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자전거를 탄 아이들은 피곤에 지쳐 꼼짝없이 잠이 들었다.
“여보, 미안해요. 우리 기다린다고 마음 많이 졸였죠?”
“미안하긴, 이렇게 무사히 돌아와 준 것만 해도 너무 감사할 따름이야. 이제 어떤 일이 있어도 떨어지지 말자.”
미주는 기특하게도 동생 미진이를 뒤에 태우고 헤메면서도 아빠가 우릴 기다릴 것을 염려 했다고 한다.
시경이는 어린 것이 엄마 뒤에 타고 따라 다니면서 길을 잃고 아내가 사람들에게 물어 본 말, “리우꽁윈 짜이나알~(6공원 어디예요?)” 이란 말을 외웠다.
그래서 그 후 길을 다니면서도 “리우꽁윈 짜이나알~”하고 유창한 중국어를 구사한다.
미주 뒤에 탄 미진이도 근 5시간을 자전거 뒤에 타고 있어서 양쪽 가랑이가 많이 아프단다.
“예쁜 것들”
잠자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볼에 뽀뽀를 해 주었다.
그래도 우리의 여행은 계속되어야 했기에 내일은 항주 외곽에 위치한 ‘송성’에 가기로 했다.
아침에 식사를 서둘러서 끝내고 시내 까르푸로 갔다.
아침 시간인데도 사람은 얼마나 많은지........
이제 3일만 지나면 춘절이다.
중국의 춘절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아도 그 규모와 번잡함을 다 알고 있을리라.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면서도 오늘 송성 가서 먹을 간식을 한바구니 가득 사서 가방에 잔뜩 짊어지고 나섰다.
시내를 벗어나 한참 버스를 타고 가다 송성 입구 정류장에 내렸다.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다.
아니 우리뿐이다.
유명한 관광지라 그런가?
입구에 있는 화장실은 깨끗했고 들어가는 곳도 화려하다.
그러나 어른 1인당 80원, 아이들은 1인당 40원,
비싸다.
가격에 비해서 송성은 구경거리가 별로 없었다.
그나마 오전에 비해 오후엔 공연이 많다고 하지만 다른 관광지에 비해 입장료가 턱없이 비싸게 매겨 졌다고 생각한다.
일단 들어 가보니 1시간이면 다 돌아 볼 정도로 규모도 적었고, 시설도 송나라시대의 풍물을 표현 했다고 하지만 조잡했던 것 같다.
그러나 저녁에 있는 공연들은 보기에 좋았고 또 80원 입장료의 가치를 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이것 또한 사람 나름이다.
점심시간이 지나니 입장 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고 한두개 정도의 공연도 구경할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사온 간식을 먹고 난 후 오후 2시가 조금 넘어서 그만 집에 가기로 했다.
송성으로 오는 버스길이 너무 예뻤던 기억이 나서 가는 길의 어중간 한데 내려서 서호의 반대편을 걸어가며 구경하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항주 동물원에서 내려서 1공원까지 가로수가 있는 아름다운 길을 걸으며 맑고 고운 바람을 맞으며 걷고 또 걸었다.
호수변에 펼쳐진 아름다운 공원들을 하나씩 감상하며 걷다보니 어느 듯 3시간 이상을 걸었다.
이제 우리는 걷기 선수들이다.
다음날,
어제는 많이 걸었고,
그제는 자전거 사건이 있었고....
다리가 아프긴 하지만 오늘은 서호의 아직도 못 다 본 곳과 절강대를 가보자.
서호에 도착해 보니 정말 지겹게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보면 볼수록 정이 들고 아름답기만 하다.
영은사를 갔고 다시 내려와서 절강대학교로 갔다.
방학이라 그런지 학생들은 없고 학교 식당도 문을 닫았다.
학교 입구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서 거기서 파는 우육면, 중국식 떡국, 당면을 두그릇 씩 시켜 먹었다.
정말 우리 가족은 많이 먹는다.
“절강대에서 우리집까지 걸어서 얼마나 걸릴까?”
“윽! 아빠 또 걸어요?”
“여행의 기본은 걷는거야. 천천히 걸으면서 사람 구경, 시내구경...좋잖니? 그리고 간식 사서 먹으면서 걷는게 여행의 묘미라고!”
결국 나의 주장대로 또 걷기로 했다.
가다가 큰 슈퍼가 나오길래 밤, 호두, 해바라기 씨, 귤 등을 샀다.
점심을 많이 먹었는데도 우리 뱃속은 끊임없이 먹을 것들을 요구한다.
그 많은 것들을 한시간동안 걸으면서 다 먹고 말았다.
이렇게 항주에서 또 하루를 보냈다.
1월 27일(금)
내일 이면 항주를 떠나 계림으로 가는 날이다.
오늘 하루는 쉬면서 내일 먼 곳 계림 가는 준비를 하자.
민박집에 아침을 먹으러 가는데 문 입구에 이르자 안에서 주인아줌마랑 식구들끼리 하는 말 소리가 들린다.(우리가 없는 줄 알고 한 말이다.)
“이 사람들(우리가족) 내일이면 떠난다네. 돈 버는 것도 좋지만 너무 오랫동안 있는 것 같애.(자기가 있으라고 해 놓고) 내일 모레가 춘절인데 춘절 음식 같이 나눠 먹기도 그렇고 또 해 놓은 음식 안주기도 그렇고.....”
기분이 살짝 나빠질려고 그런다.
“명절 앞에 우리에게 차려 주는 식단에 몇 가지 음식 좀 더 주는 게 그렇게 아깝나?
기분 나빠도 할 수 없지 내일이면 떠나는데 이왕 알게 된 사람들 기분 좋게 해 주고 떠나야지....”
문을 열고 들어가서 이 사람들이 한 이야기를 못 들은 척하고 주는 아침 밥 잘 먹고 나왔다.
며칠 동안 강행군을 한 아이들은 피곤했는지 오늘은 집에서 쉬고 싶단다.
그래, 아이들을 숙소에 두고 아내와 난 둘이서 오산광장의 청하루 거리를 갔다.
여기에 아이들을 안 데리고 온 걸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차와 비단 등 중국의 유명한 토산품 거리가 쭉 늘어서 있었고 지금까지 보지도 못한 각종 희안한 음식들이 우리의 눈을 똥그랗게 뜨게 만들었다.
말로 해서 무엇하겠는가?
오산광장, 청하루 거리, 꼭 가보시라.
숙소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맛있는 간식과 특히 농심 너구리 5개를 사 왔다.
자! 이제 내일이면 기차를 타고 먼 길을 떠난다.
그리고 이틀 후에 계림에 도착하는데 그 날은 바로 춘절 당일이다.
우리에게 새롭게 펼쳐질 또 다른 세상을 기대하며 항주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오늘 밤 폭 죽 소리는 유난히 더 크게 들린다.
첫댓글 볼적마다 참 대단하시다는 것을 느낌니다.
저는 중국여행은 3곳을 가봤지만 별로 여행하고 싶지 않은 곳이던대요
저도 춘절에 중국여행을 간적 있는대 폭죽 장난 아님니다 .
잠은 당연 잘수없고 화약 연기에 머리가 아파서 나갈수도없고
잠을자자니 불꽃이보고싶고 드랑달랑 거리다 잠을 설친 기억이납니다
아이들도 군말없이 따라다니는걸보면 볼수록 기특합니다..
세계일주가아니라..중국일주...쯥~
앞글을 안읽으셨군요.쯥!...
세계일주를 역서부터 시작한것임!...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