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등 이승복 동상 줄줄이 철거돼…
'허구' 누명쓴 가족들 정신치료까지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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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현장에서 참상을 목격한 이승복군의 형 학관(49)씨는 법원 판결 직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조작 주장’ 유포 이후 12년 동안 유족이 겪은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부인 김인자(46)씨도 “(이승복 사건을) ‘유족이 만들어낸 얘기’라는 소리 때문에 남편이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며 “우리는 절대 MBC에 채널을 맞추지 않고, MBC 로고가 새겨진 것은 절대 집에 안 들여놓고, 애들에게도 MBC를 못 보게 한다”고 말했다.
MBC는 1998년과 2004년 각각 ‘PD수첩’과 ‘신강균의 사실은’ 프로를 통해 이승복 사건 작문(作文) 의혹을 보도했었다.
학관씨의 아들 창빈(23)씨는 “할아버지(이승복군의 아버지)가 ‘조작 주장’에 접하지 않게 하려고 신문에서 (이승복 사건을 다룬) TV 프로그램을 지우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승복군 아버지는 참사 이후 정신적 충격 때문에 36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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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복 사건 허구 주장은 유족들이 경험한 충격만큼 우리 국민의 가치관을 교묘하고 집요하게, 충격적으로 뒤흔들어 놓았다.
이 주장을 펴는 일단의 세력은 길거리 선전·선동과 방송, 인터넷, 신문을 통해 이승복 사건을 허구라고 주장함으로써 공산당에 대한 국민적 경계심을 상당 부분 희석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티즌 사이에서 이승복 사건이 조작이라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예컨대 네이버의 경우 ‘이승복 어린이가 실존 인물인가요?’
라는 질문에 다른 네티즌이 올린 답변을 보면 “이승복 어린이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한 사실은 근거가 없다”
“정부가 반공주의를 내세우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신문기자들이 지어낸 것이다”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네이버 지식 검색에 있는 이승복 사건 관련 질문 12건을 보면 ‘허구’ 답변이 5건, ‘진실’ 답변이 2건, 중립적 답변이 5건으로 진실과 거리 먼 ‘허구’ 주장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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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교육’의 상징이던 이승복 동상도 하나 둘 사라졌다. 경남 통영시 충무대교 진입구에 있던 이승복 동상은 보수도 이뤄지지 않은 채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가 지난 5월 철거됐다. 통영시가 인근 초등학교에 기증하려 했으나 해당 학교 교사회의에서 전교조 교사들이 반발해 무산됐다고 한다.
경기도 양평군 조현초등학교에 있던 이승복 동상도 “이승복을 아는 어린이들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최근 철거됐고, 경남 창원시 대원초등학교에 있던 이승복 동상도 ‘통일교육상’으로 대체됐다. 대원초교 사례는 2001년 경남교육청의 ‘통일교육 실천사례’로 소개됐었다.
진실은 뒤늦게 빛을 봤으나 처참하게 살해된 이승복군과 그 가족이 받은 상처와 한은 과연 누가 치유해줄 것인지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