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유성대
얼마나 먹었는지 배가 불러 제대로 날지 못하는 모기를 사로잡았다.
이 모기는 우리 집에 한 살림 차려 놓고 대물려가며
살고 있는 모기였다.
나는 모기 부모로 시작해서 모기 조상모두를 가차없이 죽여버린 모기들의 망나니자 철천지원수이며 일명 저승사자일 것이다.
붉은 글씨가 선명한 만리장성 일회용 나무젓가락 틈사이에 날개를 책갈피 덥듯 물려 묶었다.
모기를 묶은 젖가락을 유리컵에 세워놓고 나는 고문을 시작했다.
“대답만 잘하면 살려주겠다.”
윽박지르며 일회용 라이터에 불을 켜며 겁을 주었다.
모기는 올 게 왔다는 듯 생을 포기한 모습이다.
가엽고 불상했지만, 입을 열지 않아 고문의 강도를 살짝 올렸다.
나는 가문의 대를 잇는 대빵 모기라는 것을 고문하다 알게 됐다.
그래 죽일 수가 없는 입장이자 한 편의 내려오는 전통문화의 서정이 내 피 속에 약간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조상을 어설프게 모시고, 뼈대가 있는 척하는 허세와 허울만 있는 가문이기에, 그나마 대빵 모기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다해 고문하기로 내심 나에게 착한 약속을 했다.
모기에게 물었다
“우리 노모만 무느냐.?”
물었더니 이실직고 하겠다며 하는 말은
“맛이 다르다.”
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라며 라이터를 가까이 대며 겁을 주는 척만 했더니, 영양이 어쩌고 암수의 맛 어쩌고 저쩌고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사실 피 맛이야 세상에서 모기가 제일 잘 알고 있지 않겠나’
생각할즈음 내 피를 먹어 보니 맛도 없고 영양도 없고 숫놈이라 노랑내도 나고 해서, 그 뒤로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입도 가까이 하지 않았다 한다
나는 기분이 별로 였지만 구체적으로 더 듣기로 했다.
모기 왈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고 편식을 주로 해서인지 맛의 기복 자체가 없고 영양도 편중되어 맛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충고로 모기가 한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렇게 먹고 살면 앞으로 몇 년 못 살 거요.”
모기의 진심 어린 직언에 멘탈이 붕괴되었다.
나는 멍하니 한동안 생각하고는 고심한 듯 모기 귓가에 살며시 다가가 속삭이듯 말했다.
”일년 뒤 내피 먹으러 오시오.”
그리고 조심스럽게 결박을 풀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보내주었다.
여왕 모기는 몸을 겨우 일으켜 세우고 기력을 다해 날아가며 말했다.
“내년에는 우리 딸이 올 거다.”
살았다는 안도감인지 어설픈 쓴웃음을 지으며 날아갔다.
그 후로 여왕 모기를 못 보았다.
고문 후유증으로 죽었다는 소문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