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 끝나고 10분만에 후기를 올리게 된 경위 :
어째 오늘은 공연이 느긋하니~ 긴 것 같아서 참 좋쿠나.
생각했죠.
재밌게 놀고 공연 끝나고 나서 핸드폰 전원을 켜보니.... 10시 4분이었습니다.
제가 10시에 목숨걸고 들어야 되는 인터넷 방송이 있거든요?
혼비백산해서 돈떼먹고 도망가는 인간마냥 졸라 튀었습니다;;;
망할 서울택시는 손 쳐들어도 쌩 지나가버리고~
다행히 조금만 뛰어가니까 피시방이 있더군요.
...그 난리를 피워서 겨우 10시 10분경에 접속해보니...
이런 된장 맞을 마이리슨 같으니.. 금요일 방송이 졸졸 흘러나오네요.
맥 빠진 상태에서 조금 마음 수습하고...이왕 온 피씨방에서 후기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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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공연, 사실 고민 많이 했습니다.
건너편 슬러거에서 빠방하게도 오딘 단독 공연!!!!
게다가 게스트는 싸일런트 아이 씩이나!!!!
와스프갈까, 슬러거 갈까 갈등 상당히 때렸는데
제가 아직 오딘 음악을 제대로 섭렵하질 못했고.
오딘 공연은 동영상으로 접한 바 없고...
결정적으로 지난번에 보았던 이너스톰이 눈에 밟히더라구요.
지대로 멋있었는데 말이죠.
(으음.. 서론이 너무나 긴 것 같다.)
1. 오늘은 공짜 맥주를 주셔서 감사히 먹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한병으로는 빨대로 쪽쪽 빨아먹어도 2팀 보고나면 술이 다 깨는군요. ㅎㅎ
그래도 뭐, 스피커에서 최대한 가까이 앉으면 음악이 타당타당 흘러나와서 흥겨워버리는덴 지장이 없죠. 오늘도 기다리는 동안 좋은 곡이 많이 나와서 좋았어요!
2. 첫 팀은 타바코 쥬스 였습니다.
이제 2번째 공연을 보는데요, 노래가 벌써 귀에 많이 익은 것 같아요.
저는 음악 들을 때 기타도 기타지만, 보컬 음색같은 걸 주로 듣거든요.
타바코 쥬스 보컬님 음색은 탁하고 뭔가 진하다-라는 느낌인데. 그런 점이 좋아요.
가사가 잘 안들렸지만, 대강은 어떤 뉘앙스인지 전달이 되구요,
(맨트하실 때 알려주시는 곡 제목이 큰 도움이 됩니다.)
절규하는 느낌의 곡들도 좋았고
끝에 발랄한(?) 곡 들려주신 것도 흥청망청(?)이란 뉘앙스가 좋았어요.
음. 아닌가? 흥청망청-이란 건 왠지 제 어휘가 딸리는 것 같구요
진짜 신난다기 보다는 뭔가, "에라이"라는 느낌으로 노는 것 같다고나 할까?
(쓰면 쓸수록 어휘력 딸린다... 고만하자. -_-)
그 곡 하기 전 멘트에서 "우리가 왜 음악을 할까요?" 라고 하셨는데.
그 맨트가. 타바코 쥬스의 음악이 어떤 색깔인지.. 알려주는 것 같았어요,
....말씀하신 멘트에 대해서 무어라 무어라 주절주절 썼다가
나같은 애송이가 뭘 안다고 주절대나.
에미넴 앞에서 구구단외는 느낌이 들어서 다시 지웠습니다.....
3. 가끔 둘러봤더니.. 손님들 중 대부분이 녀성이더군요?
오호?
왠지 락이면 남자들이 더 좋아라 공연 올 것 같은데 의외구나 생각했어요.
하긴 전에보니깐 데쓰파티 때도 남녀 성비가 엇비슷한 거 같았어요.
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녀자건 남자건, 공연장에 오는 건 좋죠.
...그런데 녀성분들이 임하셔서 그런지, 의자가 놓여 있어서 그런지
오늘은 서서 노시는 분이 없는 것 같았아요.
(아닌가? 뒤에는 있었나?? 뒤에를 안봐서 잘 모릅니다.)
로드 보컬님이 락공연 서서 보는 거 아닙니다-하시는데 혼자 한번 일어났더니
아휴. 존나게 쪽팔리더군요~~~
뮤지션 님들은 힘들게 공연하시는데 (땀이 철철~)
팬은 폭신한 의자에 앉아서 공연 보는게 쫌 민망스러웠지만... ㅠㅠ
어쩝니까...이미 잘 놀았다-고 느껴버린 걸.
4. 두번째 팀은 로드였습니다.
(길이라는 뜻인가요? 주인어른이란 뜻인가요? 왠지.길이라는 뜻이다-에 백원겁니다)
오늘 공연한 팀 중에서 폴짝 폴짝 뛰어가며 놀기 제일 좋은 밴드였는데 ㅠㅠ
로드 공연도 2번째 보는 데요. 역시 귀에 익은 느낌이에요.
재밌었어요^^ <---역시나 어휘력이 딸린다. 16년 정규교육 마친 인간의 모국어 실력이 어찌?
좋은 공연 들려주셨는데 챔피언! 할 때도 별로 호응도 못하고 그냥 귀만 쫑긋쫑긋 했네요.
로드도 기억나는게요.
곡 중간에 맨트 해 주셨잖아요.
보컬님이 나이가 서른이시라고요?
;;;;
쇼킹이네요;;;
전 노래 들으면서 로드 보컬님은 내 제자 한 놈이랑 참 닮았구나. 머리도 삐죽삐죽하고...
"그 놈도 비록 음악은 아니지만 지 꿈 있는데
졸업하면 저런 모습으로. 지 꿈 찾아먹어가며, 지 인생 잘 살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으음;; 그런데..저보다도 나이가 많으셨군요;;;
저야 음악만 들었지, 찬찬히 뜯어본 적이 없어서;;;
(이 인간의 남자 나이보는 기준 : 예쁜 옷 입고 다니면 다 지보다 어린 줄 안다 -_-)
.....꿈이랑 나이는 상관없구나. 라는 생각이 더욱 들었어요.
솔직히 저도 내일 모레 서른입니다. (내일 모레 = 5년, 짧다면 무지 짧은 거 같아서 조바심이..)
왠지 ...생각하면 암담해요.
서른살 됬는데, 지금이랑 뭐하나 파워업한 것도 없고! 업그레이드 된 것도 없고! 근력은 더 약해지고!
-이 따위일거라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흡연인구에 합류하고 싶어요.
지금 나는 무엇하나 이룬 것이 없는데... 라는 생각에 갇힌고
한 살 더 먹으면 한 살 더 먹었다고 스스로를 타박하고.. 그런 식이면 어떤 인간이건 무엇 하나 이룰 수 없다는 - 당연한 사실을. 스스로 말아먹어버리고 사는거죠.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 하나. 붙이고 갑니다....
--허헛, 쓰고 보니.. 이거 뭐.. 로드 보컬님이 중년이라도 되는 것인양 썼군요.
그런거 전혀 아니에요;;;
이런 글을 쓰려면 저번 블랙 티어즈 공연 후기 때 썼어야??;;;; <---(아니, 그딴 건 네놈 일기장에나 썼어야 했다. -_-)
5. 세번째로... 드디어 이너스톰이~~~
오늘은 밴드 고유곡 위주로 해주셨더군요. 지난번보다 더 좋았어요.
중간에 파파로치 커버곡 하셨는데
솔직히 제가 파파로치를 안 듣는데 아니라, 들어본 적이 한번도 없어요.
근데 오늘 하신 곡 (다 좋았지만) 중에서 젤 떨어지는 거 고르라면 그거 꼽겠네요.
진짜 가을에 나온다는 싱글, 지대히 기대됩니다!!!!!!
이너스톰 음악은 진짜 제가 좋아하는 맛(?)이에요.
뭔가 약간 맛이 간 거 같은 맛도 있고
뭔가 습한 맛도 있고..
그러면서도 밴드이름처럼 뭔가 마음을 들끓게 만드는 게 있어요.
.... 그런 맛이면 뭐든 과식해버리는게 인생 사는 낙. 입니다.
...
이너스톰 공연이 제일 좋았는데, 역시.. 손가락이 굳었는지
뇌 속에 빙빙 떠도는 말들을 후기로 풀어내기는 더 어렵군요....
...음, 그냥 간단히 쓸 수 있는 것만 쓰자. -_-
--> 보컬님 진짜 멋있어요! 십년만 젊었어도 공연장에서 딸랑딸랑 뛰겠는데!!!!
(씸플 이즈 베스트!!!!!)
6. 마지막 밴드는 금요일 오후 였습니다.
키가 크시더군요.
장비 셋팅하시는 동안, 람슈타인은 평균 신장이 185라지? 금요일 오후도 그쯤 되려나부다.
이런 생각했습니다. -_- <---잡생각쟁이녀석.
금요일 오후 음악을 들어보면 왜 밴드 이름이 금요일 오후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주말 중에 금요일 오후면 다음날부턴 주말이니까 신날 것 같지만,
솔직히.. 금요일이 제일 우울한 날인지도 몰라요.
월화수목요일엔 ...바쁘죠. 정신없이 살다가..
금요일 해가 뉘엿뉘엿 질때면 내가 지금 뭐하나. 내 인생 왜 이러나. 이런저런.
자신에 대한 되새김질이 시작되는 순간인 것 같아요.
인간으로서 잃어버린 것들, 아픈 것들, 원하는 것들, 그런 것에 대한 연민도 슬그머니 고개를 쳐드는,
...그런 식의, 가끔 찾아오는 잔인한 금요일 오후.
---금요일 오후의 음악을 듣고 저는 이런 느낌을 받았네요.
7. 눈을 감고 스피커 앞에 앉아 들으면 모든 음악들이 검은 소용돌이가 되어 귀를 때리죠.
어떤 음악이냐에 따라 수만가지 뉘앙스의 검은 물감들이 천태만상으로 내 머릿속에 그림을 한 장씩 선물해주는 것 같고.
의자에 오려놓은 힘없는 손에 조차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큰. 음악 소리.에 파묻혀버리는 잠시나마 아무 생각 없이 몰입할 수 있고.
눈을 감고.
음악을 듣고.
혹은 순수히 즐기고.
이런 것에 매혹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쓰레빠짝 질질 끌고 오겠습니다...
허접후기 읽어주셔서 진짜 고맙습니다. 복받으세요 뮤지션님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첫댓글 타바코 쥬스 기타 예요 저희 밴드도 후기 올라오고 ㅎㅎㅎ;; 후기 넘 재미있네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