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나라 인도(印度)
2. 카르나타카(Karnataka) 주(州)
<1> 인도 남부 관광의 거점도시 벵갈루루(Bengaluru)
이제 인도 남부 타밀나두(Tamil Nadu) 관광을 마치고 카르나타카(Karnataka)로 들어서는데 카르나타카주는 면적 19만 ㎢, 인구 5천 6백만으로 타밀나두주 보다 더 크고 우리나라 남한 면적의 두 배가 넘는 큰 주이다.
카르나타카주의 주도(州都)인 벵갈루루(Bengalooru/일명 방갈로르/Bangalore)는 인도 남부 데칸고원의 끝자락으로 인도 남부 관광의 거점도시라 할 수 있는데 인구 500만 이 넘는 대도시이다.
벵갈루루는 인도 최남단 타밀나두 마두라이에서 북쪽으로 409km 떨어져 있으며 고속버스로 꼬박 9시간 30분 걸리는데 해발 1.000m로 지대가 높아 날씨도 한결 선선하다.
(1) 편리하고 저렴한 패키지 관광
벵갈루루 궁전 / 열대식물원
지도를 보고 혼자 찾아다니면서 관광하는 것은 여유 있고 자유스러운 반면 교통편이 불편하고 설명을 들을 수 없는 애로점이 있다. 그러나 관광회사를 통한 투어인 경우, 교통편과 설명을 들을 수 있어 편하긴 하나 수차례 토산품 가게를 들르고 빡빡한 일정 등으로 피곤한 점이 단점이라 하겠다. 날씨가 너무 더워 혼자 다닐 자신이 없어 여행사에 들러 관광 상품을 알아봤더니 의외로 좋은 상품이 있어 이용하기로 했다.
낮 12시에 시작하여 벵갈루루 시내관광 반나절, 이튿날은 일찍 떠나 남서쪽 135km 지점(버스로 4시간)에 있는 마이소르(Mysooru, 일명 Mysore) 궁전을 관광한다. 그곳에서 1박을 한 후, 다음날은 140km 더 남쪽으로 내려가서(버스로 5시간) 타밀나두주로 다시 들어가 타밀나두와 인도 서부 케랄라(Kerala) 주 경계의 산속에 있는 천혜의 휴양지 우티(Ooty)를 둘러본다. 그리고 벵갈루루로 돌아와 호텔에서 다시 1박으로 마무리하는 총 2박 3일의 투어인데 경비는 입장료, 가이드 비용을 합쳐서 2.600루피(6만 원) 빡에 안된다니 정말 어처구니없이 싸다.
계약을 하고 호텔에 짐을 내려놓고 기다리니 곧 택시가 와서 관광일정에 따라 시내투어를 나가자는데 나가보니 달랑 나 혼자이다. 택시에 올라 반나절 시내관광에 나섰는데...
벵갈루루(Bengalooru)는 엄청나게 크고 아름다운 유럽풍의 건물들이 즐비하고 잘 정비된 도로가 시원하게 뚫려있다. 도심 곳곳에 아름드리 거목들과 아름다운 꽃으로 가득하고 푸른 호수가 인상적인데 도심 가운데 있는 열대식물원(Lalbagn Botanical Garden)이 눈길을 끈다.
벵갈루루 식물원과 궁전을 둘러보고 바로 연이어 있는 과학관(Science Museum)과 고미술관(Art Gallery)을 둘러보며 1시간 정도 여유 있게 보냈다. 식물원은 굉장히 넓어 휴식이나 산책을 하는 시민들이 많고 특히 하늘을 찌르는 열대 수목들이 볼만하다. 고 미술관에서 20대의 일본 처녀와 중국 젊은이를 만났는데 이곳에서 1년째 유학하고 있다고 한다. 과학관은 볼 게 별로이고, 고 미술관은 그럭저럭 볼만하다.
(2) 지저분한 인도의 거리 풍경
벵갈루루는 엄청난 대도시인데도 뒷골목은 여전히 지저분하고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넘치는 고물차들, 세 바퀴 아도택시, 오토바이, 자전거, 사람, 리어커, 달구지... 또 제멋대로 활보하는 소, 돼지, 염소..
온갖 쓰레기들, 계속되는 경적, 먼지, 악취.... 거기에다 뜨거운 열기까지 더하니 숨을 못 쉬겠다.
택시기사 녀석은 나 혼자 태우고 토산품 매장을 두 군데나 들른다. 괘씸했지만 투어가 끝난 후 수고비 100루피(2.300원)를 줬더니 코가 땅에 닿게 절을 한다.
<2> 고대도시 마이소르(Mysore)
아름답고 웅장한 마이소르 궁전
벵갈루루의 관광을 끝내고, 다음날 우리를 태운 미니 투어버스는 남서쪽 마이소르(Mysore-인도 지도에는 Mysooru로 표기)로 출발하였다. 거리는 138km 정도인데 도로사정이 좋지 않으니 4시간이나 걸린다.
마이소르는 카르나타카주에서 벵갈루루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인구 80만 정도인데 옛 마이소르 왕국의 수도였다고 한다. 마이소르는 아라비아풍의 화려한 궁전을 비롯하여 수많은 유적이 남아있는 역사의 도시로, 이곳은 낮은 위도에도 불구하고 데칸고원의 구릉(丘陵)지대로 해발고도가 높아 날씨는 비교적 선선하다. 카르나타카(Karnataka)주를 예전에는 마이수루(Mysooru State)주라 불렀다고 한다.
♦ 마이소르 궁전에서의 에피소드
우리 일행은 마이소르 궁전 입장료가 20루피(500원)인데 나는 외국인이라고 200루피(5천원)를 내라고 한다. 화가 나서 가이드한테 분명히 투어요금에 모든 입장료가 포함되었다고 했는데 말이 되냐고 따졌더니 외국인 입장료는 별도라고 한다. 말도 안 된다고 계속 우기니 여행사에 전화로 연결해주며 따져 보란다. 핸드폰을 바꿔 들어보니 소리가 모기소리만 하고 들렸다말다... 우리 돈 5천 원 밖에 되지않으니 그냥 내고 들어갈까 생각도 들었지만, 기분이 나쁘다.
인상을 쓰고 또 따지려 덤벼들었더니 가이드는 결국 두 손 들었는지 그러면 20루피 입장권을 사오란다. 그런데 이번에는 창구의 매표원이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또 200루피를 내라고 한다.
가이드를 찾아 또 인상을 쓰고 따졌더니 질렸다는 표정으로 그냥 슬쩍 들어가 박물관은 들어가지 말고 사진만 찍으면 괜찮을 거라고 귀띔을 한다.
어차피 박물관을 들어갈 생각도 없었기에 그냥 들어가려고 했더니 이번엔 경비원이 쫓아와서 표를 사 오라고 한다. 그냥 외부 사진만 찍고 나오겠다고 했더니 안 된다고 하다가 비굴한 웃음을 흘리며 팁을 조금만 달라고 한다.
또 따질까 하다가 아까 표를 사려고 손에 쥐고 있던 20루피(500원)를 줬더니 함박웃음을 흘리고 허리를 굽실거리며 어서 들어가시란다. 표정은 화를 내고 짜증이 나는 척 했지만, 속으로는 웃음이 절로 나온다.
첫 번째로 고대 이슬람 왕궁유적인 스리랑가파트남(Sli Rangapatnam) 유적을 지나쳤는데 돌보지 않아 쓸쓸한 성벽과 건물 잔해들만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여기는 힌두교 나라이니....
다음은 스리랑가 힌두사원(Sli Ranga Temple)으로 비교적 잘 정돈되어 있으며 아름다운 고푸람과 화려한 내부 장식이 볼만하였고, 관광객들과 참배객들이 북적거리며 제법 번창한 기념품 가게들도 늘어서 있다.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메뉴판을 뒤적이다 보니 중국식 볶음밥인 쉬쯔완 라이스(Schzwan Rice)라는 것이 보여 시켰더니 익숙하지 않은 냄새가 나지만 먹을 만했다.
(1) 성 요셉 성당
마이소르 성 요셉 성당
오후에는 성 요셉 성당(St. Joseph Catholic Church)을 방문했다. 인도에서 성당을 만난다는 것은 예상 밖이었는데 그리 오래된 성당은 아니지만 웅장한 규모와 어마어마한 첨탑, 성당내부 지하에 모셔진 아름다운 성녀의 잠든 모습 등으로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지하복도 양쪽 벽에는 빼곡히 순교한 성인들의 명패가 붙어 있다. 인도에서 성당을 만나다니...
감격에 겨워 잠시 묵상을 하고 주모경(主母經)을 바쳤다. 마이소르 궁전(Mysore Palace)은 아라비아풍의 둥근 지붕과 유럽풍의 아기자기한 건축양식이 복합된 아름다운 건물로 그 규모가 어마어마한데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2) 브린다반(Brindavan) 호수공원
브린다반 공원 / 스리랑가 힌두사원
다음은 브린다반 가든(Brindavan Garden)이라는 호수공원을 갔는데 엄청난 인파에 깜짝 놀랄 정도이다.
공원은 호수를 끼고 있는 넓은 면적에 잔디밭을 꾸미고 공원 가운데로 물줄기가 흐르도록 하여 제법 아름답기는 한데 그 외에는 별로 볼거리도 없는 이곳에 이렇게 사람들이 바글거린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호수 건너편에 사람들이 유람선을 타고 가거나 꽤 먼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아 따라가 봤더니 조그맣고 초라한 음악분수가 달랑 하나 있는데 옆에는 꼭 야구장같이 커다랗게 관람석도 만들어 놓았다. 작고 초라한 분수에서 물줄기가 나오며 음악에 따라 물줄기가 춤을 추자 사람들은 박수와 환호성을 보낸다. 참 볼거리와 놀거리가 무척이나 부족한 나라인가 싶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함께 왔던 다른 관광객들은 벵갈루루로 되돌아가고 나와 한 가족만 내일 우티(Ooty) 관광을 위해 호텔로 향하였다. 호텔은 샤워도 없고 매우 엉성하다.
<3> 인도의 샹그릴라 - 우티(Ooty)
우티 나무공원(Tree Park) / 우티 호수
아침 9시, 천혜의 휴양지라는 우티로 출발했는데 도로는 형편 없었지만 도로변의 풍광은 상당히 멋지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푸른 밀림이 나타나고, 평화스러운 농촌 풍경과 열대 과일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과수원도 보인다.
(1) 무쿠르티 국립공원
무쿠르티(Mukurthi) 국립공원
우티(Ooty)로 가려면 카르나타카주와 타밀나두주의 경계를 어우르는 제법 넓은 지역의 무쿠르티 국립공원(Mukurthi National Park)을 지나가야 한다.
입구도 출구도 분명치 않은 공원의 한 가운데의 비포장도로를 가로질러 가는데 가운데쯤 작은 마을도 있다. 울창한 밀림이지만 도로 양편 10m 정도는 시야가 트이도록 풀을 잘라내서 시원한데 도로는 돌멩이에 물구덩이에....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도로변으로는 야생동물 주의 표지가 눈에 많이 띈다.
시속 30km 이하로 달릴 것, 야생동물 주의(Wild Animal Cross), 호랑이 서식지(Tiger Reserve Area), 코끼리, 표범, 사슴 야생서식지, 차를 멈추지도 말고 차에서 내리지도 말 것, 야영금지, 먹이 주지 말 것, 괴롭히지 말 것...
코끼리 서식지를 지날 때 야생 코끼리 서너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나뭇잎을 먹는 것이 보이자 사람들은 카메라로 찍느라 법석이다. 또 사슴 서식지를 지날 때 7~8마리의 사슴이 도로를 가로질러 뛰어가서 차를 잠시 멈추어야 했다. 이곳은 그야말로 야생이 살아 숨 쉬는 자연공원이다.
(2) 험난한 우티(Ooty) 고개
국립공원이 끝나는 근처인 듯 갑자기 높은 산이 앞을 가로막는다.
헤어핀 벤드 / 우티 고개의 찻집 주방
머리핀(Hairpin)처럼 꼬불거리는 가파른 산길이 10km 정도 계속되는데 대관령보다 훨씬 더 꼬불거리는 길로 중도에 헤어핀 벤드(Hairpin Bend)라는 표지판이 36곳이나 된다. 그리고 커브마다 16/36식으로 몇 번째 커브인지 표시를 해 놓은 것도 재미있다. 이 고개는 가파른데 정말 머리핀이 구부러지듯 커브가 급하니 고물차들은 올라가지 못하고 중간에 멈추어 서서 돌을 괴어놓고 수리를 하고있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결국, 우리 차도 바퀴부분에서 뭔가 부러지는 것 같은 큰 소리가 나서 간신히 중간지점 쉼터까지 왔는데 한 시간 정도나 지체하면서 수리를 한 다음에야 다시 산길을 오를 수 있었다. 다행히 초라한 쉼터에는 작은 가게 두세 개 있어 음료수와 요깃거리를 판다. 주방을 들여다보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차와 삶은 옥수수로 간단히 요기(療飢)하고 목을 축인 다음 다시 출발하는데 날씨가 무척 덥다.
거리는 150km 정도밖에 안 되는데 다섯 시간이나 달려 우티에 도착했다.
천혜의 휴양지라는 우티는 지대가 상당히 높은 곳으로 공기가 매우 신선하고 상쾌하다. 하늘을 찌르는 삼나무들과 고사목들이 나타나고 제법 큰 호수도 있는데 놀이공원으로 잘 꾸며져 있다. 또 잘 가꾸어진 나무공원(Tree Park)도 있는데 관광객들로 바글거린다. 인도에는 이런 자연공원이 많지 않은지 사람들이 무척 많고 모두 감동하는 표정들인데 내 눈에는 그저 평범한 산으로 보일 뿐...
단지 다른 곳에 비하여 비교적 시원하고 산비탈에 옹기종기 예쁘게 지어진 집들과 산비탈 밭에서 울긋불긋한 옷을 입은 원주민 아낙네들이 밭에 엎드려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정도였다.
돌아오는 길, 어둠 속에서 야생 코끼리 두 마리가 눈에서 인광을 뿜으며 어슬렁거리는 것이 보이고 차창으로 내다보니 어둠 속에 북두칠성(北斗七星)이 너무나 뚜렷하게 보인다.
밤 11시쯤, 마이소르 도착해서 저녁식사를 했는데 그림으로는 그럴싸해서 커드 라이스(Curd Rice)를 시켰는데 받아보니 냄새가 싫어 도저히 못 먹겠다.
한술을 뜨다 말고 옆으로 밀쳐놓고 대신 밀가루 부침개 모양의 로띠(Rotti) 2장으로 식사를 대신했다.
식사 후 밤 12시경 다시 출발하여 벵갈루루에 도착하니 새벽 4시 50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