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BN 경북교통방송 행복상담소 / 2023.05.14. 힐링인문학 제75회 / 박희택 】
04.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마음을 가누기 힘들 때
Q.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마음을 가누기 힘듭니다. 저(딸, 50대)는 하던 일도 그만두고 1년간 어머니 간호에만 매달렸는데 이렇게 가셔서 황망합니다. 어머니는 5년간 암투병을 하셨지만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건강하게 지내셨습니다. 그러다 1년 전 교통사고가 났고 이후 급격히 병세가 악화돼 지난달 21일에 74세로 너무 일찍 하늘로 가셨습니다. 며칠 전 꿈에 어머니가 나타나 먹을 걸 달라고 하시더군요. 1년간 식사를 못하시고 누워만 계셨거든요. 맛있는 밥 한 번 못 지어드리고 그냥 보내 드린 것이 너무 가슴 아픕니다. 끝까지 자식 걱정만 하신 어머니 너무 보고 싶습니다.
A. 사연을 듣기만 해도 눈물이 납니다. 어머니 별세하신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고, 1년간 식사도 못하시다가 불과 74세에 별세하셨고, 꿈에 나타나 먹을 걸 찾으시니 마음이 얼마나 아프시겠습니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연을 듣고 가장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따님이 어떤 자책감도 갖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안타깝게 돌아가시면 남은 자녀는 평소 못해 드린 것만 생각나고 이런 저런 자책감이 들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임은 하던 일도 그만 두고 간병에 매달렸고, 어머니 돌아가신 이후에도 한결같이 가슴 아파하는 효녀이신데, 후회할 일을 어머니 생전에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따님이 자책감을 갖는다면 별세하신 어머니가 바라는 일도 아니고, 따님이 앞으로 어머니를 추념해 나가는 데에도 걸림이 될 것이니, 자책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동해 바닷물에 말끔이 씻어 내시면 합니다.
다음으로 보내 드릴 때 보내 드리는 것도 효순(孝順)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2004년에 어머니를 보내 드렸습니다. 당시 어머니 연세는 여든 하나였습니다만, 더 사셔야 하는데 일찍 돌아가셨다 싶고, 잘못한 것만 생각나고, 퇴근길에 입원하셨던 의료원으로 가보곤 하였습니다. 슬픈 감정이 지속되어 누님에게 말했더니 3년은 간다고 친구들이 하더랍니다. 그 즈음 한 방송에서 흘러나온 ‘부모님을 보내 드릴 때 보내 드리는 것도 효순’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 말이 꽤 위로가 되었습니다. 자식의 입장에서 보면 부모님을 보내 드려 좋은 때는 없지만, 우주법계에서 보면 개별자들 각자의 인연된 시간은 엄연히 있는 거니까 그 시간에 가시는 것이고, 그때 애착을 놓고 보내 드리는 것도 효순이라는 뜻입니다. 저의 슬픈 감정은 3년까지 가지 않았고, 1주기 때 추모하는 글을 써서 어머니 영전에 올리고 추모앨범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추모글을 어머니의 사망진단서, 어머니의 주요 사진과 관련 자료 등과 함께 추모앨범에 넣어 보존하고 있습니다. 추모앨범을 만들어 보시는 것도 잘 보내 드리는 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죽음은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는 이치를 사유해 보실 것을 권합니다. 이를 장자는 ‘위대한 귀환(大歸, 장자 지북유편 제8장)’이라 불렀습니다. 우리의 인생(삶) 또한 온 곳에서 온 곳으로 돌아가는 여로(旅路)입니다. 그렇다면 삶과 죽음은 다른 것이 아니고, 죽음은 삶의 한 과정일 뿐입니다. 삶과 죽음을 대칭적으로 보지 말고, 자녀들의 추념기도 속에 어머니는 저승(자연계)에서 행복하게 사신다고 생각하기 바랍니다. 이것은 죽음 연구자들 대부분의 공통된 견해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천지 사이에 사는 것은, 마치 흰 말이 틈 앞을 지나가는 것과 같아 순간일 뿐입니다. 물이 솟듯 하고 싹이 나듯 하여 자연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 없고, 흐르듯 하고 사라지듯 하여 그곳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 죽음이란 활이 하늘의 활집에서 빠져 나가듯 하고, 칼이 하늘의 칼집에서 빠져 나가듯 하여, 흩어지고 쓰러져 혼백이 떠나고, 육체가 그것을 쫓아가는 것이니, 바로 ‘위대한 귀환(大歸)’입니다. (「장자」 지북유편 제8장)
그렇기에 장자는 자신의 아내가 죽었을 때 동이를 두드리고 노래를 부르면서 아내를 보냈습니다(장자 지락편 제4장). 우리가 노래까지 부르기는 그렇지만 어머니에 대한 애착을 놓아서 어머니께서 저승으로 훨훨 귀환하시게 해 드리는 것이 남은 효도가 아닌가 합니다. 따님께서 끼니를 잘 챙겨 드시고 밝고 건강하게 생활해 나가면서, 어머니를 위한 추념기도를 매일 올려 드리는 것이 지혜롭고 아름다운 자녀의 길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칼릴 지브란은 죽음에 관해 이렇게 통찰하였습니다.
그대는 죽음의 비밀을 알고 싶어한다. 하지만 삶의 한가운데서 죽음을 찾지 않고서 어떻게 그것을 발견할 것인가? 밤에만 보이는 눈을 가진 올빼미는 낮에는 눈이 멀어 빛의 신비를 벗길 수 없다. (「예언자」 제27장)
✱ 오늘의 힐링송 추천 : 천 개의 바람이 되어(임형주) :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