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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화의 연극 40주년 기념작 <마스터 클래스>
마스터 클래스(Master Class)란 예술적으로 뛰어난 아티스트가 다수의 학생 또는 관객 앞에서 비교적 우수한 학생들을 한 사람씩 지도하는 형태를 말하는데, 명인강좌라고도 번역된다. 주로 음악분야에서 자주 행해지는 수업으로, 피아노의 거장 프란츠 리스트가 처음 시도한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다. 아이작 스턴이나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도 이런 수업을 선호하였다. 전설의 오페라 디바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1923-1977)는 1971, 1972년 줄리어드 음대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강의한 바 있고, 미국에서는 2010년 <마스터 클래스>라는 TV 시리즈가 인기를 끌기도 하였다.
뮤지컬 대본 <거미 여인의 키스>(1992)로 유명한 테렌스 맥날리(Terence McNally, 1936- )는 플로리다 주 태생이나 콜럼비아 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그가 마리아 칼라스의 마스터 클래스를 참관한 후 그녀를 주연으로 한 동명 희곡 <마스터 클래스>를 회상 형식으로 완성시켰다. 배경은 1970년대 줄리아드 음대의 성악교실이다. 맥날리의 희곡 <마스터 클래스>는 1995년 11월 브로드웨이의 존 골드 씨어터에서 레오날드 폴리아가 처음 연출하여 598회나 공연하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연극에서 마리아 칼라스 역을 맡은 조 칼드웰은 1996년도 토니 상의 최우수 여배우상, 소프라노 학생 샤론 그래함 역을 맡은 오드라 맥도날드는 우수 여배우상을 받았다. 작가 테렌스 맥날리는 같은 해 토니 상의 최우수 희곡상 및 드라마 데스크 상의 최우수 희곡상을 받았다.
그가 나중에 쓴 다른 뮤지컬 대본 <풀 몬티>(2000)와 <캐치 미 이프 유 캔> (2011)에서도 보여준 바와 같이 맥날리는 음악극에 조예가 깊다. 오페라 대본도 몇 개나 썼다. <마스터 클래스>도 오페라와 예술가에 대한 그의 깊은 이해를 기저에 깔고 있다. 그래서 마리아 칼라스의 인생과 사랑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3명의 학생들이 차례로 부르는 오페라 아리아도 매우 적절하게 선택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연극 <마스터 클래스>는 영국, 프랑스, 호주에서도 큰 인기를 구가하였다. 한국에서의 <마스터 클래스>는 윤석화(1956~ )의 데뷔 40년 기념작이다. 1983년 존 필미어 원작의 연극 <신의 아그네스>로 최고의 스타덤에 오른 윤석화는 자신의 배우 경력 뿐 아닌 삶마저 바꾼 이 작품을 18년 만에 다시 꺼냈다. 앞서 1998년 2월 강유정이 연출한 연극 <마스터 클래스>는 윤석화의 대표작을 넘어 인생을 구원했다. 슬럼프에 빠져 있던 당시 이 작품으로 최연소 이해랑연극상을 거머쥐었을 뿐더러 스스로도 위안을 받았다. 이후 당시의 슬럼프 못지 않은 갖은 고난을 겪어온 윤석화는 한층 칼라스의 심정에 가닿았다. 윤석화는 학력조작 의혹에 휘말린 적이 있다.
그녀는 2016년 한국의 대표적인 연출가인 임영웅과 함께 이 작품을 다시 무대에 세웠다. 서울의 LG 아트센터와 부산시민회관을 거쳐 대구봉산문화회관 가온 홀에서 공연된 연극 <마스터 클래스>는 너무나도 윤석화같은 작품이다. 1부, 2부 합쳐 120분 동안 그녀의 혼과 열정과 카리스마가 극중 내내 팽팽한 긴장을 몰고 왔다. 출입문과 피아노 한 대, 책걸상 하나씩 정도인 무대는 매우 깔끔하고 경제적이었다.
반주자 역할의 조연배우로서 음악감독까지 맡은 피아니스트 구자범, 유명 뮤지컬 배우 배해선, 서울대 성악과 츨신들인 테너 이상규와 소프라노 이유라도 매우 효율적인 조합이었고, 그들의 재능을 아낌없이 발휘하였다. 클래식 애호가가 아니어도 세 명의 성악가가 부르는 오페라 아리아는 높은 완성도를 보여서 한 곡씩 끝날 때마다 박수가 절로 터져 나왔다. 벨리니의 <몽유병의 여인>, 푸치니의 <토스카>, 베르디의 <맥베스> 등에 나오는 3개의 오페라 아리아가 그것들이다. <오페라같은 연극>이라는 별칭이 지나치지 않다.
이틀간 전석 매진을 보인 이 공연을 윤순영 중구청장님과 함께 예비좌석에서나마 감상할 수 있게 배려해 주신 봉산문화회관 김선희 관장님께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