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화 : 1953년 1월 16일 데뷔작 : 1975년 '꿀맛 1983년 '신의 아그네스 1989년 '하나를 위한 이중주 1995년 '덕혜옹주' 1996년 뮤지컬 '명성황후' 2001년 뮤지컬 '넌센스(Nunsense)' 등
이름을 닮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돌꽃.. 윤석화 (尹石花) 가 그랬다. 그는 돌처럼 딱딱한 표정을 짓다가도 감추고 있던 꽃을 얼굴로 밀어올렸고, 소매를 걷어붙이며 열을 뿜다가도 차갑게 식은 감정 으로 건너 갔다 2000년 ‘넌센스’ 이후 4년 만에 ‘브로드웨이 42번가’(5월 29일~8월 15일 서울 정동 팝콘하우스)로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 윤석화는 “이제 연기를 접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있다고 하자 손사래를 쳤다. “제작도 하고 연출도 하지만 제 이름 석자 앞에 가장 자랑스러운 호칭은 ‘연극배우’예요. 백성희 선생님처럼 나이 70~80에도 얼마든지 연기 하고 싶고, 또 그런 배역을 찾아낼 겁니다. 꼭 해야지, 마음먹은 작품이 얼마나 많은데요.”
오디션부터 공연에 이르기까지 한 뮤지컬의 제작 과정을 따라가는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그는 박해미와 함께 한때 스타였지만 내리막길로 접어든 배우 도로시 역할을 맡는다.
욕심 많은 윤석화가 다른 배우와 배역을 나눠갖기는 이번이 처음. 7월 개막하는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를 제작·연출하기 때문에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처지. 하지만, “이젠 후배들에게 에너지를 나눠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게 그의 속마음이다.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오리지널 공연을 보기도 했다. 윤석화는 “내 기억에 남아 있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낡고 군내 나는 뮤지컬이었는데, 새로 바뀐 작품은 음악도 무대도 현대적이라 출연 욕심이 생겼다”며 “특히 코러스로 시작한 (김)미혜가 주인공 페기로 데뷔하는 무대라 힘이 돼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연습을 시작했지만 벌써 의상 준비를 끝냈고 직접 개사한 노래 4곡도 혀에 붙었다. 준비가 덜 되면 잠자리에 자꾸 어른거려 고생을 하는 성격 탓에 독하게 연습하는 게 습관이 됐다.
“4박자인데 ‘약강약강’으로 이어지는 리듬이 어렵지만 마음에 쏙 든다”는 그는 “춤이 어설픈 도로시의 캐릭터를 더 귀엽고 상큼하게 빚어낼 생각”이라고 했다. 설치극장 정미소 대표이자 월간지 객석 발행인으로, 연극·뮤지컬 제작자 겸 연출자로 뛰는 윤석화는 무대 밖에서도 배역이 수두룩하다. 주저앉고 싶을 때도 많았다. 74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해 83년 ‘신의 아그네스’로 스타가 됐지만, 가스비가 없어 라면도 못 끓여 먹는 가난이 이어졌고 10년 전까지는 풀팅(포스터 붙이는 일)까지 직접 했단다.
“연극만으로도 살 수 있다”며 영화와 방송으로부터의 출연 제의를 거절했다는 그는 “서러운 일 투성이였지만 ‘강퍅해지지 말아야지’ 하며 잊어버리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요즘엔 입양한 아들 수민(2)이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고단함을 이겨낸다.
“수민이는 30년 동안 연극을 하며 외롭게 산 걸 보상해주는 선물”이란다. “이 맑은 아이도 자라서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울 때가 오면, 외롭고 절망스럽겠죠?”라고 말할 때는 눈에 물기가 비쳤다. 윤석화는 때를 기다리며 수민이에게 보여줄 연극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대본을 쓰고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모노드라마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이어받은 배우 최정원의 전화를 받고 “질투가 날 만큼 니가 나보다 더 잘 해야 해. 안 그러면 내가 쓸쓸해진다”고 독려하는 배우. “연극이 자꾸 가벼워지고 희화화 되는게 속상하다”는 윤석화는 올 하반기에 삶과 죽음의 경계를 탐구하는 번역극 ‘위트(Wit)’로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
“제가 유산이 뭐 있겠어요. 물려줄 거라곤 정신뿐이지. 살면서 옆집 여자 하나 즐겁게 못해주고 죽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요. 그래도 배우는 행복해요. 관객이 있으니까.” “요즘은 하루 2∼3시간밖에 잠을 못 잡니다.” 월간 ‘객석’ 대표 윤석화씨(46)의 목소리는 낭랑하면서도 긴장감이 가득했다. 입추를 지나 피부에 닿는 사람이 사뭇 달라지자 조심스레 자신의 가을맞이를 공개했기 때문. 오는 10월10일부터 11월22일까지 공연되는 드라마 콘서트 ‘꽃밭에서’를 준비 중이다.
이번 공연이 특별한 이유가 있다. ‘정미소(精美所)’라는 소극장을 만들기 위한 공연이기 때문. ‘ 꽃밭에서’는 일단 대학로 객석 건물 1·2층을 개조한 소극장 정미소 자리에서 가설무대 형식으로 올려진다.
이번 공연이 가슴 두근거리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늘 엄두가 나지 않았던,자서전처럼 자신을 꺼내놓는 공연이어서다 “참으로 두려운 일이지요. 하지만 배우로서,여자로서 살아낸 삶의 단편들이 희망을 나누는 데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꽃밭에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 윤석화씨 혼자서 쓰고 연출하고 연기하고 노래한다. ‘지금,여기에’ ‘유년의 기억’ ‘사랑은 ‘평화’인 것을’ ‘배우라는 이름의 여인 ’ ‘꽃밭에서’ 다섯 대목에서 그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미래를 내보일 예정이다. 조동진의 나지막하면서도 애조 띤 음색이 인상적인 ‘제비꽃’으로 공연을 시작해 동요,‘꽃밭에서’를 비롯해 뮤지컬 ‘명성황후’의 노래,영화 ‘바그다드 카페’의 ‘I’m calling you’를 부른다. 윤석화씨를 잠 못 들게 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내년 초로 예정돼 있는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다. 77년 존 트래볼타 주연의 동명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다.
Staying Alive’ ‘Night Fever’ ‘How Deep is Your Love’ 등 비지스의 음악과 주인공 토니의 사랑과 방황이 매력적이다. 98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을 관람한 후 그 매력에 푹 빠진 윤석화씨는 영국 뮤지컬 제작사 RSO에서 8만달러를 주고 들여와 직접 연출에 나서는 것. 9월2·3일 객석빌딩에서 오디션을 실시하고 난 후엔 바로 연습에 들어갈 예정이다. 97년 ‘명성황후’가 뉴욕으로 진출할 때 주연을 다른 배우에게 내준 이야기를 하며 “배우로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기억”이었다며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하지만,“최근 타계한 무용가 최현씨 빈소에서 윤호진 대표를 만나 앙금을 씻었다”며 웃는 그녀의 얼굴에서,상처를 봉합해준 시간의 힘이 읽혔다.
올해 쉰.. 그러나 윤석화에게는 나이의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다.
아직 소녀 같은 얼굴도 그렇지만여전히 힘든 일을 자청해서 떠안고 대책없이 일을 저지르는 뜨거운 열정이 나이를 짐작하기 어렵게 한다. 이제 좀 편하게 살 때도 됐다 싶은데, 천성이지요. 이 길에 있는 한 쉬운 삶은 허락되지 않을 것 같아요. 배우, 월간 ‘객석’ 발행인, 설치극장 ‘정미소’ 대표에다 수민이 엄마까지. 일인다역을 하면서도 늘 활기찬 윤석화를 스포츠서울 창간 19돌을 기념해 만났다.
자신이 직접 연출하고 제작하는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7월 17일~8월 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20대의 아네트 역을 맡아 정신없이 바쁜 그녀다. 토요일 밤의 열기’ 준비는 잘돼가나 지난해 초연 때는 연출과 제작만 했는데 올해는 아네트 역까지 덜컥 맡아 땀을 흘리고 있다. 원래 ‘몸치’인데 요즘 춤연습 하느라 바쁘다. 엄청난 도전의식을 느낀다. 더 늙기 전에 한번 해보고 싶었다. 아네트 역을 맡은 것을 두고 ‘욕심’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배우의 변신은 무죄가 아닌가? 내가 만약 70살 먹은 할머니 역을 한다면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작품에 대한 신념이 크기 때문에 그런 소리에 신경 쓰지 않는다. 포스터 속 모습이 화제인데 청바지 광고 같다고 하기도 하고 아네트라는 인물에 대해 설명한다면 상처 입은 짐승의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런 아픔을 담아 연기하려고 한다. 청춘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치유제가 되고 싶다. 남자주인공 토니에게 집착하고 끝내는 자살까지 하려고 하는 역인데 아네트를 통해 청춘의 한가운데 있는 이들에게 ‘당신이 겪는 아픔이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본업인 연기 외에도 ‘정미소’ 운영에 ‘객석’ 발행, 엄마 역할까지 하는데 어떤 모습일 때 제일 행복한가. 수민이 엄마일 때가 제일 행복하다 빵점 엄마이긴 하지만 수민이를 보고 있으면 마냥 좋다.
의외라고? 배우로서는 이미 30년 동안 행복하지 않았나 배우는 너무 많은 고통과 고민을 안겨주는 직업이다. 물론 관객과 30년 동안 사랑하는 관계에 있었기에 그 길도 사랑하기는 하지만.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데 젊어 보이는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나. 집에 가서 씻지도 못하고 잔 게 사흘 연속이다. 피부관리 같은 걸 할 시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내 소원이 한달에 한번이라도 목욕탕에 가서 때 밀고 마사지 받아보는 거다. 오십견 때문에 어깨가 잘 안 돌아가고 춤연습을 하다 허리를 삐끗할 때면 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하고 생각한다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삶이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느끼시는 분 뜨거운 위로를 받고 싶은 분들에게는 ‘토요일 밤의 열기’가 치료제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수험생에게도 ‘강추’다.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 의지가 솟아날 것이다
자료참고 : 스포츠서울
이대재학 시절의 윤석화 씨 (사진 좌측)
1977년 [신세계 레코드]
윤석화 - 윤주도 작편곡집
Side A
1. 너무 어리다구요
2. 우리
3. 처음입니다(김세화)
4. 한밤(박경희)
5. 나는 그 곳에(박경희)
6. 가는 길(정미조)
Side B
1. 한마음
2. 조약돌(김세화)
3. 마주 앉아서(김세화)
4. 필요한 걸 알텐데(박경희)
5. 얼굴(정미조)
6. 나 하나의 사랑(정미조)
너무 어리다구요
- 작.편곡:윤주도 노래:윤석화
너무 어리다구요?
내가 몇 살인데?
만으로 열일곱 그리고 두 달,
그래도 어려요?
이제는 어리지 않아요.
오, 머리맡에 인형은 정든 친구지만,
음~ 이제부턴 사랑을 배워 볼래요.
그 님 알아줄까요?
이런 내 마음을 낼모레 만나면,
큰맘을 먹구 말해 줄테예요.
이만큼, 이만큼 컸다구.
오, 어린 날은 갔어요.
이제는 어른예요.
음~ 이제부턴 사랑을 알고 싶어요.
그 님 알아줄까요?
이런 내 마음을 낼모레 만나면,
큰맘을 먹구 말해줄테예요.
이만큼, 이만큼 컸다구...
랄랄 라라랄라 랄랄 라라랄라~
윤석화 씨는 1956년 1월 16일 생으로, 이 노래는 그녀가 이화여대에 재학중이던 1977년에 발표한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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