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일곱 생일을 두 번째 맞이했습니다.^^
그런다고 1년을 더 사는 것은 아니지만 나이 먹으면서부터는 은근히 만 나이로 이야기했지요.
생일상을 아이들이 차려주며 선물을 주었습니다. 주책맞게도, 나이 먹을수록 현금이 좋더라는 말을 해서 그런지 두둑한 봉투를 아이들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전해주더군요.
아들과 며느리는 언제나처럼 우리 지오의 편지와 함께,
딸과 사위는 이번에도 이벤트로 축하해 주었습니다.
지오는 이미 지난겨울, 할머니 생신 때 쓴 편지로 할머니를 울리고 할아비의 코를 시큰거리게 한 적이 있지만,
어버이날 편지에서부터 느껴지는 소년스러움(?)이 이번 편지에서는 더 확실하게 느껴졌습니다.
손주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그래서 첫 번째 손주인 녀석에게 해왔던 지난날 할아버지의 노력을 고스란히 알고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며 다행이라고 여기지만, 한편으론 변함없이 큰 바위의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다짐도 해봅니다.
딸아이는 선물을 개봉할 때 놀라는 아빠의 모습을 간직하려 카메라까지 켜두고 있었지만, 무딘 애비는 이벤트성 선물임을 눈치채고도 참 멋없게 와~ 와~ 소리만 냈지요.
나중에 자세히 살펴보니 통장 구석구석, 글자 하나하나에 정성과 위트가 가득 담겨 있음을 알곤, 우리 딸은 아직도 소녀 같다 여기며 혼자 흐믓하게 웃었습니다.
그렇게 나이 한 살 더 먹었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머릿속 연세는 여든일곱에 멈추어 있어, 한 해가 지나 생신을 맞이할 때 마다 여든여덟, 여든아홉하면 “얘는 미쳤니? 내가 내 나이를 모를까 봐” 하셨는데.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