 굉장히 길게 가져갔다.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것은 극의 특징이니까 내가 좀 지루하기는 했지만 흥미롭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다만 도입을 호흡도 길게 하고, 내용도 굉장히 세부적으로 들어갔는데, 그럼 결말 부분까지 가려면 이 공연은 도대체 몇 시간이나 할까 싶었다. 뭐, 나의 착각이었다. 처음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으로 결말까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제목으로 보면 '저 놀부 두 손에 떡들고'라고 했으니 그러면 놀부의 만행에 대해서 이야기를 길게 했냐. 또 그것도 아니었다. 나중에 여쭤보니 그냥 술 먹다가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너무 제목이라는 것이 집착을 했던 것이었나?
또한 결말 부분에서 (음향효과로 제비가 울어대고 흥부가 애틋하게 제비 날아오는 것을 바라보는 장면과 바로 이어서 놀부가 제비다리를 툭 분질러버리는 장면, 흥부가 성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고 그림자 극 비슷하게 해서 놀부의 집이 박에 깔려 망하는 장면 등) 관객들이 다양한 해석을 하게끔 했다고 작품 토론회 시간에 연출이 얘기를 했었다. 그러면 그 '다양한 해석'이라는 말이 권선징악, 그 자체에 대해서 우리가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하는 것인지, 배우 여기나 춤을 두고 해석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아직까지 정리가 안된다.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이렇게 밖에 소감문을 못쓰는 이유는 내가 탈춤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리얼리티를 가져가야 마당극을 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관점에서는 감정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별로 없어서이기도 하고. 그래도 춤꾼들의 명춤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