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홋카이도 잔차타기 14 ㅡ 시베쓰에서 샤리

[UsbiohC]

1. 여우와의 춤을

여우가 나타났다.

여우가 텐트 근처에 먹을 게 없나 뒤지고 있어서 소리쳤더니 자전거 근처로가 몸을 피한다.

자전거를 터는 여우

다리를 쭉 뻗어 자전거에 묶여있는 비닐 봉투를 뜯는다.

비닐을 찢어버리는 여우

무척 배가 고픈가 보다. 자전거 짐들을 물어뜯을 기세다.

저녁에 끓여 남긴 참치 김치찌개를 텐트 안으로 들여놨다. 텐트를 흔들어서 코펠이 엎어져서 텐트 안이 흥건해졌다.

휴지를 가져와서 물기를 제거했다.
남은 찌개는 멀리 버렸다. 아침에 확인 결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결국 여우 승 또는 까마귀 승!



2. 새우처럼 생긴 노쓰케 반도

아름답다는 노쓰케 반도를 보기 위해 해뜨기 전부터 달렸다.

그리 멀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간단한 차림이었는데, 거리가 자꾸늘어난다.

왕복해야 하기 때문에 와이파이 도시락을 챙기지 않은 게 가장 큰 실착이었다.

16km 지점에서 젊은 애들에게 핫스팟을 부탁해서 마눌님에게 걱정하지 마라고 통화했다.

노쓰케 반도를 보는 것도 좋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져 돌아갈 일이 걱정이다.

왕복 30km. 밤새 여우를 잡아서 목도리 만드는 꿈을 꾸었더니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

회군을 결정하고, 오는 길에 세이코마트에서 모닝커피를 마셨다.

노쓰게 반도 가는 길에 보는 일출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햇님.

노쓰케 반도 표지판

여기서 구름 속으로 들어간 해님은 종일 구름 속에서 잠잤다.

비가 올 것처럼 잔뜩 찌푸린 날씨였다. 해라도 떴으면, 3절에서 주금이었을텐데...

이 여우가 네 여우냐?

민박집

5.5km밖에 안되어서 쉽게 출발

3. 오늘의 목표.

오늘의 목표는 시레토코 자연센터에서 가까운 카쓰라다에 예약을 했다.

88km. 이건 너무 멀다. 하지만 저녁 늦게라도 도착하면 되니까 가보자.

시베쓰에서 샤리까지는 57km. 그리고 반도 방향으로 30km를 더 가야 한다.

숫자에 기 죽을 건 없다.

시베츠 방향에서 올라갈 땐 오르막 내리막 하면서 고도를 높인다.

지도를 보면 450쯤 되는데, 처음 20km까진 200정도로 아주 완만한 오르막이다.

그동안 인가는 하나도 없다. 오직 나무뿐.
딱 한 곳의 인가에서 점심을 해 먹기로 했다.

짜장라면.
라면을 끓이고, 국물을 버리고, 오뚜기 3분 짜장을 부어서 먹는다.
맛있다.

그 쯤의 쉼터에서 내려오는 오토바이와 만났다.

불쌍하다는 듯이 화이또를 외쳐준다.

33km 지점. 나머지 12km동안 300m쯤 올리는 갑다.

국토종주에서 이화령고개.
여기는 5km에서 300쯤 올리는 고개다.

그러나 이 고개는 오르막 내리막을반복하다가 마지막에 급격히 치고 올라간다.

으악. 정말 못 가겠다.

내가 백두대간의 60고개를 모두 넘어 봤어도 이러진 않았다.
이렇게 어렵진 않았다.

이건 미친 짓이다. 차라리 걸어가자. 20kg의 짐을 끌고 올라가는 것은 미친 짓이다.

마지막 5km 구간이 더 힘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힘든 고개들.
고개를 동해 쪽에서 오른다면 모두 힘들다.
그 중에 최고는 삼척에서 두타산을 오른쪽에 두고 올라가는 댓재.

그땐 짐이 없었으니까 날라 다닐 수 있었다.

정상에서 3시. 고도는 522m. 이 정도에 그렇게 힘들었어?

24km 내려가면 4시.
세시간쯤 달리면 8시쯤 도착하겠다.

내리막은 신나는 법. 속도는 자꾸 올라간다. 그래도 조심해야지.
넘어지면 큰일이잖어.

속도는 50 가까이 올라간다. 16km를 30분도 안 되어 내려왔다. 샤리까지 8km를 30분에 가면 되겠지.

부킹닷컴에서 메일이 왔다.
그 가격에 원래 조식이 없는 예약이었는데, 조식포함으로 되었다고.

선심쓰듯이 무료취소 해주겠단다.

샤리에서 멈춰야할 운명이었구나.
아고다에 루트인이 적당한 가격에 떠있다.

일단 잡어. 두밤을
그리고 생각해보자. 천천히 무리하지 않게.

힘든 하루였다.

고생을 젊을 때 하는 건지 알았는데, 젊지 않을 때도 하는 거구나 라고 카톡이 왔다. 쩝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을 때 라구요.

지금이라도 해보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절대 못하는 일이랍니다.

시베쓰 군청

오르막은 힘들다.

이 산속에서 집은 유일하다. 할머니 한 분이 살고 있다.

지쳤어 그리고 미쳤어

정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