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의 시 / 고정식
심연의 고독이 당신을 데리고 오지요
당신이 내게 오는 날은
눈물 없는 울음을 울어야 한다오
당신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여러 날을 머물진 말아 주세요
그만큼의 나날들을 울어야 하니까요
언젠가는 당신 안고 웃어볼 날을
간절히 간절히 기도하고 있으니
몇 걸음만 저만치서 기다려주세요
2
가학산 / 박준채
땅끝길 해남 가는 첫 들머리
웅장하니 솟아있는 바위의 위용
계곡면의 진산이요
해남군의 명산이라
한 마리의 학이 나는듯한 가학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아름다운 그 이름은 가학산
3
울돌목 숭어 잡이 /김대식
해남과 진도를 오고 가는 다리 아래
회오리 급물살에 바윗돌 우는 소리
고요한 달밤이면 십 리 밖을 드나들고
고함 소리 우렁찬 거센 물결 거슬러
금 테 안경 백 테 안경 멋진 신사 숭어들
바위벽에 붙어서 떼 지어 올라온다
뜰채 달인 박 태공이 한 번만 휘두르면
팔 뚝 만한 숭어가 너 댓 마리 파닥 인다
그 힘이 천하장사 뜰채가 휘청하고
바위가 흔들리며 다리가 들썩한다
4
갈두리 / 해송 이상석
사나운 파도에
여기저기 상처뿐이지만
꾹꾹 눌러 참았다
숭숭 뚫린 자존심과
주체하기 어려운 성냄은
갈매기 무등에 실어 보내고
파도와 벗하며 살았다
한반도의 끝이며 시작점인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고단하고 목이 말랐을까
땅끝의 요람인 갈수리에
오늘도 눈부신 하루가
곱게 피어난다
*갈두리 옛지명(갈수리)
5
땅끝 해남이여 / 전소한
아! 땅끝 해남이여!
어찌 그대는 한반도 남쪽 끝자락에서
끼륵끼륵 갈매기 나는 해변과
고즈넉한 해수림 속 산새들의 낙원을 아우르며
해변길 따라 낭만의 드라이브 코스에서
삶의 순리를 터득하는 지상의 인도자이어라
아! 땅끝 해남이여!
그대는 한반도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지
섬지역을 오가는 연락선의 기적과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교차로의 신호등 되어
찾아드는 추억 어린 관광객의 쉼터에서
꿈과 희망의 시작이 움트는 땅끝해남 이어라
아! 땅끝 해남이여!
한반도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이어온
지리적 요새인 대륜 달마산의 천년고찰
해변이 접한 지상의 낙원을 그 누가 외면하리
육해의 풍성한 터전 인심 좋은 삶의 고장
할기찬 새 출발의 시작 땅끝해남 이어라
6
그곳에 가고싶다 / 묵혜 오형록
대한민국 최남단 땅끝에 서면
초심으로 돌아간다
오대양을 섭렵한 파도를 딛고선
백두대간 발바닥의 경혈이 막힌 가슴을 뻥 뚫어주는 곳
여의주처럼 떠오르는 태양을 보듬어
잠들어 있는 꿈을 깨우리
하늘과 땅 바다의 혈자리
해남 갈두산 사자봉에 올라
몸과 마음에 기를 불어넣고 싶다
첫걸음을 뗀다는 것
이 얼마나 가슴 벅차고 설레는 일인가,
7
고향소식/ 안복임
고향소식인가
매화꽃 동백꽃 진달래 향기를
싣고 오는 봄바람은
고향소식인가
짙은 녹음 속 매미 울음소리
금강골 맑은 물소리 들리는 듯
고향소식인가
노랑 빨강 채색된 단풍잎
대흥사 계곡물에 낙엽배 되어 흐르는 듯
고향소식인가
매서운 눈보라 속
울 엄마 아랫목에서 꺼내주시던
따뜻한 밥 냄새
8
땅끝에서 길을 찾다 / 이순애
땅끝에 서면,
인연이 하늘빛으로
봄처럼 푸르기를
문장마다 우렁우렁
골짜기를 이루고
바람깃이 침묵하는
눈빛을 읽는다
땅끝에 서면,
세워둔 시간들이
설산처럼 쌓여가고
풍경 저문 그대 창에
꽃편지 한 줄이
솔가지처럼 선명하다
왈칵!
땅끝에서 길을 만났다.
9
시작과 끝 / 고미순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그곳
땅끝 마을 갈두리
육지의 끝인가
육지의 시작인가
바다의 시작인가
바다의 끝인가
육지가 바다에 닿을 때
육지의 가장 끝이며
시작인 땅끝.
10
봄의 서시 /은당 나승욱
푸른 청춘의 혈기
암흑을 뚫고 용솟음치는 날
천상을 향한 열린 촉수마다
새 피가 투척되고
앙상한 나목에 봄의 전령이 안착한다
호젓한 살가운 봄날
무명한 호명 없이 피는 외로운 들꽃
만개하니 지천에 휘날리는 향기
봄의 혁명은 뜨거운 피를 쏟고
살점을 떼내 끈끈한 손으로
상처 입은 자아를 어루만지고 있다
11
땅끝에서 백두산까지 / 오현철
한반도의 시작점인 땅끝 바다 물도
머나먼 태평양 바닷물과 하나 되어
밀물과 썰물로 오고 가는데
우리는 백두산 길이 꽉 막혀
오고 가지도 못하는 철천지 원한
갈라진 허리 분단의 아픔을
언제까지 보듬고 살아야 하나
숭고한 선조님들의 정신을 계승하여
이남과 이북이 하나로 뭉쳐 통일하고
땅끝에서 백두산까지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우리의 염원인 통일의 노래를
손에 손잡고 우리 함께 불러 보자꾸나.
12
옥봉 백광훈 / 김금수/해남문학회
산 좋고 물 맑은 곳 옥천면 대산마을
원경산 멧기슭에 지어진 옥산서실
옥봉이 이 글방에서 한시공부 했던 곳
가난에 쪼들려도 불의와 타협 않고
벼슬은 맘에 없어 학문에 심취하니
최경찬 이달 세분이 삼당시인 였다오
13
흑석산 / 김명수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다 안고 간다
험난한 나그네 삶도
너그러운 앉음새로 품고 간다
계곡의 자존심 버린지 오래
벌거숭이 부끄러운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흑석이란 이름 하나
당당하게 문패 달고
깃대봉을 곧추 세운다
들을 바라보며
그 아래 사는 이의 소원 뭔지
다 알고 고개 끄덕인다
믿음직한 청년아
세월 한 번 이겨보아라
14
월동 배추밭 / 박숙희
월동 배추밭을 걷다가
삼만 원을 주웠다
세종대왕 얼굴도 환하고
앗싸, 피자 시킬 수 있다
월동 배추 한 포기 포기마다
웃는 세종대왕 얼굴 같다
올해는 월동 배추가 금값이다
엄마 건조기도
아빠 새 트럭도
내 아이폰도
월동 배추밭에 꼭꼭 숨어있다
15
소화도 / 강미애/해남 문학회
남성리 선창에서 배로 십 여분
사람의 그림자도 찾을 수 없는 섬은
바위로 둘러싸여있다
배를 대자 염소 한 마리
폴짝 폴짝 바위산을
축구공 튀듯 튀어 올라 자취를 감춘다
이제 막 돋아난 김, 미역, 톳
바위틈마다 달린 홍합, 거북손
삿갓조개는 섬의 주인들
느닷없이 몰아치는 겨울바람에
납작이 바위에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소한도 지나지 않은 소화도에
겨울을 견디려는 것들의
질긴 의지 같은 것이 매달려있다
16 우리
나관주/해남문학회
독수리는 허공에서
수직으로 혹은 수평으로
마음껏 자유를 누리다 가지만
우리들의 자유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험한 산등성이 돌부리를 밟을 때는
행여 실족할세라 조심해야하고
절벽에 부딪치면 낙반할세라
오던 길을 반복해야하며
어쩌다
가시나무에 긁히면
피를 흘려야하는 산행과
우리들의 삶이 무엇이 다르겠는가.
17
내 안의 숲
홍수경/해남문학회
땅끝 해남 가는 길
그 하늘 아래 초록 숲에 들어
내 안의 숲을 만난다
빨간 심장 하트의 뜨거운 고백
외로운 가슴을 온 팔 벌려 안을 기세로
서 있는 나무
만만치 않은 삶이지만
그래도 견뎌 나가면
좋은 일이 건너올 것 같은 징검다리
밤하늘 뭇별 같은 이야기들이
수런대는 숲, 꽃과 나무의 정원 포레스트 수목원
숲의 푸르름과 꽃의 진한 향기
온몸 가득 시나브로 스며들어
내 안에 또 다른 숲을 이룬다.
18
내 고향 송호리에 가리
송호 주현진/해남문학회
바람 따라가듯 길 없어도
바다를 향해 가슴을 열고
내 고향 송호리에 가리
바다와 하늘이 몸을 섞으며
슬픔을 묻고 기쁨을 찾는 곳
내 고향 송호리에 가리
넘어지고 또 일어서고
돌아온 길 돌아다보며
먼 하늘 한 자락 눈에 묻고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서있는 남쪽 끝
내 고향 송호리로 나는 가리
19
땅끝에 서서
정관웅/해남문학회
막연함이란 그런 것이다
곁가지를 바라보아도
옆의 나무를 쳐다보아도
그도 언젠가는
새롭게 새살을 돋아 내고 마는
그만의 노을빛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땅끝 같은 자리
봄을 위해 잘라내는 마음은 멈추고
땅끝의 파도 소리만 적시고 있다
물 위의 파도도 이유가 있구나
20
땅 끝에 선 연인
취송 황형자/해남문학회
들물 타고 오가며 저만치서
오늘도 어여쁜 아가씨가 온다고
부~웅 뱃고동 소리 보내는데
섬 노총각 징검다리 건너오며
물그림자로 반긴다
여객선 콧대 높은 아가씨를 부두에
내려놓고 흰 팔 내저으며 가버린다
섬 노총각 활화산 마냥 가슴이 불타오르는데
아가씨는 안 맞는 듯 촌스럽다는
핑계 대고 휭 가버리고
노총각은 썰물에 엉성하게 드러난 갯바위에 걸터앉아
땅끝 파도에 철썩이는 한숨을 토해 내고 있다
21
봄날의 찬가
서정복/해남문학회
목 타는지 오랜만에
새벽 비가 내린다
사르르 풀리는 안개 등을 타고 내린다
빗소리 주르륵 쭉쭉
피아노를 친다
산야는 파릇파릇
움이 트는 봄의 고향
여기저기 아기 울음 탯줄을 묻고
빗물은 박수를 친다
한 세상 삶의 갈채
22
맴섬 이야기
이미자/해남문학회
맴섬에는 소나무가 산다
맴맴맴맴 맴맴맴맴
웅크리고 앉은 두 개의 바위
매미 한 쌍을 닮았다
섬과 섬 사이로 해가 뜨는 곳
소나무 가지하나 팔을 벌려
다정한 이웃인 냥
섬의 주인들을 위해 다리를 놓았다
맴섬에는 일 년에 두 차례
해를 보기위한 사람들로 북적일 뿐
그것도 멀찍이 떨어져서 봐야하는
맴섬은 소나무가 사는 무인도
*맴섬-땅끝마을 선착장에 있는 두 개의 섬
23
땅끝은
이외단/해남문학회
귓바퀴 떨리는
바람이 사는 땅끝은
망상까지도 품어주며
제 몫인양 감내하던
어머니 손사래 같고
푸짐한 다과방 같은
큰 주머니를 달고 다녔던
외할머니 속바지 같다
땅끝은
잠이 들어도 뇌가 푸르다
수정본
땅끝은
이외단/해남문학회
귓바퀴 떨리게 하는
바람이 사는 땅끝은
망상까지도 품어주며
제 몫인양 감내하던
어머니 손사래 같고
푸짐한 다과방 같은
큰 주머니를 달고 다녔던
외할머니 속바지 같다
그래서 땅끝은
잠이 들어도 뇌가 푸르다
24
그늘 좋은 나무
이형심/해남문학회
온갖 풍상들의 속내를 꺼내놓기라도 하듯
돌출된 옹이들을 품고 있는 후박나무
어느새 숲이 된 나도 곁에 서면 하나의 옹이다
그래 그래
나도 누군가의 옹이로 남아있을지도 몰라
아픈 흔적으로 남아 있을지도 몰라
그 상흔 시원케 해 줄
그늘 한 뼘 내어줄 수 있는 삶이면 좋으리
25
두륜산
오복석 /해남문학회
천년지기
대흥사 풍경소리
주작산과 손을 잡고
다도해를 지키는
투구봉
한라산과
눈이 맞은 두륜봉
수수만년 밀어 때문일까
오소재 약수는
더없이 달달하다
첫댓글 오복석 선생님
오소재 로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