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케이블에서 방영을 하네요, 중복관람 리뷰입니다. 굿~데이~
인간의 사랑과 욕망 그리고 질투를 그린 영화 <은교>
감독 : 정지우 / 출연 : 박해일, 김무열, 김고은
영화의 첫 장면은 일흔 살의 노인인 이적요(박해일)가 옷을 벗는 것으로 시작한다.
왜소하고 볼품없는 물건이 댕그라니 달려있는 노인의 몸은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는가 하는 주효한 역할을 한다.
이적요는 사회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유명한 시인이다.
숲이 우거진 산기슭집에 홀로 사는데 어느날 여고생 은교(김고은)가 나타난다.
은교는 맑게 웃으며 이적요의 집안일을 거들고 도발적인 행동으로 이적요를 사로잡는다.
번개가 치는 날 이적요의 이불 밑으로 들어와 웅크리고 자거나, 헤나 문신을 그려주기 위해 이적요를 무릎에 눕힌 은교는 그녀의 닿을락 말락한 몸을 통해 이적요에게 젊은날을 회상시키며 성적 황홀경을 느끼게 해 주는 등, 이렇듯 은교의 젊고 풋풋한 몸은 자주 클로즈업되어 이적요의 가슴으로 들어온다.
시인인 노인과 여고생 은교, 그 둘은 늙음과 젊음으로 대비, 혹은 아버지와 딸처럼, 혹은 보기에 따라서 연인처럼 느껴지기도 하면서 묘한 조화를 이루어간다. 그리고 스승의 수발을 들면서 스승의 재능을 훔치는 제자 서지우(김무열)는 이런 스승과 은교의 관계를 불안하게 보고 있다. 그리고 서지우는 어린 은교에게 마음을 뺏기는 스승을 향해 애증의 질투심을 발휘한다.
이 영화는 맑고 순수한 몸을 가진 은교를 통해 청춘을 아쉬워하는 노년의 욕망과 재능 없는 젊은 청년의 욕망을 그리고 있다.
박범신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화한 <은교>는 10대와 30대, 그리고 70대의 인간을 통해 그들이 추구하는 삶의 욕망과 꿈을 그리고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죄가 되는 것 같지 않은 투명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그 두 남자는 한 인물처럼 느껴진다.
사랑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고, 질투 또한 인간 공유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통속적인 결말을 넘어서지 못한다.
사랑의 감정을 이미지화하고 질투와 애증의 심리적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등 영화는 기대 이상의 미감을 선사하지만, 영화의 파국을 그린 결말은 결국 사회의 일반적 통념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이 영화는 주인공들의 열연으로 더욱 빛나는 영화가 되었다.
그 중 은교는 누가 봐도 사랑스런 여자로 전혀 신인답지 않게 열연함으로써 이 영화를 수준 있는 영화로 기억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