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수입차 한번 타볼까? 소심한 사람도 한번 용기를 내볼 만하게 되었다. 지난달부터 수입차 판매가 국내 자동차 전체 판매량의 5%를 넘어섰다. 수입차 탄다는 사실에 거부감이 별로 없다. 고급차가 아닌 중소형 모델이 늘어나면서 수입차는 더욱 가까워졌다.
자동차 값 3500만원은 심리적으로 수입차 구매가 시작되는 선이다. 비슷한 값으로 국산 고급차를 살까 아니면 수입차를 경험해볼까 망설이게 된다. 그래서 3000만원대의 수입차를 모아보기로 했다. 이렇게 많았던가? 폭스바겐 골프, 뉴 비틀, 볼보 C30, S40, 푸조 307, 미니, 혼다 어코드, 포드 머스탱 등 손으로 꼽아보니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그중 임의로 벤츠 My-B와 볼보 V50, 혼다 CR-V를 골랐다. 모으고 보니 미니밴, 스테이션 왜건, SUV의 비교가 된다(사실은 시승 당일 빌릴 수 있는 차로 모은 것이다). 어떤 차가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을까? 레저용으로 내게 맞는 차를 골라보지만, 마음은 엔트리 수입차로서 저마다 간직한 가치를 느껴보고 싶었다.
비교는 작은 차이를 크게 한다. 단독 시승한다면 모르고 지나칠 일도 두드러져 보인다. 상대적인 단점은 별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비교 시승기는 작은 차이가 좋은 차와 나쁜 차로 가른다. 직접적인 표현은 되도록 피하지만, 좋고 나쁨을 말하지 않을 수도 없다. 이 차는 무엇이 좋다는 말은 다른 차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말이다. 이 차가 부족한 점은 상대 차가 낫다는 뜻이다. 숨은 뜻 찾기에 비교 시승기 읽는 재미가 있다.
볼보 V50 유럽의 스테이션 왜건 인기는 우리의 상식을 뒤엎는다. 원래 왜건이 많이 팔리는 볼보는 물론이고 아우디 A4와 A6도 왜건형 판매가 50%를 넘는다. 슈퍼 세단 RS시리즈에도 왜건 타입이 나오는 이유다. 벤츠와 BMW도 4대 중 1대는 왜건 타입이다. 그들은 자동차를 대할 때 기능만을 생각하고 품위를 보지 않는다 했다. 유럽을 동경하는 일본 역시 볼보 판매의 절반은 왜건 타입이다.
볼보 V50은 생각보다 작았다. 아반떼 정도 크기다. 그 작은 차의 간결하고 모던한 디자인이 완벽하다. 어디 하나 손댈 곳 없어 보인다. 두툼한 어깨선이 볼보의 안전을 강조한다. V50은 볼보 모델 중 가장 예쁜 차가 아닌가 싶다.
V50의 구형이었던 V40은 여느 볼보 같지 않다. 미쓰비시 카리스마 바탕의 차는 어딘가 허술한 모습이 한낱 값싼 차에 머물렀던 기억이다. 볼보는 V50을 만들며 완전히 새로운 차로 다듬었다. 포드의 월드 카 플랫폼 C1 아키텍처 위로 만들어진 차는 볼보만의 고급스러움과 세련미가 돋보인다. 포드는 볼보 브랜드를 아우디와 BMW에 맞서는 대항마로 키웠다.
V50의 실내 디자인은 간단하다. 타이트한 공간과 간결한 디자인은 세련미가 넘쳐흐른다. 재질의 고급스러움이나 마무리가 비교 시승차 벤츠보다 나앗다. 한 장의 얇은 판으로 된 센터스텍은 요즘 볼보 디자인의 백미다. 흔히 ‘떠 있는 폭포’라고도 불리는 센터스텍은 볼보가 내세우는 패션 아이템이 되었다. 이 디자인은 S80 같은 고급차보다 V50 같은 작은 차에서 빛을 발한다.
가죽으로 된 시트는 바느질 솜씨가 프리미엄급이다. 쿠션은 딱딱한 편인데, 멋진 모양에 비해 몸을 잡아주는 감각은 덜했다. 시트가 커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차에 비해 낮게 앉는 자세 때문이지도 모른다. V50은 앞 시트 중간에도 크럼블 존을 만들어 측면 충돌 시 충격을 흡수하도록 했다 한다. 볼보인 만큼 경추 보호 시스템이나 측면 충돌 보호 시스템 등 모든 안전장비를 달았다. 두터운 B필러나 듬직한 도어 실은 볼보에서나 가능해 보인다.
제원상으로 본 3대의 시승차는 모두 평범한 패밀리카지만 실제로는 경쾌하게 달린다. 기본적인 욕구는 충분히 만족시키는 주행 성능이다. 달리고 서고 돌아가는 데 충실하지만 급한 일이 생긴다면 과격한 달리기도 가능하다.
볼보 V50은 가로 배치된 5기통 엔진이 유별나다. 1415kg의 차체를 몰아가는 170마력 엔진은 0→100km/h 가속을 9초에 달려 3대 중 가장 빠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차가 무겁다. 차를 몰아가면 응어리진 차체가 느껴진다. 스티어링 휠이 무거워 운전이 버겁다. 차는 작지만 큰 차를 타는 느낌이다. 볼보 V50은 수동적인 안전에 강해도 능동적인 안전에 미흡하다는 생각이다. 서스펜션은 든든한 편이다. 그럼에도 코너링에서 우위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고속주행은 무거운 차체가 내던져지고 그 쇠뭉치를 바로잡기 위해 네 바퀴가 후들거리는 꼴이다.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오늘 비교한 차는 3대 모두 최고속이 시속 180km로 같았다. 국내 수입되는 V50은 170마력 한 가지로, 소형 패밀리카로서 볼보의 매력을 전한다. T5 엔진 모델이나 AWD에 호기심이 나지만 듬직한 무게를 생각한다면 V50은 디젤 엔진이 더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판매량이 많은 푸조 307을 생각하면 디젤 엔진의 필요성이 절실해진다. 볼보는 또 디젤 엔진 차가 휘발유 엔진 모델보다 싼 메이커가 아니던가.
메르세데스 벤츠 My-B 10여 년 전부터 벤츠는 차종의 다양화를 추구했다. 고급차 메이커가 초소형차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거대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폭스바겐이 이에 대응하고자 고급차 페이튼을 만들었던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벤츠가 미니카 시장에 새로 진입하려 했을 때 경쟁자와 평범한 4도어 세단으로 대응하기는 부담스러웠다. 값이 비쌀 벤츠의 4도어 세단 소형차가 현대의 베르나에 비교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었다. 모노볼륨은 맞대응을 살짝 벗어나 니치 시장을 찾으려는 벤츠의 전략이었다.
그렇게 벤츠 A클래스가 만들어지고 2005년 데뷔한 B클래스는 A클래스 섀시를 늘려 만들었다. 긴 휠베이스에 바퀴를 네 귀퉁이로 몰아 만든 이 차를 사람들은 모노볼륨이라 부른다. 모노볼륨 구조는 적은 면적 위로 공간 활용을 극대화한다. 이런 차가 필요한 이유는 유럽의 거리를 상상하면 쉽게 알 수 있다. 한치의 공간이 아쉬운 주차전쟁은 B클래스 같은 차를 요구한다.
보닛을 열면 엔진은 한참 아래 누워 있다. 차 바닥을 샌드위치 구조로 만들어 정면충돌 시 엔진이 차 바닥으로 떨어지도록 했다. 작은 차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획기적인 구조로 My-B는 2006년 유럽 NCAP에서 별 5개를 받았다.
한편으로 샌드위치 구조는 무게중심을 높게 하고, 실내공간을 충분히 활용 못하는 것은 아닐까 의문이다. 차 바닥이 높은 차는 사람이 탈수록 무게중심이 올라가지 않을까? 차 바닥이 높은 차 My-B는 운전자세가 승용차처럼 발을 앞으로 뻗게 된다. 일반 SUV나 미니밴처럼 키 큰 차의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높이 앉아 발을 앞으로 뻗는 My-B 운전자세가 어째 조금 어색하다. 그래도 시승차 3대는 모두 텔레스코픽 기능을 갖추어 수입차의 체면을 살렸다. My-B의 스티어링 휠을 최대한 앞으로 당겨 자세를 바로잡는다. 대시보드의 플래스틱 재질이 값싸 보인다. 실내 품질에서 벤츠 기분이 덜하다. My-B의 에어컨이 수동식인 것은 벤츠 엠블럼을 얻는 데 대한 보상이다. 손으로 여닫는 글래스 루프 가리개가 엉성한 것은 이해가 힘들었다. 파노라믹 선루프는 뒷자리 승객을 위한 것이다. 비록 열리지는 않지만 분위기를 한껏 돋우어줄 옵션이다. 기대했던 뒷자리 공간은 라비타보다 좁았다. 휠베이스가 유난히 길지만 공간 활용은 생각보다 못하다. 높은 바닥이 모노볼륨의 장점을 상쇄한다.
My-B 스타일은 복잡한 생각을 하게 한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깜찍한 A클래스보다는 비호감의 R 클래스를 닮았다. A클래스와 C클래스 가운데 존재하는 My-B의 역할은 무엇일까? 값비싼 A클래스? 귀여운 맛이 덜한 모노볼륨이기에 해석이 어렵다. 벤츠의 품위와 실용적인 디자인은 조화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나저나 엠블럼이 2개나 달린 앞모습은 정말 봐주기 어렵다.
My-B의 136마력 엔진은 비교하는 차들에 열세라 걱정이 없지 않았는데, 1315kg의 가벼운 몸무게로 경쾌하게 달린다. 일상적인 운전에서 힘 부족은 느낄 수 없다. 스티어링 휠도 가볍고, 따라서 운전이 쉽다. 반면에 큰 키 때문인지 바람의 영향을 조금 받는다. 고속에서는 생각보다 CVT의 벨트 소음이 컸다. 도심형 차라 그런가…. 소음에 민감한 사람에게는 성가실 수 있겠다. My-B 엔진은 OBD 2를 만족시키는 최초의 4기통이라 했다. 벤츠에 가로배치 엔진과 앞바퀴굴림은 유별나다. 연비 또한 12.8km/ℓ라 하는데, 믿을 수 없을 만큼 경제적이다.
구불거리는 국도에 들어서자 맹렬하게 달리는 기세가 좋다. 7단 CVT를 수동으로 변속하며 달리는 재미가 보통 아니다. CVT 고유의 어색한 느낌도 없이 과격한 조작에 반응이 자연스럽다. 3단과 4단을 오가는 시프트 레버에 차는 코너마다 울부짖는다. 136마력의 한정된 힘을 몽땅 이끌어내는 재미가 있다. 센터콘솔에 달린 스포츠와 컴포트 모드 버튼 역시 누를 때마다 차이가 분명하다. 스포츠 모드에 엔진은 더 민감하고 강하게 반응하고, 컴포트 모드에 누그러진다.
키가 큰 차임에도 안정감이 좋았다. 적절한 힘에 위험할 정도의 과속을 못하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오늘 시승차 3대는 모두 차체 안정화장치를 갖추었다. 주행안정장치는 점차 표준 장비가 되어가는 듯하다. 특히 My-B같이 키가 큰 차에는 필수였다. CVT 달린 모노볼륨 차 달리는 재미가 이렇게 좋다면, 인테리어 마무리가 떨어지는 것쯤은 눈감아 줄 만하다.
혼다 CR-V 혼다 CR-V는 지금 수입차 시장의 베스트 셀러다. 금년 1~4월 판매는 1187대, 2004년 10월 국내에 들어온 이래 금년 4월까지 4724대가 팔렸다. 전세계 어느 시장에서나 대세는 모노코크 보디의 SUV다. 저속기어 없는 도심형 SUV는 승용차와 다름없는 편안함과 경제성으로 우리 생활에 파고들었다.
신형 CR-V는 구형보다 화려해진 외모에 충실한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고급차는 아니지만 더 이상 소형 SUV가 아니다. 디자인은 논란을 부를 만하다. 독특한 앞모습은 구형 카이런 못지않게 엽기적이다. 앞으로 나올 많은 혼다 차들에 보일 얼굴인지 모른다. 요즘 혼다 디자인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닌 듯하다.
CR-V나 My-B처럼 적당히 키가 큰 차는 타고 내리기 편하다. 특히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에게 편리하다. 만만치 않은 여성 고객 비율을 생각할 때 지나칠 수 없는 장점이다. CR-V는 운전공간이 넉넉하고 시야가 탁 트였다. 텔레스코픽 스티어링 휠과 더불어 높이 앉는 운전자세가 완벽하다. My-B와 달리 다리를 아래로 내려 한결 편하다. 응접실 소파처럼 푹신한 시트도 만족스럽다. 베이지색 실내는 미국의 중산층 가정주부를 위한 화사한 분위기다. CR-V는 미국에서 인기가 좋은 만큼 미국 시장을 위해 설계되었다.
실내 디자인 역시 고급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쓰기에 편해 보인다. SUV답게 수납공간이 많았다. 글러브 박스가 2개이며 크기가 넉넉한 센터콘솔이 쓸모 있어 보인다. 길이가 짧아 까딱거리는 시프트 레버가 재미를 더한다. 3대의 시승차는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만큼 모두 상당한 짐을 싣는데 CR-V의 공간이 가장 컸다.
CR-V의 매력은 승용차와 다를 바 없는 자연스러운 달리기다. 도심형 SUV답게 온로드 주행 성능이 매끄럽다. 코너마다 과격하게 몰아치면 도로면에 들러붙어 역동적으로 달린다. 경쾌한 핸들링을 즐기며 CR-V의 가치를 음미한다. 평범한 듯 보이는 차의 매력은 분명했다.
네바퀴굴림의 시승차는 몸무게가 1605kg이라는데, 볼보보다 가볍게 움직인다. 신형은 구형보다 200kg이나 가벼워졌다. 첨단 i-VTEC 기술이 적용된 직렬 4기통 2.4ℓ 170마력 엔진은 어코드 것인데 CR-V에 꼭 맞는 힘을 제공한다. 급할 때 마구 밟아 대면 충분히 응답하는 힘 좋은 엔진이다. 급가속에 5단 자동 트랜스미션만이 부담스러워 한다. 리얼 타임 4WD 시스템은 평소 앞바퀴를 굴리다 필요할 때만 알아서 뒷바퀴로 토크를 전한다.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다.
고속에서 안정감도 좋은 편이다. 이번 비교에서 키가 큰 차일수록 안정감이 좋은 것도 의외였다. CR-V는 착 가라앉아 조용하게 그러나 힘차게 내뻗는다. 부드러운 서스펜션과 가벼운 스티어링 휠로 운전이 쉬웠다. CR-V 운전 재미에 점수를 매긴다면 My-B의 수동변속 재미에 뒤지지만, 마음먹고 코너마다 쏘아대는 재미가 쏠쏠하다.
에필로그 수입차는 다양한 장르의 차를 접하게 한다. 그 다양함만으로도 수입차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지루한 삶은 피하고 싶다. 3000만원대의 차들은 처음 수입차를 고르는 이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첫인상을 심어줄 것이다. 아랫급 모델이지만 앞으로 자사 제품에 충성스러운 고객을 만들 차다. 값싸지만 가치를 담아야 한다.
스테이션 왜건은 승용차를 몰던 사람이 부담 없이 대할 수 있어 좋다. V50처럼 작은 차는 다루기도 쉬울 것이다. 볼보 왜건에 지성미가 흐른다. 볼보 왜 건에서 풍기는 유러피언 체취가 향기롭다.
실물을 대하면 벤츠보다 나아 보이는 감성 품질이다. V50을 짐차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허세가 심한 대한민국에서는 작은 차가 불리하다는 생각이다.
My-B는 3000만원대의 값으로 벤츠를 맛볼 기회다. 모노볼륨을 타며 남보다 앞서간다는 자부심도 가져볼 만하다. B200이 아니라 통통 튀는 My-B라는 이름도 좋았다.
한편으로 노파심도 없지 않다. 최상의 효율을 추구하는 모노볼륨 My-B는 그동안의 벤츠 이미지와 많이 다르다. 권위와 발랄함의 충돌이다. S클래스 팔던 영업사원은 My-B를 팔 준비가 되어 있을까?
힘 좋고 경제적인 국산 디젤 SUV를 마다하고 수입 휘발유 엔진 SUV를 고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혼다 브랜드에 대한 신뢰일 것이다. SUV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타기 편하고 믿을 수 있는 차를 원했다. CR-V는 두루 만족할 차였다. 고장 없는 일제 차는 후회 없는 선택이다. 3대 중 가장 큰 차인 CR-V는 가장 싼값에 4WD 기능까지 제공한다. 일본 차 전통대로 가치가 크다. 많이 팔리는 차에는 이유가 충분하다. 그러나 가치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볼보의 지성미와 벤츠의 고귀함을 원하는 이에게 대안이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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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ㅋㅋ '벤츠의 고귀함'...다른말로는 '허영'이라고 CRV까페에서 열라 까댈것이 눈에 선하군요. 좋은글 감사함다
우째 시승기가 좀 허접하네요. 제원도 오류가 있고요..
단순히 삼각별때문에 마이비를 사는 것은 아닌데... 꼭 사지아니하는 분들이 꼭 태클을 걸더라구요~
전 솔직히 '벤츠'라는 네임밸류는 거의 안보고 결정했는데요... 사지 않은 사람들의 선입견이 상당히 있다는걸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