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21일, 토요일, Bariloche, Hosteria Winkter (오늘의 경비 US $33: 숙박료 50, 식료품 16, 인터넷 2, 관광 24, 환율 US $1 = 2.85 peso) 오늘은 배를 타고 Nahuel Huapi 국립공원 안에 있는 섬 두 군데를 구경했다. 오늘도 쾌청한 날씨다.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와서 20번 버스를 타고 배가 떠나는 Puerto Panuelo까지 갔다. 아침 8시인데 버스가 벌써 만원이었다. 버스로 45분 걸리는 거리를 줄 곳 서서 갔다. 승객들 거의 다 Puerto Panuelo 근처에 있는 Hotel Llao-Llao를 비롯한 여러 관광호텔로 일하러 가는 직원들 같다. 버스 기사가 운전을 험하게 한다. 급정거, 급출발, 급커브에 손님을 내리고 태울 때는 제대로 서지도 않는다. 양쪽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도 몸을 가누기가 힘들다. 이 나라 사람들은 키가 별로 안 큰데도 손잡이가 천장에 높이 붙어있어서 간신히 잡을 수 있었다. 아, 키 작은 사람의 비애여! 내 키는 165cm이다. Puerto Panuelo에 도착하여서 한 시간 동안 배를 기다리는 동안 가지고 간 따끈한 커피를 마시며 조용한 아침 호수경치를 감상했다. 배가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던 다른 승객들과 함께 배에 올랐다. 한 100여명 되는 것 같다. 가이드는 남녀 두 명인데 남자 가이드는 영어를 잘한다. 관광 안내는 여자 가이드가 스페인어로 한 후 남자 가이드가 영어통역을 원하는 우리를 포함한 다섯 명 정도 관광객들을 따로 모아서 영어로 다시 얘기해준다. 다섯 명 중 우리 말고 세 명은 금방 들어도 알 수 있는 미국 영어, 그것도 내가 살았던 서부 지역 영어를 한다. 그럴 땐 반갑다. 한국 사람을 만난 것만큼은 아니지만, 반갑다.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보니 캘리포니아 Newport Beach에서 왔단다. 우리가 Newport Beach의 바로 옆 도시인 Irvine에 살았었다고 하니 이웃사촌을 만난 것처럼 반가워한다. 배우 출신 새 주지사 Arnold Schwarzengger가 일을 잘 하고 있느냐고 물어보니 아직 까지는 잘 한다고 한다. Newport Beach는 Los Angeles 남쪽 Orange County에 있는 부자 도시이고 캘리포니아 제일의 골수 공화당 도시이니 기대했던 대답이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무책임한 정치인들이 경제를 말아먹은 좋은 케이스다. 그런 캘리포니아를 떠맡은 공화당 주지사 Schwarzengger는 용감하다고 해야 할까 무모하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잘 하기를 바란다. 한 미국 관광객 여자가 내 영어가 “exquisite" 하단다. 내가 미국 태생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런 말을 한 것이겠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우리 애들도 그런 말을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좀 씁쓸했다. 배위 갑판에 올라서 경치를 감상하였다. 3일 전 Cerro Campanario 정상과 이틀 전 Punto Panoramico 전망대에서 바라본 호수 경치의 한가운데 우리가 서있는 것이다. 이곳 경치 역시 절경이었다. 푸른 하늘, 흰 구름, 흰 눈이 덮인 산, 푸른 호수, 하나도 나무랄 데가 없는 경치다. 새들이 날라서 배에 따라 붙는다. 먹이를 원하는 것이다. 관광객들이 과자 부스러기를 손에 들고 새를 부른다. 가끔 용감한 놈은 날아와서 채가지만 대부분은 사람들 근처를 빙빙 돌기만 한다. 한번은 물 쪽으로 던졌더니 한 놈이 잽싸게 다이빙을 해서 채간다. 물에 떨어지기도 전에 채간 것 같다. 새들이 눈이 보통 밝은 것이 아니다. 새들은 던지기를 바라고 있는데 사람들은 손에 들고만 있다. 첫 번째 내린 섬에서 약 20분간 시간을 보냈다. Arrayanes라는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데 나무줄기가 연 갈색이다. 애들 만화영화 "Bambi"에 나오는 장면이 이곳을 모델로 한 것이라 한다. 조그만 나무 집이 하나 있었는데 "Bambi"에 나오는 집과 똑같이 지은 것이라 한다. 사람들이 몰려와서 사진을 찍는다. 기회가 있을 때 "Bambi" 영화를 한번 봐야겠다. 두 번째 섬은 Victoria 섬, 점심을 먹은 후 섬 구경을 하면서 두 시간을 보냈다. 대부분 관광객들은 호숫가에서 일광욕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오후 5시경 배에 올라서 Puerto Panuelo로 돌아오고 다시 20번 버스로 숙소로 돌아왔다. 즐거운 하루였다. 여행지도 배에서 보는 호수경치 역시 아름답다 왼쪽 사람의 과자를 새 한 마리가 채가고 있다 만회영화 "Bambi"에 나오는 집과 Arrayanes 나무 숲 늦은 오후의 호수 풍경 늦은 오후 햇빛에 취한 듯한 호수 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