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의 그 집 / 박경리
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쑥새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히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살았다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의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아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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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 원고접수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낭송-김혜정
한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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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4
11.05.16 21:40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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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름다운 목소리로 읊퍼시는 낭송 잘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실수 투성이랍니다..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함께한 감기로 인해 깜박 잊을뻔...ㅎㅎ
고맙습니다.
앞으로 좋은 자리 함께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그집에 가면 누군가가 ..............낭송 정말 좋았습니다
감기걸린 목소리도 좋구요 고생하셨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바람불면 날아갈까봐 걱정돼요
항상 편안한 미소가 정다움을 안겨 주시는 수필가님...
저도 많이 반가웠답니다.
담엔 더욱 다정함으로 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혜정 시인님 정말 아름다왔슴니다^^
책에서 많이뵈어 금방 알아볼수가 낭송도 참 아름다왔읍니다
멀리서 그렇게 한비사랑하는 그 열정 본받고 싶어요~~~
고맙습니다...
얼굴 가득 다정한 웃음으로 맞이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지금도 그 모습 선해 미소지어 봅니다.
다음엔 더 반가움으로 뵈올길 기대하렵니다.
건안하시구요..건강하세요^^*
이름만으로 또 시로써만 내 머리속에 간직했던 김혜정 시인님 낭송도 하시고 ,,,,,,
생각보다 사진에서 이렇게 뵈니 넘나 젊으시군요 활동 많이 하시네요 우리는 모든것이 부족이라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