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숙 ＜작별하지 않는다＞

[채리]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문학동네

한강 작가의 글은 늘 아프다. 힘들다. <소년이 온다>는 너무 울어 눈가에서 진물이 날 지경이었고, <채식주의자>는 너무 충격적이어서 한동안 또 다른 작품을 가까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아픔을 다루는 방법은 다르다. 소년이 너무 생생해서 광주를 찾아야 했다. 인선은 성인이었고 또 제삼자였기에 그렇게 펑펑, 꺼이꺼이 울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아픔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잘 잊히지 않을 것 같다. 현기영의 <순이 삼촌>도 영화 <지슬>도 떠올랐다. 하지만 이렇게 잔잔하게 여운이 오래 남지는 않았다.

아무 힘도 없고 별 의지도 없어 보이던 인선의 엄마에게는 자식에게조차 말하기 힘든 아픔이 있었다. 그 아픔 때문에 평생 꺼져가는 삶을 산 줄 알았는데 엄마는 현실을 마주하고자 했다. 끝까지 찾아야 한다고 그래야 잊히지 않는다고 생각했나 보다. 인선과 경하의 프로젝트명도 그래서 <작별하지 않는다>가 되었나 보다. 

혼령을 다룬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에서 말한다. 죽은 이를 기억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지면 비로소 사라지는 거라고. 인선의 엄마는 그래서 그렇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오빠를 찾으려고 애썼고 기부단체에 기부도 꼬박꼬박 했었나 보다.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고 나서, 한 해 두 해 미루었던 그 일을 하나씩 하나씩 해나갈 수밖에 없었나 보다.

인선이 기르던 앵무새 아마가 죽었지만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는 곳에서 아마는 열심히 살고 있다. 작업 중에 손가락을 잃고 수술을 한 인선도 멀쩡하게 경하의 옆에서 아픈 과거를 힘겹게 토로한다. 인선은 경하의 말대로 죽은 걸까. 경하가 죽은 걸까? 아니면 둘 다 죽어서 만난 걸까.

사실은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의 아픔을 작별하지 않고 마주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은 여실히 드러난다. 힘들어도 아파도 한강의 글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다음엔 또 얼마나 자신의 속을 긁어내며 또 다른 아픔을 전달해 줄까.

처음엔 한강 문체 특유의 아픔 때문에 선뜻 다가가기 힘들었지만, 몰입된 후 빠져나오기가 더 힘들었다. 읽는 내내 떨렸던 것 같다. 자꾸만 잊어버리는 것이 미안해서, 글로 전해지는 아픔이 너무 서늘하게 다가와서, 글을 쓰면서 작가는 또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 생각하면서. 그래서 사랑하기로 했다. 잊지 않을 것이고, 작별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떨림이 있고 눈가가 촉촉해진다. 한강의 작품은 나에게 그렇다.

지난 주에 다녀온 제주 서귀포 표선 바닷가 끝도 없이 펼쳐진 모래 해변이 떠오른다. 그 아픔에 숙연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