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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문학예술 원문보기 글쓴이: 함동진
A제14회 구로시화전 (한국문인협회구로지부)
한국문인협회구로지부 제13회 구로시화전
일 시 : 2014년 09월 29일(月)
장 소 : 오류역 북광장<9월39일(월)~10월3일(금) -5일간>
주 최 : 구로구
주 관 : 구로문화원 및
한국문인협회구로구지부
행사진행 -지 부 장 김익하. 사무국장 -윤수아
낭송사회 -시분과위원장 이소연
후 원 : 구로문화재단
사진배열 순서는 가나다 순입니다.
사진을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입니다.
(1)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18 사진/함동진
강요식 시인
구로동 시계바늘 / 강요식
동녘빛 은잔한 여명은
고단에 푹 빠진 영혼을 흔들고
하루를 시작하는 내게 용기를 준다
바로, 구로산(九老山)
세상이 고요한 자정은
세파에 지친 육신을 어루만지고
하루를 지켜낸 내게 박수를 보낸다
바로, 구로산(九老山)
구로산은 내마음의 산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 넘치고
언제 어디서든지 오를 수 있는
구로인의 희망이 꽃피는 낙원이다
내일을 향한 구로동 시계바늘은
쉬지 않고 힘차게 돌고있다
구로동 - 가리봉동 - 신도림동
구로산 정상이 그리 멀지 않았다
(2)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20 사진/함동진
고선자 시인
비둘기 / 고선자
마음 편히 목놓아 울지 못했다
노래는 더 버거웠다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 쪼며
먹이 구하느라 뭉개진 부리
무심한 인기척에 놀라 힘껏 날아야 할
날갯짓 겨워 돌볼 틈 없었다
이제 영화롭던 시대는 가고
홀대하는 세상
초라한 몰골이 되었구나
아.....
모두 어디 갔나.....
천둥벌거숭이
본향의 기억조차 가물가물
깃털 고르는 법 잊은 채
무시로 도심 공원 배회하며
하릴없이 버릇 난 하늘바라기
(3)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21 사진/함동진
김경숙 시인
갠지스의 봄 / 김경숙
뚝뚝
관절을 꺽으며 떨어지는 해
비늘이 벗겨진 노을
붉은 사리의 여인이 <띠야>를 놓는다
승천하는 소망의 기체
슬픔을 대신 지고 하강하는 불꽃
삶과 죽음이 떠다니는 강물에
손을 넣고 눈을 감았다
그대 나를 아는가
갠지스가 말을 건넨다
나신의 밀교 수도승의 몸에서 히말라야 냄새가 났다
울어야하나
신을 벗어들고 무소유의 그들 곁에 서 있고 싶은
아득한 꿈
갠지스는 봄이다
(4)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22 사진/함동진
김경희 시인
진통제 / 김경희
여린 풀잎
손 내미는 걸 바라보며
아스팔트에 뿌리 내리는
민들레가 울고
갈대 흐느끼는 걸
바라보며
헐벗은 겨울나무
서럽게 따라 운다
치유될 수 없는
상처의 명약은
울음뿐-
허공을 바라보며
눈물과 눈물로
씻어내야만
줄어드는 생명의 통증
(5)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23 사진/함동진
김대응 시인
이 길을 걷는 당신에게 / 김대응
나는 행복하다고
마음에게 말을 하세요
이 길을 걷고 있는 순간만이라도
그렇게 자신에게 위안을 삼으세요
남이 뭐라 하던 신경 쓰지 마세요
행복은요
남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가는 작품이라는 걸
생각을 조금 바꾸면 보인답니다!
그렇게 한 번 보세요
자신을 괴롭히지 마세요
자신만큼 소중한 존재가 어디 있어요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은 바로 당신이랍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자신을 위한 사랑의 송가(頌歌)를 불러보세요.
(6)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24 사진/함동진
김복 시인
향 에 취한 벌 / 김 복
왕래 가 많은
넷 거리
수많은 꽃
향연 잔치
벌리고 있다
그 향 취한
비단 날개 벌
꽃 에 눌러 앉아
빼앗길 수 있다
싶어 그리하는구나
정 그렇다면
시방 그대로
그 짐
내려놓지
말게나.
(7)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25 사진/함동진
김양아 시인
가을볕 / 김양아
출렁거리는 바람 사이
맑은 얼굴로 떠있는 코스모스
환하게 가을볕에 잠겨있다
평상이나 길가에 펼쳐진
고구마줄기 고추 호박오가리에
햇살 깊이 스며든다
밤의 길이가 차츰 늘어나는 내 인생의 추분
빛의 걸음이 빨라진다
뒤집어진 모래시계처럼 얼마 남지않은 시간들
계절의 꼬리가 짧아지고 있다
꼬들꼬들 말라가는 가을볕,
눅진한 것들 속속들이 꺼내 널어본다
저물기 전 한껏 볕 바라기 해야겠다
(8)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26 사진/함동진
김영미 시인
목적론적 사고(思考) / 김영미
필요로 하는 노력의 양 때문에
차별적 보상은 필요한가보다.
그렇기 때문에 불평등도
반드시 필요하겠지.
불평등이란
무언가 추구 하고자 하는
기능에 의해서 설명 되니까.
마치 의사와 미화원처럼.......
(9)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17 사진/함동진
김익하 소설가
해무(海霧) 숲에서 / 김익하
어제 내린 해무는
동해 푸른 바람 짓이어서
만선에 날을 세운 생선비늘과
파도로 젖은 아침햇살이 마른 목을 축였다
머리는 맑았고 눈 뜰수록 속 것들이
제자리 제 모습으로 마치
푸새 푸릇한 채마밭에서
꽃으로 피기도 하고 나비로 날기도 했는데
오늘 외출에서 돌아와 씻는 손끝에서
묻어나는 뜨물 같은 이 해무는
냄새마저 더러울뿐더러
젖은 목에도 아리고 쓰리다
만난 게 허깨비거나 곡두였거니
이제 거리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짐승 아랫것들이
도랑 넘치도록 창일(漲溢)하는데
그리 기다리던 새날을 기다릴 수 없는 날
저물녘 해무 숲에 가로등이 꺼지고
멍청하게 새벽 기다림 안은 채
그늘에서 가난을 줍고 있는 내 곁 사람들
(10)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27 사진/함동진
김장식 시인
하늘에 기댄 나무 / 김장식
김장식
마음이 울적할 땐
비탈에 선 늙은 굴참나무
투박한 등에 기대어 본다
평생 한 자리 지켜온 고집
태풍과 사태 속에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은 목숨
바위틈 낙엽의 잎맥은
옛 기억처럼 희미한데
우듬지마다 새잎 틔우는 저 간절한 염원
길의 끝 어딘지 알 수 없지만
나무는 오늘도 하늘에 기대어 산다
어깨를 짓누르던 근심 벗어놓자
푸른 그늘에서 비상하는 멧새 한 마리
해가 아직 한참이나 남아있다
(11)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28 사진/함동진
김철우 수필가
시간 / 김철우
길가의
가로등이
비스듬히 서 있다.
골목길 모서리의
굽은 그림자가
가로등보다 길다.
시간의 끝에
축 늘어진 공간이
간신히 매달려 있다.
시간을 조각내면
공간을 만날까?
공간을 엮으면
시간과 마주칠까?
조각의 연속들.
찰나의 이어짐.
관념 속에만 있는 것.
그리고
어차피 없는 것.
(12)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29 사진/함동진
류동림 수필가
손자의 첫걸음 / 류동림
재윤아 땅을 딛고 서는 첫 걸음의 감격을 아느냐
넘어질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하지만 중심을 잡고 안간힘을 쓰는 네가 참 대견했다
한 발을 딛고 다음 발을 준비하는 야무진 자세
그런 발걸음으로 세찬 비바람에도 끄떡없이
잘 버티고 잘 견디리라 믿는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너의 뒷심을 보았다
끈기 용기도 함께
재윤아 인생은 첫걸음부터 시작된단다
누나 하윤이 따라 주님께 기도 하는 너의 두 손에
빛이 쏟아지누나
(13)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30 사진/함동진
민문자 시인
구마루 언덕 / 민문자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자리한 아담한 언덕
봄이면 진달래 민들레 냉이꽃 피어나고
여름이면 하얀 찔레꽃, 아카시아, 밤꽃향기
가을이면 아람 벌고 단감 빨갛게 익어가는 언덕
겨울이면 눈 덮인 산마루에서 눈싸움도 즐거워라
우람한 소나무숲길로 이어지는 등산로도 그윽한
서부서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구마루
빨간 기와지붕의 <문학의 집‧구로>가 자리한 언덕
아침 햇살에 까치들 반가운 손님 온다고 깍깍대고
온종일 까투리 노랑딱새도 맞장구치며 노래하는 곳
날마다 참 멋진 사람들 찾아와 상기된 얼굴로
시낭송이며 고향 이야기로 아름답게 꽃 피우네
밤이면 풀벌레 합창소리에 별들도 무리 지어 놀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기쁨과 평화를 심어주는 구마루
(14)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31 사진/함동진
민병완 시인
거룩한 집 / 민병완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뜨개질을
한 코 두 코 어쩌면 저리도
매초롬한 솜씨로 짜 올렸을까
대추나무 사이사이
촘촘하게 저 숭고한 고집은
모진 비바람이 몰아쳐도
끄떡하지 않는
질긴 삶을 가져왔겠지
간밤에 맺힌 이슬이
아침 햇살에 방을방울
영롱하게 빛나는 집
그 속에 잠복한 숨소리
바람도 멈짓, 긴장하는 집
(15)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34 사진/함동진
박경희 시인
소나무 / 박경희
긴 세월
살 어린 바람에도
생혼(生魂)의 아픔과
휘감은 유혹에도
사시사철 겸허한 자태
솔 향 짙은 절개로
청청히 익어간다
(16)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32 사진/함동진
박명재 시인
기다리는 나무 / 박명재
나무가 팔을 뻗고 봄 하늘에
싱그러운 나뭇잎을 바다처럼 안는다
그것은
가늘한 숨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때로는 매운 바람 꽃샘추위가 와도
바람이 회초리를 맞으면서 서 있다
그것은
그 분의 도움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싹트는 가지에도 따스한 햇살이
한 걸음에 열 걸음씩 다가온다
그것은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17)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33 사진/함동진
박자원 시인
있잖아, 얘들아 / 박자원
있잖아 얘들아, 오늘 아빠와 함께
노는 날이라 연꽃 보러 갔었지
수련과 함께 부들도 피어 있더구나
빅토리아연도 막 꽃을 피우고
희고 붉은 빛이 어우러져
한 줄 글귀로 떠올려 주더구나
애들아 있잖아, 난 말이지
새털구름 떠다니는 저 하늘과
녹황색 나무들과 새, 꽃들
나무바다와 그리고, 그리고
새들의 지저귐이 유난스러워
이 계절이 참 좋더구나
그래, 요즘은 어떠니
넉넉하고 풍요로움을 닮아보는게
오늘 내가 본 먼 산의
운무와 꽃잎 위로 내려앉은
밝디밝은 햇살조각이랑 아름다운
풍광을 너네들에게 보내고 싶구나.
(18)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36 사진/함동진
박종은 수필가
제비꽃 / 박종은
언덕배기 올라서다 맞닥뜨린 제비꽃,
간질이듯 몸에 감기는 봄바람에
겹꽃도 피워냈다
지나는 눈길 무심해도
꽃잎은 한데 모여 봄을 만들고 있다
추위를 넘긴 끈질긴 삶,
어느새 푸른 옹알이도 무사히 넘겼다
주저앉았다 일어선 햇볕
엉덩이에 보랏빛 물이 들었다
저 제비꽃은 땅의 작은 별이다
바람의 손을 빌려 이슬을 털더니
그들만의 수다로 시끌시끌하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볕을 쬐고 있다
(19)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37 사진/함동진
신성범 시인
계족산에서 / 신성범
무거운 눈 뜨자마자
새벽공기 마시며
나그네 길 떠난다
대전 계족산
황톳길 밟으며 즐기는 여행
정상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
폐 속 깊이 스며들며
쌓인 찌꺼기 깨끗이 청소 한다
나무가 내 뿜는 호흡 소리
들릴 듯 말 듯 들려오고
산새들 지저귀는 울음
내 마음 강한 전율로 남는다
오를 때 흘린 땀방울
어느새 마른 장작 되어
흔적조차 없어지고
계집아이 투정 부리 듯
시시각각 변한다
상큼한 산내음이 보내주는 선물
감사한 마음으로 받는다
(20)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38 사진/함동진
심의표 시인
가로등 하나 / 심의표
뱁새 한 마리마저도 잠든 밤
인적 끊인 지 오래인데
신들이 나풀나풀 춤추는
칠흑의 거리에서
눈비 막아줄 의지함도 없이
삼경의 적막을 깨고
맨몸으로 쓸쓸히 홀로서서
어둠을 밝히는 위용
너는 외로움만 먹고 사는
내 안의 거룩한 존재여라
(21)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39 사진/함동진
여명옥 시인
숙암계곡 / 여명옥
강원도 정선
숙암계곡을 오르다가
잠이 든 괴암 괴석들
능선마다
펼쳐놓은
철 쭉 꽃 병풍
타오르는
불길을 잡으려고
오대천 맑은 물을
숨 가쁘게 건너뛰는
영 목 어들
(22)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40 사진/함동진
유성임 시인
곰배령 가는 길 / 유성임
첫 서리로 일찍 세수를 마친 들꽃위로 선듯한 바람이 지나간다. 낯선 이를 경계하며 겨울 준비를 하는 다람쥐, 가을을 이고 있는 너와집 우체통, 산골 마지막 집 장독대에는 지난여름에 담근 장아찌 항아리를 닦고 있는 아낙, 그 앞을 지나 개울가에 다다르면 개울물은 좌우로 골을 이루며 교환창(唱) 으로 화답하며 흐른다 높지도 가파르지도 않은 길을 오르다보면 어느새 곰배령 정상, 야생화 밭은 이미 파장 난 상태로 나그네를 맞이한다. 간간이 수줍듯 피어난 들꽃이 눈에 띄고 바다에서 밀려온 구름은 또 다른 설악의 능선을 넘어가고 있다 구월의 볕이 머리위로 쏟아지고 파란 하늘아래 곰배령은 조용히 가을을 안아주고 있다.
(23)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41 사진/함동진
윤수아 시인
우물 / 윤 수 아
깊이를 알 수 없는
저 놋강의 밑바닥엔
무슨 비밀이 숨어 있을까
한 두레박의 생명수로
갈(渴)한 목을 축이던
옥빛 우물에 품은 신비
달 속에 숨겨진 추상의 언어들이
순환의 물살에 섞여들어
분열(分列)하다 부상(浮上)하는
빛덩어리
나의 생명을 지탱해 주던
마당 깊은 집 우물 속에서
사유(思惟)의 詩줄을
조심조심 잡아당긴다.
(24)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42 사진/함동진
윤재룡 소설가
(25)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43 사진/함동진
이귀자 시인
새벽 바다 / 이귀자
가쁜 숨결로
날마다 야위는
꿈을 놓아 보내려
새벽 바다로 떠났네
골목 어귀
듬성듬성 어둠 묻은
달 하나 졸고 있었지
고갯 마루엔
부서진 파도 잔해들이
거뭇 거뭇 길을 적시고
바람 한 자락 불때마다
목이 메이는 마음
가슴에 병든 이무기
요동치며 달려와
손짓하며 소리치고
쪽빛 물 이랑 밟고
반짝이며 피어 오르니
귀항하는 목선을 따라
갈매기 높이 날아가네
(26)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44 사진/함동진
이기화 수필가
성 애 꽃 / 이기화
유리창에 엎드려
한 점 한 점 그려 간다
밤 새워 그려진
하 - 얀 송이
시린 바람 끝
피어난 그 이름 성애꽃
날개 달고
하늘로 오른다
(27)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45 사진/함동진
이덕영 시인
갈대꽃 / 이덕영
영롱한 이슬 머금은
하얀 머리 쪽진 어머니
햇살 눈부신 은빛갈대꽃
뜨거운 바람 품고 익어버린 가슴
아름다운 금발의 연인
가을 금빛갈대꽃
우렁찬 함성 축제의 행렬
어우러진 형상 현란한 노을 안고
춤추는 가을 갈빛갈대꽃
너는 금갈꽃
사랑과 자유의 노을
별빛 가득한 판타지아
사랑과 자유
별빛으로 흐르는 판타지아
(28)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16 사진/함동진
이 성 수필가
딴 생각 딴 소리 / 이 성
세상에는 멀쩡한 귀를 가진 청각장애인이 너무나 많다.
정치인, 언론인, 기업인 할 것 없이 모두가 조금씩은 청각장애인이다.
내가 일하는 서울시청에도 시장(市長)의 지시가
무슨 말인지 모르는 과장(課長)과 국장(局長)이 있다.
시민의 말이 무슨 말인지 듣지 않으려는 공무원이 없지 않다.
나 역시 그런 청각장애인 중 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자괴감이 인다.
-돈바위산의 선물 중에서
(29)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46 사진/함동진
이소연 시인
소금꽃 이야기 / 이소연
염전에 말없이 피는 꽃을 보거든
사랑에 대하여 말하지 말라
햇빛과 바람으로만 피는 꽃
오래 두어도 변하지 않는 침묵의 무게를 달아보라.
뙤약볕에 졸아드는 파도 알갱이
수차에 몸을 실어 찰싹찰싹 아픔을 달래더니
소금꽃, 씨앗처럼 여물었다.
바닷물 부드러운 출렁임 속에
이렇게 뼈있는 말 들어 있을 줄이야
끝까지 바다이기를 고집하지 않고
때를 알아 기꺼이 자신을 내어 주는
물의 환희를 보라.
죽음으로 거듭난 보석 한 줌,
내일은 또 뉘와 더불어 따뜻한 눈물이 될까?
(30)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47 사진/함동진
이양임 시인
그의 섬을 닮아가고 있다 / 이양임
바다에 눈을 씻어도
섬이 아니길
쌓이는 모래성은 가없이 넓어지고
갯벌엔 비릿한 파도만 펄럭이고 있다.
등대의 깜빡이는 눈을 보다 잠이 든 섬
꿈으로 그려지는 지중해
깃발을 흔드는 어머니의 바다
안개 속에서 고향의 갈매기가
진달래꽃 고운 빛으로 날고 있다.
밤마다 퍼 올린 고도의 파도
섬은 검게 그을려 파도에 묻히고
허물을 토해내는 갯벌의 해금빛
방조제까지 차오를 뿐
바다를 넘지 못한
그의 섬을 닮아가는 소금길,
해일을 피해 바다의 섬이 된 이후
풍랑의 파도가 내 등을 채찍질하고
바다와 난 떼어낼 수 없는 바위에 붙은 게딱지.
(31)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49 사진/함동진
이은심 시인
거인, 잠들다 / 이은심
주근깨 투성이, 잡일에 시달리며
돈을 벌던 변두리 공장의 사장님!
핸드폰으로 호화주택 무수히 지어
무료 분양하던 야심에 찬 사업가!
거인은 잠들어 있다
낡아빠진 때묻은 검은 손전화를
흘러가는 강물 속으로 던져 넣고,
맹목의 정열과 생명의 연소와
위치에너지조차 까맣게 잊은 채,
거인은 잠들어 있다
소란스러운 소통으로부터의 자유!
불타는 소돔을 먹통으로 잠근 채,
세계각국 전통의상이 들어있는
녹색의 여행가방을 베게 삼아..
거인은 잠들어 있다
(32)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48 사진/함동진
이응원 시인
추억 날개 달다 / 이응원
세차게 내리는 장맛비
새벽 빗소리와 차 소음에서
장산도 들녘 가득 채우던
개구리 울음 듣는다,
아스라이 먼 추억
은하수 사이 사이로
별똥 수 없이 떨구던 하늘
여름밤 풀벌레들 노래
짙어가는 창밖 빗소리에
풀풀 흩날리는 묵은 추억 몰려와
서울 도심에 번지는 개구리울음.
(33) 2014.09.29 재 14회 구로시화전 051 사진/함동진
이인빈 시인
아름다운 것들 / 이인빈
솔잎 사이로 보이는 달
세월 바랜 절간
풍경에 매달려 노는 바람
처마 밑 머물다 가는 달빛
밤새 소복한 눈 위로 부서지는 아침햇살
여물어 가는 나락냄새
잠결에 듣던 꿈결 이야기
탱자 울타리에 걸린 가을바람
문창호에 스미는 저녁노을
그리고
너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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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문학예술 원문보기 글쓴이: 함동진