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관련하여 잘 알려진 독일 농부의 격언 중에 “닭이 배설물 위에 서서 울면, 날씨가 변할 수도 있고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말이 있다. 이 격언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옛날부터 날씨란 무척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날씨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으며,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경험을 쌓아 날씨를 예견하고 농사에 적용하기도 했다. 독일에서 널리 알려져 있고, 흔히 쓰이는 몇 가지 날씨와 관련된 표현과 그 표현의 유래를 소개할까 한다.
1. 잠자던 일곱 사람이 깨어난 날 6월 27일
독일인은 매년 6월 27일의 날씨가 다음 7주간의 날씨를 좌우한다고 믿는 관습이 있다. 즉 이날 햇볕이 쨍쨍 내리쬐면 다음 7주 동안 이러한 날씨가 계속되고, 이날 흐리거나 비가 내리면 향후 7주간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믿음은 3세기경에 터키 도시 에페수스의 한 동굴에 감금되었던 7명의 기독교인들이 기원후 446년 6월 27일 잠에서 깨어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 유래와 날씨의 연관성을 명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독일인은 매년 6월 27일 날씨로 다음 7주간의 날씨를 예측해 본다. 참고로 여러 가지 자료를 참조해 보면 이 미신과 같은 일기예보가 맞아떨어진 경우는 약 50~60% 정도라고 한다.
2. ‘개의 날들’이 더우면 그 해 겨울은 춥다 6월 23일 ~ 8월 24일
고대 이집트인들은 7월경 이른 아침 하늘에서 빛나는 별을 보았고 그 별이 빛나는 기간에 날씨가 더웠다는 것을 기록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 별을 시리우스라고 이름하였으며 이 별은 큰개자리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다. 이 별은 6월 말에 빛나기 시작하여 8월 말경에 주위의 여러 작은 별들과 함께 완벽한 개의 모습을 보이는데 이 별자리가 큰개자리이다. 새벽녘에 일터에 나가던 농부들은 이 시리우스 별을 보았으며 개의 모습으로 나타나기까지 기간을 ‘개의 날들’이라고 불렀다. 이 기간에 항상 햇빛이 나면 그 해 가을은 풍성한 수확을 거두게 되는 것을 경험하였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 개의 날들이 더우면 그 해 겨울은 매우 추워진다고 믿고 농경 생활에 적용하였다고 한다.
3. ‘할머니 여름 날씨’ 9월에 나타나는 더운 날씨

한여름 더위가 가시고 일교차가 심해지면 선선한 가을 날씨가 시작된다. 그러나 이 기간에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여름처럼 날씨가 더워지는 때가 있는데 독일에서는 이 날씨를 ‘할머니 여름 날씨’Altweibersommer라고 부른다. 가을의 길목에서 갑자기 더운 여름 날씨가 나타나는 이유는 동유럽에서 생겨난 대륙성 건조 기류가 서유럽으로 불어닥치기 때문이다. 독일인들이 이런 날씨를 ‘할머니 여름 날씨’라고 칭하게 된 이유는 이 기간에 특히 많이 생기는 거미줄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슬이 맺힌 거미줄이 아침 태양빛에 하얗게 빛나는 것을 보면서 할머니의 흰 머리카락을 연상하였다고 한다. 또 거미가 실을 뽑아서 거미줄을 만드는 것을 뜻하는 동사인 ‘베븐weben’과 여성을 뜻하는 고어 ‘Weibe’를 연결시켜서 ‘할머니 여름 날씨’라는 말을 만들었다.
4. 털이 무성한 밤들 12월 25일 ~ 1월 5일
독일에서는 12월 25일부터 1월 5일까지 묵은해와 새해 사이의 12일간을 ‘털이 무성한 밤들’로 칭하고 12일 동안의 날씨가 한 해의 날씨를 결정짓는다고 믿는 관습이 있다. 즉 첫째 날은 1월의 날씨를, 둘째 날은 2월의 날씨를, 마지막 날은 12월의 날씨와 연관시키는 것이다. 날씨뿐 아니라 그날 음식 맛이 어떠했는지, 이웃과 다툼이 있었는지, 아니면 무탈했는지, 심지어 아주 사소한 일들까지 연관시켜서 다음 해의 날씨를 추측했다.
이 기간은 연중 가장 추운 날씨를 보인다. 따라서 이 기간을 따뜻하게 나기 위해 동물들은 털이 많이 났고 그 때문에 이 기간을 ‘털이 무성한 밤들’이라고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기간 중 농부들은 8일째1월 1일 되는 날에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면 그 해에 물고기와 새가 떼지어 모일 것이라고 믿었다.

마지막 날인 12일째, 사람들은 그날을 겨울 귀신을 쫓아내는 날로 정하고 집집마다 마당이나 정원에 불을 지피고 연기를 방과 창고 등 집안 구석구석에 보내 추위를 내쫓았다. 이 풍습은 독일의 남부 지역에는 아직도 남아 있는데 마을 곳곳에서 사람들이 모여 겨울 귀신 가면을 만들어 쓰고 길거리를 행진하며 불을 놓고 축제를 벌인다. 겨우내 꽁꽁 얼어 붙은 대지를 녹이는 따뜻한 봄기운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 바람이 이러한 풍습으로 발전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