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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민족역사정책연구소 원문보기 글쓴이: 영원히
한적한 태안반도 포구. 마음이 한없이 평화롭고 넉넉해진다. |
바닷가 솔 숲길에 나서면 시원 서늘한 갯바람이 몸과 마음을 다 씻어주고, 인근 천리포수목원에서는 화사한 봄꽃의 향연이 한창이다. 그뿐인가. 태안의 별미 작은 '실치회'도 이맘때가 제철이다. 부드러운 실치회 한 젓가락과 구수한 실치국 한 그릇이면 서해의 봄미각을 통째로 맛볼 수가 있다.
◆ 서해의 봄을 한 입가득 - ‘마검포항 실치’
갯내음이 듬뿍 담긴 봄철 미식거리가 있다. ‘실치’가 그것이다. 실치는 말 그대로 실처럼 가늘고 작은 물고기이다. 봄철 실치는 길이가 2~3cm 남짓, 혀에 닿자마자 특별한 질감 없이 스르르 녹아내린다.
서해안의 봄기운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실치가 제철을 맞았다. 실치회가 미식가들의 입맛을 돋군다. |
예로부터 흔히 ‘뱅어’로도 불려온 실치는 나는 곳도 서해안 태안, 당진, 서천 정도로 한정돼 있는데다 횟감으로 맛볼 수 있는 때도 짧아 요즘이 바로 제철이다.
국내 실치회의 명소로는 태안 마검포항을 꼽을 수 있다. 실치는 3월 말부터 5월 하순까지 마검포항 인근 곰섬 앞바다에서 멸치잡이 그물인 낭장망으로 잡아 올린다.
하지만 그물에 걸리면 곧 죽어버리는 탓에 어장에서 가까운 산지 포구가 아니면 횟감으로 즐기기가 힘들다. 올해는 마침 봄철 일기불순으로 실치가 4월 하순부터야 잡히기 시작했다.
실치회는 두어 달 동안 맛볼 수 있지만 요즘에 잡히는 것이라야 횟감으로 적당하다. 3월말 처음 것은 육질이 너무 연하다. 반면 5월 하순 이후에는 뼈가 굵고 억세져 뱅어포감으로 쓴다.
흔히 실치회는 야채와 실치를 양념고추장에 비벼 무침으로 즐긴다. 오이, 깻잎, 쑥갓, 양배추, 당근 등 야채, 그리고 갖은 양념을 섞어 만든 초고추장을 실치와 한데 버무린다.
부드러운 실치와 아삭한 야채의 질감, 매콤새콤한 초고추장이 어우러져 봄느낌 물씬 풍기는 별미가 된다. 특히 배를 채 썰어 올린 고명은 시원함을 더하고, 국수사리를 곁들이면 훌륭한 식사대용이 된다.
실치시금치국. 맛도 좋고 건강에도 만점이다. |
실치요리의 또 다른 진수는 ‘실치 시금치국’이다. 국물 맛이 시원 칼칼한 게 뒷맛이 깔끔하다. 마치 게살이나 생선살을 곱게 갈아놓은 듯 부드럽다.
마검포에서는 선창횟집 등이 맛집으로 통하는데, 실치회무침, 실치시금치국, 실치전, 뱅어포 등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실치회’(1인분 1만5000원)로 판매한다.
◆ 바다와 함께 나란히 걷는다 - ‘솔모랫길’
태안 여행의 묘미는 굽이치는 해안선을 따라 즐기는 트레킹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중 ‘몽산포~드르니항’까지 13km에 이르는 솔모랫길이 압권이다. 리아스식 해안선을 따라 곰솔 방풍림, 염전, 사구, 낙조 등 지역을 대표하는 풍광들을 조망할 수 있어 걷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솔모랫길은 초입에 탐방객을 위한 관광안내소를 설치하고, 해변길 구간 일부를 장애인, 노약자 등도 이용할 수 있도록 데크 로드도 조성해두었다.
솔모랫길 시작점. 바닷내음을 즐기며 트레킹을 할 수 있다. |
4시간 남짓 걸리는 숲길은 해변을 따라 줄곧 이어지는가하면 가끔은 부드러운 커브를 그려 조용한 산책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소나무 숲 사이 서편으로는 바다가 펼쳐지고 숲을 나서면 바로 부드러운 모래언덕, 사구가 펼쳐진다. 사구 아래로 이어지는 모래 포집기는 사막의 한 장면을 담아내는 듯 이국적 경관을 자아낸다.
솔모랫길에서 만나는 곰솔 숲은 비록 아름드리는 아니지만 여느 숲길과는 또 다른 기품이 있다. 특히 솔잎이 푹신한 카펫을 이뤄 걷는 느낌 또한 부드럽다. 가끔씩 이어지는 콩고물 같은 모랫길의 촉감 또한 봄의 느낌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하다.
발길이 머무는 곳곳에는 길을 안내해주는 아기자기한 이정표와 독특한 모양의 조형물들이 설치돼 있다. 또 숲길 군데군데 나무를 켜서 만든 벤치도 놓여 있다. 시원한 파도소리에 발 쉼을 하며 바다를 바라보거나 명상에 빠져 들기 좋은 쉼터다.
몽산포에서 청포대로 향하는 도중에는 몸을 누일만한 비치체어도 마련해뒀다. 솔숲에 누워서 부드러운 갯바람을 즐기는 풍욕의 묘미가 쏠쏠하다.
단 10분여 몸을 기댔음에도 서울에서부터 운전해 온 피로감이 싹 가시는 듯 했다. 솔밭바람에 실려 온 파도, 바닷새 등 정겨운 자연의 소리 또한 발품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된다.
태안해양국립공원 남면분소 관계자는 “솔모랫길은 서해안 최고의 낭만길”이라며 “특히 몽산포~청포대에 이르는 4.6km가 멋진 경관을 담아낸다”고 추천한다. 아울러 “솔모랫길은 봄철도 아름답지만 해당화가 피는 6월부터 9월까지, 그리고 가을철에도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고 소개했다.
트레킹의 끝은 드르니 포구다. 마침 서해의 장엄한 낙조가 펼쳐진다. 하루를 쉼 없이 달려 온 붉은 해가 서해바다 속으로 풍덩 빠져 드는 모습을 온전히 지켜보는 것또한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한편 태안 해변 길은 기존의 걷고 보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해안길 주변 농어촌체험 관광도 함께 즐길 수 있다.
◆ 봄꽃 향연 펼쳐진 ‘천리포수목원’
충남 태안에는 세계적 명품수목원이 있다. 소원면 의향리에 자리한 천리포수목원이 그것이다. ‘희귀식물의 보고’로도 불리는 천리포수목원에는 봄이면 풍년화며, 노란 수선화, 설강화, 깽깽이풀, 크로커스, 목련, 동백 등 다양한 수종의 봄꽃이 만발해 있다.
천리포 수목원에 핀 노란 수선화. 더없이 아름답다. |
특히 일기불순으로 봄이 늦게 찾아든 올해 서해안 지역에서 계절의 변이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로, 요즘 천리포수목원은 상춘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천리포수목원은 가히 ‘서해안의 푸른 보석’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멸종 보호종인 ‘하얀 개나리’ 등 총 1만 500여 종에 이르는 다양한 수종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은 초기 소금기 섞인 박토였다. 미국에서 귀화한 민병갈씨(1921~2002)가 1962년 6000여 평의 척박한 땅에 나무를 심기 시작해 현재 총 18만평 규모의 자연친화적인 생태수목원을 조성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개원 30년 만에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 받게 됐으며, 그동안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비밀정원이었던 만큼 식생 보존 또한 잘 돼있다.
천리포 수목원이 당초 방침을 바꿔 일반에 공개를 시작한 것은 근자의 일이다. 몇 년 전 발생한 태안 기름유출 파동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일조하겠다는 귀한 뜻도 담고 있다.
매표소를 지나 수목원에 들어서면 여느 수목원과는 다른 자연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특히 입구 근처 해송 숲길에서는 시원스레 펼쳐진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태안 해변은 바닷바람 등으로 서울보다 계절이 일주일가량 늦다. 때문에 천리포수목원에는 봄꽃잔치가 한창이다. 내방객이 만발한 풍년화를 감상하고 있다. |
수목원은 크게 7개 지역으로 나뉜다. 본원, 닭섬, 사구지역 등 구역이 흩어져 있는데, 각 지역 마다 미세하게나마 환경이 달라 난대성 상록활엽수부터 아한대성 식물까지 다양한 식물들이 식재돼 있다.
그 중에 목련만도 400여 종류, 호랑가시나무 370여 종류 등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을 희귀식물들을 보유하고 있다.
수목원 안에는 한옥 등 숙박시설도 갖추고 있어 예약 숙박도 가능하다. 단체 내방객의 경우 미리 예약하면 가이드의 해설도 들을 수 있다.
◆ 여행 메모
▶가는 길
◇천리포 수목원: 서해안고속도로~서산IC~32번국도~서산, 태안 지나 만리포 방면~만리포해수욕장~천리포해수욕장의 천리포수목원 생태교육관 앞
◇몽산포: 서해안고속도로~서산IC~32번국도~서산, 태안을 지나~남면~몽산포 해수욕장
◇마검포: 서해안고속도로~서산IC~32번국도~서산, 태안을 지나~남면~마검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