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의 기억
내 기억 속의 중학교 시절 모습은, 늘 푸른색 걸스카우트 단복과 함께 한다. 그때 당시 무안중학교 교장선생님은 한국스카우트 연맹의 어떤 직책을 맡고 있는 분이셨는데, 그 때문이었는지 우리는 생각하고 선택할 겨를도 없이 입학과 동시에 전교생이 모두 보이스카우스, 걸스카우트 단체에 가입이 되었고, 그래서 우리 학교 전교생은 스카우트 대원이었다.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웠던 80년대 초반, 계절별로 바꾸어 입어야 하는 교복 대신에, 우리 학교 학생들은 모두 스카우트 단복 한 벌을 봄,여름,가을,겨울 동안 내내 입었다. 초록색 반팔 원피스 단복에 봄에는 흰색 긴 블라우스를 안에 입고 반타이즈를 신어 춘추복을 대신했으며, 겨울에는 단복 위에 초록색 얇은 스웨터 한 장을 더 겹쳐 입고 동복이라고 하며 그렇게 2년을 견디었는데, 3학년이 되던 해에 교복자율화가 시행이 되면서 비로소 그 푸른 단복을 벗을 수 있었다. 학교에서 내세우던 그 ‘가계 경제에 도움’은 어느 정도 되었는지 몰라도 우리는 많이 힘들었다. 바람도 통하지 않는 그 단복 원피스가 여름에는 무진장 더웠고, 겨울에는 또 그렇게 추울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전교생이 스카우트 대원이다 보니 따로 계발활동 부서를 정할 필요도 없었고 그래서 특별활동 시간이면 전교생이 각 교실에서 담임선생님과 응급처치법, 삼각끈 매듭법 등을 배우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나름 좋았던 것은 여름 방학종업식을 하고 나면, 그 다음날 학생들이 단체로 캠핑을 가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야영을 즐기는 문화가 별로 없던 때라, 처음으로 캠핑을 떠난다는 설렘에 우리는 조별로 모여앉아서 여러 차례 준비물을 의논했다. 며칠 먹을 각종 부식이랑 각자가 사용할 밥그릇과 숟가락, 노란 양은 냄비에 검은 프라이팬을 보자기에 싸서 짐을 바리바리 챙겨들고 가는 캠핑이었지만 또래 친구들과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참 설레던 시절이었다. 1학년 때 우리는 충남 대천으로 캠핑을 갔다. 대천중학교에서 학급별로 교실 한 칸씩을 배정 받아서, 조별로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모기와 씨름하며 잠을 자고 아침에는 야외수돗가에서 세수를 하고 운동장에서 단체 체조를 하면서도 즐겁기만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잊을 수 없는 캠핑은 중2 때 있었던, ‘우리들만의 야영’이었다.
그때는 학기 중이었는데, 전교생이 아니라 학급에서 몇몇 학생들만 신청해서 가는 야영이었다. 토요일 학교 수업을 마치고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아침에 미리 준비물을 챙겨서 학교에 갔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선생님께서 갑자기 그 야영행사가 취소되었다고 하셨다. 잔뜩 기대했던 우리들은 준비했던 짐을 들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기가 맥이 빠져서 몇 명이 오붓하게 우리들만의 야영을 떠나자고 했다. 그때 덕암에 살던 한 친구가, 자기 동네에 집안 어른과 친분이 있는 작은 절이 있는데 그곳에 가서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의해서 다른 생각할 필요 없이 그 암자로 갔다.
작은 암자에 도착해서 스님께 인사도 드리고, 스님으로부터 부모님께 효도하고 미물들 함부로 죽이지 말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법문도 들었다. 저녁에 우리는 절의 어두컴컴한 부엌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분홍색 소시지를 동글동글 썰어서 굽고 계란 프라이도 해서 밥을 먹었다.
밤에는 우리들만의 장기자랑을 벌였다.
절 방에 보살님들이 벗어놓은 몸빼 바지랑 저고리들을 번갈아 갈아입고 수건을 쓰고서 대청마루까지 워킹을 하면서 패션쇼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게임도 했다. 그리고 그 무렵 절간에 꼭 한 사람씩 있던, 정신이 온전치 않은 상태로 절에 머무르고 있는 한 젊은 여인을 보면서 우리는 제법 진지하게 우리들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멀리 개 짖는 소리를 들으며 밤늦도록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운 하루 일탈을 만끽했다.
다음 날 저녁에 나는, 우리 형제들이 으레 집을 떠났다가 돌아올 때면 꼭 잊지 않고 챙기는 아버지 드릴 담배 한 갑을 사서 뿌듯한 마음으로 집에 갔는데, 집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있었던 모양이다. 같은 동네 옆집에 사는 친구는 야영이 취소 되었다고 하면서 바로 집에 왔는데, 나는 아무런 연락도 없이 그날 집에 가지 않았으니 부모님은 엄청 걱정을 하고 계셨단다. 그렇게 걱정하시리라고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고 또 신경을 썼다 하더라도 바로 연락할 전화기도 흔치 않을 때였으니..
가을 초입에서, 이맘때 무렵의 그 하루 일탈이 문득 생각나네...

- 1981년 대천중학교 캠핑 갔을 때 -
첫댓글 허허허





그날이 그리워 지는 시기이구나



친구야



좋은 글 잘보고 간다 나도 옛 시절이 그리워 지는구나




건강 하시게


허~~~ 저런 때도 있었구먼!
근데 왼쪽 쬐끄만 ??가 희명이가?
그래. 희명이랑 명화랑 찍었지..
어릴때부터.....끼가..........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