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Review-극단 예린소극장 '광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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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매 순간, 최고의 가치를 찾아라"
청춘을 다바쳐 무대 오른 노배우의 자전극
소극장을 꾸려 원하는 연극을 마음껏 올릴 생각에 부푼 청년은 그의 인생을 다바쳐 연극에 몰두한다. 평생을 무대위에 오른 남자는 삶을 다하는 순간까지도 무대 위 주인공이자 현실의 주인공이었다.
지난 27일 광주 궁동에서 열린 극단예린소극장의 연극 '광대의 꿈'은 극단 대표 윤여송씨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연극이다.
등장인물인 노배우 한경모로 투영된 윤 씨의 질곡어린 넋두리는 그가 운영하는 소극장으로 30여년 만에 찾아온 후배 박상현과의 재회로부터 시작된다.
막걸리를 주고받으며 당시를 회상하는 이들은 지난날의 못다한 소회를 나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극단을 뛰쳐나온 박상현과 소극장에서 유령처럼 살아온 한경모의 과거가 무대 조명과 함께 비춰진다.
대학 시절 연극에 빠져들게 된 경모는 당시 아버지로부터 '세상을 취미로 사느냐'는 일갈을 듣는다. 현실을 반영한 뼈있는 소리였지만 그는 꿈을 놓지 않고 소극장을 설립해 극단을 꾸려나간다.
탄탄대로만 같았던 그의 연극 인생에 암운이 드리운다. 영문도 모른채 삼청교육대로 끌려가 겪게되는 비참한 나날 속에서 한경모는 스스로를 잃어가는 잔인한 과정들을 맞게된다. 정의와 원칙이 없는 현실에 염증을 느낀 그는 더욱 연극에 몰두하며 세상을 잊기로 한다.
연극 포스터를 붙이다 경찰과 벌이는 실랑이, 아끼던 후배 상현이 극단을 뛰쳐나가는 과정 등 과거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조명은 다시 현재를 비춘다.
그 당시로 돌아가 다시 꿈을 펼쳐보이고 싶다는 상현은 연단을 오르내리며 경모에게 늘그막의 패기어린 모습을 보여준다. 경모도 덩달아 신이 나 과거 올렸던 연극들을 재연하며 한 때를 나눈다.
노배우의 삶을 관통하는 작품은 무대라는 공간과 현실의 멀지않은 거리감을 통해 그의 인생을 역설한다. 과거 자신의 모습을 돌아본 그는 무대위에서만 배우였던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도 배우였다며 지난 날을 회상한다.
그러나 그는 정작 책장을 덮으면 사라지는 무대 위 등장인물처럼 살기를 두려워했다. 삶을 위한 연극인지, 연극을 위한 삶인지를 고뇌하며 경계를 무너뜨리지 못해 좌절하던 노배우는 이내 깨닫는다. 최선을 다한 삶과 가치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 경계는 허물어지고 오롯이 인생을 살아온 노배우는 후회없이 이승에서의 소풍을 마무리짓는다.
작품을 연출한 윤 대표는 "70년대 말 연극을 시작해 40여년 가까이 무대 위에 오르며 겪은 일들을 풀어냈다"며 "살아가는 매 순간마다 느낄 최고의 가치를 찾는 시간을 연극을 통해 가져보길 바란다"고 소감을 말했다.
연극은 오는 2일까지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4시 30분·7시 30분 공연이 진행된다. 입장료 2만원. 문의 전화 (062-223-26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