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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길이기라도 하면 얼마나 좋으련만 휴가가 아니라 볼 일이 있어 어제 물한계곡을 다녀왔습니다.
180여만평의 산 위에 있는 수십만평의 분지를 보기 위해서이지요. 가기 전에 분지엘 올라가야 한다고 했으면 차비를 했을 텐데, 그냥 산을 본다고 해서 평소 차림으로 갔더니 뱀이랑 지네 등등 때문에 완벽한 차비가 아니면 분지에는 못 올라간다는군요. 다음에 헬리콥터를 빌려서 하늘 위에서 보자고 농담을 하면서 아쉬웠지만 그냥 돌아오려다가,
한사코 발길을 막는 산주인의 집에서 작년에 따아서(맞춤법이 맞나?) 조려놓은 것이라는 고추조림과 묵은 김치, 자연산 더덕무침, 맛갈난 된장찌게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생각해서 만들었다는 오징어볶음을 그냥 남기니까 그집 며느님이 몹시 서운해 하는 것을, 그거야 서울서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다른 반찬이 너무 맛있어서 그것까지 먹을 틈이 없었노라고 위로를 하고.
실은, 그곳 올라가는 길이랑 주변 계곡이 너무 좋아서 소개해봅니다. 십여년전에 갔던 강원도 인제 - 하늘 아래 끝 마을이라는 진동에 올라가는 길보다 더 좋지는 않지만 그만큼은 좋더군요. 무엇보다도 습도가 낮아서 한 낮의 무더위에도 팔이랑 얼굴이 뽀송뽀송한 것이 좋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또 들러야 했던 양동(강원도인가, 경기도인가?)의 그 기분 나쁘게 높은 습도는 더욱 불한계곡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오전 10시경부터 낮1시까지 음이온이 최고치가 된다는 말이 맞기라도 하는지 함께 갔던 목사님들은 어깨 결리던 게 괜찮다, 손가락 아프던 게 괜찮다고 합디다. 앞으로는 휴가 삼아 일주일에 한 번씩 내려와 하루쯤 쉬고 가자는 우스개 소리를 할 정도로 효과가 있었나 봅니다. 아마 습도가 아주 낮았던 것도 한 몫 했을 겁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팔당댐과 다산유적지 사이에 있는 시골밥상집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5천원 하던 것이 6천원, 7천원으로 오르더니 어제는 8천원이더군요. 반찬은 별로 변한 게 없는데 그만큼 물가가 올랐다는 뜻인가? 1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뽑아마실 수 있는 휴계실에는 날벌레가 너무 많아 짜증이 났지만, 혹 연인 사이라면 그쯤은 참을 수 있을 것도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