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현지 시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한 뒤 뉴욕 증시가 폭등하자, 이에 영향받아 국내 증시도 폭등세를 연출했다.
4일 거래소시장은 전날보다 36.59포인트(7.5%) 오른 558.02포인트까지 상승했고, 코스닥시장도 전날보다 4.61포인트(8.1%) 오른 61.51을 기록했다. 선물시장도 오전 9시6분께 6.54%나 급등해 올들어 처음으로 프로그램 매매가 5분간 중단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하 효과가 초단기에 그칠 것이라며 유동성 장세 가능성을 일축했다. 미 연준이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한 것이 경착륙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기 때문에, 98년 하반기와 같은 유동성 장세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 미국 금리 인하와 나스닥 폭등
당초 미국 월가는 1월31일 개최되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 정도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미 연준리(FFR)는 당초보다 0.5%포인트 낮아진 6.0%로, 재할인율은 0.25%포인트 낮아진 5.75%로 결정됐다.
이날 미연준의 금리 인하는 전날 발표된 12월 NAPM(전미 구매자협회 지수)이 예상치보다 크게 낮은 43.7을 기록, 10년만에 최저치를 갱신했다는 소식에 따른 것이다. 미 연준은 경기 둔화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자 경착륙을 방지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금리 인하 소식에 장초반 약세를 보이던 미국 증시는 폭등세로 돌변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324.83포인트(14.2%) 상승한 2,616.69포인트를 기록했고, 대형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100지수도 399.60포인트(18.8%) 폭등한 2,528.38포인트로 마감했다. 이날 나스닥지수 상승율은 지난해 12월5일 기록한 사상 최대상승율(10.48%)을 가볍게 경신한 것이다.
◆ 국내 증시 전망
미국의 대폭적인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에서 유동성 장세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증시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것은 미국이 금리 인하를 서두른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
당초 세계의 경제예측기관들은 올해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3.5~4.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지금은 2.0~2.5% 정도로 대폭 하향 조정된 상태이고, 일부에서는 경착륙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다. 미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10년 호황을 마감하는 경기 하강세는 돌이키기 힘든 상황이다.
이같은 미국의 경기 둔화세는 한국 경제에 치명타를 안겨줄 수 있다. 한국 경제의 대미 의존도가 워낙 높은 데다, 정보기술(IT) 산업의 위축이 특히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신동석 연구위원은 미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른 것은 그만큼 미국 경기가 심각하다는 반증이라며 경기가 회복되는 가운데 금리가 인하됐던 98년과 명확히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우증권 이종우 연구위원 역시 국내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지 않는 한 추세적인 주가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며 미국의 금리 인하에 따른 수혜주를 논의하기도 전에 단기 랠리가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추세적 반등을 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이번 금리 인하 조처로 종합주가지수 박스권이 500~550선에서 550~600선으로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