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을 꾸는 '캠핑카' 여행.
패키지 일정에 맞춰 '뭐가 좋은지도 모르고 다니는 여행'이 아닌,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멈추고 싶은 곳에 멈추고, 먹고 싶을 때 먹는 '자유 여행'의 정점에 '캠핑카'가 있다.
사실, 국토가 좁고, 주차공간이 마땅치 않은 한국에서 너도나도
캠핑카를 몰고 다닌다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을 수도 있겠다.
게다가 캠핑카를 사거나 렌트하는 것에 비해 숙박비나 교통비가 크게 비싸지 않고,
한 가족 한 대 이상의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정상 한국의 '캠핑카 시장'은
그리 성장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이에 반해, 일본의 캠핑카 시장은 '경기 불황' 속에서도 결코 축소되는 경향이 없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미국이나 호주처럼 거대한 토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하물며 어디가든 '주차비'가 문제가 되는 작은 섬나라 일본에서 캠핑카의 수요가 꾸준한 것은 왜일까?
지난 25, 26일 양일간 도쿄 빅사이트에서는 <제5회 도쿄 캠핑카쇼>가 개최되어 캠핑카 제조,
판매회사 및 아웃도어 상품 판매자 등 95개사가 참여, 총 108대의 캠핑카가 공개되었다.
이번 캠핑카쇼에서는 일본산 캠핑카는 물론, 미국, 독일, 호주, 프랑스 등의 호화수입차까지 전시되어
캠핑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지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로 마련되었다.
입장료는 성인 당일 티켓 1,000엔으로 25일에 약 2만 5천명, 26일에 약 3만 5천명 등
이틀간 6만여명이 캠핑카에 관심을 갖고 다녀갈 것으로 예상되는 큰 규모의 이벤트였다.
쇼장에 들어서자마자 '영화에서나 볼 듯한' 근사한 캠핑카들을 볼 수 있었다.
대형 트럭만한 거대한 캠핑카가 있는가 하면, '큐브' 정도의 작은 승용차형 캠핑카도 있어
그 아이디어에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약 20여년 간 일본의 캠핑카 관련 일을 담당하고 있다는 도쿄 캠핑카쇼 프로듀서
무라카미 산세이 씨에 따르면, 일본에서 캠핑카 붐이 일어난 것은 지난 1990년대 초반.
사회전반적으로 캠프, 바베큐 등의 '아웃도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캠핑카'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기 시작했고, 현재는 일본 전체에 약 130여개사의 캠핑카 관련 회사가
있을 정도로 성장을 거듭했다고 한다.
고객층으로 볼 때는,
90년대에는 3~40대 이상,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려는 연령층이 수요를 차지했다면,
2000년대에 들어서서는 직장에서 정년퇴임했으나,
아직 건강하고 인생의 여유를 즐기려는 60대 이후가 장년층 못지 않게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현재 60대 이상라면, 대부분이 '운전면허'를 당연하게 가지고 있는 세대이고,
자녀들도 어느정도 성장하여 부부 둘 뿐인 이들이 많아 레져에 관심이 높다.
따라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꽤 있지만,
긴 일본 열도를 이동하면서 온천이나 볼거리를 찾아다닐 수 있는 '국내여행'에 대한 수요도
높은 편이라 '캠핑카'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도 많은 편이라고.
듣고보니, 캠핑카쇼장을 찾은 이들 중 대부분은 아이들과 함께 온 3~40대 정도의 가족이나,
커다란 개와 함께 캠핑카를 둘러보고 있는 흰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신사들이다.
성장한 자녀들이 품을 떠나고, 평생을 몸담았던 현장에서도 물러난 이들이,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는 애완동물과 함께 전국 일주를 떠나고 싶은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가격면에서 보자면, 국산이냐, 수입산이냐에 따라, 크기나 옵션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가장 많이 팔리는 캠핑카는 S.U.V 혹은 밴을 기본으로 하여 캠핑카로 만들어진 형태로
4~500만엔 정도라고 하고, 미국, 독일에서 만들어진 호화 캠핑카는 2000만엔 이상하는 것도 있다고.
무라카미 씨에 따르면, 2009년 도쿄 캠핑카쇼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일반적으로 구경하기 힘든 서양의 호화 캠핑카 전시,
이벤트에 처음 선보이는 최신형 캠핑카의 등장,
화제가 되고 있는 경차 캠핑카가 다수 전시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캠핑카 업계에 뉴스가 되고 있는 것은 '경차' 붐으로,
약 100~200만엔으로 구입이 가능하고,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다,
주차비나 유지비에도 부담이 없어 '캠핑카에 관심은 있지만,
너무 비싸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어차피, 캠핑카의 용도 중 가장 편리한 것은 어디서나 '숙박'이 가능하다는 점이므로,
간단한 침대와 간이 싱크대, 식탁을 갖추고 있는 '캠핑용 경차'만으로도 거뜬하다는 것.
쇼장안에서도 캠핑용 경차에서 직접 앉아보고, 둘러보는 사람이 꽤 많아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일본내에서 캠핑카의 시장규모는 2004년 기준 약 5,000대 정도로
연간 10% 정도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이번 캠핑카쇼에는 처음으로 대만제 캠핑카가 전시되기도 하는 등,
아시아 전역에서도 캠핑카 수요는 높아질 것으로 보고있어,
한국에도 머지않아 도로를 달리는 캠핑카를 자주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 겉보다 더 궁금한 캠핑카 내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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