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날개 무늬를 읽다
+데칼코마니
조 민 희
1
맨드라미 대가리 물고 가슴 앓던 노랑나비*
날개 없는 서른여섯 해 시펄덩덩 멍든 나날 드디어 동살 트자 굼뜨게 기어간다. 스멀스멀 기어가며 꿈틀대던 주둥이가 무청의 여린 잎을 와작와작 먹어 치우다 면벽구년面壁九年 들어간다.
깜깜한
시간을 갉으며
쌍날개 펀
나비, 나비
2
신이 내린 직분 가지고 삿된 짓 하는 동네
소나기가 억, 억 내리쏟아 강물철철 넘쳐난다. 개밥그릇 핥아먹는 혓바닥 긴 dog가 흰 허울 감싸고 늠름하게 활보하는 그런 동네 있다는디, 한 몸의 영달 탐한 매국노 후예였나, 몇 억 연봉에도 털 난 가슴 양이 안차 먹을 것 못 먹을 것 모두 아가리에 쑤셔 넣는 파렴치한 살았것다. g.o.d.o.g 간판이 붙었는디 go dog랑 do god 로 도막 내고 god.dog로덧대 비틀어 새김질한다. 이마에 청빈 딱지 척 붙이고 개 대불고 산신처럼 맑디맑게, 맑디맑게 그리 산다나.
뭐시라
d, o, g, g, o, d,
멍! 멍! 개 영물靈物 된다?
3
기관포와 총검앞에
태극문양 날개 폈다
어룽피 어룽지며
피어 낸 장미송이
그렇지
데칼코마니
8 ‧ 15 & 5 ‧ 18
4
좌와 우 조화롭게 뒤집고 다독인다.
깃가지 머리에 달고 높이 날던 새의 무리, 오금이 저린다고 땅바닥에 머릴 박았겠지, 고것이 뭐하는 짓거린가 하니 자살이란 말이랑께. 오메 자살이라니, 자살이 뭔 말이당가? 자살, 자살할 양이면 자 살자, 자 살자 입 앙당물고 잘 살어보잔 말이시.
이 보소,
‘살’자에 힘 팍 주고
자살자
힘껏 살장께.
* 윤곤강의 시 「나비」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