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가는 길
한국화가 옥농 김창식
고희古稀를 잊고 대竹와 솔鄕을 찾아 강릉 가는 길을 걷다
배봉환 부회장, 옥농 김창식, 현산 송무웅, 이상수 4인은 배부회장의 제안으로 40여년 가까운 세월동안 (주) 삼화고속에서 젊은 날에 동고동락한 지난날을 이제 고희를 넘어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하고, 또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로 하여 서울~강릉간 도보여행을 결행하게 되었다. 이 여행은 논의시 좀 무리라 생각되었으나, 앞서 결행하신 최상근님 등 배부회장의 동향인 세분의 여행 요약이 큰 힘이 되었고, 여정에도 많은 참고가 되어 감사드리며, 우리의 여정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여행일정 : 2010년 10월 19일 (화) ~ 10월 24일 (일) 6일간
<<첫째날 10월 19일 (화) 일기쾌청 코스 : 양평 용문역(국철) ~ 용두리 ~ 횡성
8시 30분 옥수역에서 만나 출발하기로 하였으나 50분경 국철 이용 양평 용문역(종점) 도착, 10시 30분경부터 도보여행 "대장정"을 시작하다. 역전을 벗어나 6번국도 진입길을 물어가다가 용문사를 찾아 초행길에 나선 초로의 보살을 만나 용문사 입구 갈림길까지 길안내하고 6번국도 따라 걷다. 길섭에 만발한 들국화, 코스모스를 보며 옛 소풍길을 걷 듯 가다보니 출출한 판에 마침 강물길 휘감아 돌고 송림 우거진 곳에 운치있게 자리 잡은 정자가 있어 부회장께서 준비해 온 떡을 먹으며 쉬다. 1시간 이상 걷다보니 숨차기 시작하여 보행을 늦추는데 자전거 여행 중인 젊은이 두 사람과 마주쳐 대화하여 보니 놀랍게도 부산을 출발 일주일째 달려 오늘 서울 입성(入城)을 눈앞에 둔 마지막 코스라 하여 큰 감명을 받고 우리 모두 힘내기로 하다. 2시 넘어 비룡리 “용(龍)” 막국수 집에서 늦은 점심 먹다. 4시경 용두리 도착, 다방에 들러 차한잔 씩하고 용두리 횡성간에 숙박업소가 없다는 앞서 가셨던 분들의 기록을 보고 횡성까지 걷기는 시간상 무리라 접고, 버스 이용 6시경 횡성 도착, "S모텔"에 숙소 정하고 인근 축협식당에서 등심으로 기력 보충하다.
<<둘째날. 10월 20일(수) 일기쾌청. 코스 : 횡성 ~ 둔내
일찍 기상하여 행장 수습하였으나 이상무 발에 물집이 심하여 모두 걱정하다. 7시경 해장국집에서 조식하고, 8시경부터 둔내를 향하여 걷기 시작하다. 한참을 걷는 중 배부회장께서 대오를 이탈하여 길가 멀찍이 있는 제재소로 향하여 감으로 모두 의아하게 생각하며 기다리다 보니 "안성맞춤"이랄까 이상무한테 꼭 맞는 지팡이를 주워 와 우리 모두 감탄하며 힘내다. (이 지팡이를 여행 끝까지 사용하고 기념품으로 보관한다고 가져감)
이상무는 발 물집 상처로 걷기 너무 힘들어하여 부득이 버스로 먼저 가서 둔내 터미널에서 기다리게 하고, 행진 계속하다. 광암과 정금을 지나 우수면과 둔내면 경계 해발 500m 황재(황고개)를 힘들게 오르다. 고개 중턱 버스 간이정류장에서 잠시 쉬고 오르는 중 배부회장께서 안경(선글라스)을 두고 온 것을 알고 다시 내려가다. 다행히 오가는 인적이 없어 찾아가지고 힘겹게 고개를 넘다.
현산이 혈당이 낮아서 걱정하던 중 마침 휴게소가 있어 초콜렛과 음료를 사서 목 축이는 사이, 내가 휴게소 식당 접시에 즉석 산수화를 그리자 휴게소 여주인이 크게 감탄하여 기증하니 우리 일정을 물어 본 뒤 배추된장국으로 저녁 준비하여 대접하겠다며 숙소 정한 뒤 저녁에 다시 들러줄 것을 요청하다.
횡성~둔내 약 28km걷기 마치고 이상무를 둔내에서 만나 둔내"삼거리 통나무집"에서 불고기로 늦은 점심 맛있게 먹다. 식사후 배부회장과 잘 아는 주인과 커피 즐기는 사이 나는 또 접시 산수화(식당 정원풍경) 그렸고 식당사장 내외 감탄하다. 부회장이 나의 그림 경력 설명하니 "가보"로 간직하겠다며 10여만원 점심 값 사양하며 자기차로 현대 성우리조트까지 데려다주다. 부회장 배려로 모처럼 콘도에서 편안하게 여장 풀고 더운물로 피로 풀다. (현우리조트 1640호). 저녁에 택시편으로 둔내휴게소 다시 들러 배추된장국과 바쁜 중에 손수 강판에 갈아만든 감자전 곁들여 맛깔스런 저녁식사 즐기다. 나는 다시 큰 빈접시 청하여 산수화 1점 다시 그려주다. (저녁식대 사양)
<<셋째날. 10월 21일 (목) 일기쾌청 코스 : 둔내~ 면온~ 장평
모두 일찍 기상하여 7시 10분 성우리조트 출발. 둔내 시내 기사식당에서 해장국 조식후, 이상무는 보행이 무리라서 버스로 장평터미널에 대기하기로 하고, 8시경부터 청태산길 오르기 시작하다. 청태산 생태공원에 들러 잠시 쉬고 큰 길로 다시 나와 걷다. 영동 1터널 지나 내리막길 양옆의 솔숲과 단풍이 내려쬐는 만추의 햇볕에 아스레한 빛의 향연을 펼친 듯하여 취하듯 걷다보니 면온삼거리에 도착하다. 막국수집에서 맛있게 점심하다. 장평을 향하여 걷다보니 지난여름 외손자들과 무이밸리, 흥정계곡, 정선을 다녀오던 길 장평IC에 당도하다. 5시경 장평터미널에서 기다리던 이상무를 만나 미리 물색하여 둔 "장평장모텔"에 짐놓고 여주인한테 장평 맛집을 문의하여 김치찌개로 저녁 맛있게 먹다.
이상무에게 둔내터미널에서 발 병난 이상무를 가지 말라 붙잡는 여인을 힘겹게 뿌리치고 온 사연을 듣고 파안대소하며 피로 풀다.
<<넷째날. 10월 22일 (금) 일기쾌청 코스 : 장평 ~ 진부
"장평장모텔" 앞 식당에서 조식 후 8시경 진부를 향하여 일행 모두 모처럼 함께 걷기 시작하다. 진고개(777m) 힘들게 넘어 진부도착 "부림식당(033-335-7576)"에서 산채정식으로 늦은 점심하다. 늦게 월정사 도착하여 사찰 경내 들러보고 내가 잘 아는 스님이 있어 계시면 요사채에서 1박을 청해 볼까하여 연락하니 그 스님 멀리 만행중이시라 하여 기대 접고 하산 "강원민박"집에서 1박하기로 하고, 민박집 노파의 소개로 간 식당에서 늦은 저녁상에 도토리묵 한 접시 덤으로 대접받다. 잠자리 챙기는 사이 나는 시상을 가다듬어 즉석 낭송하니 다같이 좋아하였다.
둔내의 여인
코스모스 꽃 바람따라 산길따라,
둔내 휴게소 물맛이 좋을시고
가는 길
재촉 길에
여인이 손짓을 하네,
휴게소 저녁 식사 좋을시고
된장 배춧국 일품이요, 제일이요,
두고 온 여인이 그리워라
아~아.
둔내여, 여인이여
두고 온 둔내 여인 그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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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가는 길
가도가도 아무도 없으니
이길은 무인의 길이라
그래서 우리들은 걸어간다
코스모스 꽃도 피어 있구나.
참으로 아름다운 꽃의 생태여
길은 막무가내로 자꾸만 간다.
쉬어 가고 싶으나 쉴 데도 별로 없구나.
하염없이 가니 차차 배가 고파온다.
그래서 음식을 찾지마는
가도가도 무인지경이니
마음이 아득하게 보여온다.
아슴하게 보여진다.
우리는 더 없는 기쁨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이 길을 가는 행복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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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반경 현산이 왼쪽 무릎 위를 땅벌에 쏘여 깜짝 놀라 모두 잠을 깨다.
바깥 날씨 차니 초저녁에 땅벌들이 불빛 따라 방에 들어와 있다가 일을 저질렀나 보다. "월정사 부처님께 절 잘한 현산한테 강릉까지 남은 길 잘 걷도록 특별히 봉침을 주셨다." 하고 내가 농하자 다 같이 웃다.
<<다섯째 날 10월 23(토) 일기쾌청
코스 : 진부~ 횡계
간밤 땅벌 소동으로 5시30분경 일찍 기상 후, 전날 민박집 앞 슈퍼에서 사 온 라면으로 조식하다. 월정사 입구 사거리 경유 횡계 향하여 걷기 시작하다. 평창에 들어서니 멀리 삼양 대관령 목장의 풍력발전 풍차가 언덕 넘어 줄지어 흰 자태를 들어내다. 길가 무밭에서 무서리하여 마른 목을 추기다. (이번 여정에 세번 실례 무릅쓰고 무서리하다)
드디어 횡계 도착하여 "대관령숯불회관"에서 생태탕으로 늦은 점심 맛있게 먹다. 다음 주 월,화요일 일기 예보 심상치 않아 여정을 하루 앞당긴 관계로, 당초 일요일에 예약된 평창리조트를 토요일로 변경 사용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불가능하여 고심하던 중 마침 부회장님과 평소 안면이 있으신 식당 여사장에게 낭패한 실정을 이야기하자 살펴보겠다며 전화번호 알려 달라하다.
다방에 들러 입가심하는 중 여사장님한테 호텔 입실 가능하다는 연락받고 그 능력에 찬사를 표하고, 모두 가벼운 마음으로 택시 이용하여 넓은 관광단지 시설 들러보며 호텔도착, 여장 풀다.
나는 호텔주변경관 스케치하고 3인 케이블카 타고 스키장 정상 관망대 올라 대관령 연봉의 가을 풍경 관망하고 하산하여 휴식 취하다.
<<여섯째 날. 10월 24일(일) 일기쾌청
부회장의 배려로 호텔에서 편안한 밤 보내고 횡계 읍내 “황태회관(033-335-7579)” 에서 구수한 황태해장국으로 아침하다. 오늘 강릉 1박은 취소하고, 늦게라도 귀경하기로 일정을 1일 단축하였으므로 부득이 택시 이용하여 8시경 "대관령 옛길" 입구에 도착하다.
아흔아홉 고개라던 옛 찻길 따라 내려가는 강릉 구길로 생각하였으나, 이름처럼 "옛길"은 선비, 민초들이 한양길 넘나들었을 정감스런 숲길이다. 붉고 우람한 금강송 푸른 숲과 노란 은행잎 같은 금빛 낙엽 쌓인 오솔길에 청정한 계속 물소리 들으며 취한 듯 걷다 보니 어느덧 "옛날주막집"에 당도하다. 주모는 찾아볼 수 없으나 옛길의 정감에 말술을 먹은 듯하다. 산길 입구 근처에서 부회장이 아시는 찻집에서 잠시 커피향을 즐기다.
드디어 10시경 "대관령 박물관"에 도착하여 우리의 도보여행 마치다.
부회장께서 동향 지인과 약속이 있어 갈 길을 재촉하였으나 강릉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커피의 메카 "테라로사(033-648-2760)" 커피집을 들러 볼 것을 요청하여 먼 길 돌아 "테라로사"에 도착하다.
집안 가득한 커피향과 그 후미진 시골마을에 수많은 차들과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젊은이들로 붐비로 걸 보고 두 번 놀래다.
강릉 중앙어시장에서 부회장께서 약속하신 김진무 님을 만나 그분 차로 아름다운 해변길 따라 욕계항 "삼화식당"에 도착 예약해 둔 자연산 광어회로 여행 중 술맛다운 술잔 나누며 여독을 풀다.
길을 재촉하여 "선교장"에 도착하니 같은 동향 친구분이신 이강영님이 오래 기다리다 우리 일행을 위하여 "선교장"의 유래를 자세히 해설하여 주다.
강릉의 산과 바다도 좋지만 우리 일행을 위하여 주말에 바쁘신 시간 내어 애써주신 부회장 친구분들의 도타운 우정에 깊은 감명을 받다. 마지막 일정으로 에디슨 박물관 관람 후 6시 강릉버스터미널 출발하여 밤 10시 45분경 성남버스터미널에 도착 여정을 마무리하다.(이상무, 강릉~인천 버스이용 귀가)
***당 선 소 감***
지금까지 살면서 직장생활부터 화가로서 벌써 칠순을 넘겨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여태껏 세계곳곳을 여행하면서 특히 미국에 오래 머물곤 했는데 금년에는 5개월동안 미국전역을 돌면서 스케치 여행을 하고 얼마전 돌아왔습니다. 금년 여름은 유난히도 한국의 날씨가 무더웠다고 들었는데 미국의 날씨는 제법 견딜만 하여 잘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얼마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지하에 있는 분위기 좋고 아늑한 차륨에서 여행작가 시화전시회가 있다는 배연화백님의 초청을 받고 한국화가 죽전 이창조화백님과 시화전을 접하고 많은 사람속에 석당 우희춘 선생님도 뵙게 되었지요.
그간 수많은 여행 중 가장 기억에 손꼽을 수 있는 것이라 하면 서울에서 강원도 강릉까지 5박 6일 동안 걸어서 스케치 여행을 화첩으로 옮겨본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배연화백님이 그것을 보시고 여행작가 전규태, 정선모 선생님을 만나게 하여 여행작가회에 발을 딛게 되어 무한히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한사람의 화가로서 문단에 또 나의 작은 마음이 늦게나마 하늘처럼 열리고, 나의 꿈이 펼쳐지는 느낌이 들어 새로운 제2의 인생길이 시작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저는 시작이라는 새로운 마음으로 여행작가회 한사람으로서 등단하고 그림으로 시화 스케치하면서 누군가에게 감동과 웃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볼까 합니다. 그리고 이제 막 여행작가로서의 걸음마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끝으로 이러한 기회를 주신 시인,평론가 전규태 선생님, 편집국장 정선모 선생님 진심으로 감사 드리고 앞으로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는 여행작가가 되고자 합니다’
2013. 12. 6 한국화가 김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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