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장에 들어서면 묘한 설레임이 인다. 단단한 육지를 떠나 일렁이는 파도를 타고 지평선 넘어 어디론가 떠난다. 평소에는 접하기 어려운 생경한 체험이다. 검푸른 파도와 비릿한 바다 내음, 고동소리, 그리고 갈매기. 객실 공기는 여행객들의 흥분으로 들떠있다. 갑판위 사람들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지평선을 응시한다. 이대로 계속 가면 어디가 나올까. 호기심이 일기는 아이도 어른도 마찬가지다. 육지에서는 고단했을 사람들. 바다 한 가운데서는 저마다 꿈을 꾸는 지 얼굴이 빛난다.
선유도 가는 바닷길은 언제 가도 아름답다. 대구에서 왔다는 한 아주머니는 제주도보다 낫다며 탄성을 연발한다. 이어 군산 시민들의 의식에 문제가 있다며 젊잖게 한 마디 한다. “택시기사도, 음식점 주인도 선유도에 뭐 볼 것 있다고 가느냐고 핀잔했다”며 “스스로 폄하하는 의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일침을 놓는다. 맞는 말이다. 내 것을 내가 사랑하지 않는 데 누가 사랑해줄 것인지 답은 분명하다.
그러나 선유도는 아름답다는 말로도 부족한 섬이다. 선유도는 20여 개의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고군산열도의 한가운데에 위치한다. 이름 그대로 선녀가 놀다 갈만큼 빼어난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섬은 크지 않지만 올망졸망한 볼꺼리로 가득하다. 단단한 호두 속과 같다. 군산항에서 50여km. 뱃길로 1시간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섬은 삶에서 지친 사람들에게 위안을 준다. 선유도의 선착장 풍경은 갓 잡아올린 생선마냥 펄펄 살아 숨쉰다. 타고 내리는 사람들로 분주한 한편에서는 새끼 소라와 옥수수를 파는 노점상이 즐비하다. 해삼·멍게를 안주삼아 소줏잔을 들이키는 이들의 목소리로 선착장은 시끌벅적하다.
오토바이를 개조한 콜택시(섬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가 인상적이다. 선유도는 무녀도, 장자도, 대장도와 연결돼 있다. 네 개의 섬을 한꺼번에 둘러볼 수가 있기에 제대로 보려면 운행수단이 필수적이다. 이 가운데 자전거 하이킹은 섬 여행의 백미다. 때로는 바닷가를 달리고, 때로는 숲을 지나는 자전거 하이킹은 자유를 선물한다. 선유도 오른쪽은 무녀도, 왼쪽은 장자도와 대장도가 있다. 선유교를 건너면 무녀도이다. 이 섬 옆에 장구 모양의 장구도과 술잔처럼 생긴 섬 하나가 붙어있어 무당이 상을 차려놓고 춤을 추는 형상이라 해서 무녀도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러나 옛 지명은 바쁘게 서둘지 않으면 먹고살기가 힘든 섬이란 뜻의 ‘서들이’였다. 무녀도에는 3만여 평의 논과 18만여 평의 염전이 있어 섬 속의 육지로도 불린다. 11.6㎞에 달하는 해안선을 따라 도는 재미가 각별하다. 지금은 보기 힘든 천일염전에서 소금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세계 최대의 모감주나무 군락지도 유명하다.
선유도는 1구(통개마을), 2구(진리마을), 3구(진월마을), 4구(남악마을)로 구성돼 있다. 2구 진리마을이 섬의 중심이다. 마을 앞으론 선유팔경 중 하나인 명사십리와 망주봉이 펼쳐있다. 한 여름에는 피서객으로 북새통을 이뤄겠지만 지금은 한산하다. 명사십리에 핀 해당화를 보며 걷기를 15분여. 망주봉이 있는 진월마을이다. 망주봉은 진안 마이산과 닮았다. 등산장비가 없으면 숫마이산은 오를 수 없듯이 망주봉도 한 봉우리만 오를 수 있다. 정상에서 바라본 고군산열도의 풍광과 해질녁 노을은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진월리 일대는 갈대밭이 무성해 가을이면 색다른 풍치를 선사한다.
망주봉을 내려와 선유 4구 남악마을로 향하는 오솔길은 편안하다. 솔가지를 흔드는 바닷바람과 새소리에 몸과 마음을 맡기노라면 꿈결같다. 남악마을은 섬의 끝자락에 있다. 그래서인지 한산하다. 이 곳의 몽돌해수욕장은 초등학교 운동장 반쯤 크기다. 아담한 해수욕장에는 빛깔 고운 형형색색의 몽돌이 해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파도가 밀려올 때면 몽돌끼리 부딫히며 내는 소리가 환상적이다.
선유도 왼편에는 장자도와 대장도가 있다. 장자교(268m)를 건너면 장자도이다. 장자교를 건너자마자 왼쪽 산길로 오르면 전망대가 나온다. 이 곳에서 보는 장자교와 망주봉, 명사십리, 남악마을은 한폭의 그림같다. 장자교 위에서의 바다낚시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이처럼 선유도는 다양한 볼거리와 재미를 간직하고 있다. 무엇보다 화려함을 넘어 장엄하기까지 한 선유도의 일몰은 두고두고 잊지못할 추억이다. 영혼을 뒤흔들 만큼 아름다운 선유도의 일몰을 이 가을에 추천한다.
▲ 선유팔경
△ 선유낙조- 서해바다 한가운데 점점이 떠있는 섬과 섬 사이의 수평선으로 해가 질 때, 선유도의 하늘과 바다는 온통 불바다를 이루어 황홀한 광경을 연출한다. 여름철 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낙조의 아름다움은 오래오래 기억되는 아름다움이다.
△ 삼도귀범- 섬 주민들에게 항상 만선의 꿈과 기대를 안겨주는 것은 물론 세 섬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세 섬은 무인도로 무녀도에 속해 있으며, 갈매기와 물오리 등 바닷새의 천국이다. 만선을 이룬 돛배가 깃발을 휘날리며 돌아온다 하여 삼도귀범이라 했다.
△ 월영단풍- 신시도에 있는 해발 199m의 월영봉은 또 하나의 절경이다. 가을철 신시도 앞 바다를 지날 때면 월영봉의 단풍은 한 폭의 산수화처럼 아름답다. 특히 월영봉은 신라시대 대학자인 최치원 선생이 절경에 반하여 이곳에 머물며 글을 읽으며 살기도 했다.
△ 평사낙안- 선유도 마을 뒷산에서 망주봉을 바라보면 은빛 모래사장이 보이고, 가운데에는 수령을 알 수 없는 팽나무 한 그루가 있다. 4개의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있고, 모래 위에 내려앉은 기러기 형상과 같다 하여 평사낙안이라 불리운다.
△ 명사십리- 선유도해수욕장의 방조제 둑에는 여름이면 붉은 해당화가 만발하고, 소나무가 줄지어 있다. 여기에 투명하고 유리알처럼 고운 모래가 십리에 걸쳐 깔려있는 모습을 달이 밝은 밤에 바라보면 세상의 시름을 잊을 만한 아름다움이 서린다.
△ 망주폭포- 망주봉은 바위로만 이루어진 2개의 산봉우리가 마주보고 북쪽을 향해 있다. 젊은 부부가 임금님을 기다리다 그만 굳어져 바위산이 되고 말았다는 전설이 있다. 해발 152m의 봉우리는 여름철이면 7∼8개의 물줄기가 폭포처럼 쏟아져 장관을 이룬다.
△ 장자어화- 장자어화는 황금어장을 상징한다. 예전에는 장자도를 중심으로 이 곳에서 많이 나던 조기를 잡기 위해 수백 척의 고깃배들이 밤에 불을 켜고 작업을 하면 주변 바다는 온통 불빛에 일렁거려 장관을 이루었다고 한다.
△ 무산십이봉- 고군산의 방벽역할을 하는 방축도와 말도 등 12개 섬의 산봉우리가 마치 투구를 쓴 병사들이 도열하여 있는 모습을 무산십이봉이라 했다. 선유봉에 올라 이곳을 바라보면 병풍처럼 또는 적을 막기 위해 배치된 무사들로 보인다.
▲ 가는 길
전주-군산 자동차전용도로를 이용한다. 자동차전용도로 종점에서 우회전, 다시 군산해양경찰서 사거리에서 우회전한다. 군산항 여객선터미널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국제여객선과 연안여객선터미널로 구분돼 있다. 선유도 방면은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한다. 전주에서 여객선터미널까지는 자동차로 약 1시간이 소요된다. 무료 주차장과 유료 주차장이 있으며 유료 주차장은 24시간에 5,000원으로 저렴하다.
▲ 배편
오전 6시 30분부터 시작해 오후 4시까지 12편이 있다. 평상시에는 1일 7회를 운항하지만, 여름 휴가철을 맞아 증편했다. 배편 문의는 군산항여객터미널(472-2712)과 자동안내(1544-1114), 그리고 계림해운(주) 467-6000, (주)한림해운 461-8000. 배삯(편도)은 어른 1만1,700원, 어린이 5,400원.
▲ 현지숙박
선유도 진리(2구)에 숙박지가 몰려있다. 안정모텔(466-4886), 중앙여관(465-3450), 풀 하우스 등. 민박 문의는 선유도관광안내소(465-5320), 군산시수협(450-6695). 이밖에 선유 1구(통개마을)와 선유 3구(진월마을), 선유 4구(남악마을), 장자도 등에도 민박은 물론 최근 신축한 팬션형 숙소가 있다. 선유 4구 끄트머리인 남악마을에 소재한 밀파소(466-6024)는 조용하며, 주변 풍광이 뛰어나 특히 추천하고 싶다.
▲ 음식점
선유도는 해산물이 풍부하다. 우럭과 광어 등 신선한 회를 어느 곳에서나 맛볼 수 있다. 최근에는 가을 꽃게철이어서 살찐 꽃게 요리가 제공된다. 꽃게찜, 꽃게탕, 꽃게무침 등 다양하다. 소라, 키조개 등 조개구이도 푸짐하다. 선착장에서 선유 2구까지 진입도로 좌측에 음식점이 몰려있다. 선유팔경, 평사낙안 등 횟집 이름도 시적이다.
▲ 섬내 교통수단
선유도는 장자도, 대장도, 무녀도로 연결돼 있지만 자동차가 없다. 걷거나 자전거 등을 이용해야 한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섬을 도는 자전거 하이킹은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여행의 백미다. 자전거는 시간당 1인승 3,000원, 2인승 5,000원. 시간당 2만원인 사륜 오토바이도 인기다. 소음이 단점이지만 평지는 물론 모래사장까지 거침없이 달리기에는 제격이다. 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콜택시(?) 관광이 3만원이며, 전통 카트도 2인승 3만원, 5인승 5만원이면 1시간을 빌릴 수 있다. 이밖에 민박집마다 운영하는 배를 이용해 섬 주변을 돌아볼 수 있으며, 바다낚시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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