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날씨 치고는 너무 무더운 날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덥다. 일을 하려고 해도 집중이 되지 않을 정도다. 이렇게 무더운 날이 이어지면 모든 일이 짜증 나게 된다. 이렇게 짜증 날 정도로 무더운 여름 날씨를 잊을 방법이 없을까 하고 별의별 생각을 다 해 보게 된다. 산, 계곡, 바닷가 등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고 싶어진다. 그러나 더위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열치열이라는 말이 있듯이 더위는 더위로서 피하는 방법이 어떨까 한다.
그 방법의 하나로 돌돔 낚시를 추천하고 싶다. 돌돔 낚시는 무더위와의 한판승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갯바위의 폭군으로 불리며 낚시 대상 어종 중 가장 파워풀하고 다이나믹하다고 여겨지는 어종이 돌돔이다. 실제로 돌돔은 강인한 외모에서 알 수 있듯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력한 힘으로 무장하고 있어 어지간한 장비와 채비로는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하지만 돌돔 낚시는 생각만큼 어렵거나 힘들지 않다. 돌돔의 습성과 돌돔 낚시의 특징만 알면 오히려 다른 장르보다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환상의 물고기'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시작조차 않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오지 않고 있지만, 막상 관심을 두고 다가서면 돌돔 낚시는 뜻밖에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돌돔은 수심 깊은 암초대에 은신하면서 먹이활동을 한다. 수온이 낮아지는 겨울철에는 갯바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먹이활동을 거의 중단한 채 수온 상승만 기다리다가, 수온이 18℃ 가까이 올라가면 서서히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갯바위 가까이 접근한다. 가끔 채식도 병행하는 감성돔이나 벵에돔과는 달리 돌돔은 철저히 육식성 어종이다. 그것도 최고급 메뉴만 즐긴다. 소고기보다 비싼 소라, 오분자기, 게, 성게가 돌돔의 주식이다. 만능 미끼 갯지렁이도 가격이 저렴한 청갯지렁이는 거들떠보지도 않으며, 소고기보다 더 비싼 참갯지렁이만 입질한다.
돌돔은 갯바위에서 낚이는 어종 중 동급 대비 가장 힘이 세다. 그래서 장비나 채비도 다른 어종을 노릴 때와는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 두자릿수 굵기의 원줄과 목줄이 자연스럽게 사용되며 낚싯대도 한자릿수로는 어림도 없다. 시즌 초반에는 민장대 낚시보다 원투 처넣기가 일반적이다. 돌돔이 갯바위 근처까지 접근하지 않는 시기므로 먼 거리 수심 깊은 포인트를 노릴 수 있는 원투 처넣기 채비가 아니고는 돌돔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주로 10호 이상의 돌돔 전용대와 대형 스피닝릴이나 조력이 강한 장구통릴을 쓰는 원투 처넣기 낚시는, 아기자기한 맛은 없지만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다이나믹한 손맛이 일품이다. 이때 주로 쓰는 채비는 버림봉돌 채비다. 아직 물밑의 각종 해조류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시기므로 버림줄과 목줄을 길게 써 미끼가 해조류에 묻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끼는 부드러운 참갯지렁이가 가장 선호된다. 장마가 시작되고 돌돔이 갯바위 가까이 접근하기 시작하면 원투 처넣기보다 민장대맥낚시가 위력을 발휘한다. 길이가 10m에 육박하는 돌돔 전용 민장대에 8호 원줄, 6호 목줄을 묶고, 케블러를 연결한 돌돔 전용바늘 10호에 푸짐하게 참갯지렁이를 꿰어서, 갯바위 가장자리를 노리는 민장대맥낚시는, 속전속결로 승부를 낼 수 있어 마릿수 조과를 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원투 처넣기에 비해 손맛이 월등히 좋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한여름에 접어들면 민장대맥낚시는 접어두고 다시 원투 처넣기로 돌돔을 노려야 한다. 이때는 시즌 초반보다 목줄과 버림줄을 다소 짧게 쓰는 게 다를 뿐 큰 차이는 없다. 다만 미끼에서는 시즌 초반과 커다란 차이가 있다. 시즌 초반에 위력을 발휘하던 참갯지렁이는 잡어의 성화에 약한 단점이 있어 각종 잡어가 제철을 만난 양 설쳐대는 한여름에는 사용할 수 없다. 가장 많이 쓰이는 건 오로지 돌돔만 입질한다는 성게다. 가시가 긴 보라성게보다는 말똥성게가 돌돔낚시에서 많이 쓰인다. 크기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500원 동전 사이즈가 가장 무난하다. 일부 낚시터에서는 성게보다 '게고둥'이 위력을 발휘한다.
최근엔 예전보다 눈에 띄게 자원이 줄어들어 돌돔만 노리고 나서는 꾼들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일부 마니아들은 변함없이 돌돔을 낚아내고 있으며, 만족할만한 조과를 올리고 있다. 남해 동부권 돌돔 낚시터들은 대부분 먼바다에 치우쳐 있다. 부산 앞바다 남형제섬(외섬)과 통영 먼바다의 국도, 갈도, 좌사리제도, 세존도가 남해 동부권을 대표하는 돌돔 낚시터다. 전남 여수권의 거문도, 역만도 등도 좋은 돌돔 낚시터다. 완도 여서도, 청산도 등도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낚시터다.
무더위와 싸워야 하는 돌돔 낚시는 힘든 낚시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오늘도 돌돔 마니아들은 무지막지한 파워를 즐기기 위해 갯바위를 찾는다. 돌돔 낚시는 무더위를 이기는 자만이 파워풀한 손맛을 즐길 수 있는 낚시다. 한여름의 뙤약볕이 무서워 마냥 처지기만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무더위를 이기고 파워풀한 돌돔의 손맛을 본다면 어떤 더위가 오더라도 쉽게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한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