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의 별미...숭어
숭어의 계절이 돌아왔다. 거제도 지심도 내도 해금강 주변을 지나다 보면 숭어잡이가 한창이다. 숭어는 깨끗한 섬이나 연안에서 잡은 남해안의 숭어, 특히 겨울 숭어는 으뜸이다. ‘자산어보’는 “고기 맛은 달고 깊어서 물고기 중에서 최고다”라고 했고, ‘지봉유설’도 “물고기의 으뜸이라 秀魚”라고 예찬했다.
숭어 맑은 탕은 맛이 없다며 매운탕을 끓여 먹는다. 하지만 멸치로 약간 국물을 내서 끓인 탕은 진하고 고소하다. 숭어회가 맛이 좋은 겨울철에는 숭어탕도 맛이 좋다. 숭어 껍질은 엘라스틴과 콜라겐으로 돼 있어 피부에 좋다. “숭어 껍질에 밥 싸먹다 논 판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숭어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어란이다. ‘난호어목지’는 숭어의 황금빛 알은 ‘햇빛에 말리면 그 빛깔이 호박 같고 맛은 진미’라 했다.
봄이 오고 있다. 늦기 전에 이번 주말에는 겨울의 마지막 바다 맛, 숭어 여행을 떠나 보자.
<숭어잡이>
세시풍속분야생업계절봄(음력2월)소개독살, 구덩이, 뗏발 같은 전통 어구를 이용하거나, 낚시 또는 이각망, 삼각망, 각망, 육수망, 건강망같은 그물함정을 이용해 숭어를 잡는 일. 지금 거제도 전지역에서 ( 외도에서 홍포까지)숭어가 날뛰고 있으니 낚싯대를 들고 빨리 가보시기 바랍니다. 훌치기 낚시는 수백마리의 고깃때가 지나가는 것을 기다려 훌치기 하면 됨니다.
[어원]
숭어는 우리나라 전 해역에서 자라기 때문에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며, 크기에 따라서도 이름이 다르다. 숭어는 우리나라 물고기 중 방언이 제일 많기로 유명하다. 방언은 대부분 숭어가 성장함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어서 출세어라고도 하는데 그 종류만도 100개가 넘는다. 걸치기, 객얼숭어, 격얼숭어, 글거지, 나무래기, 대다리, 댕기리, 덜미, 동숭어, 동아, 동어, 뚝다리, 모그래기, 마룩쟁이, 말어, 먹그물모쟁이, 모대미, 모댄, 모댕이, 모쟁이, 모지, 모찌, 모치, 목시락, 몰치, 못찌, 못치, 몽어, 무근사슬, 무근정어, 무글모치, 무찌, 무치, 미렁이, 미패, 살모치, 셋메기모쟁이, 수치, 숭애, 애사슬, 애정어, 언지, 준거리와 같은 많은 이름이 전국 각지에서 쓰이고 있다. 조상들은 라고도 불렀다.
숭어가 많이 잡히는 전남 무안에서는 큰 것을 숭어, 작은 것을 ‘눈부럽떼기’라고 부르는데, 크기가 작다고 “너는 숭어도 아니다.”라고 했더니 성이 나 눈을 부릅떴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전한다. 특히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기수 지역인 영산강 하류에서는 지역마다 숭어를 부르는 이름이 다양하다.
<영산강>모쟁이-모찌-무글모치-댕기리-목치-숭어 <강진> 모치-동어-모쟁이-준거리-숭어 <무안> 모치-훑어배기-참동어-손톱배기-댕기리(4년)-딩기리(5년)-무구력(6년)-숭어(7년) < 평북지역> 굴목숭어, 나머렉이 <한강 하류> 7월숭어를 개걸숭어라 한다. < 거제도 > 작은 것을 모찌, 큰 것을 숭어라 한다.
- 숭어(崇魚) ; 숭어에 숭자는 ‘숭상받을 숭(崇)’자로 큼직한 몸매에 두터운 비늘이 기품 있어 보이는데다 맛 또한 뛰어나 제사상 뿐 아니라 수라상에도 오르는 고기라 해서 숭어(崇魚)라고 붙여짐. - 수어[秀魚. 首魚]: 숭어의 모양이 길고 빼어나다고 해서 - 모치(毛峙)) : 모쟁이(숭어새끼)의 방언, 모찌라고도 함.
숭어의 종류
[유래]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치어(鯔魚)라 적고, 작은 것을 속칭 등기리(登其里)라 하고 어린 것을 모치(毛峙)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峯類說)』에서는 물고기의 으뜸으로 수어(秀魚)라고 했으며,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과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수어(水魚)라 하였다. 그리고 서유구의 『난호어묵지(蘭湖漁牧志)』에서는 숭어의 황금빛 알은 “햇빛에 말리면 그 빛깔이 호박 같고 맛은 진미”라고 했다.
『자산어보』에서는 큰 놈은 길이가 5~6자 정도이며, 성질이 의심이 많고 화를 피하는 데에 민첩할 뿐 아니라 헤엄을 잘 치며 잘 뛴다고 소개하고 있다. 특히 숭어의 특징을 “물이 맑으면 그물에서 열 발자국쯤 떨어져 있어도 그 기색을 잘 알아챌 수 있으며, 그물 속에 들었다 해도 곧잘 뛰쳐나간다. 그물이 뒤에 있을 때에는 물가로 나가 흙탕 속에 엎드려 있고 물속으로 가려 하지 않는다. 그물에 걸려도 그 흙탕에 엎드려 온몸을 흙에 묻고 단지 한눈으로 동정을 살핀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맛이 좋아 물고기 중에서 제일이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숭어는 여름철에는 좀처럼 잡기 어려우며, 찬바람이 일기 시작하면서 그물에 걸리기 시작한다. 숭어는 봄철이면 맛도 좋고 많이 잡힌다. 찬바람이 일기 시작하면 숭어의 부릅뜬 눈에 하얀 막이 생기기 시작해 초봄이면 눈에 막이 쌓인다. 이때 숭어들이 그물에 많이 들어 잡힌다. 특히 바람이 많이 불어 바다가 뒤집힐 정도가 되면 그물에 하얗게 숭어가 걸린다.
[지역사례]
숭어는 숭어(참숭어, 알숭어), 가숭어(개숭어), 등줄숭어로 구분한다. 도구를 이용해 숭어를 잡는 가장 원시적인 방법은 어살이었다. 돌을 쌓아 만든 독살이나 대나무를 엮어서 만든 죽방렴으로 갯골을 막아 숭어를 잡았다. 그물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주목망, 안강망 같은 것들을 이용하지만 최근에 연안 어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숭어잡이는 각망, 자망, 삼중망, 건강망 따위이다. 성질이 급하기 때문에 숭어는 그물에 걸리면 스스로 요동을 치면서 그물에 감기고 만다.
숭어를 마을에서 공동으로 잡는 개딲이 두레가 있다. 전남 진도에서는 개막이로 숭어를 잡았으며, 전북 고창에서는 뻘구덩을 파고 말뚝을 박아 그물을 걸어 잡기도 하였다. 지역적으로 영산강에서는 참숭어가 많이 잡히고 섬진강에서는 개숭어가 많이 잡힌다.
낚시로 떡밥 같은 미끼를 쓰는 미끼낚시와 훌치기낚시가 있다. 훌치기낚시는 동해안의 영덕 같은 곳에서 이용하는 방법으로 3갈구리(일반 낚시 3개를 묶어서 만든 낚시)를 숭어가 지나는 길목에 던져서 훌치는 방법이다. 그곳 주민들은 강도낚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부산 가덕도의 어민들은 ‘가덕도 대항 숭어들이’라는 이름으로 160여 년간 독특한 방법으로 이어져 온 전통 방법으로 숭어를 잡고 있다. 봄철이 되면 눈이 어두워진다는 숭어가 연안 수면 가까이로 떠오르면 산중턱에서 망을 보던 어로장이 “후려랏!” 하고 소리친다.
이때를 기다리고 있던 대여섯 척의 무동력 어선들이 일제히 그물로 숭어떼를 둘러싼 뒤 건져 올린다. 이를 육수망이라고 부른다. 부산 강서구청에서는 매년 4월 말 이러한 전통 숭어잡이를 지역축제로 재현하고 있다.
영산강 하류에서 숭어를 잡던 전통방식은 뗏발이다. 숭어의 뛰는 습성과 물에 뜨는 갈대를 이용해서 잡는 방법으로 갈대를 여러 매듭으로 묶고 매듭마다 통대나무를 엮어서 70미터나 되는 뗏발과 뗏발 앞에 쳐놓을 뗏줄을 준비한다. 그리고 강을 가로질러 뗏발을 펴고, 몽둥이를 든 접군들이 수면을 치면 숭어가 놀라서 깊은 곳으로 몰려든다. 눈이 밝은 숭어는 뗏줄을 보고 놀라서 뛰어넘다가 뗏발에 떨어지면 당구리(가래와 같은 모양)로 수어를 두들겨서 잡는다. 이 방법 외에도 배 두 척이 그물로 싸잡는 갱짜코나 훌치기낚, 공낚이 이용된다. 다음은 영산강 하구의 마을에서 불리는 뗏발을 띄우고 당구리로 숭어를 두들겨 패는 강마을 사람들의 뗏발치는 가래소리이다.
어허 넝청 가래야, 이 강 저 강 다 댕겨도, 이 강만한 강 없더라. 너기 넝청 가래야, 숭어 잡고 살다 살다, 이 강에다 뼈 묻을래, 어허 넝청 가래야, 이 강물에 시름 씻고 늙음마저 씻고 싶네. 너기 넝청 가래야.
기타, 의의
{숭어 관련 속담과 숭어서리} ‘5농 6숭이요 5, 6서에 준 사철이라.’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농어는 5월에 숭어는 6월에 서대는 5월과 6월에 준치는 사철 맛이 좋다는 말이다. 곧 바닷고기의 맛은 생태환경, 산란기, 계절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말한다. 숭어 맛은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가장 좋은데, 계절마다 달라서 겨울 숭어는 달고, 여름 숭어는 밍밍하며, 가을 숭어는 기름이 올라서 고소하다고 한다. 겨울철의 대표적인 생선회로 숭어를 치는 속담으로 ‘숭어맛을 겨울숭어 앉았다 나간 자리 뻘만 훔쳐먹어도 달디달다.’, ‘여름숭어는 개도 안 먹는다.’ 등이 있다. 그리고 숭어맛의 빼어남을 지적한 ‘숭어껍질에 밥 싸먹다 논 판다.’라는 속담도 있다. 서남해 일부 지역의 어촌에서는 숭어서리가 있었다. 농촌에 아이들이 하는 놀이 중 수박서리, 참외서리가 있었고, 좀 철이 들면 명절이나 정월 대보름 무렵에 닭서리가 있었다. 숭어서리는 개막이를 해놓은 갯벌에 주인 몰래 들어가 그물에 걸린 숭어 몇 마리를 걷어오는 것을 말한다.
[의의]
{숭어의 이용} 숭어의 알로 만든 어란(魚卵)은 조선시대 왕에게 진상되거나 큰 종가집의 술안주로 이용되었다. 염장, 건조, 압축, 재건조 같은 과정을 거쳐 만드는데 손이 많이 가고 대량으로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매우 귀한 음식으로 친다. 경기도 평택과 전남 영암에서 어란이 전해왔지만 지금 어란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영산강 하류의 무안 몽탄 지역이다. 이곳에서 잡은 숭어는 그 맛이 빼어나 조선시대부터 명성을 얻었다. 어란은 숭어알 외에 조기알이나 민어알로 만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숭어알로 만든 어란을 따를 수 없으며, 몽탄 숭어는 더욱 알려져 있다. 한편 숭어는 일본 에도(江戶)시대에 성게, 해삼 창자젓과 함께 천하의 3대 별미로 꼽히며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에서부터 고급식품으로 애용되었고, 중국에서는 9세기 무렵부터 ‘우고이단’이라 하여 궁궐에서 미녀를 홀리는 술안주로 널리 애용되어 왔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나카사키 가라수미’라 하여 3대 진미식품의 하나로 애용되고 있다. 오늘날에는 타이베이가 숭어알의 세계적 공급처로 떠오르면서 연어알인 ‘이쿠라’와 철갑상어알인 ‘캐비아’처럼 고급식품으로 거래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삼치나 대구알’이 연어알이나 숭어알로 둔갑해 거래되기도 한다. 이처럼 숭어알은 지금도 어느 어종의 식품에 비해 고급식품으로 널리 애용되고 있는데, 중국의 역대 황실과 일본의 역대 도쿠가와에게 진상된 최고급 어종이다.
영산강 하류에 속하는 나주에서는 당산제를 위한 제상에 숭어를 제물로 올리는 마을이 있다. 보통 제물이 지역에서 많이 나는 산물이나 귀한 것을 올렸던 것을 생각한다면 숭어가 이곳 특산물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또 영산강 하구언이 생기기 전에는 바닷물을 오가는 숭어들이 자유롭게 드나들었으며 이곳에서는 숭어는 대표적인 어종이었다.
숭어는 음식과 술안주만 아니라 약재로 이용하였다. 한방에선 어떤 약과도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향약집성방』과 『동의보감』에는 위(胃)를 열어 먹은 것을 통하게 하고 오장(五臟)을 이롭게 하며 살찌게 한다고 적고 있으며, 진흙을 먹으므로 온갖 약[百藥]을 쓸 때도 꺼릴 이유가 없다고 적혀 있다. 『난호어목지』에 “숭어를 먹으면 비장(脾臟)에 좋고, 알을 말린 것을 건란(乾卵)이라 하여 진미로 삼는다.”라고 하였다.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는 건제품(乾製品)을 건수어(乾水魚)라 하며 자주 보이는 것으로 보아 소비가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 참숭어와 가숭어의 비교>
지심도의 숭어잡이 (훌치기)
숭어는 몇천마리씩 몰려다닌다. 능포방파제의 숭어 훌치기
숭어는 자주 뛰어 오르는데 그 이유는 몸에 붙어있는 기생충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다. 지느러미에 기생충이 보이죠!!!
|
첫댓글 가숭어는 밀치라고 하는 고기가 아닌지..?
숭어새끼 모치는 지금이 제맛을 낼때입니다,
MP다리밑에서 투망(주왕)으로 모치,숭어 잡던 때가 엇그제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