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째 날
침낭 속 번데기 애벌레는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하였다.
기상시간 7시를 기다리기에는 너무 멀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침낭지퍼를 열고 머리맡의 북쪽 창문 커튼을 힘껏 열어젖혔다.
순간, 속으로 감탄사를 내지르며 방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시야의 설산은 벌써 떠오르는 태양빛에
한껏 취해 들어가고 있었다.
늦게까지 잔 것이 여간 후회스럽지가 않았다.
시계를 보니 벌써 해 뜨는 시각이 지나가고 있었다.
서라운딩 설산은 이미 금색으로 곱게 아침단장을 하고 있었다.
짙푸른 창공을 거울삼아...
남쪽 방향으로 라운딩된 설산을 바라보며
그 쪽으로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
그저 신비하고 신기한 장면들이 새록새록
연출되고 있는 중이다.
맨 동쪽에 있는 위대한 간첸포의 큰 봉우리에서
해가 뜨면서 비치는 햇빛은
이내 작은 설산의 봉우리들에게로 서어치되고 있는데
그 햇살의 빛이
마치 저쪽에서 이쪽으로 정확하게 점 찍히는
레이져 광선이 되는 것이다.
어린 딸 민정에게 봉숭아 꽃물을 손톱위에 하나하나 올려놓듯,
봉우리엣 봉우리로 금물들을 들여 나가고 있는 것이다.
임금이나 황제들만이 입는 황금색 찬란한 어의를
神들이 하사하고 있는 중인가 보다 싶다.
그 시각 아침은 너무 고요하고 엄숙하여
사방 팔방 대지는 인간의 땅이 아닌 것 같다.
닭 울음소리 조차 없고 마을은 깊은 잠에서 깨어날 줄을 모른다.
하얗다 못해 청색끼가 감도는 눈꽃무더기는
점점 작아지면서 홀린 듯 거꾸로 山을 기어 올라가고 있다.
황홀지경에 압도되어 영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골든 마운틴이 따로 없구나 싶다.
천상인지 무릉도원일지도 모를 지경이다.
태양은 서서히 기지개를 켜며 산 너머로 쭈삐 쭈삐 일어선다.
이 순간을 보기 위해 그 먼 길을 왔던가!
새벽의 어스름이 말끔히 걷히자 설산도 맑고 밝은 모습이 되었다.
2001년 3월 21일 오늘의 캉진곰파의 기억은 영원할 것만 같다.
이제 오던 길로 되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못내 마음은 아쉽지만 그지없이 행복하고 무한하다.
신선의 마을을 자꾸 되돌아보면서 내려오는 길은
무척이나 가벼움을 느낄 수가 있었다.
갈색의 고원지대를 지나칠 때마다
마을 티벳탄들이 모두 나와 야크떼를 몰면서 이른 봄밭을 갈고 있다.
쓸쓸한 고원지대의 가시나무 밭을 지나 계곡물 소리와 조우할 때는
이제 숲이 우거진 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큼성큼 일행은 먼저 일찌감치 내려가 버렸다.
혼자 콧노래를 부르며 걷기 명상에 흠뻑 빠져 버린다.
보랏빛 천리향 숲길은 또 하나의 매력이다.
그 또한 이미 취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