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승인 23-11-27 19:10
경제포커스
장님 코끼리 만지기 - 경제포커스 (economyf.com)
장님은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시각장애인의 경우 작은 물체라면 손으로 만지는 감각으로 전체를 잘 알 수 있겠지만, 코끼리처럼 몸집이 큰 물체는 전체를 만질 수 없으므로 만지는 부위의 특성만으로 전체를 말하게 되는데, 이럴경우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고 한다. 즉, 일부만 알면서 전체를 안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꼭 맞는 비유는 아닐지라도 콘크리트 비파괴시험에 의한 압축강도 추정에서도 가끔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원고에서는 이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시정방안을 제안함으로써 올바른 품질평가 방안 마련에 기여 하고자 한다.
콘크리트 품질평가에는 수많은 비파괴 시험방법들이 존재하지만, 저렴하면서도 간단하고, 비교적 정확하다는 이유로 표면 반발도를 측정하는 슈미트 햄머(Schmidt hammer) 법이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전 원고인 「표리부동(表裏不同)」에서 설명한 것처럼 동일한 강도의 콘크리트를 동시에 타설한 경우라도 다짐 정도, 재료분리 정도, 건조 정도, 수화열 온도분포 정도 등에 의해 부재별로, 하나의 부재라도 상·하 간 및 한 단면이라도 중심과 표면 간의 강도는 다르게 된다.
여기에 더하여 슈미트 햄머법 비파괴 시험은 콘크리트 표면의 단단하기인 경도 즉, 반발도가 탄성계수와 비레 관계에 있는 것을 다시 압축강도와의 상관성으로 평가하는 것임으로 사용재료, 시험방법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즉, 재료요인으로 시멘트나 혼화재료 및 물은 거의 차이가 없지만, 제주도 현무암과 같은 골재는 육지의 화강암과 달리 골재와 페이스트 간 큰 결합력으로 반발도는 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압축강도가 크게 되는 차이로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실험 방법 요인으로는 먼저 실험기기인 슈미트 햄머의 경우 사용횟수가 많아지면 용수철의 이완으로 오차가 발생할 수 있음에 표준경도를 갖는 테스트 엔빌(Test anvil)로 500회 전후의 사용 시마다 정확도를 확인한 다음 필요하다면 기기 수정 후 사용해야 한다. 측정면 상태로서는 두께 100mm 이상의 콘크리트 표면으로 하고, 부재 가장자리로부터 50mm 이상 안쪽으로 요철이 없는 평활한 면을 선택한다. 만약 표면에 요철이 있으면 연마석으로 평활하게 연마한 후 시험한다. 1회 측정 부위에서는 25~50mm 간격으로 20회 이상 타격 후 ±20% 이상 값은 제외하고 평균치를 유효숫자 3자리로 하여 반발도 값을 구한다. 이때 반발도에는 골재 등 사용재료의 고려, 타격 각도에 따른 보정, 함수상태의 보정 등 보정치를 구해 보정 반발도로 한다. 압축강도 추정은 기존 반발도와 압축강도 간의 상관관계로 알려진 추정식에 대입하여 압축강도를 추정한다. 그러나, 28일 이상으로 재령이 경과 한 경우라면 여기에 콘크리트의 재령 계수를 곱하여 추정 압축강도를 구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슈미트 햄머법 비파괴시험으로 압축강도를 추정함에 있어 가장 크게 문제 시 되는 것은 반발도에 따른 압축강도 추정 식을 어떤 것을 적용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그림 1은 일본 다니가와(谷川) 교수가 감수한 「콘크리트 구조물의 비파괴검사·진단방법」에 일본대학 유와사(湯淺) 교수가 소개한 압축강도와 반발도 간의 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시험자마다 많은 편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심한 경우로는 강도 추정값에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구조물 부위별 및 위치별로 차이가 있고, 사용재료 및 시험방법 등에서도 많은 오차가 있으며, 강도 추정 식에도 제안자마다 엄청난 차이를 나타내는데, 어떻게 하면 정확한 구조물의 강도 등 품질을 추정할 수 있을 것인가? 해결책은 콘크리트 품질 및 비파괴시험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응용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며, 몇 가지 비파괴시험을 복합하여 오차를 줄임으로써 구조물의 품질을 보다 정확히 평가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지식이 부족하고 또한, 시험방법의 영향 및 추정식을 잘못 적용하여 마치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천구 청주대 건축공학과 석좌교수 (한국건설품질기술사회 명예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