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캠핑장은 200여 개가 넘는다. 1~2년 사이 부쩍 늘었다. 캠핑장마다 주말이면 앞치마를 두르고 고기를 굽는 ‘좋은 아빠’들이 넘친다. TV 리모컨을 붙잡고 소파에서 내려오지 않는 아빠는 이곳에 없다. 뚝딱뚝딱 텐트를 치고, 야생에서의 저녁식사 준비를 거뜬히 해내고, 아이들과 손잡고 자연 속을 거니는 아빠를 보며 아이들은 ‘우리 아빠 최고’를 외친다.
좋은 아빠는 뜬금없이 나타난 것일까? 현재 국내 캠핑 인구는 1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온라인 캠핑 사이트를 기반으로 퍼져 나갔다. 주체는 30대 이상 아빠들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동녘라이프)’의 저자 존 그레이는 책에서 “남자들은 누군가가 자기를 필요로 할 때 힘이 솟는다”고 밝힌 바 있다. 집 짓고, 밥 하고, 고기 굽는 일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캠핑은 화성인 유전자를 가진 아빠에게 최적의 플레이그라운드인 것이다. 아빠는 본래 그랬다.
캠핑, 존경 받는 존재 될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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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캠핑을 위해 ‘놀토’ 만을 기다린다는 손한석씨 부부와 두 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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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오븐에 구운 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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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37)씨가 캠핑에 입문한 건 불과 2~3년 전이다. 그러나 아웃도어에서 그는 ‘만능 요리사’로 변신한다. 지난 주말 캠핑에서도 그는 가스오븐에 구운 로스트치킨을 비롯해 쿠키·피자·파스타 등을 능수능란하게 선보였다. 예전에는 집에서 설거지 정도를 돕는 평범한 아빠였지만, 캠핑족이 되고 나서부터는 아내에게 앞치마를 맡겨본 적이 없다. 그는 “쇠고기 샤부샤부를 가장 자신 있게 한다”며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구해 손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내 배성은(37)씨는 화롯가에 앉아 “요즘엔 집에서도 요리를 곧잘 한다”며 흡족해 했다.
사실 캠핑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새 없이 음식을 해 먹는 ‘먹캠’이 으뜸이다. 아웃도어 요리책 『웰컴투마이텐트(중앙북스)』를 펴낸 한형석(36)씨 또한 “음식을 만드는 모습은 캠핑장에서 아빠가 아이들에게 근사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조언한다. 특히 “장작으로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는 모습에서 아이는 아빠를 존경하게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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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쿨러는 이틀 이상 음식을 보관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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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요리는 장비와의 싸움이다. 몇 해 전만 해도 바비큐그릴를 이용한 훈연 요리가 대세를 이뤘다. 그러나 이런 장비는 부피가 커 수납이 쉽지 않을뿐더러 텐트 사이트가 비좁은 곳에서는 애물이 된다. 요즘은 사이즈가 작은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캠핑 인구가 늘면서 아웃도어 요리만을 엮은 요리책도 많이 나와 있다.
자연이 가장 좋은 놀이터
캠핑과 아웃도어 활동은 필수다. 밥 먹고 잠만 자고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아웃도어의 내용은 캠프 사이트를 어디로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강이나 호수 옆이면 물놀이·천렵을 비롯해 카누·카약 등 전문적인 스포츠까지 가능하다. 예전엔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휴양림에 캠퍼들이 몰렸다. 자연스럽게 산림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다양한 테마를 갖춘 캠핑장이 속속 개장하고 있으며, 그것에 맞춰 준비물을 챙겨 가면 ‘센스 있는 아빠’로 인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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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오븐을 이용한 쿠키 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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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식물원·수목원 캠핑장이 인기다. 식물원 등에서 꽃이 없는 시즌, 자투리 공간을 캠핑 사이트로 제공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꽃이 만발한 자연은 아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놀이터. 또한 이런 사설 캠핑장은 지자체나 산림청이 운영하는 캠핑장보다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여러 가족이 함께하는 경우, 보물찾기 놀이가 제격이다. 세월이 지나도 유치원·초등학교에서 여전히 인기 있는 놀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예전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다. ‘1박2일’을 통해 널리 알려진 복불복 게임도 가족이 즐기기에 좋다.
장비 마련은 차근차근, 귀동냥부터
오토캠핑을 즐기는 캠퍼들의 경우, 장비 구입비용이 1000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김상구(39)씨는 3년 전, 부모님을 모시고 경기도 가평의 한 캠핑장에 갔다 머쓱했던 경험 때문에 오토캠핑에 입문했다. 어릴 적 아버지에게 배운 대로 구형 텐트와 버너, 삼겹살·김치 등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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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먹에서 놀고 있는 가족. 장비가 많을수록 캠핑 스타일은 다양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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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 빼고 다들 대궐 같은 텐트에 타프(그늘막) 아래서 밥을 먹더라고요. 그때부터 하나 하나 장비를 사 모으기 시작했죠.” 그러나 초보자가 캠핑 장비를 구입하는 과정은 어김없이 시행착오를 겪는다. 실패를 피하는 방법은 사용 후기 탐색이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온라인장터가 가장 활발한 분야가 캠핑이다. 캠퍼들은 수시로 ‘영입과 방출’을 통해 장비를 장만한다. 중고장터를 이용할 경우 비용도 절감된다. 캠핑 장비는 중고로 팔아도 원래 가격의 80%까지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공급 부족 사태로 애초 가격보다 더 비싸게 팔린 중고품도 많았다. 장터는 ‘캠핑퍼스트’ ‘캠핑하는 사람들’ ‘캠핑&바비큐’의 게시판에서 활발하다. 세 곳 모두 대략 6만~7만 명의 온라인 회원이 등록돼 있다.
『오토캠핑바이블』 저자 김산환 추천, 5월의 캠핑 사이트
1 서울 그린웨이가족캠핑장
강동구 둔촌동 일자산 자연공원에 자리 잡은 캠핑장. 일단 도심에서 가까워 주말 1박을 하기에 좋다. 텐트와 매트리스 등 간단한 야영 장비를 빌릴 수 있다. 02-478-4079 www.gdfamilycamp.or.kr
2 경기 포천 유식물원
식물원은 작년 6월, 오토캠핑장은 11월에 문을 열었다. 아이리스 전문 식물원을 비롯해 주변에 볼거리가 많다. 캠핑장 주변으로 작은 계곡이 흘러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 만한 곳이다. 031-536-9922 www.yoogarden.com
3 경기 포천 캠핑라운지
사설 캠핑장으로 텐트부터 조리 기구까지 거의 모든 캠핑 장비를 대여해 사용할 수 있다. 장비가 많지 않은 초보자나 여성 캠퍼들에게 편리한 곳. 010-4761-1145 www.campinglounge.com
4 경기 연천 한탄강오토캠핑장
한탄강관광지 내에 있으며,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캠핑장 중 가장 시설이 좋은 곳이다. 캠핑 사이트가 한탄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잔디밭에 조성돼 있다. 40여 대의 캠핑트레일러를 갖춘 캐러밴캠핑장도 있다. 031-833-0030 www.hantan.co.kr
5 충남 태안 몽산포오토캠핑장
캠핑장이 많은 태안반도에서 가장 넓은 캠핑장이다. 바다가 보이는 소나무숲 아래에 텐트를 칠 수 있다. 국립공원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시설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 041-672-2971 www.mongsanpo.or.kr
6 충남 공주 이안숲속캠핑장
수목원과 식물원이 조성된 곳에 듬성듬성 캠핑 사이트가 마련돼 있다. 야생화길, 밤나무농장, 선인장가든, 이안숲속산책길 등 식물원 구경만 하루가 다 간다. 특히 야생화 1500여 점이 볼 만하다. 041-855-2058 www.e-anland.com
7 충남 보령 개화예술공원
조각공원 안에 오토캠핑장이 마련돼 있다. 테마파크형 캠핑장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찜질방·낚시터·승마체험장·수백 개의 돌조각 등 볼거리와 놀거리가 다양하다. 가족 단위 캠퍼에게 적극 추천할 만한 곳. 041-931-67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