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이대로 좋은가?

[김상명교수]

공직후보자 인사청문회 이대로 좋은가?
 

김상명(제주국제대학교 교수/제민일보 비상임논설위원)

 
   인사청문회는 2000년 김대중 정부에서 도입된 이래, 공직자나 의원출신은 다소 흠집이 있더라도 무난히 통과됐지만 교수 등 외부인사들은 흠결이 있으면 낙마하는 것이 관례처럼 됐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국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는 경우에도 임명을 강행해 비판을 받았지만 모든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쳤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일부 장관들을 인사청문회조차 거치지 않고 임명을 강행하고 있다.
 

무용론 소환

 
   인사청문회는 공직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등을 심사하기 위해 후보자로부터 진술 또는 설명을 듣고, 증인 또는 감정인과 참고인으로부터의 증언․진술, 기타 증거를 채택하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는 이례적으로 긴 기간 동안 여소야대 환경에서 인사청문회가 요식행위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있다. 윤석열 정부로 바뀌면서, 조국 법무부장관을 낙마시킨 것을 시작으로 보수층의 지지, 공정과 상식을 내세워 정권을 잡은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 내정자들도 조국과 같은 잣대로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공수가 바뀐 셈이다. 하지만 5월 중반부터 윤 대통령 역시 본인이 지명한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를 아예 하지 않거나 통과하지 못했음에도 임명을 강행한 장관이 늘어나면서 무용론을 소환시켰다.
   문재인 정부가 인사청문보고서 미채택자에 대한 임명 강행으로 비판받긴 했지만, 그래도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 국민의 알권리와 국민들에게 후보자에 대한 평가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에서 인사청문회는 전 정부에 비해 더 무력화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낙마자는 7명이나 윤석열 정부 2개월 동안 낙마자는 4명이다. 대한민국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자 무덤으로 불리는 이유다.
   제주도 인사청문회에는 어떤가. 제주도는 정무부지사, 제주시장․서귀포시장과 공공기관장의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공직후보자가 해당 직위에 적합한 인물인지 검증하고 임명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권력기관을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임명과정을 도민에게 개방하는 효과가 있다. 도민에 대한 정보제공과 도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기능을 수행하는 등의 긍정적 기능이 존재한다.
 

검증제도의 본질 회복돼야

 
   제주도 오영훈 도정의 첫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에 대한 도의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는 제주시장 후보자는 부적합, 서귀포시 후보자는 적합으로 채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했다. 인사청문회의 본질은 후보자의 지도력, 직무수행능력과 비전 제시, 도덕성 등을 검증 받는다. 이번 인사청문회 역시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검증이라는 인사청문회 본연의 목적이 퇴색되면서 무용론이 다시 불거졌다.
   임명 후보자의 조직통솔력, 업무추진력과 현안문제 해결능력, 도민신뢰도 등 다양한 능력을 검증했어야 했다. 어떤 후보자는 농지법 위반으로, 어떤 이는 부동산 투기로, 어떤 이는 음주운전으로 발목을 잡혔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지금까지 낙마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도덕성이 문제였다. 제주 인사청문회 역시 국회 인사청문회와 다를 바 없다.
   공직후보자에 대한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후보자나 가족의 신상털기는 문제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통과되든 안 되든, 후보자의 적격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결국 도민의 몫이다.
  유능한 인재가 고위공직자로서 제주사회에 헌신할 수 있는 후보자의 지도력, 갈등조정능력, 혁신적 사고능력, 신뢰도 등이 포함된 인사청문회 제도로 본질이 회복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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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담론] 인사청문회 이대로 좋은가 - 제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