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 노래 2-1(음식, food) : 마음의 맛 Taste of heart
한국시를 노래로 빚는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업 이후,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위로는 무엇일까’를 고민했습니다. 화려한 성공이나 거창한 담론이 아닌, 결국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하루를 마감하며 마주하는 작은 식탁 위의 온기라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그래서 이번 곡의 주제를 ‘음식’으로 정했습니다.
이번 곡 ‘마음의 맛 Taste of heart’은 조선 시대 학자들부터 신라의 천재 문장가까지, 수백 년의 세월을 건너온 우리 선조들의 ‘식사 시간’을 현대적인 선율 위에 올린 작업입니다.
가사의 바탕이 된 시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화려한 산해진미 대신 거친 보리죽과 쑥, 칡뿌리, 그리고 소박한 팥죽과 나물이 등장합니다. 정약용 선생은 맷돌 소리 요란한 밤, 굶주림을 채우기 위해 거친 보리죽을 삼키며 세상의 이치를 읽어냈고, 장유 선생은 친구가 보내준 생강 한 조각에서 깊은 우정과 치유를 경험했습니다.
그들의 글 속에는 오늘날 우리가 느끼는 '번아웃'이나 '고립감'과 닮은꼴의 고독이 서려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 결핍의 순간을 한탄하기보다, 흙에서 난 것들의 맛을 정성껏 음미하며 마음을 다스렸습니다. 이 '정제된 소박함'이 자극적인 정보와 화려한 영상에 노출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정서적 해독제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음악적으로는 퇴근길 지하철 창밖을 바라보며, 혹은 고요한 방 안에서 혼자 저녁을 먹으며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분위기를 지향했습니다. 몽환적인 신스 사운드와 세련된 시티팝의 비트는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한시(漢詩)의 무게감을 가볍게 덜어줍니다. 시의 원문이 가진 힘을 그대로 살리되, 반복되는 후렴구는 감각적인 멜로디로 구성하여 '옛것'이 아닌 '지금 우리의 이야기'로 들리게끔 공을 들였습니다.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칡을 캐고, 친구를 위해 생강을 보내며, 나물 한 접시에서 진수성찬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는 그 모든 행위는 결국 ‘사랑’의 다른 이름입니다.
바쁜 일상에 치여 끼니를 때우듯 살아가는 당신에게 이 노래가 잠시나마 따뜻한 죽 한 그릇, 혹은 달콤한 석류 한 입 같은 휴식이 되길 바랍니다. 수백 년 전 선조들이 그러했듯, 당신의 식탁 위에도 마음의 허기를 채워줄 깊고 은은한 '마음의 맛'이 머물기를 소망합니다.
이번 곡도 당신의 플레이리스트 한 켠에서 조용한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시 노래 2-1(음식, food) : M 마음의 맛 Taste of heart
https://youtube.com/watch?v=LwJJlIOy7XA&si=e9HmbHlDoEejwGnr
한국시 노래 2-1(음식, food) : F 마음의 맛 Taste of heart
https://youtube.com/watch?v=UO4CyxmGY9M&si=B-BtnVO7WIHXSzee
하브루타를 위한 10분 책읽기 한국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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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맛 Taste of heart’ 가사
동쪽 집에서 드륵드륵, 서쪽 집에서 드륵드륵
보리를 볶아서 죽을 쑤는 맷돌 소리 시끄러운 밤
체로 치지도, 키로 까불지도 못한 채
굶주린 배를 채우려 끓여낸 거친 한 그릇
쑥을 캐는데 개쑥뿐이구나, 산비탈을 올라
푸른 치마 허리 숙이고 검은 머리 기울이며
시루엔 곡식 없고 들에도 새싹 하나 없는데
햇볕에 말리고 데쳐서 미음 한 모금, 죽 한 모금
Taste of the soul, 우리를 살게 하는 맛
거친 보리죽 위로 떨어지는 달빛 한 조각
오랜 시간 건너 내게 도착한 위로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어, 따뜻하게 채워줘
친구의 편지와 함께 멀리서 온 매운 향기
쇠의 성질을 품고 양기를 머금은 생강 한 조각
아픈 허리가 씻은 듯 낫는 신비로운 약 중의 보배
좋은 교훈을 정중하게 마음에 품어보네
서리 내린 아침, 석청으로 간을 맞춘 팥죽 한 그릇
삶아낸 팥은 신선의 약처럼 풀어지고
향기로운 쌀알은 우유처럼 부드럽게 감기네
기름진 진미보다 상쾌한 이 아침의 평온함
뿌리는 진흙 사랑, 열매는 진주 같은 석류
한 입 깨물자 갈증이 싹 사라지는 붉은 빛
고기 누린내 진동하는 세상, 정다운 벗이 준 나물
타지에서 익어가는 포도의 구슬 같은 눈물
산기슭의 칡을 캐노라, 잎사귀 보며 숙부님 그리워
산등성이 칡을 캐노라, 마디를 보며 큰형님 그리워
시냇가 칡덩굴 아래서 자식을 그리워하는 마음
칡을 캐는 게 아니라 사실 사랑을 캐는 것이겠지
아무리 맛난 술이 있어도 혼자서는 마실 수가 없구나
Taste of the soul, 우리를 살게 하는 맛
거친 보리죽 위로 떨어지는 달빛 한 조각
오랜 시간 건너 내게 도착한 위로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어, 따뜻하게 채워줘
햇나물 한 접시, 보리죽 한 그릇...
비워진 그릇 위에 남은 건...
그리움, 그리고 다시 일어설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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