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5편
철이: 교양 과목시간에 지각을 해버렸군요.
정말 강의실 한번 길군요.
뒤에 앉으니 정말 앞이 캄캄합니다.
하하 이건 진짜 아닙니다.
내가 꼭 그녀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도 지각을 하고선
내 옆에 앉았습니다. 기분이 묘합니다.
도서관에서 내 옆에 앉았을 때하고 느낌이 또 다르군요.
나도 지각을 해서 여기에 앉은 겁니다.
당신이 앞 좌석에 없었기 때문에 뒤로 온 것은 절대 아닙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민이: 교양수업시간에 지각을 했습니다.
당연히 앞문으로는 들어 갈 수 없었지요.
내 친구 뒤에 그가 앉아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니 기분이
별로 좋지가 않습니다.
뒷문으로 들어가 빈자리가 있길래 얼른 앉았습니다.
저 앞에 친구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어?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호호 그가 내 옆에 앉아 있군요.
난 그냥 앉았을 뿐입니다.
절대 당신이 여기 앉아 있어서 여기로 온 것이 아니라 단지 빈자리였기
때문에 앉았단 말이에요.
라고 그에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철이: 다음주가 시험이라는군요.
하하 뭐 상관없습니다.
그녀 때문에 이 수업은 한번도 결석을 한 적이 없습니다.
교양수업은 출석만 잘해도 시험은 무난히 치를 수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그녀에게 고맙단 말을 해주어야 겠군요.
오늘 편지를 써야겠습니다.
민이: 다음주가 시험입니다.
필기도 잘 했고 뭐 걱정은 없어요.
공책을 넘겨보니 그를 생각하며 썼던 시가 보이는군요.
바로 나의 옆에 있는 그가 이 시를 보면 무슨 느낌이 들까요?
철이: 오늘은 편지를 썼습니다.
세 번째이니 만큼 어느 정도 나를 밝혀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교양 과목명을 적고 그 시간에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라고 적었습니다.
다음번 편지에는 저의 학과 이름도 적어볼까요?
일요일날 아주 눈치를 보며 편지를 갖다 놓았습니다. 혹시 저번처럼
그녀와 마주치는 일은 없어야 하겠기에...
민이: 월요일 아침에 수업을 들어가다 혹시나 하고 봤는데 편지함에
나한테 온 편지가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군요.
무기명입니다. 누굴까요? 편지를 읽어 보았습니다.
이 사람도 그와 같이 금요일 교양수업을 듣는다는군요.
그 시간에 나를 지켜본다는데...
너무 그에게만 신경을 썼을까요?
누군지 짐작이 되지를 않습니다. 혹시 그일까요?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확인을 해봐야 겠군요.
철이: 오늘은 공대 앞에서 아주 낯선 사람처럼 그녀 앞을 지나쳐 갔습니다.
그녀의 눈동자에 맺힌 내 모습이 반가와 쳐다봤지만 얼른 피해야 했지요.
그녀는 아직 나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지금 내 맘을 온통 가을색으로 물들어 놓았습니다.
에이 씨.
그녀와 눈 마주치는걸 피하다가 공대 앞에서 족구 하던 놈들의
공에 머리를 맞았습니다. 또 그녀가 그 모습을 보았습니다.
내 앞에 떨어진 공을 족구 하던 학생들 반대방향으로 있는 힘껏 차버리고
또 열심히 뛰었습니다.
헉헉 생각을 해보니 도로 돌아가야겠군요.
전 공대에 수업이 있었습니다.
민이: 공대 쪽으로 난 길에서 난 그를 보았습니다.
그의 모습이 참 반가웠지만 그는 얼른 고개를 돌려버리는군요.
그는 가을 바람처럼 내 마음의 나뭇잎들을 떨게 하고 있습니다.
나한테 편지를 보내는 사람처럼 나도 그에게 편지나 써볼까요?
이런 그가 공에 머리를 맞았군요.
호호 화가 났나봅니다.
공을 반대방향으로 차버리고 또 힘껏 뜀박질을 하며 멀어져 가는군요.
이젠 그의 뛰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습니다.
철이: 교양시험을 열심히 보았습니다.
그녀가 내 뒤에 앉았군요.
혹시 그녀가 문제가 어렵다고는 생각하지 않을까요.
내 답지를 보여주고 싶군요.
그런데 그녀가 먼저 답지를 내버립니다.
문제가 쉬웠던 모양입니다.
다시 가방을 가지러 이쪽으로 옵니다.
답지를 작성하는 척 해야겠습니다.
그녀가 가방을 챙기다 내 쪽으로 무언가 떨어뜨렸습니다. 하하.
내가 보낸 편지군요.
그녀가 내 편지를 받아서 읽어보고는 있나 봅니다.
기분이 좋군요.
웃으며 태연하게 그걸 주어서 그녀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또 답지를 작성하는 척 했습니다.
저도 답지를 이제 완성했습니다.
저기 그녀가 강의실을 나가는군요.
민이: 문제가 참 쉽습니다.
결석을 하지 않은 탓이겠지요.
답지를 제출 했습니다.
앞에 앉은 그는 아직 답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꽤 많이 썼군요.
가방을 챙기다 가방 안에 있는 편지를 보았습니다.
일부러 그가 앉은 쪽으로 떨구어 보았습니다.
혹 그가 이 편지를 썼다면 표정의 변화가 있겠지요.
그는 별 표정없이 그 편지를 주워 저에게 주었습니다.
그가 쓴 편지는 아닌가 봅니다.
모르겠습니다.
조금은 기대는 했었는데...
철이: 다음주부터는 전공시험이 있습니다.
오늘 집에 가자마자 그녀에게 편지를 써야 겠습니다.
다음주에는 편지를 못 쓸 거 같으니 말입니다.
편지에 전 전산과에 다니는 학생이라 적었습니다.
그리고 92학번이라고도 적었습니다.
편지 보낸 놈이 나란 걸 추측하기 너무 쉬울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민이: 다섯 번 째 편지를 받았습니다.
역시 그는 아니군요.
편지 보낸 사람은 전산과 학생이고 더군다나 92학번이라고 합니다.
나의 기대는 말 그대로 기대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이 사람이 이젠 편지를 그만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는 교양과목은 휴강을 한다고 했습니다. 시험기간입니다.
도서관이나 다녀야 겠습니다.
철이: 월요일부터 도서관을 줄기차게 나왔지만 그녀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하기야 내가 어디에 앉았는지 그녀는 모르겠지요.
오늘은 좀 일찍 온 탓인지 예전에 내가 앉던 자리를 잡을 수가 있었습니다.
내 옆자리에 낯이 익은 가방이 걸려 있군요.
아침이라 졸립니다.
오늘은 시험이 없습니다.
좀 자다가 일어나도 되겠지요.
일어나니 옆자리는 아직 가방만 걸려있고 사람은 없습니다.
어라? 내 자리에 생크림 빵이 있습니다.
누가 놔두고 갔을까요?
전 생크림 빵을 무지 좋아합니다.
누군지 모르지만 잘 먹겠습니다.
빵을 먹고 나니 공부가 잘되는군요. 하하.
내 옆자리는 그녀가 주인이었군요.
어쩐지 가방이 낯익다 했습니다.
그녀가 자리에 앉길래 쳐다보았습니다.
날 보고 웃는군요.
날 안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내 얼굴에 뭐라도 묻어서 일까요?
아무래도 내가 보낸 편지의 필자를 알아 차린 것 같은 웃음 같습니다.
좀 쑥스럽군요.
민이: 오늘은 첫 교시부터 시험이 있습니다.
새벽에 아침도 먹지 않고 도서관을 나왔습니다.
그하고 인연이 맺어졌던 자리에 가방을 놓았습니다.
배가 고프군요.
학교 근처 제과점으로 갔습니다.
아침 일찍 갓 구운 빵이라 맛이 정말 좋군요.
몇 개 사 가지고 가서 나중에 또 먹어야 겠습니다.
생크림 빵 두개를 샀습니다.
도서관에 돌아 오니 내 옆에 누가 앉아 자고 있었습니다.
호호 그군요.
그가 오늘은 아침부터 잠에 빠져있습니다.
첫 교시 시험 때문에 내가 자리를 뜰 때까지 그는 일어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시험을 보러 나갈 준비를 하다가 문득 그가 아침은 먹고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생크림빵 두개를 그의 자리에 놓아두었습니다.
나갈려고 하는데 그때 자전거를 몰았던 그의 친구가 그의 잠든
모습을 보았습니다. 다행히 그를 깨우지는 않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가 먹으라고 놓아둔 빵 하나를 그 자리에서 뜯어 먹어버렸습니다.
나머지 한 개도 먹어버리면 오늘 도서관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날것도 같습니다.
그의 친구를 째려보았습니다.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나머지 빵 한개는 손만 댔다가
그냥 놓아두고 갔습니다. 시험을 잘 보고 도서관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잠에서 깨어 공부를 하고 있군요.
내가 왔음을 의식했는지 쳐다보았습니다.
호호 그가 빵을 먹었군요.
입가에 생크림이 묻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은데 그는 뭔가 쑥스러운 듯
고개를 돌려 공부만 합니다.
그가 먹은 빵이 내가 놓아둔 빵이란 걸 그는 알까?
계속....
우연.... 6편
철이: 이제는 낙엽이 눈에 띠게 떨어집니다.
애처로운 바람이 오후를 여유롭게 하고 있습니다.
오늘 중간고사가 끝이 났습니다.
내일은 교양과목이 휴강입니다.
그녀는 언제 나와 마주칠까요?
오늘은 일찍 집에 들어가야겠습니다.
버스가 빨리 안오는군요.
버스 정류장 앞에 있는 꽃집의 빨간 장미들이 그의 모습들을
웃음으로 발하고 있었습니다.
민이: 내일은 중간고사 시험이 두개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오후는 차분한 느낌을 주네요.
집에 일찍 들어가봐야 겠습니다.
버스 정류장 앞 꽃집의 장미가 너무나 곱습니다.
가을날 바람은 그 꽃을 사가지고 가라는군요.
꽃을 안고 버스에 탔습니다. 그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내일은 교양과목이 휴강이군요.
언제쯤 그와 다시 마주치게 될까요?
철이: 밤의 어둠은 마음을 떨리게 하는군요.
음악을 들으며 그녀에게 편지를 씁니다.
언젠가 인연이 닿으면 서로 알게 될 날이 오겠지요.
다음날 수업도 없었지만 오후에 편지 때문에 학교를 갔습니다.
시험이 끝난 선배들과 친구들에게 붙잡혔지요.
할 수 없이 한잔 해야겠습니다.
해 질 무렵 캠퍼스 잔디밭은 시끄럽습니다.
띠엄띠엄 가로등이 자신의 존재를 알렸지만 조금 어둡군요.
예비역 선배 3명과 그 중 한 명의 여자 친구 선배 한 명 그리고
자전거몰던 친구 녀석과 잔디밭 한구석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근처 여기저기에 우리와 같이 술판을 벌인 학생들이 많습니다.
밤은 깊어가고 선배들은 취해 갔습니다.
여자선배는 뭐가 좋아 저렇게 히죽거릴까요?
저기 열장 걸음 떨어진 곳에 열 명 정도가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그쪽은 여자들이 참 많군요.
일본말 소리가 들립니다.
일교과 학생들일까요?
그녀가 일교과학생이지요.
일본말 좀 하는게 뭐 그리 기분 나쁜 일이라고
술취한 선배하나가 그쪽을 보고 한 소리 했습니다.
그쪽에선 그렇게 큰 반응은 보이지 않았지만
남학생하나가 이쪽을 쳐다보기는 했습니다.
사건은 조금뒤 술이 떨어졌다며
여자 선배가 술을 사러 자리를 비웠을 때 일어났습니다.
예비역 선배들은 여학생들이 들으면 참 민망할 것 같은 노래를
아주크게 아까 일본말이 들렸던 그곳을 향해서 대놓고 불렀습니다.
저노래는 군대가서 배운것이겠죠?
열장 밖 일본어가 들렸던 자리에는 여학생들이 많았던 탓에
시비건것이 틀림없었습니다.
그쪽에서 반응이 왔습니다.
누군가 일어서더니 이 쪽을 보고 조용히 하라고 하더군요.
그 소리가 썩 듣기 좋지는 않았습니다.
저도 술을 먹었겠다.
선배들이 부르는 노래의 욕 나오는 부분만 따라 부르며
우리 쪽의 반응은 오히려 거세어 졌습니다.
드디어 쌈나게 생겼습니다.
그 쪽의 남학생 전부가 이 쪽으로 왔습니다.
에게? 겨우 세명입니다.
우리쪽의 기가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그쪽에서 온 남학생 중 하나는 엄청 덩치가 좋았습니다.
조용히 좀 하라는 그사람의 목소리가 무식하게 컸습니다.
하지만 군대까지 갔다온 선배들은 술까지 먹었는데 쫄리 있겠습니까?
대들었습니다.
그 덩치좋은 남학생이 우리과 선배 하나의 목부분을 잡았습니다.
선배는 달랑 들려 올라가더군요.
그들의 대화를 잠시 들어볼까요?
"놔라. 임마. 우쒸 너 몇학번야~임마?"
"쌍팔학번이다. 왜 한판 붙을래."
"난 팔칠이야~임마. 놔 빨리."
"팔칠같은 소리하고 있네. 더 힘줄까?"
"잘못했시유. 팔구에요. 놔줘유."
힘없이 꺽이는 선배를 보았습니다.
자존심이 상하는군요.
다른 선배들도 기가 꺽이였습니다.
우리쪽은 남자가 다섯이나 되었지만
한번 꺽이고 나니 조용해 졌었습니다.
그 때 술사러 나갔던 여자선배가 돌아와 그 모습을 보았습니다.
다짜고짜 그 덩치큰 남학생에게 대들었습니다.
하하 그 여자선배는 목을 잡혔던 선배의 애인이었습니다.
덩치큰 남학생은 황당해 하더군요.
때리지도 못하고 머뭇거리다 툭하고 밀었는데
불쌍한 선배 그만 잔디밭에 픽 꼬꾸라졌습니다.
목을 잡혔다 놓인 선배가 한쪽에서 목을 캑캑거리고 있다가
그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까와는 달리 용감하게 달려와 날라차기를 하더군요.
코메디였습니다.
덩치큰 남학생은 쉽게 피해버렸거든요.
그 선배도 잔디밭에 꼬꾸라 졌습니다.
무슨일인지 궁금했던지 덩치큰 남학생 무리의 여학생들도
이쪽으로 왔습니다.
넘어졌던 선배가 머리를 갖다 대며 덩치큰 남학생에게 대들었지만
상대는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선배의 애인이었던 여자선배가 구두를 벗더니 덩치큰
남학생에게 엉겨 붙었습니다.
그모습이 가관입니다.
안되겠습니다.
저라도 말려야 겠습니다.
난 말릴려고 했을뿐인데 그 덩치큰 학생은
날 지원군이라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내 팔을 잡더니 세차게 밀어버렸습니다.
에구구 그는 힘이 천하장사였습니다.
싸움을 보러왔던 상대편 여학생들쪽으로 난 힘없이 날라갔읍니다.
하하 일본어 쓸때부터 혹시나 했는데...
그쪽의 여학생들중에 그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필이면 내가 그녀쪽으로 밀려가고 있습니다.
빠른속도로 밀렸기 때문에 그녀는 날 미처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또한...
난 손을 흔들었습니다.
속도를 죽여야겠기에 하지만 잘못했다간...
잘못했다간 말입니다.
그녀의 가슴을 만질수도 있겠습니다.
흔들던 손을 뒤로 홱 빼버렸습니다.
저 참 단순하지요?
머리로 바로 그녀의 얼굴을 받아버렸습니다.
고개를 들었더니 그녀의 그 이쁜얼굴에서 코피가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진짜 미안합니다!"
그말만 하고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을 쳤습니다.
헥헥... 난 왜 이럴까?
예전엔 안그랬던거 같은데...
그녀 볼 면목이 없습니다.
민이: 드디어 시험이 끝났습니다.
과내 어학동아리에서 시험도 끝났고 해서 잔디밭에서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합니다.
캠퍼스에 저녁이 물들고 있습니다.
가로등이 그 빛을 애써 외면하려고 했지만
잔디밭에는 어둠이 깔렸습니다.
잔디밭에는 우리말고도 술을 마시는 학생들 무리가 많았습니다.
한 쪽 편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동아리 회장 오빠는 인기가 좋습니다.
우리 동아리에는 일본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닌 여학생도 있습니다.
한국말이 서툴러 자주 일본어를 썼었습니다.
물론 전 잘 못알아 듣지요.
그녀도 회장오빠를 좋아하나 봅니다.
회장오빠가 뭐가 좋을까요?
덩치는 산만하고...
그 오빠는 고등학교때까지 씨름을 했다고 했습니다.
요즘도 유도학원을 다닌다고 들었는데...
술이 조금 되니까 일본에서 온 여학생은 어눌한 한국말
대신 일본어를 계속 썼습니다.
그말을 알아들었는지 선배들은 일본어로 답해주곤 합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일본에게 감정이 있나봅니다.
우리 옆에서 술을 마시던 한무리에서 어디서 쪽** 말을 쓰냐고
신경질적인 반응이 왔습니다.
쳇... 기분이 안좋습니다.
회장 오빠가 그 쪽을 험한 인상으로 쳐다보았습니다만
주위에서 말렸죠.
사건은 조금 뒤 일어났습니다.
아까 그 무리의 학생들이 일어서 이쪽을 보며
이상한 노래를 불렀습니다.
민망한 가사가 많았습니다.
드디어 회장오빠가 일어섰습니다.
회장오빠가 일어서자 옆에 있던 두 선배 오빠들도 일어서
회장 오빠를 따라 노래 부르는 무리에게로 갔습니다.
쌈이 났습니다.
회장 오빠가 그무리의 한 남학생의 목을 잡아 들었습니다.
호호 회장 오빠가 거짓말을 쳤군요.
회장 오빠는 구공 학번인데 팔챈을 주네욘훌橘坪繭箚? 속였습니다.
어머 그 무리에 여학생도 있었군요.
쌈 잘 하는 언니같았습니다.
역시 회장 오빠는 힘이 세었습니다.
가볍게 손을 댄것처럼 보였는데 그언니는 땅바닥에 넘어졌습니다.
아까 목을 잡혔던 남학생이 회장오빠한테 달려들더군요.
아무래도 안되겠습니다.
큰 싸움이 나겠습니다.
우리쪽 여학생들은 모두 그쪽으로 가 싸움을 말리기로 했습니다.
호호 그 무리에 그가 있었습니다.
회장 오빠한테 당하고 있는 남학생 하나와 여학생이 딱해 보였나봅니다.
그는 한 손을 걷어부치고 회장 오빠에게 갔습니다.
그도 키가 작은건 아니었지만 회장 오빠에게 비하면 왜소해 보였습니다.
안되는데...
저러다 그가 다칠것 같습니다.
말려야 겠습니다.
싸움을 말릴려고 한발짝 걸음을 옮겼을때 그는 회장 오빠에게
팔을 잡혀 내 쪽으로 던져졌습니다.
피해야 하는데 그의 크게 뜬 맑은 눈동자를 보니 움직일 수가 없군요.
그가 나보고 비키라 손을 흔듭니다.
저대로 달려오면 날 안을것도 같습니다.
으이그 손을 빼 버리는군요.
한순간 내 눈앞에 별이 반짝였습니다.
그가 머리로 내 얼굴을 받았거든요.
:
그가 고개를 들어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왜 그랬을까요?
또 빠른 뜀박질로 도망을 쳤습니다.
콧물이 흐르는 느낌 같아 만져 봤는데
어제 산 장미빛의 피가 나고 있었습니다.
으아앙...
어린아이도 아닌데...
피를 보니 울음이 나왔습니다.
저 때문에 싸움은 끝이 났지요.
그는 그렇게 싸움을 말려 놓고 어디로 뛰어갔는지
모습이 보이질 않습니다.
계속....
우연...7편
철이: 일요일 저녁 무렵에 학교를 왔습니다.
내 손에는 장미꽃 다발이 들여있습니다.
금요일날 편지를 못 전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편지만 남겨놓기가 그렇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길건너 꽃집으로 가 전에 보았던 빨간 장미를 샀습니다.
편지와 함께 그 장미를 편지함에다 놓고 왔습니다.
그녀손에 장미가 안길때까지 시들어버리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미안합니다.
기분 푸세요.
월요일 캠퍼스안 길을 걷다가 그녀의 꽃을 안은 모습을 보았습니다.
마음이 맑아지는군요.
꼭 내가 그녀품에 안긴 거 같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내쪽으로 걸어옵니다.
내 뒤쪽엔 아무도 없습니다.
나한테 오는것 같습니다.
그녀에게 코피까지 터뜨렸는데...
혹시 저꽃을 나에게 주며 이런짓 하지마세요.
그럴것도 같습니다. 하하.
자전거몰던 친구녀석이 오랜만에 맘에 드는 짓을 하는군요.
저기서 자전거를 타고 오다가 나를 불렀습니다. 오예.
그에게 달려갔습니다.
친구의 자전거 뒤에 탔습니다.
그의 자전거가 이제 그녀를 지나쳐 가려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안았던 장미꽃을 한손으로 꽃송이를 땅으로 한채 들고 걷고 있습니다.
자전거가 그녀를 앞지르자 난 고개를 친구의 등에 고정시켜야 했습니다.
민이: 월요일 아침 편지함에 장미꽃이 미소 짓고 있었습니다.
누굴까? 저 꽃 받는 사람은 기분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친구가 그 꽃을 보더니 내게 온것이라고 하는군요.
호호 누가 이런짓을?
편지도 있군요.
무기명입니다.
여섯번째 편지는 장미꽃과 같이 보냈군요.
?가 그녀의 ?E5미꽃의 향기는 마음을 설레게 했지만 무기명의 편지는 그렇지 못합니다.
편지를 보았지요.
마지막에 쓰인 죄송하단 말.
무슨 뜻일까요?
호호 장미를 들고 캠퍼스 내 길을 걷다가 그를 보았습니다.
그가 내 모습을 보고 참 어색해 하는군요.
그때 코피 때문에 그러는거 같습니다.
괜찮다고 말해 주어야 겠군요.
용기를 내어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자전거몰던 그의 친구가그 때 마침 그를 불렀습니다.
한동안 날 쳐다보던 그는 그소리를 듣자 마자 친구에게로 달려갔습니다.
그의 친구 진짜 맘에 들지 않습니다.
내 어떤일이 있어도 예전에 먹었던 생크림빵 값은 받아 내고 말것입니다.
그가 탄 자전거가 내 옆을 지나쳐 갔습니다.
그를 뒷 좌석에 태우고 즐거운 듯 자전거는 내 맘을 스쳐
가을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철이: 교양수업시간입니다.
저기 앞쪽에 그녀가 홀로 앉아 있습니다.
난 뒤에 앉았습니다.
그녀의 친구가 지각을 했습니다.
내 옆쪽에 앉아 있습니다.
친구마저 뒤에 앉았으니 그녀의 뒷모습이 조금은 쓸쓸해 보이는군요.
그녀 친구가 필기를 하다가 지우개를 빌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녀의 친구가 부탁을 하는데 안들어 줄 수 있겠습니까?
바로 앞 좌석에 앉은 모르는 놈에게 지우개를 빌려서
그녀 친구에게 주었습니다.
나는 지우개가 없었거든요.
그녀의 친구도 자세히 보니 예쁘군요.
하지만 그녀에게 비할 수 있겠습니까?
민이: 오늘 교양수업은 내 친구도 그도 내 주위에 없습니다.
한번 뒤를 돌아봤습니다.
학생이 많으니 그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친구를 만났습니다.
호호 저기 그도 보이는군요.
친구가 그의 옆에 앉았었다 하는군요. 그리고
지우개를 빌려달랬더니 남의것을 빌려서 자기한테 준 호의도 베풀었다 합니다.
친구의 웃음띤 얼굴이 얄밉습니다.
그는 정말 내 친구에게 관심이 있는걸까요?
철이: 시월이 가버리고 십 일월이 왔습니다.
오늘은 그녀의 짧은 치마 입은 모습을 보았습니다.
싸늘해진 날씨는 그녀의 예쁜 종아리 아래에서 짙은 가을색으로
다시 번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녀 옆에서 걷고 싶습니다.
열번은 채우려고 했던 편지는 어떡할까요?
한번 만나보자는 내용을 적고 싶습니다.
오늘 일곱번째 편지를 쓸렵니다.
민이: 학교의 모습이 너무나 노랗게 채색되어 있습니다.
가을색 필터를 끼운듯 여운 그리움이 있습니다.
그를 보았습니다.
그의 모습이 그 그리움이었나 봅니다.
그와 같이 이캠퍼스를 걸으면 좋은 추억이 되어 낙엽처럼 내 맘에
내릴것도 같지만 그와 난 모르는 사이입니다.
아직 아무말 오고 가지 못한 모르는 사이입니다.
철이: 꽃집 앞 버스 정류장에서 그녀와 같이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그녀도 이곳에서 버스를 타나 봅니다.
그런데 왜 한번도 여기선 그녀를 보지 못했을까요?
꽃집 버스 정류장 그리고 그녀...
매캐한 매연이 시야를 흐리기도 하지만 너무나 정겹습니다.
꽃집 옆에 음반점이라도 있다면
영화를 찍어도 좋을 정도의 화면이 되겠습니다.
아쉽게도 음반점은 없네요.
그녀가 버스를 타고 사라졌습니다.
저 버스를 탄 사람들은 좋겠습니다.
그녀와 같이 어디를 가는게 될테니까요.
내가 타야할 버스는 정말 짜증나게 띠엄띠엄 오는군요.
민이: 집으로 가는길에 시디를 하나 샀습니다.
새미 클래식 시디입니다.
클래식은 잘 모르지만 다른 거보다 쌌습니다.
그리고 실내악은 가을에 여린 마음을 가엽게 감싸줄것만
같아서 듣고도 싶습니다.
내가 타는 버스 정류장에는 반가운 사람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꽃집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그의 모습이 시어가 되어 내눈에 들어옵니다.
오늘 시 한편 적어야겠군요.
오늘 산 시디를 들으면서 말입니다.
아쉽게도 내가 탈 버스가 빨리 와버리는군요.
오늘 그와의 짧은 만남은 이것으로 끝내야 겠습니다.
먼지 낀 버스의 뒷 유리창으로 그의 모습이 얼룩져 비추어졌습니다.
철이: 오늘 여덟번째 편지를 썼습니다.
교양수업을 들어가니 그녀 혼자 앞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그녀의 뒷자리에 앉았습니다.
참 오랜만이군요.
그녀의 뒷 자리에 앉은것이...
그녀는 여전히 향기좋은 머리칼로 내 기분을 좋게 합니다.
그녀를 보니 내 자신을 알리고 싶습니다.
그녀에게 코피를 안겼다는 죄책감이 나를 작게 만듭니다.
가방속의 아직 봉합하지 않은 편지 봉투를 꺼내 열어
학번과 이름을 썼었습니다.
민이: 그가 내 뒤에 앉?9을 안은 모耐봇.
친구는 오지 않을 거 같습니다.
미팅하러 갔거든요.
그는 내 뒤에 앉아 차분히 수업을 들었습니다.
오늘 저녁 집에 갈무렵 편지함에서 나에게 온 편지를 보았습니다.
교양수업 들어갈 때만해도 그 편지는 없었습니다.
누굴까요? 그 궁금증을 풀어주기라도 하듯 학번과 이름이 적혀 있군요.
보낸 사람의 이름은 성계철이었습니다.
그의 이름과 비슷하군요.
하지만 그는 아닙니다.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 다음에 편지가 오면 이런
편지를 보내지 말라고 답장을 해야겠습니다.
철이: 내 이름을 밝혔으니 나에게 그녀가 답장을 해 줄 것도 같습니다.
며칠째 과방의 편지함을 기웃거렸지만 나한테 온 편지는 없었습니다.
오늘 집으로 돌아오니 나한테 온 편지가 있었습니다.
가히 기분좋은 편지는 아니더군요.
'입영통지서' 소집일을 안은 모습CC 십이월 이십이일이군요.
한달 조금 더 남았습니다.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이대로 군대를 가 버리면 그녀와의 인연은 끊어 질 것같고 영영
남남으로 살아갈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을 보며 말을 걸 용기는 나지 않습니다.
입영통지서에 대한 답장을 그녀에게 썼습니다.
다음주 금요일 교양수업을 마치고 저녁에 교문앞 **커피숍에서
기다리겠으니 한번 만나보자는 내용을 적었습니다.
민이: 그는 얼마동안 캠퍼스에서 마주쳐지지 않았습니다.
오늘 편지를 받았습니다.
역시 내 생각데로 만나자는 내용으로 이 편지는 마무리 되어 지고 있습니다.
혹 열번을 채웠다면 한번은 만나줄 용의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이
편지는 아홉번째의 편지입니다.
이번주 금요일 교양수업을 마치고 이편지 보낸 사람은 만남을 기대하는군요.
철이: 오늘 교양수업은 교수가 무슨 말 하는지 하나도 들리지 않습니다.
앞에 앉은 그녀에 대한 두근거림이 너무도 큽니다.
이 소리를 그녀가 들을까 두렵습니다.
그녀가 오늘 약속한 장소에 모습을 나타낼까요?
수업을 끝마치고 화장실 거울 앞에서 옷맵시를 보고 머리도 빗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커피숍으로 들어섰습니다.
30분 정도 일찍 들어왔습니다.
커피를 한잔 시켰습니다.
그녀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3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서빙보는 아가씨의 눈치가 보여 콜라를 한잔 더 시키고 또
한시간을 커피숍에서 보냈습니다.
결국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밖으로 나왔습니다.
시린 달빛이 내 심장을 관통해 나갔습니다.
내 마음은 지금 공허합니다.
하하. 웃음이 나오는군요.
민이: 교양수업 그가 내 뒤에 앉았습니다.
왠지 안절부절 못하며 나의 눈길을 피했습니다.
그는 알까요?
이 강의실에서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학생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사람이 오늘 나와 만나자는 제의를 했다는 것을 그는 알까요?
그의 모습이 애처롭게 맑아보입니다.
교양수업을 끝내고 동아리 방에서 편지의 답장을 썼습니다.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것은 원치 않지만 난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편지는 이제 그만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편지를 받으며 기분은 좋았습니다. 안녕히...
우표를 붙이고 편지함에 우체통에 넣었습니다.
편지보낸 사람은 항상 손수 갖다 놓았지만 전 그럴 자신은 없군요.
편지 보낸 사람이 날 기다리며 커피숍에서 쓸쓸히 시간을 허비했겠군요.
미안합니다.
철이: 다시한번 편지를 보내 볼까요?
하지만 편지함에서 발견한 그녀의 편지내용이 그럴 내 마음을
여지없이 꺽어 놓는군요. 훗. 편지를 받아보며 기분이 좋았다는군요.
그것이 나를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 말인지 그녀는 알까요?
편지는 기분좋게 하지만 나는 그게 아니라는 말이니까요.
어쩔까요? 당분간은 그녀를 마주치는 것도 두렵습니다.
곧 기말고사가 다가올겁니다.
민이: 편지보낸 사람한테 내가 너무 했나요?
아무리 자기가 좋아서 편지 보냈지만은 그래도 정성이 담긴 글이었는데...
한번 만나는 줄걸 그랬습니다.
오늘 교양수업은 그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가 처음으로 결석을 한것 같습니다.
다음주가 시험이라는데...
철이: 오늘 그녀를 보았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지나쳐 갔습니다.
내 발자욱에 찬바람이 일고 있습니다.
가을은 내게 많은 설레임을 불러다 놓고 서럽고 아쉽게 끝이 날려나 봅니다.
다음주가 시험인데...
시험이 끝나면 그녀의 기억은저물어 갈겁니다.
민이: 오늘 그를 보았습니다.
나는 밝은 미소를 지어주었지만 그는 나의 그모습을 외면하는군요.
왜 그는 저렇게 고개를 숙이며 힘없이 걷고 있을까요?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은
자기 때문에 내 마음은 아직 가을이란걸 그는 알까요?
이 마음이 지쳐 낙엽이 다 떨어져도 나는 그 때문에 춥지 않을거 같습니다.
시험이 끝나면 다시 도서관에서 여름방학때처럼 나란히 앉기를 기원합니다.
철이: 시험기간입니다.
도서관 자리를 잡아놓고 커피를 뽑아 밖으로 나왔습니다.
차가운 아침 공기 속에 입김과 함께 담배연기 날려보았습니다.
그녀가 이제 도서관을 나오는군요.
따뜻한 외투를 걸치고 따뜻한 미소를 품으며 그녀는 나를 스쳐
도서관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녀가 지나친 자리에 나의 차가운 마음이 남았습니다.
도서관에 빈 자리가 이제 없을텐데...
민이: 아직 이른 아침이지만 도서관 자리가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시험기간입니다.
도서관앞에서 그를 보았습니다.
일찍 나왔나봅니다.
그는 차운공기속에 그의 존재를 알리듯 담배연기를 입김처럼 뿜었습니다.
그의 앞을 스쳐 지나 갔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그를 느끼기가 너무나 애처롭습니다.
그의 마음은 따뜻하겠지요?
그를 이렇게 모르는 사람처럼 그냥 스쳐갈려니 마음이 차가운
아침공기처럼 무겁습니다.
도서관에는 빈자리가 없었습니다.
철이: 오늘 교양시험을 끝으로 시험도 끝이 나고
학교 생활도 당분간 접어야겠지요.
교양시험 강의실에서 그녀가 내 근처에서 앉았습니다.
나의 마음을 담아 보낸 편지는 아쉬운 결과를 주었지만
그 아쉬움을 준 그녀의 모습은 그래도 아름답습니다.
마지막이자 처음으로 이 교양수업이 출석을 부릅니다.
큰일이군요.
그녀가 내가 편지 보낸 놈이란걸 알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뭐 쪽팔릴것도 없습니다. 조금 있으면 학교와는 끝이니까요.
내이름을 부를때 큰소리로 답했습니다.
내 위치를 알리 듯 말입니다.
그녀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오랫동안 쳐다보았습니다.
그래요 내가 편지를 보냈습니다. 하하.
그때 만남을 원한 장소에서 네 시간동안 당신을 기다린 놈이 접니다.
답지를 아주 빠른속도로 적고 백지 낸 학생들 빼고는 아마 내가
제일 처음 시험장을 나온거 같습니다.
그녀가 답지를 적다가 내 모습을 또 쳐다 보았습니다.
시험이 끝났습니다. 교학과에 입영 통지서를 보여주며
휴학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내가 제대를 하고 복학을 하면 그녀는 4학년이겠군요.
그 때 혹시 또 볼 수도 있겠군요.
그럼 그때까지 안녕히...
그 동안 그녀 때문에 난 조그만 행복을 꿈꿀수 있었습니다.
민이: 오늘 교양시험이 내 신입생 생활의 마지막 시험입니다.
그가 저기 뒤에 앉았군요.
시험 잘봐요.
기말고사라 수강생 파악차 처음으로 마지막 출석을 부릅니다.
전자과 출석을 부르는데 그의 이름이 없었습니다.
수강신청이 잘 못 됐을까요?
"전산과 성계철."
그 이름이 불려 졌을때 그가 크게 대답을 했습니다.
그이름은 나한테 편지보냈던 사람의 이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름은 그의 이름이었습니다.
그럼 그의 연습장에서 보았던 이름은 누구의 이름입니까?
한동안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습니다.
어색하게 나를 보며 웃는군요.
그가 편지보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고맙습니다.
그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난 그가 어렵게 보냈던 편지의 내용을 거절했었습니다.
이거 난처하군요.
편지 보낸 사람이 그인줄 알았다면 난 분명 그 커피숍을 나갔을 터이고
그토록 바라던 그와의 인연을 맺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오늘 그에게 다시 편지를 써야 겠습니다.
그가 답지를 제출하고 나갔습니다.
어쩌면 이번 겨울은 사연이 생길 것도 같습니다.
계속....
우연8편
철이: 학교 과방에 입대하기전 마지막으로 선배들과 친구들에게
인사를 할려고 들렸습니다.
술이나 한잔 하고 가라고 했지만 거절을 했습니다.
오늘 내일은 일찍 집에가 가족들과 보내야지요 과방을 나왔습니다.
교내 우편배달부가 우편물들을 한아름 들고 들어가네요.
크리스마스 카드들도 많이 눈에 띠는군요.
메리 크리스마스다.
곧 입대를 할려니까 그녀가 보고 싶네요.
하지만 캠퍼스에서 그녀와는 마주쳐지지 않았습니다.
짧게 깍은 내 머리가 조금은 어색한 모습입니다.
안 마주쳐지길 잘 했네요.
민이: 어제 그에게 조금 긴 내용의 성탄절 카드를 보냈습니다.
그 때 만남장소에 못나가 죄송하다며
22일날 다시 만남을 가지실 의향은 없는지 물어보았지요.
그 시각, 그 장소에서 말입니다. 그가 답장을 줄까요?
그도 나한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왜 그렇게 서로 모르는 척
눈치만 봤을까요.
아쉬운 미소가 맺힙니다. .
철이: 드디어 소집일입니다.
집에서 엄마는 그냥 잘 갔다오라는군요.
제가 어디 놀러갑니까?
하여간 잘 다녀오겠습니다.
의정부로 갔습니다.
진짜 총을 매고 있는 군인을 보니 좀 무서웠습니다.
날씨는 또 왜 이리 춥습니까?
입대하는 사람들 따라 온 사람도 많습니다.
늙은 국군 아저씨가 여러 말을 하는군요.
집에 가고 싶은 사람 손들라고 했습니다.
들어버릴까?
누가 하나 손을 들었는데...
연예인 누구였습니다. 신기합니다. 사인이나 받을까요?
누가 그를 데리고 나가는군요.
진짜 집에 보내줄려고 저러는 걸까요?
나중에 군기가 들어 돌아온 그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낯선 곳에서 하루밤을 보냈습니다..
민이: 그가 답장이 없군요.
계속 도서관을 나왔었지만 그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도서관 여름방학때 앉던 자리에 계속 앉아보지만 그는 제 옆자리에 없습니다.
혹시나 하는 맘에서 약속시간이 되어 커피숍을 가보았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한잔 했습니다.
분위기가 좋군요.
설레이는 맘으로 꿈을 꾸었습니다.
그가 내게로 와서 나와 좋은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호호 내가 30분 정도 졸았군요.
3시간동안 그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편지를 못 받았을까요?
그때 그도 이렇게 나를 기다렸을까요?
아쉬운 맘으로 커피숍을 나왔습니다.
오늘 그와의 만남이 있었다면 크리스마스때 영화도
보러가고 했을터인데....
철이: 크리스마스 이브날?내 머리가 BF? 본격적으로 훈련소로 배치되어
신병훈련을 받게 되었습니다. 날씨가 더 춥군요.
그래도 우리는 행운아라며 군발이 아저씨가 초코파이를 돌렸습니다.
하하 그것이 그후로 6주동안 한번도 볼수가 없었던
사제 간식이었다는걸 그때는 몰랐지요. 우쒸.
크리스마스인데 아침부터 운동장을 돌리는군요..
민이: 야 신난다. 크리스마스가 내일입니다.
언제나 이날은 설레였지만 올해는 대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인지
더 설레이네요. 고등학교 친구들과 명동을 나갔습니다.
오늘밤을 장식하는 많은 조명들과 그속에 담긴 사람들의 밝은표정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리는 캐롤송들...
이런날은 사랑을 해야지요.
눈송이라도 떨어진다면 정말 그 누구라도 사랑할 수 있을거 같아요.
날씨가 추웠지만 거리를 마냥 돌아다녔습니다. .
철이: 새해를 훈련소에서 맞이 하다니 기분이 개떡같습니다.
그래도 일월일일이라고 훈련은 안시킵니다.
담배도 피고 싶고 초코파이도 먹고 싶습니다.
훈련을 시작한지 며칠되지도 않았는데 손등이 다 깨졌습니다.
날씨가 추워서그렇습니다. .
민이: 새해가 되었습니다.
올해가 나의 만 20세 되는 해입니다. 조금 있으면 내 생일이 다가 옵니다.
올해는 모두들 행복하시고 나에게 진하게 잊혀지지 않는 사연하나
남기게 해주옵소서.
그는 계속 마주쳐지지도 않습니다..
철이: 오늘도 눈이 오는군요.
지겹습니다. 이런 얼어 죽을 날씨에 무슨 명상입니까?
운동장에 앉혀놓고 무슨 명상을 하라고 하십니까?
이러다 얼어 죽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손등도 다깨지고 복숭아뼈 다 까지고 발가락도 불어 터졌습니다.
이제는 목까지 쉬어 갑니다.
어머니 서럽습니다.
명상을 해야하는데 잘 안되는군요.
그녀의 모습이 아련히 스쳐갑니다.
요즘은 그녀의 모습도 잊고 살았습니다. .
민이: 눈이 조금 더 왔으면 했는데 조금 밖에 오지를 않는군요.
차가운 날씨에 입김을 뿜으며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묘미도 참 좋네요.
도서관 앞에서 사람들의 오고 감을 느꼈습니다.
그는 도서관을 나오지 않을려나 봅니다.
한달째 그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의 편지에 대한 나의 태도가 그에게 많은 아픔을 주었을까요?
잘못된 이해로 그렇게 되었던 건데....
철이: 내일은 훈련소 퇴소를 하고 자대로 배치를 받아 떠납니다.
부모님이 내일 오시겠지요.
오늘 건빵을 받아들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알아 보기 쉽게 엄청 크게 쓴 어느 국민학생의 위문편지는 내가
국군 아저씨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눈물젖은 건빵을 받아들고 울먹거리는 녀석들이 저 말고도 많군요.
지금 내 목소리는 내가 아닙니다.
겨울에도 사람피부가 탈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붉고 시커멓게 탄 얼굴, 손톱 한 쪽은 피가 맺혔고 손등은 다 깨지고
발도 엉망이지만 오늘은 즐겁습니다.
오랜만에 먹어 보는 간식과 편지 그리고 내일은 부모님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웁네요.
많은 것들이... 바깥세상이, 친구들이,
그리고 그녀의 모습이 오랜만에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민이: 오늘이 바로 나의 20번째 생일입니다.
동아리 선배들과 친구들이 장미꽃 20송이를 주었습니다.
케익에 작은 촛불을 스무개 꽂고 생일축하 노래를 들었습니다.
생크림을 얼굴에 묻혀주며 앞으로 성인으로서 삶을 아름답게 꾸미라는
선배들의 모습이 감사의 마음이 담깁니다.
집에서도 케익에 초를 꼽고 부모님과 언니들과 동생의 축하를 받았습니다.
행복합니다.
오늘 받은 장미를 화병에 꽂았습니다.
그러고보니 그도 예전에 장미를 나한테 준적이 있군요.
그 때는 그가 준것인지 몰랐지만...
오늘 잊혀지지 않고 있는 그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철이: 엄마가 내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하 내모습이 그렇게 초췌해 보였나요?
변소뒤에서 밖에서 가져온 담배맛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맛있을수가 없었습니다.
연기를 뿜으며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만
잘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하하 그녀. 그녀와는 인연이 없나봅니다.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참 그립지만 말입니다. .
민이: 어제 생일이 지나갔기 때문일까요?
오늘은 기분이 또 다르군요.
이제 엄연히 저도 성인이니깐요.
날씨는 오늘따라 더 춥습니다.
그는 지금 무얼할까요?
어제 생일날 그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는데
그와의 인연의 끈은 맺어질까요?
내 맘에 품고 계속 그리움이란 단어를 새기고 있으면
그렇게 될것 같습니다..
철이: 나이는 비슷한 놈들인데 왜 그렇게 높아 보일까요?
고참들에게 전입신고를 하는데 많이도 떨렸습니다.
서러운 일도 많이 당하고 아니꼬운 일도 많이 당했지만 군대 생활은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았습니다.
여기는 문산이라는 곳으로 내가 몸담은 곳은 30사 기계화 부대였습니다.
곧 봄이 오면 이렇게 춥지만은 않겠지요?.
민이: 얼마 안있으면 새학년이 시작될텐데 그의 모습은 정말
우연으로도 만나지지 않았습니다.
혹시 그가 어디 멀리 여행이라도 갔을까요?
그의 기억은 뚜렷한데 모습을 그려내기가 점점 힘이 들고 있습니다.
잊혀져가는 건가요?.
철이: 하하. 자대배치 두달만에 내 후임병이 들어왔습니다.
진짜 신납니다. 내가 어떻게 보이냐?
예! 하늘처럼 보이십니다. 하하. 그렇지.
고참들이 장난치자며 짝대기 하나끼리 잘 논다 그럽니다.
고참님들도 느껴보시지 않았습니까?
내 밑에 누가 있다는거 그 기분좋군요.
앞으로 내 널 키워주마. .
민이: 신입생들이 우리동아리 신청을 하지 않아 걱정이었는데
이제 열명을 넘겼습니다.
제 위치가 높아졌습니다.
신입부원들이 귀엽습니다.
이제 동아리방에서 저도 인사를 받습니다.
항상 인사를 하며 동아리방을 들락거렸는데 이제 나도 선배님 안녕하세요.
그런 인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호호.
나보고 꼭 선배 누나라 부르는 남자 후배가 하나 생겼습니다.
그래 내 특별히 넌 잘 봐줄께.
어찌보면 그하고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철이: 나도 이제 얼마 안있어 짝대기 두개가 됩니다.
후임병도 세명이나 됩니다.
내 짬밥이 하루 하루 푸짐해 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편지는 화장실에서 숨어서 씁니다.
오늘은 부모님께 편지를 썼었습니다.
그리고 자전거 타는 놈한테도 편지를 보냈습니다.
부모님 말고 군대 갔다고 편지 보내준 놈은 그래도 친구라고
그놈밖에 없습니다.
바깥세상의 소식을 잘 적어 보내라며 무릎에 대고 쓴 글씨라
개발세발이지만 편지를 썼습니다. .
민이: 오늘 예전에 그에게서 받은 편지를 꺼내 읽어보았습니다.
그의 마음속에 그려진 내 모습이 참 고웁게도 적혀있습니다.
내 마음속 그의 모습처럼...
그런데 그의 모습은 몇달째 보이지 않습니다.
곧 여름이고 또 방학이찾아 올것인데 그는 도서관에서도
캠퍼스에서도 보이질 않습니다.
그의 친구가 자전거를 타고 내곁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때도 그의 모습은 볼수가 없습니다.
그 자전거뒤에 다리를 벌리고 고개를 바로한 채 그가 타고 나를
지나쳤던 기억이 나를 미소짓게 하는군요. .
철이: 하하. 드디어 휴가를 나갑니다.
짝대기 두개를 달고 말입니다.
군복이 자랑스럽습니다.
에이급 군화에 에이급 군복을 입고 부러운 후임병들의 인사를 받고
아침 일찍 부대를 나왔습니다.
군복이 조금 덥군요.
학교는 지금 한창 기말고사 준비로 바쁘겠군요.
집에 들리지 않고 학교를 먼저 들렸습니다.
군모로 내려 쓰고 눈에 힘을 주며 학교 캠퍼스를 들어왔습니다.
참 오랜만이군요.
이 캠퍼스정경이 조금은 낯섭니다. 하하.
자전거 탔던 놈도 영장이 나왔다는군요.
확 강원도 최전방이나 걸려버려라.
캠퍼스를 그와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리운 그녀를 보았습니다.
여전히 그녀는 이 캠퍼스를 아름답게 꾸미며 매일 다른이들의
시선을 받았겠지요. 모자를 더 눌러썼습니다.
그녀가 이 쪽을 한번 쳐다보고는 갔습니다.
하지만 예전 나와 눈이 마주 칠때처럼 눈길을 이쪽으로 잠깐동안
준 것이 아니라 찰라의 순간으로 그냥 같이가던 친구와 웃으며 대화를
하다가 고개를 잠시동안 돌린거 뿐이었습니다.
그리운 그녀의 모습이었지만 지나쳐만 갈수밖에 없는 내 마음이 여웁습니다.
그녀가 많이 성숙해져 보였습니다..
민이: 다음주가 시험이라 참 바쁘네요.
친구와 전공레포트 때문에 복사실로 가다가 그의 친구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의 친구옆에는 군복입은 사람이 같이 있었습니다.
군모 때문에 얼굴을 볼수가 없었습니다. 후.
그들이 나를 지나쳐가고 난다음 뒤돌아 봤습니다.
군복입은 사람의 뒷모습이 그와 닮았습니다. 혹시 그였을까요?
내가 그 생각을 왜 못했을까요?
그가 안 보이게 된 이유가 군대를 갔을 것 때문이란 생각은 못했습니다.
그의 친구를 다시 보게 된다면 한번 물어 봐야 겠습니다..
철이: 휴가를 잘못 나왔습니다.
이렇게 찬밥 신세라니 다들 시험 때문에 나를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시험이 끝날 무렵 난 부대로 복귀를 해야했습니다. 설버라.
다시 부대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합니다.
부모님 마음도 아프겠지요.
오늘 부모님과 형과 함께 갈비를 뜯었습니다.
잘먹고 군대 생활 잘 견뎌내라고 하시더군요.
형은 대학원까지 진학해서 방위산업체에 들어갈거라고 하는군요.
한대 맞았습니다.
군대가더니 혀가 꼬부라졌냐고 자기보고 제가 해철이라고 한답니다.
자기도 나보고 개철이라고 하는줄은 모르는가 보죠.
내일밤은 부대 내무반에서 보내겠군요..
민이:오늘 시험을 끝마쳤습니다.
가뿐한 마음으로 캠퍼스를 돌아 다니다가 자전거 타고 가는
그의 친구를 보았습니다.
때마침 그의 친구가 내 앞에서 자전거를 멈추었습니다.
담배를 필려고 휴지통 근처에서 멈추어 선 것이었습니다.
그냥 가서 물었습니다. 깜짝 놀라는군요.
모르는 사람이었으니깐요.
계철씨는 어디갔어요? 라고 물었습니다.
개철이 집에 있을거라고 답했습니다.
예?라고 다시 물었더니 휴가나와 오늘 집에 있을거라고 하며 불쌍한 놈
내일 부대복귀인데 잘 놀지도 못하고...
그러며 아는 사이냐고 묻더군요. 언제 군대 갔어요?
라고 잠시간 시간을 두고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작년 12월 22일 갔었는데 몰랐었냐고 그러는군요.
생크림빵값은 언제 줄거에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뒤돌아 섰습니다. 하하. 그랬군요.
그가 군대로 처음 떠나던날 나는 커피숍에서 그를 기다렸던 거군요.
그리고 내 느낌처럼 저번주에 본 그 군복입은 사람의 모습은 그였습니다.
왜 몰랐을까요?
그는 그렇게 편지는 보냈으면서 나한테 말한마디 없었을까요?
참 그의 군대주소나 물어볼걸 그랬습니다.
그의 친구는 다시 볼 수 있겠죠.
그가 내일이면 다시 군대로 돌아가겠군요.
오늘 혹시 그가 학교는 나오지 않을까요.
저기 벤취가 나보고 앉아 가라고 합니다.
햇살은 조금 따갑게 땅으로 쏘아지고 있습니다.
계속.....
우연... 9편
철이: 내무반장이 나보고 새로온 소대장한테 인사갔다 오랍니다. 씨...
내가 짬밥이 있지.
그래도 할수없습니다.
나보다 3개월이나 짬밥 없는 놈한테 경례 부치기가 서럽습니다.
자전거 타는 친구가 얼마 안 있어 입대를 한다는군요.
편지를 보니 오늘이 입대일이군요.
이렇게 더운날 연병장 돌아 보거라 하하하.
그녀의 모습.
그녀는 이 여름 어떤 추억을 남기며 보내고 있을까요?
민이: 뒤늦게 가입한 3수생 신입생이 선배와 아는 사이였습니다.
비리입니다. 우리기수와 맞먹으라니요.
어떻게 그럴수가... 방학이라 그럴까요?
그의 친구의 모습도 보이질 않습니다.
그와의 인연 정말 끊어질 듯 끊어질 듯불안하기만 합니다.
철이: 새까만 4월 군번들도 애인이 면회를 오고 하는데...
부모님 한번 오신것 말고는 아직 면회조차 없습니다.
서럽습니다.
병장들 사물함안에는 자기 애인들 사진도 붙어 있습니다.
고참들 연애 편지나 대신 써 주어야 하는 내 신세여...
민이: 날씨가 많이도 덥군요.
그는 잘지내고 있을까요?
점점 그를 생각하는 시간들이 짧아지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잊혀져 가는군요.
철이: 야. 비다. 비한번 시원하게 오는구나.
이런 날은 딱 자기 좋죠. 하하. 너무 옵니다.
3일만에 햇빛을 보았습니다.
대민지원을 나갔습니다.
우유한잔. 맥주한병. 그리고 곰보빵. 그거 받아먹고 5만원짜리
노가다를 뛰었습니다. 허리가 빠질려고 합니다.
민이: 동아리 엠티 날짜를 잘못 잡았습니다.
비가 너무 옵니다. 이틀내내 민박집 안에만 있었습니다.
그래도 작은 이야기들로 즐거웠습니다.
돌아오는 날 여기저기 벼가 물에 잠겨 쓰러져 있었습니다.
풍년이 들어야 하는데...
다시 모습을 빛내고 있는 저 햇살을 받고 기분 좋게 자라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저걸 누가 다 세울까요?
철이: 날씨가 많이 시원해졌습니다.
임진강건너산들은 벌써 울긋불긋합니다.
친구녀석은 어디로 배치를 받았을까?
학교는 곧 개학을 하겠군요.
하하 작년 이 맘때는 한 여학생으로 인해 맘을 많이도 떨었지요.
그 여학생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요?
별로 시간이 많이 흐른건 아니지만 벌써 그녀에게
한 여학생이라고 밖에는 말을 못하겠군요.
공유한 기억이 얼마나 될까요.
그 기억의 시간은 이곳에서 생활한 시간에 비해 너무나 옅기에
이제 지워져 갑니다.
민이: 날씨가 선선해지니 잊혀져 가던 그의 기억이 뚜렷해지는군요.
별로 공유했던 시간은 많지 않지만 그의 가을 느낌이 가을이 다가옴에
다시 일어나고 있습니다.
짝사랑은 영원히 눈 감을 때까지 미소짓게 한다더니 맞나봅니다.
선배누나라고 부르는 후배 녀석이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다고 합니다.
그 맘은 제가 잘 알지요.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도록 내가 힘을 써주어야 겠습니다.
철이: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이제 찬바람마저 붑니다.
" 하늘높은 계절에
찬바람이 불면
미지의 소녀와
그 바람속에 흩어지는 낙엽의 울음을
둘이서 같이 듣고 싶다."
아직 사춘기일까요.
아니면 이곳이 그런 느낌을 주는 벽지라 그럴까요?
내 마음이 지금 울립니다.
그녀는 이제 미지의 소녀가 되어 그려지지 못하고 존재의
기억만으로 아련히 떠오릅니다.
민이: 오늘 기분좋은 찬 바람이 불었습니다.
낙엽들 그렇게 기분좋게 땅 위에 내려 앉습니다.
호호 몇 개 주워 사전에 꽂았습니다.
아무래도 전 가을여자인가 봅니다.
중간 고사를 차분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후후 작년엔 이맘때는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던 강의도 있었는데...
지금은 전공과목에 지쳐 그런 기분은 들지 않네요.
철이: 하하. 고참님 감사합니다.
저녁에 병장 두 분이서 빵과 우유를 구해다 생일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어떻게 내 생일인 줄은 알았을까요?
아침에 미역국도 못 먹고 그냥 지나치나 했는데...
그래도 우리 고참님들 정이 많으신 분들입니다. 후임병을 시켜
축하 노래도 부르게 해주시고...
나도 병장이 되면 저렇게 해야겠습니다.
민이: 엄마는...
누구 생일도 아닌데 아침에 미역국을 끓여 놓았습니다.
그래도 뭐 시험도 없는데 잘 먹겠습니다.
아침은 늦은 시월답게 그의 하늘을 높게 하고 고고 한척
파랗게 물들어 있습니다. 일본 비자를 끊어야 하는데...
철이: 11월의 비는 이별이라는 걸 의미한다고 합니다.
시린 빗소리에 서럽게 단풍들은 모두들 떨어졌습니다.
제 휴가도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난 꼭 휴가 날짜가 대학들 시험볼 때입니까?
총이라도 들고 나가 시험보는 강의실 점령하고 하나하나 불러내어
축가나 부르라고 할까요?
민이: 시간 빨리 갑니다.
대학 이학년이라는 이름도 저물고 있습니다.
곧 기말 고사입니다. 오늘 그가 오랜만에 떠올려졌습니다.
그가 이맘때 이름을 밝히고 만나자고 했었죠. 하하.
그때 만났다면 전 지금 그에게 위문 편지를 쓸려고 가슴
저려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철이: 조금 지겹습니다.
하하 많이 지겹습니다. 빨리 와라.
얼마나 지겨웠으면 고참들 다방 레지더러 면회오라고 돈
부쳤다가 걸려 두명 영창갔습니다.
그래도 군기가 빠지면 안되지요. 이나라 파수병인데...
민이:조금 우울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끼는 후배,
나보고 꼭 선배누나라고 부르는 그녀석이 군대를 간다고 합니다.
시험도 제대로 끝마치지 못하고 가버린다는군요. 아쉽습니다.
뭐하나 사주어야 할텐데...
다음에 편지나 써달라고 합니다.
그래 내 특별히 애인처럼 써주께....
그는 십이월 둘째주가 시작하자 마자 입대를 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날 난 기말고사를 마쳤습니다.
철이: 야호. 드디어 짝대기 세갭니다.
휴가를 나갑니다. '성상병'
이응자 돌림이라 발음하기 힘들지만 참 듣기 좋지 않습니까?
집에 들렀다가 학교를 갔더니 썰렁합니다.
내 생각데로라면 시험 때문에 북적되야 하는데... 하하
작년보다 일주일 빨리 시험이 끝이 났군요.
이럴줄 알았으면 나 나온다고 편지라도 보내놓고 오는건데 그랬습니다.
아는 애들도 없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군대로 사라져 버렸군요.
사대앞 벤취에서 자판기커피에 잠시간의 여유를 가져보았읍니다.
조금 춥습니다.
지나치는 사람들은 적었습니다.
저 건물안에 그녀가 있을까요?
돌아갈렵니다.
버스정류장 앞 하하 꽃집 옆에 레코드점이 생겼습니다.
내가 조그맣게 바라던 일이었는데...
그러나 지금은 그녀가 없습니다.
군복 입고 꽃을 사기는 그렇지만 장미 몇송이를 샀습니다.
민이: 학교가 한산합니다.
전 지금 휴학원서를 제출하려고 합니다.
그럴일이 있습니다.
새학기가 시작되면 전 한국에 없을겁니다.
사대를 나오다가 벤취에 앉아 보았습니다.
누군가 앉았다 간 모양입니다.
벤취바닥이 그렇게 차갑지가 않습니다.
얼마 있으면 이곳과도 당분간 이별이겠군요.
버스정류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레코드점에서 음반을 하나 샀습니다.
밖으로 들려오던 음악가락이 너무 좋았거든요.
철이: 이번 휴가도 별 의미 없이 보내버렸습니다.
이번엔 그녀의 잠시간의 모습도 느끼지 못하고 부대복귀를 해야하는군요.
이번에 들어가면 8개월입니다.
막막합니다.
민이: 후배에게서 편지가 왔습니다.
내일 자대로 배치받는다는군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군생활이 시작된답니다.
추운날씨에 고생이 많겠다.
배치받고 다시 편지를 보낸다는군요.
그 편지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철이: 하하 후임병이 들어왔습니다.
그것도 우리 학교 후배이군요.
하하 내 특별히 넌 잘봐주마.
이래뵈도 내가 실세야.
나중에 그녀석만 따로 불렀습니다.
무슨과냐?
일교과입니다.
엥? 너 혹시 구이학번에 소수민이라고 아냐?
예압니다. 알어? 어떤사이냐?
애인사입니다.
뭐? 박어?
아닙니다. 그냥 친한 선배누나입니다.
원위치! 진짜?
예 저한테 애인처럼 편지 보내주기로 약속했습니다.
동아리활동도 같이 합니다.
하하 이런일이...
그녀와는 뭔가 인연의 끈이 매듭지어지지는 않지만 끊어지지는 않나 봅니다.
그래 알았다.
오늘따라 그녀의 모습이 내 머리속에 잘 그려지는건 무엇때문일까요?
용기를 내어 나도 오랜만에 그녀한테 편지를 썼습니다.
아실런지 모르겠지만...
후임병녀석이 그녀한테 보내는 편지봉투에다 같이 넣었습니다.
그녀가 나한테 답장을 보내줄까요?
민이: 드디어 오늘 일본으로 떠납니다.
바빠서 학교를 가보지 못했습니다.
후배녀석한테는 미안하군요.
나중에 학교로 편지보내어 주소를 알게되면 일본서도 보낼 수 있는거니까.
내가 태어난 내 나라여.
반년동안 안녕.
철이: 야! 편지 왜 안오는거야?
꼭 보낸다고 했습니다.
혹시 너 구라친거 아니야?
아닙니다. 제가 누구와 닮은거 같다며 저를 얼마나 좋아했는데요.
그래? 너 연예인 얼굴하고는 거리가 먼데?
그래도 사회에 있을때는 잘 나갔습니다.
박어! 난 사회에 있을때 잘 나갔던 놈들을 경멸해... 원위치.
내가 네가 보낸 편지에 내편지도 같이 넣었다고 불만이지?
아닙니다.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수민이는 누군가?
예. 이쁘고 착한 여자이며 성상병님의 애인이십니다.
그래 군발이는 그렇게 기가 들어있어야 하는거야 임마.
근데 진짜 편지는 왜 안오는겁니까. 제가 괜한짓 했습니까?
민이: 일본에서 생활들은 힘이 듭니다.
말은 알아듣겠는데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컵라면 하나에 500엔.
우와 한국돈으로 4000원입니다.
물가가 정말 높았습니다.
선배오빠들이 뽀르노테잎좀 사오라고 했는데
그런곳은 눈에 잘 띠지 않습니다. 아르바이트라도 해야겠습니다.
오늘은 동아리방에다 편지를 썼습니다.
철이: 편지 보낸지 석달만에 신이병에게 편지가 왔습니다.
신이병은 제 후배놈이지요.
편지봉투가 이상합니다.
야 이편지봉투는 테두리가 알록달록하냐?
해외에서 온 편지라 그렇습니다.
누구한테 온건가? 왜 일어로 되어 있냐. 기분나쁘게.
수민이 누나한테서 온겁니다.
정말? 근데 왜 해외에서 날라왔냐?
읽어보겠습니다.
안녕 미안해 빨리 편지보내지 못해서 네 편지는 받아보지 못했어.
네부대 주소는 동아리에서 보내준 편지에서
알게되었어. ...
그만. 10분간 박고난 다음 다시 읽어.
흑흑 그녀가 그럼 제 편지는못봤겠군요.
참 설레이며 쓴건데...
원위치 계속 읽는다. 실시!
여기는 일본이야. 6개월정도 연수를 떠났어.
너도 힘내고 군생활 잘해...
그녀가 일본으로 이사를 간건 아니었습니다. 다행입니다.
소수민이는 누군가?
옙! 위대한 성상병님의 애인이십니다.
병장들이 지랄하지 말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도 이제 조금은 개기는 짬밥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내 애인의 편지에서 내이름은 한자도 거론되지 않는가?
시정하겠습니다!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지금 바로 사온다. 실시....
국제 편지봉투는 안파는데요.
흑흑... 그녀의 인연의 실은 끊어지지는 않으면서
왜이리 매듭이 지어지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과감히 이 짝사랑을 포기해 버릴까요?
그래도 편지는 압수했습니다.
민이: 여기서 생활도 육개월이 다되어 갑니다.
곧 귀국할겁니다.
배운것도 많고 적극성도 늘었습니다.
재일교포 자녀들 국어 공부도 시켜주고
다른 아르바이트도 해서 돈도 좀 벌었습니다.
호호 한국 도착하자마자 또 외국 나갈계획을 잡고 있습니다.
유럽으로 배낭여행이나 갔다와야 겠습니다.
철이: 신이병. 아니지 신일병이 휴가를 나갔습니다.
배 아픕니다.
녀석이 그녀와 같이 찍은 사진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나 갖다 준다고 합니다.
그녀석 돌아올 날이 기다려집니다.
근데 녀석이 짬밥이 좀 된다고 요즘 저한테 조금씩 개깁니다.
어떡할까요?
민이:호호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모두들 반가워 하는군요.
일학년때 교양을 같이 들었던 친구와 배낭여행 갈 계획을 잡았습니다.
여자 둘이서는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호텔팩으로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귀여운 현석이가... 참
현석이가 제가 잘 봐준 후배이름입니다.
그녀석이 휴가를 나왔다고 합니다.
한번 봐야지요. 얼굴이 많이 까매졌네요.
그리고 좀 어른스러워도 보입니다.
근데 녀석이 나보고 대뜸 성개철이를 아느냐고 물어봅니다.
그래서 혹시 전산과 성계철이를 말하냐고 되물었지요.
호호 맞다는군요.
자기 내무반 고참이라고 합니다. 정말?
세상좁구나...
그와는 뭔가 전생에 인연이 있었나봅니다.
많이 물어보았습니다.
녀석이 먼저 물어보았는데 제가 더 물었지요.
내가 그의 애인이라는군요. 호호 그리고?
재밌고 정은 많은데 자기를 너무 못살게 군다고 합니다.
단지 날 안다는 죄로... 호호 또?
자기편지에 그의 편지도 같이 보냈다고 했습니다.
정말...?
동아리방에서 후배의 편지는 봤지만 그의 편지는 보지 못했었는데...
그리고녀석이 나와 같이 찍은 사진이 있다고 하니까.
하나 갖다 달라고 부탁을 했답니다.
다이어리에서 내가 일본 있을때 찍은 사진을 하나 건네 주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주었다는 소리는 하지 말라고 했지요.
정말 아는사이에요?
조금.
애인사이는 아니죠?
그건 노코멘트.
참 많이 잊고 있었는데 그는 내 마음을 떠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후배가 그의 얘기를 했을때 그가 어떻게 사는지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게 떠올려졌거든요.
여행을 마치고 오면 편지를 보내야겠습니다.
위문편지를 말이죠.
그의 모습이 이년전 처음 그를 보았을때처럼 설레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