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이 발행하는 '작은것이 아름답다'라는 잡지측에서 바다는 살아있다라는 마디가
있는데 2006년 9월호에 투고요청이 있어서 '기후조절자 해류'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봤습니다.
동해조사를 마치고 왔더니 발행된 책이 벌써 책상에 도착해 있네요.
독도를 둘러싸고 있는 해류를 이해하는데 조금 도움이 될듯하여 여기 올립니다.
글중에 독도주변의 해류이야기도 겻들여 써봤습니다.
바다는 살아있다 - 기후조절자 해류
글 : 김윤배
지구표면적의 70%를 덮고 있는 바다. 육지의 평균고도가 약 840m임에 반해 바다의 평균수심은 약 3,800m이며, 그 최고수심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에베레스트 산을 훨씬 뛰어넘는 무려 11,034m이다. 눈을 돌려 우리나라만을 보더라도 우리나라 관할수역 중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은(독도 북서쪽) 약 2,400m로, 이 깊이는 백두산보다 더 깊다. 바다는 이처럼 그 광대함과 심오함으로 인해 그 대부분이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다.
만일 바닷물이 움직이지 않고 고여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바다는 산소의 고갈로 점차 썩게 될 것이며 극소수의 생명체만 존재할 것이다. 비단 바다뿐만이 아니다. 육지에 살고 있는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는 극심한 추위와 온도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지구역사를 다시 써내려야 하는 순간에 직면할 것이다. 과연 이러한 일이 어떻게 가능하고 정말로 벌어질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지만 결코 상상속의 일만은 아니다. 최근 남극에서 채취한 얼음 코어 분석 자료에 따르면 약 12,800년전에 지구는 갑작스런 빙하기에 직면하면서 지구상의 생명체는 급격한 기후변화와 극심한 추위에 맞닥뜨렸다. 기후해양학자들은 이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전 세계 해류순환 구조의 교란을 꼽고 있다.
태양은 지구상에 막대한 양의 열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지구는 구 형태라는 생김새 때문에 에너지가 작은 면적에 집중하는 적도지방에서 극지방보다 많은 열에너지가 도달한다. 지구상에 도달한 태양복사열은 반사, 증발 등의 형태로 다시 되돌아가기도 하지만, 적도지역은 유입되는 열량이 방출되는 열량보다 많고, 반대로 극지방은 방출되는 열량이 더 많아 새로운 열 조절자가 없다면 적도를 비롯한 저위도에서는 열의 축척이 계속되어 너무 뜨겁고, 극지방을 비롯한 고위도에서는 극심하게 추울 것이다. 그러나 대기와 함께 극지방으로 이동하는 해류에 동반하여 적도지방의 열이 이동하면서 지구는 극적인 열평행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해류는 이처럼 지구 기후조절자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해류는 크게 바람과의 마찰과 지구상의 모든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에 의해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게 하는 힘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전 해수의 약 10%를 차지하는 상층부 수십 혹은 수백 미터의 표층해류 순환은 바람에 의해 흐르기 때문에 풍성순환으로 일컫는다. 상층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해류는 수온과 염분의 차이에서 유래하는 해수의 밀도차이 때문에 발생하며 이러한 순환을 열염순환 이라고 부른다. 즉, 수온이 낮거나 염분이 높은 물은 무거워져 낮은 곳으로 흐르는 힘을 얻는다. 그런데 지구가 회전체이며 구의 형태이므로 위도마다 회전속도의 차이가 있다. 즉 슈퍼맨이 고위도를 한바퀴 도는 것보다 적도 근처의 저위도를 한바퀴 도는데 더 빠른 속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위도를 거슬러 남북으로 흐르는 대규모 운동이 있을 때 물체는 북반구에서는 오른쪽으로, 남반구에서는 왼쪽으로 편향하는 이차적인 힘, 즉 코리올리힘을 받는다. 이 힘 때문에 해류는 바람의 방향과 혹은 밀도의 경사면과 평행하게 흐르지 않고 경사면에 수직한 방향으로 흐르는 성질을 갖는다. 해류는 이처럼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힘들과 조화를 이루며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고 있다.
전 세계 해양은 이른바 컨베이어 벨트라고 부르는 서로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표층해류는 극지방으로 이동하면서 저위도의 축척된 열을 극지방으로 공급하고, 극지방에서는 낮은 수온과 결빙 때문에(물이 얼 때 순수한 물만 얼기 때문에 주변의 물은 염분이 높아진다) 밀도가 증가하여 해수의 심층 침강이 발생한다. 주로 북대서양 그린랜드 근처와 남극주변에서 침강한 심층수는 해저지형의 영향을 받으며 전 세계 대양으로 퍼져나가며 결국에는 인도양과 태평양의 표면으로 상승하는 긴 여정을 밟는다. 이러한 순환을 완성하는데는 대략 1000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지난 12,800년전. 이 순환구조에 교란이 발생하였다. 즉, 고위도 지방에서 갑작스런 해빙으로 인한 염분의 감소로 밀도가 낮아져 심층 침강이 급격히 감소하자 전 세계 해양순환구조의 붕괴를 일으켰고 더 이상 해류가 기후 조절자 역할을 담당할 수 없어 지구생태계는 냉혹한 환경에 직면하고 만다.
한반도 주변해역의 해류 구조 또한 이러한 대양의 특징과 유사하다. 우리나라 주변해역은 전세계의 주요한 해류중 하나인 쿠로시오 해류와 중국 양쯔강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염분이 매우 낮은 담수의 영향을 주로 받는다. 양쯔강의 물은 심지어 멀리 동해까지 흘러간다는 연구도 있다. 최근 양쯔강에 건설된 삼협댐을 둘러싸고 해양환경변화를 걱정하는 것은 해류가 차지하는 중요한 역할 때문이다.
특히, 동해는 평균수심이 1,680m로 그 규모는 작지만 전 세계 해양순환과 극적으로 닮아있다. 겨울철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근처에서는 대륙의 찬 공기와 결빙 때문에 표층 해수의 밀도가 증가하여 심층 침강이 발생한다. 동해북부해역에서 침강한 해수는 울릉도-독도사이의 수심 2,000m 이상의 통로를 통해 포항외해 심층으로까지 흐른다. 이 심층해류는 다시 독도 서쪽편에 바로 붙어서 우리나라 주변을 빠져나간다는 것이 최근 밝혀졌다. 독도근처 수심 2,050m에서 최근 16개월간 해류관측에 따르면 이 심층흐름이 최대 1.2km/h의 속도를 나타냈다. 보통사람걸이의 약 1/3에 해당하는 제법 빠른 유속이다. 독도주변해역이 동해의 해류순환구조에 있어서 중요한 통로역할을 차지하고 있음을 증명한 중요한 결과이다. 독도해역의 중요성은 이 뿐만이 아니다. 독도 인근 해역에서 나타나는 상층부의 냉수성 소용돌이는 남쪽으로 남하하면서 동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난류를 차단시켜 동해안이 차가워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 소용돌이는 그 중요성 때문에 ‘Dok Cold Eddy'라는 이름이 붙어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소개되었다.
지구의 기후조절자 해류. 인간에 의해 그 세기가 증가하고 있는 지구온난화는 해류의 조절능력에 차츰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다. 기상관측 이래 최고라는 뉴스가 이제는 낯설지 않고, 극지방의 빙하는 무서운 속도로 녹고 있다. 지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최근 수천년의 비교적 안정화된 기후덕에 가장 번창한 역사를 이뤄왔던 인류문명이 다시 12,800년전의 냉혹한 빙하기로 되돌아가느냐의 문제는 이제 인류의 선택에 달려있다. 아름다운 행성 지구를 둘러싸며 극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는 해류. 바다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해류가 지금 인간이라는 생명체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다. 후손에게서 잠시 빌려온 지구. 다음세대에게 올곧게 물려주는 것이 바로 우리세대의 책임이다.
김윤배님은 대학에서 동해의 해류순환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독도주변 해양연구를 위해서 수차례에 독도를 방문한 그는 독도해양연구기지가 설치되면 그곳에 근무하는 것이 평생 소원중의 하나란다. 배를 타면 멀미를 도무지 안해 해양학을 전공했다는 그는 독도주민 김성도 선장님과 함께 했던 울릉도 문어잡이를 잊지 못하고 있다.
첫댓글 저 이 글 가져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