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암장순례[53]/거제도 애바위 & 옥명해벽[397호]
“뭍의 바위가 너무 멀어 섬에다 만들었소"애바위 암장 중앙부에 위치한 우정길 제1피치를 오르는 이명용씨. 공포심을 느낀다. 스릴도 느낀다. 쾌감도 느낀다. 인내력, 지구력, 정신력, 자신감이 필요하며 손끝에서 발끝까지 있는 힘을 다 요구한다. 또한 오름짓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술도 익혀야 한다. 이것이 암벽등반의 필수조건이다.
유난히도 비가 많이 왔던 8월, 거제도 애바위에서 우정알파인클럽 회원들의 등반이 한창이다. 바위를 오르면 오를수록 발아래 펼쳐지는 멋진 전경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려 해상국립공원의 해금강과 이름 모를 섬들이 조화를 이뤘고, 해안의 기암괴석과 파란 하늘, 시퍼런 바닷물이 마음을 시원스레 적신다. 특히 애바위 꼭대기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환상적이다. 거제도의 해상관광과 여름철 피서 겸 암벽등반을 할 수 있어 가족들과 함께 하면 최고의 장소가 될 것이다.
해안의 둘레만 700리에 이르는 거제도는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조선소가 자리한 큰 섬이다. 한려 해상국립공원인 해금강과 구조라, 망치, 명사, 한목 등 8개 해수욕장이 산재해 여름철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해양관광지로도 이름 높다.
인구 18만 명이 거주하는 거제도에도 암벽등반을 즐기는 전문 산악회가 있다. 우정알파인클럽은 1985년 12월 김상철, 김경호, 이명용, 우자홍, 김종민, 조현철, 박호찬, 송호천, 이길섭 등 11명이 주축이 되어 창립했다. 현재 회원은 강태구, 김유강, 김혁, 한홍칠씨 등 30여 명.
현 회장인 이명용씨는 1992년 낭가파르밧(8,126m)을 등정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전천후 클라이머다. 전임 회장 김상철씨와 이명용씨를 주축으로 똘똘 뭉쳐있는 열정적인 산악회로, 내년에는 엘브루즈 원정을 계획하고 있다. 이 클럽은 1999년 통영 쌍사바위에 11개 루트를 개척했고, 두번째로 2001년 5월 거제도 애바위에 11개 루트를 개척했다.
“왜 암벽루트를 개척했습니까?”
“우리는 가까운 경남권 암장에 가려해도 2∼3시간씩은 걸립니다. 그래서 우리의 암장을 개척하고 싶었습니다. 거제도 시민들의 암벽등반 저변확대에 대한 기대도 컸고요.”
김상철씨는 거제도에 암장을 만든 것은 필연이었다며 강조한다. 그들은 이곳 암장들을 개척하기 전에는 삼천포 와룡산 상사바위, 밀양 백운슬랩, 김해 무척산 등을 다니며 등반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자신들이 개척한 쌍사바위와 애바위에서 주로 등반하고 있다.
♥애바위
알파인(5.10a)을 오르고 있는 우정알파인클럽 김건호 회원. 애바위는 거제시 일운면 망치리 마을 뒷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독립바위다. 이 바위는 2000년 7월 개척 가능성을 타진하고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 2001년 5월20일에 개척보고회를 가졌다. 애바위 개척에 들어간 장비들을 보면, 볼트 200개, 앵커에 사용된 와이어 40개, 고정로프 400m, 하켄 30개 등이다. 순수한 재료비만 400만 원이 들었다.개척자들은 우선 바위에 두껍게 붙어있는 이끼 치우기부터 시작했다. 그 후 낙석을 제거하고 볼트작업에 들어갔다. 낙석을 제거할 때 낙석이 망치리 마을로 굴러갈까 가슴을 조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통영 쌍사바위를 개척할 때 손수 점핑세트로 망치질을 하면서 볼트를 박았던 전례가 있어, 이 곳 역시 수작업을 하려했으나 암질이 단단해서 결국 발전기를 가지고 오르내리며 작업했다. 사실 애바위는 짙은 이끼가 덮여 있었고 형태가 험상궂고 지저분해 누가 보더라도 좋은 암장이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개척자들은 혼연일체가 되어 청소작업을 하고 볼트를 박으며 한 개 두 개 루트는 완성시켜 나아갔다.
애바위 정상에서 취재진과 함께 한 우정알파인클럽 회원들. 정상에서 조망하는 해변의 모습이 아름답다. 식수가 없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도로변에서 약 10분이면 닿을 수 있어 접근이 편리하다. 특히 개척자들은 공병대(?)를 조직하여 암장 아래로 5개의 공터를 만들어 야영할 수 있도록 했고, 도로에서 암장까지 등산로와 방향표지판, 리본을 달아 찾아가기 쉽게 만들었다.애바위는 아무도 다니지 않아 조용하며 아래로 펼쳐지는 망치 해변과 해금강의 경치가 빼어나 등반의 즐거움이 배가되는 멋진 암장이다. 좌벽과 우벽으로 구분되고, 높이 60여m에 폭 70여m쯤 되는 작지 않은 암장이다. 암질은 화강암에 가까우며 경사도는 70∼110도에 달한다. 단단하고 검은 회색을 띈 바위로 화강암처럼 작은 돌기가 형성되어 있어 감촉이 좋다. 완경사와 페이스, 오버행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미세한 것부터 큼직한 것까지 각이 진 다양한 형태의 홀드를 만날 수 있다. 대부분 초중급 루트들로 고난도 루트는 없어서 중급자라면 쉽게 오를 수 있다. 11개 루트가 좌벽에 5개, 중앙에 1개, 우벽에 5개 개척되어 있고 1∼2피치짜리들이다. 등반을 마치고 정상에서 걸어서 내려갈 수 있고, 50m 자일로 한 번에 하강도 가능하다. 루트 중간에서 하강과 확보를 볼 수 있도록 쌍볼트에 와이어로 튼튼하게 확보물을 만들어 두었다. ♥천둥과 번개(5.12a)
우정알파인클럽 김형호 회원이 알파인 제1피치를 등반하고 있다. 길이 44m로, 우벽의 우측에서 좌측으로 세번째로 시작되는 루트다. 이 암장에서 가장 어려운 루트로, 페이스 등반에 제2피치 상단부에 약 110도의 오버행이 형성되어 있다. 처음 70∼80도 경사 구간은 각진 홀드와 양호한 발디딤으로 되어 있어 무난하게 상단부 오버행까지 갈 수 있다. 볼트 5개를 지나면 나타나는 약 110도의 오버행이 이 루트의 크럭스다.크럭스에는 3개 볼트가 있으며 홀드가 미세해 손가락끝 힘이 요구된다. 첫번째 볼트 아래의 벙어리형 포켓홀드를 잡고 퀵드로를 건다. 볼트 오른쪽으로 손가락 반 마디로 걸리는 미세한 홀드를 오른손으로 잡고, 왼손은 볼트 위의 작은 돌기부분을 잡은 다음 런지 형태로 11시 방향의 사선으로 된 양호한 홀드를 연타로 잡는다. 몸을 우측으로 뉘인 다음 두번째 퀵드로를 걸면 이미 크럭스는 돌파한 것이나 다름없다. 12시 방향의 양호한 가로형 홀드를 오른손으로 잡고 몸을 일으켜 세운 다음 올라서면 등반은 끝난 셈이다. 전체적으로 중단부까지는 양호하고 상단부 5∼6m가 오버행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 구간의 두 동작이 크럭스다. ♥우정(5.10b)
애바위 중앙부의 우정길 제2피치를 등반하는 김용기등산학교 동문 주영일씨. 총길이 62m로, 2피치짜리다. 개척한 산악회의 이름을 붙인, 애바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루트로, 하단부에서 정면으로 바라다보이는 중앙에 나 있다. 큼직한 홀드가 비교적 많아 큰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다.정면으로 보이는 튀어나온 모서리를 올라 오버행 직전까지 가면 첫번째 볼트가 나온다. 오버행 턱 부근에 있는 좋은 홀드는 기본적인 힘만 있으면 통과가 가능하다. 턱을 넘어서면 5~6m 전방에 두번째, 세번째 오버행 턱이 보인다. 언뜻 보기에는 직벽으로 보이지만 110도 정도 경사가 져 있다. 두번째 오버행은 무리 없이 오를 수 있지만, 이 루트 최대 난코스인 세번째 오버행이 기다리고 있다. 오버행 턱을 곧바로 오르려면 오버행 하단부에 있는 왼쪽 언더 홀드를 오른손으로 잡는다. 그 다음에 왼손으로 턱 위에 있는 홀드를 잡고 볼트에 퀵드로를 건다. 또다시 오른손을 바위 오른쪽 면 깊숙이 뻗으면 양호한 홀드가 있다. 일단 이 홀드를 잡으면 어려운 지점은 통과한 셈이다. 그 후 왼손으로 오버행 턱 너머에 있는 홀드를 쉽게 잡을 수 있으며, 별 어려움 없이 제1피치를 마친다. 제2피치는 무난히 오를 수 있는 5.9급 칸테로 이어진다. ♥망치(5.10a) 총길이 47m로, 2피치짜리다. 우벽 가장 오른쪽에서 시작하는 이 루트는 제1피치 첫 볼트에서 두번째 볼트 사이가 크럭스다. 첫 볼트를 넘어 약간 오버행진 턱을 넘어야 한다. 순간적인 힘과 밸런스를 요구한다. 이 턱을 넘어서 두번째 볼트를 통과하고 나면 제1피치는 무난히 통과할 수 있다.
거제도 능포 옥명해벽을 등반중인 클라이머들. 불더 개념의 작은 암장이다. 이 루트의 백미는 제2피치다. 제1피치를 오르고 나면 만나는 곳이 V자 계곡의 초입이다. 벌어진 벽 형태인 바위인데 바위 왼쪽 홈을 따라 오르는 길이 제2피치다. 바위면이 약간 밖으로 기울어져 있어 몸을 안쪽으로 유지하기 힘들다. 또한 고도감이 있어서 선등자의 경우 몸을 일으켜 세워 걸어가기도 만만치 않다. 벽 사이의, 손가락 한 마디가 들어가는 크랙에 몸을 의지하고 올라야 한다.이 루트는 개척 당시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다. 애바위에는 거의 크랙을 찾아볼 수가 없다. 서울의 인수봉과 같이 크랙이 많은 바위에서 등반을 배웠던 김혁씨가 크랙이 그리운 나머지 이 곳을 발견하고 바위틈을 따라 자란 이끼를 장장 3시간에 걸쳐 걷어내고 개척한 것이다. ♥옥명해벽 옥명해벽은 지금은 사실상 폐쇄된 암장이다. 거제도 사람들은 애바위와 쌍사바위가 개척되기 전에는 이곳 옥명해벽에서 등반을 했었다. 옥명해벽은 장승포 연안부두에서 능포동 미진아파트 사이의 해안도로 중간쯤에 자리하고 있다. 1989년 동악회와 1992년 대우조선산악회, 1996년 우정알파인클럽 등이 개척한 암장이다.
몽돌 제1피치를 오르는 김상철씨. 그는 우정알파인클럽의 창립멤버로 산악회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은 볼트, 하켄 등에서 녹물이 흘러내려 미관상 좋지 않아 모두 제거했다. 만약 등반을 원한다면 상단부에서 슬링이나 로프로 확보하고 톱로핑 방법으로 오를 수 있다.좌측의 직벽은 15m 가량이며 세 곳으로 등반이 가능하다. 우측으로 30여m 가면 직벽(15m)과 슬랩(20m)이 있다. 슬랩은 초보자 교육장으로 많이 활용했던 암장이다. 해안과 바로 맞닿아 있으며, 잠깐 들러서 볼더링 개념으로 등반이 가능한 곳이다. □찾아가는 길 서울에서는 대전을 지나 대전~진주 간 고속도로를 따라 경남 사천까지 간다. 사천공항에서 고성을 통과해 14번 국도를 따라 통영을 거쳐 장승포 연안부두를 지나 대우병원 두모사거리까지 간다. 여기서 애바위로 가려면 우회전을 한다. 계속 가면 거제대학이 나오며 구조라 해수욕장을 약 1Km 지나 두 갈래 길이 있는데, 우측의 좁은 길로 진입해야 한다. 좌측 길은 망치리 마을로 가는 길이고, 우측 길로 약 2Km 산길도로를 따라가면 고갯마루에 올라서고 좌측에 주차할 수 있는 넓은 공터가 있다. 우측은 정수장이다. 이곳에 주차하고 애바위 표지판을 따라 10여 분 가면 암장이 나온다.
실버길을 등반중인 이애숙씨. 수직벽을 이루고 있지만 암각의 홀드가 양호해 쉽게 오를 수 있다. 대중교통은 암장까지 연결이 되지 않으므로 개척자들에게 안내를 부탁하는 것이 좋다. 서울에서 6∼7시간, 통영에서 약 30분 소요된다. 옥명해벽으로 가려면 거제도 장승포동 두모사거리에서 좌회전한다. 이 길 우측으로 옥명아파트가 있으며 조금 더 가서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곳에서 미진아파트쪽으로 우회전한다. 2 차선의 이 능포 해변도로 좌측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해변도로 중간쯤에 도로변 주차대(차량 5대 주차 가능)가 있다. 여기서 계단을 따라 해변으로 150m쯤 내려가면 옥명해벽에 닿는다. (글·사진 김용기 김용기등산학교 교장) 자료협조:거제도 우정알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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