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하댐 지나며
지레 마을을 찾아 간다 굽이굽이 산길 추적이는 비로 젖고 산 곳곳 물 곳곳 안개는 피는데 임하댐 산기슭에 허리까지 잠긴 나무들은 춥다
세월을 못 만나 죄 없이 잠긴 나무들아 죄 없이 순한 것들 죄 없이 적시는 세월아 물굽이 흘러 곡식 잡초 살아나련만 가문 날 뙤약볕 사정없이 너희 뿌리 태우고 비 오면 너희 아랫도리 무겁게 흔들리누나
산 하나 또 넘으면, 애달퍼라! 불어난 물에 푸르게 잠긴 두세 그루 미루나무 머리꼭지가 올망졸망 흔들리누나 듬성듬성 이미 죽어 색 바랜 나무들 사이 아직 죽지 않았다고 죽으면 안 된다고 물 아래 서로 허리 싸안고 추운 손들 꼭 잡고 서서 있구나
온 능선 비 맞아 푸득푸득 살아나는데 어이 너희들만 죄 없는 세월 임하댐에 잠기어. |
첫댓글 임하댐 수몰지구 곁 산등성이 길을 타고 내려오던 중 우리는 보았다. 이틀 연이어 퍼부은 비에 불어난 댐을 바라보는 순간, 미루나무 몇 그루가 방류되는 물살에 목만 내 놓은 채 흔들리며 서 있는 게 아닌가. 미루나무들은 새파란 모습들을 하고 서로 의지하고 흔들리며 서 있었다. 주변의 나무들은 거의 말라 죽어버린 그 곳에서. 그것들은 내게 "우리는 이렇게도 살아 있어요." 라고 절규하는 듯 했다. 내 얇다란 고민들을 단칼에 요절내던 그것들이 아직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구태여 찾아가 보지 않으리라. 그것들은 이미 내 속에서 푸르고 절절하게 살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