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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탈핵 순례단, 월성 원전 · 경주 방폐장 방문 | ||||||||||||||||||||||||||||||
김익중 교수 "탈핵은 죽음 부추기는 악한 세력과의 싸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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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없는 세상을 위한 범종교 생명평화 순례' 두 번째 날이었던 8월 21일, 전국에서 탈핵 강연을 펼치고 있는 김익중 교수(동국대 의대)와 경주환경운동연합 이상홍 사무국장이 순례에 동행했다. 이날 오전 순례단은 월성원자력발전소와 경주 방사능폐기물처리장(이하 방폐장)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순례단은 주상절리가 펼쳐진 현대중공업 하계휴양소 바닷가를 2시간 넘게 걸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도착했다.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이기도 한 김익중 교수는 이 자리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의 일본의 상황을 소개하며 "후쿠시마 사고의 결과로 일본에서는 10년 안에 셀 수 없는 암환자와 심장마비 사망자가 발생하고, 기형아 발생률은 높지 않겠지만 인공유산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월성원자력발전소는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해안에 있으며 1호기부터 4호기까지 총 4기가 가동 중이다. 2007년 공사를 시작한 신월성 1 · 2호기 중 1호기는 상업 운전을 시작한지 19일 만인 8월 19일 제어봉 제어계통의 고장으로 멈춰 섰다.
김익중 교수는 신월성 1호기에 대해 "가동 전에도 3번 사고가 났다"며 "원전은 원래 위험하고 사고가 많이 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 일어난 원전 고장 사고만 660여 건"이라고 전하면서, 핵 발전은 사고가 일어날 확률상으로도 너무나 위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사성 물질이 대량 방출될 수 있는 노심용해(爐心鎔解, core meltdown) 사고는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과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어났다. 특히 핵발전소를 많이 보유한 국가를 열거하면 미국 104개, 프랑스 58개, 일본 54개, 러시아 32개 순인데, 프랑스를 제외하면 사고가 난 순서와 핵발전소 숫자의 순서가 일치한다. 김익중 교수는 "사고는 핵발전소가 많은 곳, 그리고 원전 기술을 보유하고 수출하는 나라에서만 일어났다"며 이 조건을 다 갖추고 있으면서 아직 사고가 나지 않은 국가는 프랑스와 한국뿐이라고 말했다.
월성 1호기는 1983년 11월에 첫 상업 운전을 시작해 올해 말에 30년의 수명을 다하는 원전이다. 지난 1월 12일 원자로 냉각 펌프 온도를 감지하는 센서 이상으로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고, 총 고장 횟수 51회로 월성원자력발전소 전체 사고의 52%를 차지한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을 위해 2009년 4월 7천억 원을 들여 원자로 교체 작업을 했다. 김익중 교수는 "수명이 2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 돈을 들였다는 이야기는 10년 이상 수명 연장을 하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명 연장을 할 것인지 여부를 정부와 지역 주민들이 결정해야 하는데, 돈을 미리 넣어 버렸으니 어쩔 수 없이 수명을 연장해야 한다고 버티는 것"이라며 "사고가 날 경우 국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아예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순례단은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에 있는 방폐장 공사 현장으로 이동했다. 경주 방폐장은 2005년 주민 투표 당시 89.5%라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포항, 군산, 영덕 등 다른 3개 지방자치단체를 제치고 유치가 결정됐다. 이곳은 중·저준위 방사능 폐기물을 처리하는 곳으로 지하 80~130미터에 총 210만㎡ 면적의 동굴을 파서 건설한다.
김익중 교수는 "방폐장 아래로는 지하수가 흘러서는 안 된다"면서 "양남면과 양북면 주민들은 지하수를 그대로 식수로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폐장 콘크리트에 금이 가 물이 들어가면 바로 방사능 물질이 샌다"면서 "지하수로 방사능 물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은 곧 지역의 모든 생명이 끝이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방폐장 부지 선정의 핵심 요건은 '강도가 크고 균질한 기반암', '지하수의 유동 및 유속은 작고 수위 변동도 크지 않을 것' 등이다. 그러나 2010년 8월 26일 조승수 국회의원이 공개한 경주 방폐장 처분시설의 상세 설계 용역을 의뢰 받은 회사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부지는 4~5등급의 연약한 지반으로 구성되어 있어 안정성 확보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굴을 파고 있는 지역에서는 하루 3000여 톤의 지하수가 방출되고 해수마저 침투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2007년 11월 공사를 시작한 대우건설과 삼성건설 측은 2010년 6월 완공을 목표로 했으나 지하수 유입 등 공사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2009년 6월에 공사 기간을 30개월 연장했고 올해 1월, 다시 18개월을 연장했다.
김익중 교수는 6개의 원전과 방폐장이 있는 경주는 "핵산업장 박물관"이라고 한탄하며, 지금의 에너지 정책은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했다.
"지난 5년간 재생 에너지는 전세계적으로 5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태양광 발전은 70%나 성장했다. 우리나라는 왜 안 할까? 정부 말대로 재생 에너지는 비싸고 전기 효율도 떨어지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왜 이렇게 할까? 이에 반해 핵발전소의 숫자는 전세계적으로 25년간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스위스 등 4개 유럽 국가는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핵을 결정했다."
대안을 묻는 순례단의 질문에 김익중 교수는 대체 에너지로의 전환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측에서는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하는 데 우리나라 국토의 10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 국토의 10% 정도면 충분하고 땅이 아닌 지붕 위로 올리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경부고속도로, 자동차 전용도로 등 생태계가 없는 공간을 이용하는 방안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주 방폐장 앞에서 그는 순례단에게 연대를 호소했다.
"정부는 이것이 위험하고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악한 세력이 있다면 이런 사람들이 아닌가? 나는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 싸움 만큼은 선한 싸움이라 믿고 있다. 경주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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